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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물 부족에서 수질오염까지"…대한민국의 물 안전 책임진다!

■ 송경근 / KIST 물자원순환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앵커]
깨끗한 물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죠. 식수가 부족한 곳에서 태양열을 이용해 물을 생산하고 녹조 발생에 대응하는 기술로 수질 안전을 지키는 분이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 30년간 물 연구에 매진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물자원순환연구센터 송경근 책임연구원을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박사님께서는 깨끗한 물을 더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기술인지 궁금합니다. 들려주시죠.

[인터뷰]
네, 태양열 막 증류 기술입니다. 재생에너지인 태양열을 이용해서 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시스템인데요. 고립지역이나 섬 지역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이 없는 경우가 많고, 또 전력시설들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 물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에 바닷물은 풍부하거든요. 그래서 이런 바닷물을 태양열을 통해 먹을 수 있는 담수로 바꾸는 기술이죠.

[앵커]
친환경적이고 무한한 동력인 태양열을 이용해서 바닷물을 안전한 식수로 바꿀 수 있다는 이런 얘긴데, 어떤 원리로 이런 게 가능한 건가요?

[인터뷰]
일종의 증류로 보시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바닷물을 증류하기 위해서는 바닷물을 끓여서 수증기를 발생시키고 이 수증기를 응축시켜서 담수를 만듭니다. 저희가 개발한 태양열 막 증류 기술은 바닷물을 끓이는 역할을 태양열 흡수체가 대신하는 겁니다. 태양열 흡수체는 말 그대로 태양열을 흡수하여 바닷물을 데우는 데 쓰이는 기술입니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태양에너지를 흡수하여 열로 전환하느냐가 중요한 것이죠. 이번에 개발한 막 증류 기술에서는 기존에 사용되는 흡수체 대신에 새로운 소재를 적용하여 흡수효율을 2배 이상으로 높였습니다.

[앵커]
증류의 방법인데, 그러니까 물을 끓여서 담수로 만드는 기술이라고 설명해주신 거잖아요. 태양열 흡수체의 흡수효율을 2배 이상 높이는 기술을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바닷물을 끓였으니까 담수로 만들어야 하잖아요. 여긴 또 어떤 기술이 있었나요?

[인터뷰]
막 증류 모듈을 이용한 건데요. 막 증류 모듈은 두 개의 채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쪽에는 태양열 흡수체를 통해 데워진 따뜻한 바닷물을 순환시키는 채널이고, 다른 한쪽은 차가운 물이 지나가는 채널이 있는데 이 사이에 멤브레인이 있습니다.

이 멤브레인은 종이처럼 얇은데 기체 상태의 아주 미세한 수증기만 통과할 수 있습니다. 따뜻한 채널의 데워진 바닷물에서는 수증기가 발생하고 그에 따라 증기압이 높아지게 되는데요. 이때 이렇게 높아진 증기압에 의해 수증기가 멤브레인을 투과하게 되고 투과한 수증기는 차가운 채널에서 다시 응축되어 담수가 만들어집니다. 또한, 이 멤브레인이 염분과 함께 오염물질도 막아줘 깨끗한 식수를 공급받을 수 있죠.

[앵커]
설명을 듣다 보니까 신기하네요. 그러니까 따뜻한 바닷물에 있는 채널과 차가운 물에 있는 채널 사이에 있는 멤브레인이 하나의 필터 역할을 한다, 이런 얘긴데요. 멤브레인, 이름부터 좀 생소한데, 오늘 직접 가지고 나오셨다고요? 잠깐 소개해주실까요?

[인터뷰]
이게 멤브레인입니다.

[앵커]
네, 종이처럼 생겼어요.

[인터뷰]
네, 종이처럼 아주 얇습니다. 멤브레인은 주로 고분자 유기물질로 만들어집니다. 이 멤브레인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미세한 구멍들이 있어서 기체 상태인 수증기만 통과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막 증류에 사용하는 멤브레인은 일반적인 수처리에 사용하는 멤브레인과는 달리 물을 통과시키지 않는 특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를 '소수성'이라고 하는데요. 물을 배제하는 특성을 말합니다. 이러한 특성이 없다면 염분이나 오염물질이 포함된 물이 같이 투과할 수 있기 때문에 깨끗한 물을 만들기가 어렵게 됩니다.

