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투데이
science 취재파일 바이오 위클리 사이언스 HOT5 사이언스 매거진 별별 이야기 내 몸 보고서 날씨학개론 생각 연구소 과학의 달인 궁금한S

[과학의 달인] 바다를 읽는 눈 수중글라이더…"적조 발생부터 태풍 예측까지"

■ 박종진 / 경북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부 교수

[앵커]
지구의 표면은 약 70%, 바다로 덮여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바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겨우 1~2%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이런 미지의 세계를 탐사하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에 매진하는 분이 계십니다.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는 해양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경북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부 박종진 교수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교수님, 어서 오세요.

인간의 발길이 거의 미치지 못한 곳이 바로 심해, 깊은 바닷속이죠. 아직 우리가 바다에 대해 알고 있지 못한 점들이 정말 많다고 하는데, 이렇게 이해도가 낮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인터뷰]
빛이 있어야 사물을 볼 수 있듯이 멀리 떨어져 있는 우주나 대기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현상을 측정하기 위해서 주로 전자기파를 활용합니다. 우주나 공기 중에서는 전자기파가 쉽게 투과되어 전달되기 때문에, 저 멀리 수백만 광년 떨어져 있는 우주의 현상도 전자기파의 변형을 측정함으로써 알 수 있죠. 하지만 물은 모든 전자기파를 흡수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나마 가장 멀리 투과된다는 파란색의 가시광선이 최대 수십 m 정도밖에 전달되지 못하기 때문에, 깊은 바닷속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지난 100년간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센서를 일일이 담가서 측정하다 보니, 바닷속 환경에 대한 자료가 매우 부족했고, 그만큼 인간이 바다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수밖에 없었죠.

[앵커]
물이 전자기파를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 보니까 그동안 탐사가 어려웠다, 이렇게 말씀해주셨는데, 그렇다면 우리가 바닷속까지 탐사하려면 새로운 기술이 필요할 것 같거든요. 교수님께서 이런 기술을 직접 개발하셨다고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바닷속 환경을 무인으로 탐사하고 관측하는 해양 로봇인 '수중글라이더'를 활용한 운용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바닷속의 환경 정보를 선박만으로는 제대로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수중글라이더를 중심으로 하는 무인 해양 관측망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중글라이더는 스스로 부력을 조정해 바닷속 수중을 이동하면서 관측할 수 있는데요. 기종에 따라 다르지만, 수직적으로는 해수면부터 수심 6,000m까지, 그리고 수평적으로는 최대 10,000km까지 이동하면서 최장 1년 남짓 장기간 운용이 가능합니다.

[앵커]
마치 우주 로켓처럼 미지의 바다 세계를 해양관측로봇, 수중글라이더를 개발하신 건데, 저희가 잠깐 자료화면을 봤는데, 그냥 바닷속을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프로펠러가 안 보이는 것 같은데, 그러면 어떻게 다닐 수 있는 거죠?

