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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달인] "나노 수준 전자 부품도 거뜬히 제조"…3D 인쇄전자 기술 어디까지 왔나?

■ 설승권 / 나노융합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앵커]
열로 소재를 녹여 3차원 구조물을 만드는 3D 프린팅 기술은 제조기술의 혁신이라고 불리고 있는데요.

이제는 큰 구조물뿐만 아니라 세밀한 전자 부품까지 만들 수 있는 3D 프린팅 기술이 개발되었다고 합니다.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는 3D 인쇄전자 기술에 매진하는 분을 만나봅니다. 한국전기연구원 나노융합연구센터 설승권 책임연구원과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3D 프린팅 기술을 '21세기의 연금술'이라고도 부르더라고요. 정말 못 만드는 게 없잖아요. 제조업이나 의류업, IT 분야에서도 다방면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그런데 이제 3D 프린팅으로 전자 부품까지 만들 수 있다고요?

[인터뷰]
영화 '아이언맨'을 보면 AI가 로봇을 이용해 완전한 기능을 갖는 아이언맨 슈트를 만들어냅니다. 기존의 3D 프린팅 기술로는 아이언맨 슈트의 골격, 즉 껍데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3D 프린팅으로 만든 슈트를 영화 촬영에 사용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완벽한 기능을 갖춘 아이언맨 슈트를 만들려면 슈트의 골격 내부에 회로와 센서, 배터리 등 전자 부품을 그려 넣어야 합니다. 이러한 것들의 실현을 위해 연구, 개발되고 있는 분야가 바로 3D 인쇄전자 기술이죠.

[앵커]
그러니까 제품의 골격은 물론 그 안에 있는 전자 부품까지 한 번에 일체화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렇게 말씀해주셨는데,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건가요?

[인터뷰]
그것은 3D 프린팅 기술과 나노기술의 융합을 통해 가능해집니다. 3D 프린터로 골격을 만들면서 전자회로, 센서, 배터리 등을 구성하는 기능성 소재를 함께 그려 넣는 것이죠. 3D 프린팅이 가능한 기능성 소재들은 나노 기술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만드는 것으로 설명해보겠습니다. 스마트 콘택트렌즈 제조를 위해서 곡면 형태의 렌즈 위에 전기가 잘 통하는 회로가 얇게 그려져야 하거든요. 만약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여 사람이 육안으로 구분할 수 없는 7㎛ 이하 굵기로 회로를 만든다면 투명한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구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3D 인쇄전자 기술로 원하는 모양을 형성할 수 있고, 울퉁불퉁한 기판 위에서 안정적으로 모양을 유지할 수 있으면서 기능을 낼 수 있는 소재가 필요한데요. 저희가 '3D 프린팅용 기능성 나노 잉크'와 이를 이용해 전자회로를 생산할 수 있는 프린팅 기술을 개발한 것이죠. 지금 나오는 영상처럼 유연한 기판에 금속 전극을 이용해 LED를 켤 수도 있습니다.

[앵커]
저것도 3D 프린팅으로 제작한 건가요?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요즘 접었다 폈다 하는 폴더블 휴대폰에 관심 많잖아요? 그런 접었다 폈다 하는 전자 제품 기기에 활용될 수 있게 됩니다.

[앵커]
불빛이 나는 LED 전구라고 부르면 될까요? 저 부분을.

[인터뷰]
네, 전구를 켤 수 있도록 하는 회로를 만드는 것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저게 3D 프린팅으로 만들고 나서 그 위에 따로 붙인 게 아니라 한 번에 저렇게 제작돼서 나온다는 말씀이신 거죠? 기존 3D 프린팅 방식과 다르게 3D 인쇄전자기술은 전기까지 통하게 한다, 이렇게 이해하면 좀 쉬울 것 같은데, 그러면 기존 프린팅과 비교해서 어떤 부분이 가장 장점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인터뷰]
기존 3D 프린팅 방식은 하나의 프린터로 다양한 소재를 프린팅하는 것이 어려웠는데요. 하지만 3D 인쇄전자 기술에 활용되는 잉크 기반 3D 프린팅 기술은 기존 방식과 달리 원하는 기능을 갖는 소재를 혼합하여 잉크를 만들면 되기 때문에 다양한 소재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구리나 은, 전도성 고분자, 그래핀 등을 잉크화 할 수 있죠.

또, 인쇄 해상도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저희가 개발한 프린팅 기술의 인쇄 해상도는 기존 3D 프린터보다 약 100배 정도 높습니다.

