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투데이

[날씨학개론] 하늘에 흘러 다니는 강 '대기천'…대홍수 부른다


■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하늘에도 강이 있다고 하면 믿겨 지시나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미국 미시시피 강물의 25배나 되는 물이 지구 상공을 떠돌고 있다고 합니다. 하늘 위를 흘러다니는 이 강의 정체는 일명 '대기천'이라 불리는 수증기인데요. 오늘 <날씨학개론>에서 자세하게 알아보겠습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예보센터장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인터뷰]
네 안녕하세요.

[앵커]
말 그대로 '대기 중에 흐르는 강', '대기천'에 대해서 준비해 오셨는데요. 정말 하늘에도 강이 있나요?

[인터뷰]
네, 하늘 위에 흐르는 강이라는 말이 무슨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용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실 텐데, 성경 창세기에도 하늘 위에도 땅 위처럼 물이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하나님이 궁창, 즉 하늘 아래의 물과 하늘 위의 물로 나누셨다'는 내용의 구절인데요. 성서 과학자들은 이 말을 해석하면서 "땅 위에도 강이 있지만 하늘 위에도 땅에 못지않은 강이 흐르고 있다"라고 해석을 했는데요. 실제 하늘에도 거대한 강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1998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의 연구원인 용 주와 리처드 뉴웰이 발견하고 대기천(大氣川·Atmospheric River)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은데, 대기천이라는 게 실제 하늘에 강이 흐르는 것은 아니고요. 정말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엄청난 수증기가 집약적으로 흐르는 흐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캘리포니아 대학 샌디에이고의 스크립스 해양학연구소 소장인 마티 랄프 박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기천은 평균적으로 길이가 1,600km이고 폭이 최대 400km 이상이며 최대 25개의 미시시피 강에 해당하는 양의 물을 운반한다고 합니다.

[앵커]
말씀만 들어서는 상상하기가 어려운데요. 대기천이 어떤 모습인지 준비된 영상이 있나요?

[인터뷰]
네, 준비된 영상이 있는데요. 지금 대륙 위에 뿌연 연기 같은 게 흘러다니는 게 보이시죠? 저게 바로 대기천의 모습입니다. 대기천은 대개 2,500피트에서 5,000피트 높이에서 흐르는데요. 지상의 강들처럼 한 곳에서 일정하게 흐르는 것이 아니라 그때의 기후 상태에 따라 항상 지구 어딘가에서 흐릅니다. 영상은 2017년 2월에 관측된 대기천의 수증기 분포를 색깔별로 나타내는 시뮬레이션이고요. 붉은색으로 갈수록 더 많은 수증기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항상 극지방으로 이동하는 수증기의 90%가 지구 전체에 분포된 약 4~5개의 대기천에 집중되어 전 세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요. 과학자들은 대기천이 북아메리카, 프랑스, 스페인 북부, 포르투갈, 영국, 남아메리카 남동부, 칠레 남부, 동남아시아, 뉴질랜드의 동부와 서부 해안에서 연간 평균 강수량의 절반 이상을 제공한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그냥 구름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수증기 줄기라고 보면 되는군요. 그렇다면 이 대기천이 만들어지는 원리도 궁금한데요. 대기천은 어떻게 생성이 되나요?

[인터뷰]
대기천은 열대 지역에서 강한 상승기류가 있지 않습니까? 공기가 상승하면서 시작되는데요. 적도 부근에서 만들어집니다. 태양은 적도에서 지구를 가장 직접적으로 가열하고, 따뜻해진 온도는 바다에서 물이 증발시키고요. 수증기를 대기 중으로 상승하게 만듭니다. 수증기 중 일부는 대기 순환에 의해 마치 컨베이어 벨트처럼 다른 지역으로 운반하는 좁은 띠를 만들게 됩니다.

[앵커]
대기천은 대홍수 같은 자연재해를 몰고 다니기 때문에 기상학적으로는 상당히 무서운 현상이라고 들었습니다. 듣기로는 허리케인만큼 위협적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인가요?

[인터뷰]
실제로 등급이 있을 정도로 강한데요. 대기천이 해안에 도달하여 산 위로 상승하게 되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급격한 응결 현상으로 강력한 폭풍을 만들고 많은 비와 눈을 내리게 됩니다. 대기천이 강해지면 광범위한 지역에 대홍수와 산사태, 그리고 토사 유출을 가져올 수 있는데요. 허리케인처럼 매우 파괴적일 수 있어서 대기천에도 허리케인과 같은 등급 제도가 있습니다. 허리케인이 위험의 척도에 따라 등급을 매긴 것 같이 대기천도 수증기의 양, 지속 시간, 그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의 정도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 것인데요. 등급은 1단계부터 5단계까지 있습니다. IVT 값이 250㎏을 넘어서면 대기천으로 구분을 하게 되는데, 수증기량에 따라 250~500㎏은 1등급, 500~750㎏까지는 2등급, 750~1,000㎏까지는 3등급, 1,000~1,200㎏까지는 4등급, 1,250㎏부터는 5등급으로 분류가 됩니다.

