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투데이
science 취재파일 바이오 위클리 사이언스 HOT5 사이언스 매거진 별별 이야기 내 몸 보고서 날씨학개론 생각 연구소 과학의 달인 궁금한S

[별별이야기] 유리 우주를 깨뜨린 여성 천문학자 이야기

■ 지웅배 / 연세대 은하 진화연구소 연구원

[앵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을 유리 천장이라고 부르는데요.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천문학계에는 이런 유리 우주가 존재했다고 합니다. 오늘 '별별 이야기'에서는 유리 우주를 깨뜨린 여성 천문학자에 대해 연세대학교 은하 진화 연구소 지웅배 연구원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히든피겨스'라는 영화가 있죠. 캐서린 존슨이라는 여성 과학자가 차별에 맞서 나사 핵심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내용인데. 실제 과거 천문학계에 이런 여성 차별이 존재했었나요?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불과 백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과학계 전반적으로 여성 과학자에 대한 차별이 존재했었습니다. 당시에는 같은 과학 분야라도 어떤 연구를 진행하느냐에 따라서 학문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랐는데요. 쉽게 이야기하면 과학 중에서도 조금 더 고급스러운 학문으로 인식되는 분야가 있었고 그렇지 않은 분야가 있었던 거죠. 마치 과학 연구에 대한 귀천을 구분했던 것과 같습니다. 수학적으로 접근해서 기술화할 수 있는 물리학 분야를 제외한 지질학, 천문학 등 다른 학문은 철학적 사고와 수학적 논의 없이 그저 발품 팔아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비교적 간단하고 대단하지 않은 학문이라는 인식이 있었죠.

그래서 아직 여성 과학자들이 자유롭게 연구에 참여할 수 없었던 그 당시에는 천문학과 생물학 같은 분야에는 여성들에게 작게나마 기회가 있었는데요.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게 여겨지는 분야였기 때문에 문턱이 낮기 때문이었습니다.

[앵커]
단순 차별을 넘어서 여성의 연구 참여까지 제한된 그런 시절이었군요. 그런데 조금의 기회라도 주어졌던 천문학계에서는 여성들이 어떤 일을 할 수 있었을까요?

[인터뷰]
1900년대 초에는 망원경과 같은 관측기기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남성 천문학자 중심의 천문학계에서 조금씩 새로운 고민을 하게 됩니다. 이전까지는 망원경을 통해 관측한 자료가 얼마 되지 않아서 자료를 분석하는 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지만, 관측 기술이 좋아지자 하루만 관측해도 분석할 정보의 양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분석할 양이 많아졌기 때문에 남성 천문학자들만으로는 힘들게 되었는데요.

그래서 당시 하버드 천문대 대장이었던 피커링은 값이 싼 여성 인력을 고용해서 그들에게 데이터 처리 분석 업무를 맡기게 됩니다. 고용된 여성들은 기계가 없던 시절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분석한다는 의미에서 'COMPUTER'라고 불렀는데요. 하늘의 별이 아닌 망원경이 관측한 정보만을 가지고 별을 분석한 겁니다,

[앵커]
그 여성 계산 인력을 부르던 COMPUTER 이라는 말이 지금 우리가 쓰는 컴퓨터라는 말의 어원이 되었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직접 하늘을 보는 게 아니라 사진을 분석하는 건데 어떻게 별을 연구할 수 있었나요?

[인터뷰]
지금은 우리가 디지털 검출기를 통해서 쉽게 별이나 은하의 밝기와 같은 형태 등 다양한 물리량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지만, 과거에는 필름으로 사진을 찍는 것처럼 빛에 반응하는 물질이 발라져 있는 유리 사진 건판을 통해서 별과 은하들의 모습을 남기는 방식으로 관측했습니다. 그렇게 수집된 별의 이미지 지름을 비교하면 그 별의 대략적인 별의 밝기를 구할 수 있는데요. 밝기가 밝아서 빛을 더 많이 방출하는 별은 같은 시간이라도 더 많은 광자를 사진 건판에 남기기 때문에 더 큰 지름의 점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당시 천문학계에서는 다양한 파장을 통해서 빛을 분해하는 분광 관측이 활발했었는데요. 당시 하버드 천문대의 이 여성들도 이 정보를 활용해서 직접 별들의 표면 온도와 화학 성분에 따라 스펙트럼의 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구분하는 새로운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이 체계를 '하버드 분광 분류 체계'라고 부르는데요. 표면 온도가 높은 것에서 낮은 순서대로 별들의 유형을 붙여서 쉽게 별 표면 온도를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이 분류체계는 흔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앵커]
단순히 별의 개수만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별 표면 온도에 따른 분광 분류 체계까지도 발견했군요. 현대 천문학의 열쇠가 되는 발견을 한 여성 과학자도 있었다고요?

[인터뷰]
네. 헨리에타 리비트의 위대한 발견이 있습니다. 당시 리비트는 우리 은하에 가장 가까운 마젤란은하 속에서 별의 밝기가 주기적으로 밝아졌다가 어두워지기를 반복하는 변광성 1,700여 개를 분석하는 일을 맡았는데요. 이 별들을 세페이드 형 변광성이라고 부릅니다.

