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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PET병의 놀라운 변신…"환경파괴 주범에서 항생물질 제거 소재로"

■ 정경원 / KIST 물자원순환연구센터 연구원

[앵커]
인간은 물론 지구 상 모든 생명의 근원이 바로 물이죠. 공기만큼이나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인데요. 그런데 이 물에는 눈에 보이지 않은 유해 물질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는 친환경적으로 물속 유해 물질을 제거하는 기술을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물자원순환연구센터 정경원 선임연구원과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우선 물에 들어 있는 유해 물질이라고 하면 대장균, 중금속 이런 것들이 떠오르곤 하는데요. 이 외에도 어떤 유해 물질들이 있나요?

[인터뷰]
바로 말씀드리기 전에 물속에 들어있는 '이 물질'이 어떤 것인지 제가 힌트를 드릴 테니까, 두 앵커님께서 한 번 맞혀보시겠어요? 그럼 힌트 드릴게요. 우선 이 물질은 우리 몸에서 나쁜 세균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앵커]
앞서 유해물질이라고 하셨는데, 우리 몸에 있는 나쁜 세균을 막아준다고요? 잘 모르겠는데요. 힌트 하나만 더 주시면 안 될까요?

[인터뷰]
두 번째 힌트를 드리면요. 이것은 우리에게 약'이 되기도 하지만 '독'이 되기도 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저는 알코올! 술이 생각이 날까요? 알코올 아닙니까?

[인터뷰]
저도 그 의견에 동의하는데, 그것은 아니고요. 마지막 힌트를 드릴게요. '이 물질' 중에 대표적인 것은 푸른곰팡이로부터 찾아낸 '페니실린'이라는 물질입니다!

[앵커]
페니실린이라면 항생제잖아요? 약이자 독이라고 하셨으니까 항생제는 우리 몸에 있는 세균도 막아주면서 유익한 세균까지도 없애니까 그런 말씀을 하셨군요. 그런데 이 항생제가 물속에서 발견된다고요?

[인터뷰]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는 인간뿐만 아니라 소나 돼지, 닭 같은 가축과 심지어 양어장의 물고기에게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분해도가 낮아서 배설물 등을 통해 대부분 항생제가 자연환경으로 그대로 유출되는데요.

영국 요크대 연구진은 사람과 동물의 배변이나 의약품 제조시설, 폐수처리 시설에서 항생물질이 유출돼 토양과 강으로 유입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연구진은 세계 72개국 711곳의 수질을 조사한 결과, 65%에서 항생물질을 검출했으며, 전체의 15.6%인 111곳의 항생물질 농도가 기준치를 넘어섰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세계에서 조사한 결과를 봤을 때는 65%나 항생제가 발견됐군요. 그렇다면 이렇게 물속에서 검출된 항생제는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 것인가요?

[인터뷰]
자연환경에 존재하는 항생제의 가장 큰 문제는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게 되는 '항생제 다제내성균' 이른바 슈퍼 박테리아 출현의 원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항생제 사용률이 높아 슈퍼 박테리아 출현 가능성이 큰 국가로 분류돼 있죠. 슈퍼 박테리아는 다양한 항생제에 적응해 살아남은 변이된 세균인데요.

슈퍼 박테리아에 감염된 인체는 페니실린이 없던 시절의 인류처럼 큰 위험을 맞닥뜨립니다. 항생제를 투여해도 효과가 없기 때문이죠. 2017년 세계보건기구 (WHO)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70만 명이 매년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돼 사망하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항생제가 인류 건강에 이바지한 측면도 분명히 있지만 남용할 경우에는 슈퍼박테리아 출현과 같이 오히려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런 말씀인데요. 그러면 오늘 소개하실 물속에 있는 항생물질을 제거하는 기술. 어떤 것인지 빨리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이것은 저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인데요. 바로 이 버려지는 페트병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앵커]
페트병을 활용한다고요? 이 페트병으로 어떻게 항생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거죠? 감이 도통 오질 않네요. 일단 화면을 보시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인터뷰]
화면에 나오는 이 가루가 물속 항생물질을 흡착하는 것인데요. 이게 바로 '다공성 탄소복합소재'입니다. 이 소재는 작은 가루로 이뤄져 있지만 비표면적이 넓고 표면에 다양한 기능기가 존재해서 오염물질과 효과적으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강한 자성을 갖고 있으므로 흡착 공정 이후에 외부 자기장을 통해 쉽게 분리할 수 있습니다.

이 소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폐페트병에서 '테레프탈산'이라는 물질을 추출해야 합니다. 테레프탈산을 확보하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앵커]
네. 폐페트병을 자르는 모습이네요?

[인터뷰]
반응 효율을 높여주기 위해서 가위로 자른 다음에 믹서기를 이용해서 잘게 갈아줍니다. 페트병 같은 경우에는 테레프탈산과 에틸렌글리콜이라는 물질을 중합해 만든 고분자 물질인데요. 이 테레프탈산만 선택적으로 분리·추출하기 위해 여러 공정을 거치게 됩니다.

