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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이야기] 한국산 우주전파수신기 '천문학의 본고장' 유럽 수출

■ 정태현 / 한국천문연구원 박사

[앵커]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각종 행사나 학회가 취소되는 일은 천문학계도 마찬가진데요,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우주 전파 수신 시스템'이 해외 수출 계약을 맺는 등 화제입니다.

자세한 내용 '별별 이야기'에서 한국천문연구원 정태현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박사님 어서 오세요. 코로나 19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어떤 모임이나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습니다. 천문학계도 역시 그 여파를 피해 가지 못했다고 들었는데요. 박사님께서 보시는 현재 천문학계의 상황은 어떤 상황인가요?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천문학은 국제적인 교류가 가장 활발한 학문 가운데 하나인데요, 이번 코로나 19 확산으로 국제 교류 및 학술회의들이 대부분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습니다.

한 예를 들자면, 코로나 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직전인 지난 2월 말에 저희 한국천문연구원에서 한-호주 SKA 워크숍이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SKA라고 하는 것은 약 3,000개의 전파망원경을 호주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설치되어서 일종의 초대형 전파망원경을 구현하는 것인데요. 우주의 기원과 진화, 블랙홀, 생명의 기원, 암흑 에너지 등과 같은 연구를 하기 위한 천문학계의 대표적인 국제 공동 협력 프로젝트였습니다.

학술회의가 진행될 예정이었던 바로 전주까지만 하더라도 코로나 19 상황이 괜찮았었는데요. 그런데 갑자기 주말에 자기 220여 명이 증가하고, 그렇게 되면서 호주 과학자들이 우리나라로 오는 비행기를 타고 오다가 중간 공항에서 바로 돌아가거나 인천공항에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원래 계획되었던 회의는 일정을 조정하여 화상회의로 진행했습니다.

[앵커]
그러면서 정말 중요한 천문학계 이슈들이 뒤로 밀린 감이 없지 않아 있을 것 같은데, 작년에 과학계 최고 성과로 꼽히는 것이 블랙홀 관측이잖아요. 올해도 이와 관련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었는데, 코로나 19 때문에 연기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일단 어떤 프로젝트였는지 궁금한데요?

[인터뷰]
지난 2017년 4월 전 세계 6개 대륙, 여러 개의 전파 망원경을 하나로 연결해서 지구 크기만 가상의 망원경을 만들어서 블랙홀을 관측하는 EHT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습니다. 이후 EHT 국제공동연구팀은 2년여 정도의 분석 과정을 거쳐서 작년 4월에 지구에서 약 5500만 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거대 타원은하 M87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 모습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고요.

이 결과는 사실상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이 태양 질량의 65억 배에 달하는 막대한 중력장에서도 성립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EHT 관측 대상은 M87뿐만이 아니라,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태양 질량의 약 400만 배 정도 되는 블랙홀도 있고요. 그 외에도 몇몇 천체들이 있는데요. 2017년 첫 관측 이후, 2018년에는 그린란드의 전파망원경 1개가 더 추가되어 관측이 진행되었고요. 올해 3월 말에 진행될 예정이었는데요. 코로나 19 영향으로 인해 안타깝게도 취소가 되었습니다.

[앵커]
그래도 내년 초에 준비하고 있는 또 다른 관측 캠페인이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내용인지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내년 3월에 미국 애리조나(Kitt Peak)와 프랑스 플래투 드 부르 전파망원경 2개가 추가되어서요. 2017년 첫 관측 당시보다 3개의 망원경이 더 늘어난 총 11개의 전파망원경을 이용해서 관측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EHT 국제공동연구팀은 그동안 지난 2017년과 2018년에 관측한 자료를 더욱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최근 독일 막스플랑크 전파연구소의 김재영 박사가 주도하여서 3C 279라는 블랙홀 주변에서 강력하게 나오는 제트 현상을 가장 선명한 영상으로 관측한 결과가 발표되었는데요, 이것 또한 EHT 2017년에 관측된 데이터를 분석하여서 얻어진 것입니다.

[앵커]
일단 코로나 19 때문에 여러 가지 일정에 차질이 있는데, 내년 3월에는 반드시 관측이 좀 진행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반가운 소식이 있더라고요. 코로나 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상황에서 우리나라 천문학계가 기념할만한 수출을 이루어냈다고 들었습니다.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KVN의 수신시스템이 바로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나라이자 천문학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탈리아에 수출하게 되었습니다. KVN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4개 주파수 대역을 동시에 관측할 수 있는 우주전파 수신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요. 이러한 KVN 시스템의 우수성은 이미 유럽, 호주, 미국 등에 있는 여러 전파망원경이 함께 참여하는 국제 공동 관측 연구를 통해서 그 우수성이 잘 알려져 있었습니다.

특히 이탈리아 국립 천체 물리연구소(INAF) 소속의 전파 망원경들 간의 꾸준하게 블랙홀 관련 공동 관측을 진행해오고 있었고요. 이러한 배경에서, 작년 이탈리아 국립 천체 물리연구소에서 보유하고 있는 전파망원경 3기의 성능을 향상 시키기위한 유럽연합(EU) 과제를 신청했고, 이것이 승인되었습니다.

이 성능 향상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가 수신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인데요, 천문연에서 독자 개발한 초소형 3채널 수신기를 바로 도입하게 된 것입니다. 작년 11월 유럽연합(EU)은 이러한 수신기 도입을 위한 공개 입찰을 발표하였고요, 지난 3월 2일 천문연에 낙찰이 되었습니다. 총 계약 금액은 약 280만 유로 즉, 한화로 37억 원 정도가 되는데요, 천문연은 수신기 3기를 22개월 이내에 제작하여 이탈리아 국립 천체 물리연구소에 공급할 계획입니다.