[앵커]
획기적인 진일보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서 3D 프린트용 잉크를 만들고 이 잉크를 활용해서 정교한 3차원 구조물이 탄생한다, 이렇게 정리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프린팅이 되는 방식에 대해서 궁금하거든요.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저희는 잉크를 기반으로 두 가지의 원리를 이용합니다. 첫 번째는 전도성, 자성, 광전소재 등의 나노입자를 용액에 분산시킨 잉크를 이용하는 것인데요. 이 경우 기능성 나노입자들이 잉크 상태에서 서로 엉키거나 붙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잉크가 노즐을 통해 토출될 때 노즐의 막힘없이 인쇄가 가능하게 됩니다.

두 번째는 전기화학적 반응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 방식은 오래전부터 반지나 장신구를 만들 때 금속을 코팅하는 것으로 주로 사용해왔습니다. 이 방식들을 금속 3D 프린팅에 적용할 수 있게 만들었고, 이 경우 잉크는 나노입자가 아닌 금속 이온을 포함하고 있어 노즐이 막힐 염려가 없습니다. 이 기법을 이용하면 기존 금속 3D 프린터로는 제작하기 어려운 고전도성의 패턴과 구조물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앵커]
이 프린팅에 활용되는 잉크가 그냥 잉크가 아니라 전도성, 그러니까 전기도 통하고, 자성도 갖고 있고, 빛이 날 수도 있는 그런 잉크다, 이런 말씀이신 거죠. 정말 들을수록 신기한데, 이 3D 인쇄전자 기술, 앞으로 어떤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까요?

[인터뷰]
기존 기술로는 만들 수 없는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기존 전자제품들은 평판 형태의 보드인 PCB에 회로나 센서 등을 만들고 그것들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미래 사회의 전자제품은 곡면 혹은 다양한 형상의 3차원 형태일 것입니다. 잉크를 기반으로 한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면 평면이 아닌 곡면 더 나아가 다양한 형상의 기판에 전자회로나 센서 등을 바로 인쇄할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기존 제조공법으로는 제조할 수 없는 새로운 디자인의 전자 부품을 만들 수 있죠.

[앵커]
설명을 들으니까 21세기 연금술이라고 괜히 불리는 게 아니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데 이 3D 프린터로 만드신 구조물을 직접 가지고 나오셨다고요?

[인터뷰]
네, 이것이 잉크 기반 3D 프린터로 만든 자석입니다.

[앵커]
자석이라고요? 한 번 만져볼 수 있을까요? 부드러워 보이는데요. 고무 같고, 말랑말랑합니다.

[인터뷰]
이 자석을 잉크로 만들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신축성 고분자와 네오디뮴이라는 자석 분말을 이용하여 잉크를 제조했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금속에 잘 부착되지요. 유연성 또한 좋은데요. 이렇게 잉크를 이용하면 원하는 특성을 갖는 소재들을 혼합함으로써 3차원 구조물의 디자인이 가능하게 됩니다.

이렇게 제작된 자성체는 자석 센서, 소프트 액티브 전극, 소프트 로봇, 형상 조절 구조체 등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앵커]
또 최근에는 방금 보여주신 것과 같이 잉크 기반의 3D 프린팅을 활용해서 초고화질의 디스플레이를 개발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얘기인지 소개 좀 해주시죠.

[인터뷰]
네, 이 기술은 저희 팀의 후배 박사가 주도해서 개발한 기술인데요. 퀀텀닷은 빛이나 전기 자극을 받으면 다양한 빛깔을 내는 나노 크기의 반도체 입자인데요. 색 순도와 안정성이 높아 TV나 스마트폰, 태블릿 등 다양한 전자제품의 디스플레이용 발광재료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현재 디스플레이 제조 방식은 퀀텀닷을 패널에 얇게 도포하는 방식으로, 화소 (픽셀)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흔히 해상도가 높다는 말은 한 화면 안에 화소의 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화소가 고밀도로 많이 모여 있으면 그만큼 영상이나 사진이 정밀하고 섬세하게 표현됩니다. 이를 위해 많은 업체가 화소의 개수를 늘리기 위해 화소의 크기를 줄여 해상도를 높이려고 하지만 줄어진 크기만큼 발생하는 빛의 밝기가 제한되는 문제가 있죠. 즉, 화소 크기를 줄이면서도 밝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해상도를 높이려면 화소의 크기를 줄여서 더 좁은 공간에 모아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빛이 밝기가 떨어지기 때문에 해상도를 높이면서도 선명한 화면을 구현하는 게 굉장히 어려웠다, 이런 말씀이시잖아요? 그런데 이걸 3D 프린팅이 해결해냈다는 건데, 어떻게 활용되는 건가요?