[인터뷰]
대부분의 선박이나 잠수정은 뒷부분에 프로펠러가 있어 프로펠러의 회전하는 힘으로 추진합니다. 그러나 물은 밀도가 높아 프로펠러를 이용하여 추진하는 경우,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데요. 그러니까 경제적으로 장기간 운용이 필요한 무인 해양 관측에 적합하지 않은 것이죠. 하지만 수중글라이더는 뒷부분에 프로펠러가 없는 대신에 글라이더 내부의 펌프를 통해 부력을 변화시켜서 물의 높은 밀도를 오히려 이용합니다. 글라이더 몸체 외부에 있는 오일을 내부로 끌어들이면 글라이더의 부피가 작아지고, 물보다 무거워져 바닷속으로 떨어지는데요. 이때 글라이더 좌우에 붙어 있는 날개를 이용해서 활강하듯이 수평적으로 이동합니다. 하늘의 행글라이더는 땅에 착륙하면 스스로 날아오르지 못하지만, 수중글라이더는 오일을 글라이더 외부로 밀어내는 동작만으로 다시 떠오를 수 있고, 이 부력을 이용해 다시 활강을 반복할 수 있습니다. 보통 수중글라이더가 잠항하는 수심은 수십m에서 수천 m로, 잠항하고 부유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앵커]
설명을 들으니까 마치 물고기 부레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프로펠러가 아닌 부력을 조정해서 활강하는 원리를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설명해주신 수중글라이더가 개발되기 전에는 선박이 직접 나가서 탐사했다고 말씀해주셨잖아요. 수중글라이더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인터뷰]
먼바다를 나가서 관측하기 위해서는 큰 배가 필요한데 이러한 대형관측선의 한 대의 경우 1년 운영비만 1,000억 원이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양에서 얻어지는 자료가 얼마나 고가인지 이해가 될 텐데요. 이렇게 선박 운영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해양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기가 어렵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날씨입니다. 날씨가 좋지 않으면 배가 출항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날씨가 좋을 때만 관측되는 문제도 있어서 이제까지 얻어진 해양 자료는 날씨에 대한 편향 문제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중글라이더는 선박 관측에 비해 1/100 수준의 저렴한 비용으로 해양 관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훨씬 많은 자료를 얻을 수 있고요. 또, 선박 관측보다 훨씬 시공간적으로 촘촘하게 해양 자료를 얻을 수 있고, 날씨와 관계없이 심지어 태풍이 통과하고 있는 동안에도 해양 수중공간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앵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날씨와도 관계없이 해양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수중 글라이더의 장점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앞서 수중 글라이더가 정해진 경로를 무선으로 따라간다고 말씀해주셨잖아요. 바닷속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가 없잖아요. 만약에 경로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인터뷰]
수중글라이더에 조향타가 설치되어 있어서 기본적으로 이동 방향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바닷속은 통신이 되지 않기 때문에 글라이더가 물속에 잠겨있을 때는 스스로 판단해서 정해진 방향으로 이동하도록 조향타를 조절합니다. 만약 예기치 않은 문제로 글라이더가 계획된 경로를 벗어난 것이 발견되면 관제센터에 신호를 보내고 관제센터는 그 문제를 해결하여 계획된 경로로 돌아갈 수 있도록 명령을 보내줍니다. 해당 명령은 글라이더의 움직임 특성상 해표면에 도착했을 때, 위성통신을 통해서 보내게 되는데, 이때 자기의 상태 정보와 측정된 해양 정보를 같이 보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관제 센터에서는 이러한 정보를 받아서 글라이더가 수중에서 원활하게 동작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상태 진단을 하고요. 정해진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게 필요한 경우에만 제어합니다. 일반적인 경우, 수중글라이더는 사전에 프로그래밍이 된 대로 스스로 판단해서 이동합니다.

[앵커]
보통은 스스로 판단하지만,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겼을 때만 관제센터에서 명령을 보낸다, 이렇게 말씀해주셨는데, 수중글라이더가 바닷속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시행착오가 많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어떤 게 있었나요?

[인터뷰]
수중글라이더 운용에 있어서 시행착오는 장비 손실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사전 정비 및 시험과정을 매우 많이 거칩니다. 하지만 면밀하게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2016년 여름, 울릉도에서 저희가 처음 글라이더 투하 시험을 시행했습니다. 그런데 글라이더가 예상했던 패턴대로 비행하지 못했죠. 그래서, 일단 다시 회수하여 정비했던 자료와 비행 궤적 등을 토대로 분석해보니, 글라이더 부력 조정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완수해야 하는 실험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원래는 위험해서 하면 안 되지만 울릉도 현지 바다에서 부력 조정을 다시 했습니다. 다행히 실험은 안전하게 완료되었고, 글라이더도 울릉도-독도를 왕복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앵커]
부력에 문제가 있어서 조정을 다시 해서 겨우 실험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에피소드를 설명해주셨는데, 앞서 말씀하신 대로 기계를 잃어버릴 수도 있는 만큼 굉장히 위험이 크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준비하셨을 텐데 이런 문제가 왜 발생했던 건가요?

[인터뷰]
글라이더 부력 조정에 사용하고 있던 해수 수조가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중글라이더가 부력 추진 방식이다 보니 글라이더가 가질 수 있는 부력을 0.01% 이하의 정확도로 아주 정밀하게 맞춰줘야 하는데요. 그래서 약 3톤 정도의 무게를 갖는 해수 수조를 제작해서 사용했는데 이때 중국산 천일염을 사 와서 해수를 만들었던 것이 화근이었죠.
한국산 천일염이 너무 고가라 가격이 수십 배 싼 중국산 천일염을 가게 사장님 말만 믿고 사 왔는데요. 불순물이 너무 많아서 부력 계산에 오류를 줬던 것이었어요. 하지만 이런 시행착오를 계기로 수조 상태 자료와 글라이더 자료, 그리고 바다의 밀도 자료를 토대로 부력 조정을 정확하게 할 수 있는 부력 조정 체계와 부력 계산 모델을 개발하였고, 울릉도 시험 이후로는 부력 조정 문제는 한 번도 생기지 않았답니다. 게다가 개발한 모델은 얼마 전 특허 인정도 받았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중국산 천일염이 어떻게 보면 전화위복이 돼서 부력 조정 시스템을 더 정밀하게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된 거네요.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말씀해주셨는데, 그런 과정들 덕분에 수중글라이더가 탄생하게 된 건데, 해양 상태 관측 외에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고 들었어요. 어떤 분야에 쓰이고 있나요?