[앵커]
천문학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탈리아의 우리 기술을 수출했다니까 뿌듯한데요. 이번 수출로 인해서 여러 가지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떤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이탈리아의 전파망원경에 KVN의 수신 시스템이 도입되면, 동일한 시스템으로 KVN과 관측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측 데이터의 획기적인 품질 향상이 예상됩니다. 한-이탈리아 전파망원경을 하나로 연결하면 직경이 9,000km에 이르는 초대형 전파망원경을 구현할 수 있어, 블랙홀 주변에서 발생하는 현상들을 보다 세밀하게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탈리아를 넘어서 유럽과 미국으로도 수출 계약이 체결되기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앞서 설명 중에 이 우주 전파 시스템이 기존 시스템을 조금 더 향상된 것이다 업그레이 된 것이다. 라고 설명해 주셨는데요.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은데요.

[인터뷰]
천문연이 독자 개발한 KVN 4채널 수신 시스템은 마치 4개의 눈으로 우주를 보는 것과 같습니다. 22, 43, 86, 129GHz의 4개 주파수 대역의 우주전파를 동시에 수신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주전파가 지구 대기를 통과하면서 생기는 왜곡 현상을 획기적으로 고정을 해줍니다. 이 시스템이 밀리미터 전파를 관측하는 시스템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7년 EHT 관측 당시 블랙홀 이미지 밝기 검증 자료에 활용됐을 뿐만 아니라 굉장히 우수한 시스템인데요. 한국 우주 전파 관측 망원경에 맞춰 제작하다 보니 유럽의 전파망원경에 설치하기에는 크기가 큰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해외 다른 전파망원경에 쉽게 설치할 수 있도록 수신기의 크기를 줄여달라는 요청에 따라 천문연의 한석태 박사 연구팀은 다시 2015년부터 3년여 동안 연구개발 한끝에, 기존 KVN 수신 시스템을 10분의 1 크기로 줄인 초소형 3채널 수신기 개발에 성공하였습니다.

이 수신기는 기존 4채널 수신 시스템에서 한 채널을 제외해서 3채널로 줄이는 대신에 18GHz부터 최대 116GHz 대역까지 매우 넓은 주파수 대역을 관측할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서, 100GHz 이상의 초고 주파수 관측이 가능하면서도 그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앵커]
여러 면에서 혁신적인 기술을 반영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데 말씀을 듣다 보니까 정말 대단한 연구였던 것 같아요. 수출을 하면서 코로나 19 바이러스도 그렇고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어떤 것이라고 보시나요?

[인터뷰]
네, 실제 수출하는 과정에서 이탈리아가 유럽연합(EU)에 속해 있기 때문에 공개 입찰 방식과 조건들이 유럽연합의 법률과 규정을 따릅니다. 이러한 조건들을 맞추어 가지고, 입찰서를 작성하는 것도 어려웠고요. 세부 문서들이 이탈리아어로 되어있는 것도 많아서, 입찰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난 1월 5일 날 공개 입찰을 마쳤고, 3월 2일 낙찰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인한 이탈리아 상황이 심각하게 악화되면서 계약 체결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현지 변호사를 선임하고 온라인으로 소통하면서 3월 말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이미 계약이 시작되어 본격적인 수신기 설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파망원경 3기가 모두 다른 크기와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천문연의 수신기 팀은 매주 이탈리아 현지 연구자들과 화상회의를 진행하면서 제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앵커]
정말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수십 억 원대의 계약 체계이라는 쾌거를 이루어 내셨는데요. KVN 시스템 앞으로 향후 어떻게 발전해 나아갈지 전망도 궁금하네요.

[인터뷰]
네, 이번에 KVN 수신 시스템을 이탈리아에 수출하는 것과 더불어, 이미 도입한 스페인 예베스(Yebes) 전파망원경을 비롯해서, 핀란드의 메짜호비(Metsahovi), 스웨덴 온살라(Onsala), 독일 에펠스버그 전파망원경 등 유럽에 있는 대표적인 전파 망원경들이 KVN의 수신 시스템 도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KVN은 10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우리 기술로 독자 개발한 시스템이고, 우수한 관측 성능은 이미 KVN-sytle로 불리면서 고주파수 대역을 관측하는 세계 밀리미터 전파망원경의 표준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부터 강원도에 건설하려고 하는 신규 KVN 전파망원경 1기는 이것은 230GHz까지 관측이 가능한 5채널 수신 시스템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전파망원경도 230GHz EHT 관측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주파수 대역을 동시에 관측할 수 있는 KVN의 장점을 바탕으로 블랙홀과 그 블랙홀이 뿜어내는 제트 현상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실상 우리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무선인터넷 표준인 WiFi나 MRI와 같은 첨단 의료 영상 시스템이 전파천문학에서 나왔고요, 코로나 19로 인해 더욱 중요해진 청정실이나, 에어 필터, 보호복 같은 것도 천문학 관측을 위한 우주망원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파생되었습니다. 이처럼 천문학과 같은 순수 기초과학 학문은 겉으로 보기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생활 곳곳에 녹아들어서 우리의 생활을 더욱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KVN 시스템도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를 가져다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앵커]
이 과학에 많은 분야가 있지만, 우주 과학이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기가 가장 어렵다고 들었거든요. 이런 상황에 우리나라 기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고 하니까 가슴이 뿌듯해집니다.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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