[인터뷰]
우리 연구팀은 화소를 얇은 막이 아닌 3차원 구조로 제작하면 높은 해상도에 필요한 밝기의 빛을 확보할 수 있겠다는 점에 착안하여 연구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앞서 설명한 잉크 기반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폭 620nm, 높이 1만nm 수준의 화소를 제작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그 결과 디스플레이는 같은 해상도에서 기존 대비 2배 이상 밝아졌습니다.

[앵커]
해상도가 높아진 것에 대한 설명을 듣다 보니까, 갑자기 좀 궁금한 게 생겼는데요. 혹시 전력 소모도 좀 줄이는 성과도 있었나요?

[인터뷰]
저희가 그런 부분은 좀 더 체크해봐야겠지만, 상당히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합니다.

[앵커]
8K OLED TV보다 거의 50배 이상 해상도가 높다, 이런 결과도 나왔다고 하는데, 정말 이 3D 프린터로 만든 초고화질 디스플레이의 개발 이야기 들어봤고요. 3D 인쇄전자 기술. 앞으로 더 어떻게 발전되어 나갈까요?

[인터뷰]
3D 인쇄전자 기술은 3D 프린팅을 이용하여 완전한 전자 부품을 제조하는 즉, 만들고자 하는 제품의 골격과 전자회로, 센서 등을 일체화하여 한 번에 제조하는 기술이라고 말씀드렸었는데요. 현재 이런 기술이 활용되고 있거나 검토되고 있는 시장은 전자제품, 로봇, 자동차, 건축 등으로 상당히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로봇을 만들 때 로봇 표면에 회로나 센서 등을 바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죠. 자동차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요. 차체에 센서를 바로 그려 넣게 되면 소형화, 경량화, 디자인의 다양성을 확보하게 됩니다. 바로 3D 인쇄전자 기술이 제조 기술로써 활용될 수 있는 분야가 되겠습니다.

[앵커]
설명을 들어봤는데, 오늘 말씀 듣다 보니까 너무 재밌어서 궁금한 게 많아요. 오늘 설명해주신 3D 프린팅 기술 굉장히 혁신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거든요. 이게 하루빨리 상용화가 됐으면 좋겠는데, 일단 이 기술을 개발하시면서 가장 일찍 만나볼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 몇 가지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일단 휴대용 전자기기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리고 앞에서 말씀드렸던 PCB, PCB와 같은 것도 제작함에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공정의 단순화, 이런 것들을 확보할 수 있고요. 그러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가벼워지고, 값싸게, 저렴하게 전자 제품들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5년 이내에 휴머노이드 로봇, 개인 맞춤형 의료기기, 웨어러블 전자기기, 초경량 스마트 부품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어 관련 산업 및 시장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이에 3D 인쇄전자 세계시장은 2025년까지 1,000억 달러의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데요.

[앵커]
2025년이면 얼마 안 남았잖아요?

[인터뷰]
네, 얼마 안 남았습니다. 저는 3D 인쇄전자 기술이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 제조 기술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앵커]
정말 첨단 산업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주춧돌이 되는 기술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앞으로 미래의 핵심기술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길 기대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연구원님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거든요.

[인터뷰]
우리 연구팀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3D 프린팅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소재, 프린팅 공정, 3D 프린터를 동시에 개발하여 3D 인쇄전자 기술 분야에서 토탈솔루션을 확립하고자 합니다. 저희는 현재 AI, 로봇 기술 등 저희 3D 프린팅과 접목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첫 단계로서 현재 로봇 기술이 접목된 미래형 융복합(hybrid) 3D 프린터를 개발 중입니다. 장차 개발될 기술들은 전기·전자소자 제작뿐만 아니라 로봇이나 웨어러블 기기, 에너지 소자, 의료기기, 자동차 제조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국내 제조업의 기술 혁신과 신시장 창출은 물론 해당 분야의 국가 기술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앵커]
사실 3D 프린팅 기술과 디스플레이 산업의 만남이 지금은 좀 생소한 분야잖아요? 하지만 머지않아서 우리가 3D 프린팅으로 만든 전자 제품을 사러 가는 날도 곧 오겠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인터뷰]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앵커]
기대해보겠습니다. 또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그런 기술력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한국전기연구원 설승권 책임연구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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