당시 리비트가 분석했던 이 별은 모두 마젤란은하를 구성하는 별이었기 때문에 지구에서의 거리는 모두 비슷하다고 볼 수 있었는데요. 그래서 밝기가 더 밝은 별이 다른 별보다 더 밝다는 사실을 쉽게 가정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여기서 리비트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별의 밝기의 변동하는 주기가 더 길수록 그 별의 원래 밝기는 더 밝아진다는 사실이었는데요. 게다가 놀랍게도 변광주기와 별의 밝기는 완벽하게 비례하는 단순한 선형 관계를 보였습니다.

[앵커]
차별이 정말 강한 여성 과학자의 혁신적인 성과로 볼 수 있겠는데 이런 리비트의 발견은 현대 천문학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건가요?

[인터뷰]
이 놀라운 발견은 20세기 초 현대 천문학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가장 중요한 발견이었습니다. 천문학에서 가장 중요하고 또 가장 어려운 문제는 별과 은하까지의 거리를 재는 일인데요. 그 당시까지만 해도 많은 천문학자는 우리 은하가 우리 우주의 전부라고 인식하는 '빅 갤럭시' 가설을 믿었습니다. 가끔 밤하늘에서 관측되는 독특한 나선 성운들을 우리 은하에 포함된 작은 가스구름이라고 생각한 거죠.

하지만 일부 천문학자들은 관측되는 그 성운들이 사실 우리 은하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아주 먼 거리의 별도의 은하계라고 주장하는 '아일랜드 유니버스', 즉 섬 우주론 가설을 믿었습니다. 그렇다보니 두 가설 중 어떤 것이 맞을지 고민하게 되는데요. 그걸 증명하려면 우리 지구에서 나선 성운까지의 거리를 직접 측정해서 우리 은하의 전체 크기에 비교해보면 됩니다. 이 나선 성운이 우리 은하의 크기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다면 '유니버스 우주론' 즉 섬 우주론을 증명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바로 리비트의 발견이 이 사실을 증명할 수 있게 도와줬습니다.

[앵커]
그런가 하면 천문학자 허블은 그녀가 "그녀가 우주의 크기를 결정할 수 있는 열쇠를 만들었다면 난 그저 그 열쇠를 가지고 자물쇠에 넣고 돌렸을 뿐이다." 이런 말을 해서 또 명언을 남기기도 했는데 20세기 최고의 발견으로 꼽히는 허블의 법칙에 리비트 법칙이 어떤 영향을 미친 건가요?

[인터뷰]
말씀하신 것처럼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은 가을 하늘의 안드로메다 성운을 관측하던 중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변광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허블은 리비트의 법칙 덕분에 그 별의 변광주기가 며칠인지만 확인하면 그 별의 실제 밝기를 유추할 수 있게 되었죠. 그렇게 구한 절대 밝기와 눈으로 볼 수 있는 실제 밝기를 비교해서 별까지의 거리를 비교하면 그 별을 품고 있는 안드로메다까지의 거리를 구할 수 있게 됩니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허블이 측정한 안드로메다까지의 거리는 우리 은하의 크기를 훨씬 벗어난 아주 먼 거리에 있었다는 사실인데요. 안드로메다 성운은 사실 성운이 아닌 별개의 은하였던 거죠. 실제로 허블은 천문 분야에서 노벨상이 나오면 아마 리비트가 그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아쉽게도 당시에는 천문학을 아직 물리학의 일부 분야로 인정하지 않던 분위기였기 때문에 리비트도 허블도 노벨상의 주인공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사실 잘 모르고 있던 여성 과학자들의 업적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는데, 과거에는 여성 천문학자에 대한 차별이 강하게 존재했다면 요즘은 어떤지 좀 궁금해요. 현재 천문학계에서 여성 천문학자의 위상은 어떤 편인가요?

[인터뷰]
물론 여전히 극복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꼭 과학 분야만의 문제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과학 현장을 비롯해서 많은 산업 전반에 그 흔적이 많이 남아있죠.

최근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서 아주 재미있는 분석을 소개했었는데요. 어린아이에게 과학자를 그려보라 했을 때 과연 아이들은 여성 과학자를 얼마나 그리는지에 대한 분석이었습니다. 불과 2, 30년 전만 하더라도 대다수 아이는 남성 과학자만은 그려왔는데요. 다행히 최근 5년 사이에 아이들이 그리는 여성 과학자들의 그림 비율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연구자들의 젠더 간 임금 격차나 복지 문제 등 다양한 현실적인 이슈 역시 매우 중요하지만 가장 확실하게 연구 현장에서 차별이 얼마나 해소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네이처에 소개된 아이들의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우리가 단순히 여성 천문학자 수에만 균형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대우나 처우 등 질적인 비율 역시 맞추는 것이 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가계부서나 정부 출연연에서 절반 이상이 여성 과학자들의 채용비율이 아직 20%가 안 된 것이 많다고 하는데요. 오늘날에도 여전한 이런 여성 과학자들의 유리 천장이 어서 깨지길 바랍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1.  12:00사이언스 스페셜 <특별기획> ...
  2.  13:00수다학 <117회> (2)
  3.  13:30사이언스 스페셜 산림 파노라...
  1.  [종료] 2021년 YTN사이언스 특집 프로...
  2. YTN사이언스 프로그램 모니터요원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