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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기 어려운 고령층…'고령친화식품'으로 해결

■ 김범근 /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

[앵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행복감은 정말 크죠? 하지만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지 못하는 나이가 온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나이가 들면 씹는 기능은 물론 소화 기능도 저하돼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요.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는 '고령친화식품'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한국식품연구원 가공공정연구단 김범근 책임연구원과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음식을 씹고 뜯고 맛보는 즐거움, 엄청나죠.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을 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푸는데 나이가 들면서 먹고 싶은 음식 마음껏 먹기가 힘들죠.

[인터뷰]
네 맞습니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 신체 기능이 저하되고 점점 모든 활동이 힘들어지잖아요. 하지만 먹는 게 부실하면 영양실조라던가 만성질환에 의해 결국 몸에 병이 오게 됩니다.

노인 건강 문제의 많은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 고령친화식품에 대해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죠.

[앵커]
실제로 노인들이 치아가 약화해 소화 기능이 떨어지고 그러면서 '섭식장애'를 많이 겪는다고 들었습니다. 고령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하는데요. 섭식장애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인터뷰]
섭식장애는 크게 3가지(저작장애/연하장애/소화장애)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저작장애는 말 그대로 씹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작장애는 치아 상태의 변화로 인해 초래되는 문제인데요. 치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치아 상태나 여러 가지 기관들이 노화가 됐을 때 치아 결손, 치아변형, 치아 유격 발생(치아 사이 벌어짐) 등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연하장애는 목 넘김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의미합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백남종 교수팀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중 33.7%가 연하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발표되기도 했는데요. 이는 노인 3명당 1명꼴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러한 연하장애를 방치할 경우 영양실조나 폐렴, 탈수 등을 가져와 전신 건강 상태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노년의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트리게 되는데요.

마지막으로 '소화장애'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기관 내에 타액은 물론 위·췌장에서의 소화효소 분비가 줄어들고 연동운동까지 저하되면서 소화 능력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말합니다. 저작장애나 연하장애가 소화장애의 중요 원인이 되기도 하죠.

[앵커]
사실 이런 섭식장애에 시달리는 어르신들이 굉장히 많은데 정부에서도 여러 가지 고령에 대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어르신들이 먹는 먹거리, 섭식장애에 대한 대책은 별다른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이와 반대로 일본은 이미 관련 산업에 대한 발전 속도가 빠르다고요?

[인터뷰]
네, 이미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먼저 2007년 초고령사회에 돌입한 일본은 섭식장애를 겪고 있는 고령자들에게 최적화된 식품, 이른바 '개호 (곁에서 보살피는 것) 식품' 개발을 추진해왔는데요.

개호식품이란 것은 영어로 '케어푸드'라는 것에서 왔고, 이를 일본식 발음을 해서 '개호식품'이라고 되었습니다. 개호식품은 고령자의 식사량 감소로 인해 생기는 영양실조나 탈수증상은 물론 음식을 잘못 삼켜서 발생하는 폐렴까지 막을 수 있도록 개발된 식품을 말하는데요. 연하고 걸쭉하게 만들어서 먹기 쉬운 것이 공통된 특징입니다.

일본에서는 백화점 등에서 개호식품 코너가 따로 있어, 단계별 섭식장애를 앓고 있는 고령자들을 위해 별도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도 영양보충용 식품이나 당뇨식, 환자식 등이 일부 나와 있지만, 고령친화식품은 딱히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인터뷰]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에 노인 인구가 전체인구의 7%를 넘어서며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고, 2017년에는 노인 인구 14.2%를 기록하며 고령사회로 진입했습니다. 그리고 2026년엔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도달될 것으로 예측되는데요.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식품에 관한 법률을 다루고 있습니다.

고령친화식품과 관련된 법령이 지난 2019년이 돼서야 등재돼 제품생산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그간 다양한 연구가 있었음에도 산업적으론 이런 것들이 활성화되지 못한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식품연구원에서 이런 고령친화식품을 개발하면서 노인분들의 섭식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섰다고 들었는데요.

여러 가지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로봇을 사용했다고요?

[인터뷰]
네, 맞습니다. 고령자용 식품은 노인들의 편의성을 높이고, 영양성분도 강화되어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서 노인들이 씹고, 목 넘김을 하고, 섭취에 대한 편의성을 평가하기 위해 '3D 구강 저작 모사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일반적인 측정 장비와 달리 인간의 구강 내에 운동이라던가 다양한 기능들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는 장점을 가졌습니다. 우리가 과자 하나를 씹는다고 해도 앞니나 어금니로만 씹지 않잖아요. 앞니로 베어먹고 어금니로 여러 차례 씹어서 넘기는데요.