[인터뷰]
네, 태풍 예측력을 높이기 위해 태풍 통과 시 해양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데도 활용되고 있고, 지구 온난화에 의한 극지 빙하 유실 모니터링같이 극한 환경에서의 해양 정보 수집에도 활용됩니다. 또한, 우리나라 연안에 종종 발생하여 경제적 손실을 입히고 있는 저염수 문제나, 냉해수 문제, 그리고 적조 문제 등을 조기 모니터링하여 경고하는 목적으로도 선진국에서 활용하고 있고요. 지난 2010년 멕시코만 시추선 폭발로 인한 기름 유출 사고가 있었을 때, 기름 유출 범위나 이동 경로를 확인할 때도 활용됩니다. 또, 고래나 물개 등과 같은 멸종위기종을 추적해서 보호하면서 자연 친화적 관광 사업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목적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수중글라이더는 바닷속을 비행하는 동안 소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잠수함 감시 등의 목적으로도 활용되고 있는데요. 기상상태에 따른 제약이 없어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연속적인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고 어떤 센서를 탑재하느냐에 따라 다재다능한 기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한다고 하여 논란이 되었는데요. 방사능 농도를 측정하는 센서를 글라이더에 탑재한다면, 365일 우리나라 주변 바다에 유입되는 방사능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겠지요.

[앵커]
태풍부터 멸종 위기종 보호, 잠수함 감시, 여기다가 방사는 감시 기능까지 정말 많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말씀해주셨는데, 태풍 강도를 예측할 때도 쓰인다고 말씀해주셨잖아요. 이번 태풍이 왔을 때도 유용하게 활용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인터뷰]
네 맞습니다. 올해 여름,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동해상으로 지나갔는데, 그때 다행히 저희 센터의 수중글라이더가 해양 관측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태풍이 지나갈 것으로 예상하는 해역으로 글라이더를 이동시켜서, 태풍이 통과하고 있는 상태에서 해양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측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글라이더는 수평적으로 이동하면서 관측할 수도 있지만, 특정 위치를 유지하면서 표층과 심층을 오가는 관측 임무를 수행하도록 제어할 수도 있습니다. 태풍 마이삭 통과 시에 이 위치 유지 임무를 72시간 동안 유지하도록 명령했는데, 태풍 중심에서 약 10km 떨어진 지점에서 아무런 문제 없이 관측을 수행함으로써 태풍 통과 시의 해양 변화과정을 국내 최초로 볼 수 있었습니다. YTN에서 처음 공개하는 결과인데요. 태풍의 에너지가 불과 1~2일 사이에 바닷속 수심 5~600m까지 매우 빠르게 침투한다는 새로운 사실도 발견할 수 있어서, 이번 관측으로 태풍 시기의 수중글라이더 활용의 유효성이 제대로 입증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여기 나와서 처음 밝히는 자료도 말씀해주시고, 정말 감사한데요. 지금까지 설명해주신 수중 글라이더, 정말 바다의 파수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교수님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인터뷰]
일단 단기적으로는 수중글라이더 활용 저변을 넓혀가려고 합니다. 현재 국책사업을 수행 중인데, 누구나 쉽게 수중글라이더를 통해 해양 자료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해양무인기 운용센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관측이나 탐사의 의뢰를 받아 전문적 기술을 보유한 기술진이 여러 대의 수중글라이더를 대행하여 운용해주고 고품질의 자료를 생산하여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입니다.

두 번째로는 장기적으로 모든 해양 활동에 기초가 되는 국가 해양 자료들에 대해 품질 관리와 표준화에 힘쓸 생각입니다. 우리나라 여러 기관에서 해양 자료를 얻는데 많은 노력과 비용을 소모하고 있지만, 각자 자료를 얻는 방식이 통일되어 있지 않고, 얻어진 자료에 대한 전문적인 품질관리가 되지 못하여 들어간 노력에 비해 그 자료를 믿고 활용하는 경우가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전통적인 해양 관측 체계와 수중글라이더와 같은 무인 관측 체계가 서로 상호 보완할 수 있는 (협동 해양관측 체계)의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고 이러한 관측 체계가 우리나라에 자리잡힐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앵커]
저는 수중글라이더의 개발이 앞으로의 해양 교역의 발전에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앞으로 수중글라이더의 활약, 또 그 결과물도 기대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경북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부 박종진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1.  07:00세상탐험 <21회> (본)
  2.  08:00수다학 <100회> (4)
  3.  08:30극찬기업 <24회> (4)
  1.  [종료] 2021년 YTN사이언스 특집 프로...
  2. YTN사이언스 프로그램 모니터요원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