[앵커]
지금 어떤 액체를 넣어서 흔들고 있는데, 녹이는 과정인가요?

[인터뷰]
녹여서 얻어진 저 하얀색 물질이 추출한 테레프탈산입니다. 만약에 100% 추출하게 된다면 3g의 페트병에서 약 2.6g 정도의 테레프탈산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앵커]
꽤 많은 양이네요?

[인터뷰]
네, 거의 페트병의 85% 정도 이상이 테레프탈산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럼 이렇게 테레프탈산을 얻게 되면 그다음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인터뷰]
금속이온과 추출한 테레프탈산을 이용해서 다음과 같이 일정한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러면 특별한색을 띠는, 저런 황토색의 특별한 물질을 얻게 되는데요. 추가적인 열처리 과정을 거치면 새로운 형태의 '다공성 탄소복합소재'가 되는 것입니다.

[앵커]
다공성이라고 하면 내부나 표면에 빈틈이 많다. 라는 얘기인데, 여러 과정을 거쳐서 이런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과정을 봤습니다. 이전에는 이 항생물질을 제거하는 기술로 어떤 기술이 쓰였나요?

[인터뷰]
일반적으로 하수에 포함된 일반 세균이나 병원균 등을 없애기 위해서는 수돗물을 생산할 때 쓰이는 오존, 자외선 소독과 같은 고도 처리를 합니다. 이러한 처리를 통해 대장균 같은 미생물뿐만 아니라 항생제까지 어느 정도는 제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하수를 고도처리하는 곳은 전국적으로 드뭅니다. 살균 효과가 큰 오존, 자외선으로 동시 소독하는 하수처리장은 100곳 미만으로 알려졌습니다. 나머지 대형 하수처리장 대부분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자외선 또는 염소로만 간단히 소독하여 방류하고 있어요. 문제는 제대로 처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항생제보다 더 큰 독성을 가질 수 있는 물질이 발생할 수 있죠.

최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공정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실제 적용에 대해서 한계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기존 처리방식으로는 물속에 있는 항생물질을 제거하는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건데요. 그럼 개발한 기술인 '다공성 탄소복합소재'는 이 항생물질을 얼마나 많이 제거하나요?

[인터뷰]
먼저 합성한 저희 소재를 가지고 흡착 가능성 평가를 위해 분석 장비를 통해 검증한 결과 다공성 탄소복합소재 0.01g 주입 시 약 30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90% 이상의 제거 효율을 나타냈습니다. 또한, 흡착소재를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재사용 가능성이 굉장히 중요한 평가요소인데요. 이 소재의 경우엔
흡착과 탈착 공정을 5회 반복하여 재이용해도 초기 성능 대비 약 90% 이상의 흡착 성능을 보임으로써 높은 안정성과 폭넓은 수 처리 적용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앵커]
재활용까지 가능하다고 하니까 정말 놀라운데 물속 정화는 물론 쌓여있는 폐기물을 처리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친환경적인 기술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인터뷰]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분리수거가 굉장히 잘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적인 코로나 사태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폐페트병의 수출길이 막혀 많은 양이 지속해서 쌓여가는 추세입니다.

현재 정부에서 여러 대안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한 달에 2만 톤에 가까운 폐페트병이 발생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결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비록 이번 연구가 원천기술 개발 단계라서 아직은 실용화를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하지만 버려지는 페트병을 이용해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서 물속에 존재하는 항생물질을 제거함으로써 폐기물처리와 동시에 경제적인 측면, 그리고 안전하고 건강한 수자원 확보라는 환경적인 측면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앵커]
얘기를 듣다 보니까 재작년에 우리가 겪었던 재활용 쓰레기 대란도 생각이 납니다. 그때 정말 버려지는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계기가 됐었는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환경파괴의 주범인 페트병을 재활용하면서 또 우리 건강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그런 기술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연구원님의 계획이 듣고 싶은데요?

[인터뷰]
우리의 일상생활이 편해지고 삶의 질이 향상될수록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폐기물은 반드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분리수거된 일회용 알루미늄 캔, 정수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양식장에서 폐기되는 해조류, 농작 부산물 등 다양한 폐기물을 이용하여 물속 오염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고효율 환경 소재를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폐자원을 단지 쓰임을 다한 쓰레기로 인식하지 않고, 새로운 형태의 고부가가치 환경 소재로 전환함으로써 폐기물의 잠재가치를 이끌어 내는 업사이클링을 선도하는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앵커]
네, 오늘 연구원님의 말씀을 들으니까 미래에 대한 희망이 생기는듯한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골칫거리라고만 생각했던 폐페트병이 우리의 미래를 지켜줄 수 있다는 고마운 사실이 정말 놀랍습니다. 앞으로 좋은 소식 기대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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