[앵커]
박사님, 혹시 저도 좀 만져볼 수 있을까요? 너무 신기해서. 제가 직접 만져보니까 아주 얇은 천 같은 느낌이 드네요. 두께도 아주 얇은 종이 같이 바삭바삭한 재질인데, 지금 설명해주신 멤브레인이 수증기만을 통과시키는 방법으로 오염도 막고 물도 만들어 낸다, 이렇게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얇은 멤브레인의 오염을 계속 막다 보면 오염 물질이 쌓여서 막힐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가요?

[인터뷰]
네, 멤브레인을 계속 사용하면 오염물질이 쌓이게 되고 멤브레인이 막혀 멤브레인의 성능이 떨어집니다. 이러한 것을 막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들이 쓰이고 있는데요. 채널을 순환하는 물이 흐르는 속도를 높여 멤브레인에 쌓이는 오염물질을 씻어내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하고 전처리를 통하여 멤브레인에 쌓이는 오염물질 자체를 줄이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또한, 주기적으로 약품 등을 이용하여 멤브레인에 쌓여있는 오염물질을 제거해주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여 멤브레인 오염에 대처합니다.

[앵커]
이렇게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태양열 막 증류 기술에 대한 자세한 설명 들어봤는데요. 박사님께서는 또 우리 주변에 흐르는 하천에 대한 연구도 지속해서 해오셨다고요?

[인터뷰]
네, 인근에 있는 하천을 한 달에 한 번 정도 채수하고 있습니다. 하천에 존재하는 미량오염물질을 살펴보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기기분석 기술이 발전해 극미량의 농도까지도 검출이 가능해져 환경에 존재하는 새로운 미량오염물질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잔류성이 있는 미량오염물질들은 하천이나 하수처리장 유입수 등에서 검출되는데요. 주로 비스페놀-A와 같은 내분비계 교란 물질, 항생제, 소염/진통제, 제산제, 조영제 등의 의약물질 등 30여 종 이상에 이르고 있습니다.

[앵커]
의약물질 30여 종이 하수처리장이나 하천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이런 의약물질이 체내에 들어왔을 땐 어떤 영향을 주나요?

[인터뷰]
대표적인 것이 환경호르몬이라고 부르는 내분비계 교란 물질에 의한 영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성호르몬을 비롯한 스테로이드계 호르몬 물질의 경우 생식계통에 영향을 미쳐 물고기와 개구리의 암수가 뒤바뀌고 남성의 정자 수가 감소하고 생식능력이 떨어지는 영향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항생제뿐만 아니라 항생제 내성균 및 항생제 내성 유전자까지 하수처리장과 하천에서 검출되고 있습니다. 물론 의약물질의 경우 독성 실험을 통과한 물질이며 환경에서는 매우 낮은 농도로 존재하기 때문에 당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낮은 농도라 하더라도 장기적이고 만성적으로 노출되는 경우에는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하천으로 흘러들어 간 항생제와 같은 의약물질들이 지금 당장은 미량 검출되는 것 같지만, 오랜 기간 노출될 경우 생태계에는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긴데요.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이런 의약물질에 대한 기준은 없는 건가요?