이는 저작뿐만 아니라 연하 과정까지 관계가 있거든요. 이런 부분을 평가할 수 있는 장치죠. 또, 구강 내의 치아 상태를 노인들이나 가지고 있는 결손난 치아로 교체할 수 있다면 다양한 부분들까지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리적 특성을 측정하는 장비는 단순히 위에서 누르거나 당기거나 여러 가지 단순한 측정은 가능했었는데, 이러한 모사 시스템을 통해서 이런 복잡한 저작 운동들을 전부 구현할 수 있다, 그리고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데이터들을 확보할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앵커]
네, 로봇을 이용해서 노인들에게 적합한 식품을 만들고자 연구에 활용을 한 건데, 어떤 형태로 개발되는지가 궁금하거든요. 이런 고령친화식품이 왠지 씹기 어려운 원재료들을 좀 부드러운 형태로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떤가요?

[인터뷰]
실제로 섭식장애가 있는 노인들의 경우 육류에 대한 욕구가 높았습니다. 왜냐하면, 단순하게 갑자기 못 먹는 경우가 아니라 서서히 저작이나 연하에 대한 문제가 있어서 이런 것들을 못 먹는 거에 대한 식욕이나 다양한 욕구 불만 등이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또 너무 부드럽게만 하면 육류의 질감이 잘 살지 않잖아요. 최선의 식감과 맛을 찾기 위해서 노인분들을 대상으로 일회성 시식 평가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너무 말랑말랑하다, 씹기에 적합하다.' 같은 의견을 주셨고, 식품에 반영했습니다. 이런 원료에는 육류뿐만 아니라 연근이나 식물성 원료 같은 채소 같은 다양한 식자재도 포함되었죠.

[앵커]
사실 저희 할머니만 해도 틀니를 끼시는데 너무 부드러운 음식을 드셔도 씹는 맛이 없다고 아쉬워하시긴 하더라고요. 그런 분들을 위한 식품이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고령자의 식품 섭취와 소화를 돕기 위해서는 식품의 물리적인 성질을 바꿔야 하는 그런 문제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사용한 기술이 있다고 하는데 어떤 건가요?

[인터뷰]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생긴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부드럽게 만드는 방법이 있고요. 두 번째는 원료를 부순 후 다시 재성형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생긴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부드럽게 만드는 원료로는 닭고기나 오징어, 쇠고기 이런 것들이 있어요. 이런 건 질기고 딱딱하니까 내부를 부드럽게 해줄 수 있는 효소를 실제 음식에 넣어서 부드럽게 만들어 줍니다.

우리 연구팀에선 시중에 나와 있는 22종의 효소 가운데 음식을 가장 부드럽게 만들 수 있는 최적 온도와 시간을 고려해 최적의 효소를 찾아냈는데요. 이 효소를 이용해 음식을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죠. 당근이나 연근 같은 단단한 채소부터 소고기나 닭고기, 돼지고기까지 20여 가지의 식품에 대한 테스트를 마치고 시제품으로 생산한 바가 있습니다.

딱딱한 음식뿐만 아니라 부드러워도 노인분들이 잘 먹지 못하는 게 있는데요. 바로 생선살입니다. 생선 같은 경우엔 딱딱해서 못 먹는 것은 아니고 가시 때문에 목 넘김이 불편할 수 있으므로 효소 반응보단 재성형을 하는데요. 또 배추나 무 같은 채소도 조직 자체에 섬유질이 많기 때문에 효소 반응이 쉽지 않아서 재성형을 통해 해결하고 있습니다.

[앵커]
고령자분들은 먹을 수 있는 음식만 먹다 보니까 영양 불균형이 생길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맛이나 식감 같은 부분도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노인분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인터뷰]
네, 다양한 반응들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식품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맛이겠죠. 아무리 부드럽게 만들어도 맛이 없다면 식품으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희가 개발한 제품 같은 경우엔 맛은 기존의 음식과 큰 차이가 없으면서 일반 식품보다 경도가 약해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습니다.

[앵커]
고령친화식품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황인데요. 앞으로 성장하길 바라면서 고령친화식품이 어떻게 발전하길 바라시는지 앞으로의 계획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우리나라도 2026년이 되면 초고령사회가 된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이 100세 시대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건강수명이 증가하고 있지는 않은데요.

즉, 100세 시대라고 하더라도 80세 이상의 연명을 하기 전까진 병원에 의존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병원 신세를 지면서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죠. 그래서 이런 고령친화식품을 통해서 건강한 삶이 지속하기를 기원하고요. 저희 연구진도 고령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먹는 것이 평생의 즐거움이라고 하는데 오늘 소개해주신 고령친화식품이 그 즐거움을 오래도록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식품연구원 가공공정연구단 김범근 책임연구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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