[인터뷰]
아직 우리나라에는 의약물질에 대한 환경규제는 없습니다. 최근 미국이나 유럽 등 환경선진국에서는 하천, 하수처리장, 지하수 등에서 의약물질을 포함한 미량오염물질의 실태조사뿐만 아니라 하수처리시설에서 효율적 제거를 위한 처리기술을 마련하고 규제를 위한 권고기준치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스위스에서는 하수처리장 방류수에 대하여 의약물질에 대한 관리방안과 규제를 위한 수질보호법이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환경부에서 10여 년 전부터 국가 차원의 의약물질 실태조사를 꾸준히 해오고 있으며 의약물질의 처리 방법과 함께 규제 및 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앵커]
아직 우리나라에는 의약물질에 대한 환경 규제가 없다는 점이 상당히 충격적인데, 하루빨리 이런 관리 방안들이 조속히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런데 박사님께서 물 연구를 시작하신 지 한 30년이 됐다고 들었거든요. 물 연구를 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인터뷰]
KIST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88올림픽 이후 사회적으로도 환경오염에 대한 인식이 올라가면서 하수처리시설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되었습니다. 그전까지는 하수 속의 유기물 제거에 관심을 두고 있었고 하수처리시설들도 그에 맞춰져 있었죠. 그런데 질소, 인에 의해 하천에 녹조 문제가 발생하고 물고기들이 폐사하는 사고들이 일어나면서 하천 속의 질소와 인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그때 저희가 개발한 기술이 하수의 질소, 인을 처리하는 키디아 공정입니다. 일반적으로 하수의 유기물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하수에 산소를 공급하여 미생물이 산소를 이용하여 유기물을 분해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질소, 인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다소 다른 방식이 필요합니다.
쉽게 말해서 산소가 있는 조건과 없는 조건을 교대로 만들어줘야 질소와 인이 처리되는데요. 기존에는 여러 공간에 산소가 있는 조건과 없는 조건을 나눠 처리했다면, 키디아 공정은 한 공간에서 시간에 따라 산소를 공급해줬다 끊어주는 시스템을 적용했습니다. 이러면 비용과 부지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요. 현재 키디아 공정은 기업에 이전되어 현재 40여 개의 국내 하수처리장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앵커]
녹조를 발생시키는 질소와 인을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키디아 공정'에 대해 말씀해주셨고요. 최근에 효율적으로 녹조를 처리하는 기술을 개발하셨다고 들었는데, 짧게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네, 분말 활성탄입니다. 녹조 현상은 일사량이 많아지고 수온이 높아지는 여름철에 남조류를 포함한 식물성 플랑크톤이 급격히 증식하는 현상인데요.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고온과 강수량의 감소로 상수원을 비롯한 하천과 호수에서 더욱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녹조가 발생할 때 일부 남조류에서는 냄새 물질이나 독성물질을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물질은 물속에 극히 적은 양만 있더라도 흙과 곰팡이 냄새 등을 발생시킵니다. 이러한 냄새를 만드는 물질과 독소 물질은 일반 정수과정에서는 쉽게 제거되지 않아 고도정수시설 같은 추가적 설비가 필수적인데요. 대규모 정수장의 경우는 이러한 고도정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소규모의 재래식 정수장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재래식 정수장에서도 녹조가 발생하면 분말 활성탄을 투입하여 녹조 유발 물질을 제거하는데, 물질에 대한 흡착속도가 느려 처리 효율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었죠. 그래서 저희는 기존 분말 활성탄을 분쇄하는 비교적 간단한 방식으로 입자 크기를 더 작게 만들어 흡착속도를 높였습니다.

[앵커]
네, 녹조를 제거하고 예방하는 키디아 공정을 비롯해 여러 가지 기술을 설명해 주셨는데, 이런 담수화뿐만 아니라 이미 있는 담수 수자원까지 지키는 데 공헌하고 계시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인데요. 앞으로 연구원님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인터뷰]
사실 과학자에게 있어서 가장 뿌듯할 때는 개발된 기술이 실제 적용되는 것을 보는 것입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 기술들을 개발해 왔고, 그중에는 실제 현장에 적용된 기술도 여러 개 있습니다. 앞으로도 실제 적용되는 기술들을 개발하는 일들을 꾸준히 할 예정이고요. 또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하여 첨단기술인 3D 프린터 기술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3D 프린터 기술을 수처리에 접목해 더욱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들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앵커]
오늘 여러 가지 기술의 발전으로 식수 부족 문제부터 수질 오염까지 대응할 수 있는 박사님의 기술들, 설명을 들어봤는데, 우리나라는 물 부족을 잘 느끼지는 못하지만, 물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나라에 속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런 기술의 발전만큼이나 물 자원을 아끼려는 시민 의식이 뒷받침돼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송경근 책임연구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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