단, 적은 양의 수증기라도 영향을 주는 시간이 길어지면 등급이 올라가게 되는데요. 이때 아셔야 할 게 등급이 높다고 반드시 위험한 건 아닙니다. 대기천 등급은 유익하거나 위험하거나 둘 다일 수도 있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오랫동안 비가 없던 지역에서 대기천이 오면 가물었던 현상이 해소가 될 수 있습니다. 연구에 의하면 캘리포니아의 연간 강수량의 최대 50%는 대기천에서 나올 수 있고, 대기천은 가뭄을 끝낼 수 있는 충분한 물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합니다.

[앵커]
가뭄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해주기도 하고 반면에 큰 피해가 발생시키기도 한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그렇다면 폭풍과 대홍수를 몰고 온 사례가 있을까요?

[인터뷰]
작년 2021년 10월이었죠. 미국 서부 지역 등이 대홍수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는데요. 강력한 호우와 폭풍으로 주 일부 지역에서는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했으며, 전력 공급도 중단돼 수십만 명이 불편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2021년 10월 24일 북부 캘리포니아와 11월 15일에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를 강타한 대홍수의 대기천 등급 또한 5등급으로 매우 위험한 단계였습니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10월 25일 캘리포니아주의 마린 카운티 산악지대에 최고 280㎜,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도 100㎜가 내렸다고 전했고요. 새크라멘토는 하루에 132㎜의 비가 내리면서 1880년 이후 일일 최고 강우량 기록을 세웠습니다. 캘리포니아주 북쪽 오리건주와 워싱턴주에도 큰 피해가 발생했는데요. 미 북서부의 워싱턴주 북부해안에 있는 킬라유트 공항에서는 706mm의 강우량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미 국립기상청은 열대 태평양 해양에서 형성된 거대한 수증기가 마치 강물 흐르듯 대륙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이라면서 태평양부터 미국 서부까지 8,000㎞에 걸쳐 수증기 터널이 뚫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표현했습니다. 당시 캘리포니아 지역에 형성된 대기천은 최고 등급인 5단계에 해당했는데, 당시 피해가 컸던 원인에 대해 잠깐 설명을 드리면 대기천이 적도 해양을 지나 미 서부 지역 육지에 상륙하게 됐을 때 로키산맥을 만나게 됐고요. 지형적인 영향으로 응결이 더 강하게 발생하면서 대홍수가 발생하게 된 겁니다. 이때 2~3일 동안 내린 강수량의 양이 무려 한 달 치 이상의 강수량이었다고 합니다.

[앵커]
또 작년에 캐나다에서는 대홍수로 국가 비상사태까지 선포했다고 들었는데, 이것도 대기천과 영향이 있을까요?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지난해 11월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는 때아닌 대홍수가 발생했는데요. 11월 14~15일 이틀간 200mm가 넘는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하고, 홍수로 마을과 도로가 물에 잠겨 주민 수천 명이 고립되었습니다. 존 호건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지사는 "이전까지 경험한 적 없는 500년 만의 재난"이라며 주 전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는데요. 저지대와 산지에서는 산사태와 침수 등을 피해 주민 1만8,000여 명이 대피했으며 저지대 목장들이 물에 잠기면서 가축 수천 마리도 목숨을 잃었습니다. 캐나다 최대 항구인 밴쿠버 항으로 이어지는 철도와 주요 고속도로 등도 전면 폐쇄되었는데요. 최소 4명이 사망했고 경제적 피해는 9조 원 정도로 추산됩니다.

당시 캐나다 기상청은 일주일 후 두 번째 홍수를 예상하면서 "21일에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지역으로 '대기천' 현상에 의한 물 폭탄이 예상된다."고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대기천의 영향으로 11월 마지막 주에 미국의 워싱턴주와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는 강력한 호우가 내렸습니다.

[앵커]
여러 가지 피해를 준 사례가 있는데요. 몇 년 전 한반도에서 발생했던 장마 피해도 대기천 현상 때문이었다는 분석도 있던데요. 우리나라에서도 대기천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나요?

[인터뷰]
우리나라에서도 2020년에 극심한 장마 피해가 발생했었는데요. 공주대학교 장은철 교수는 "지구 온난화로 열대, 아열대 지역에서 수증기량이 증가하고 있고, 수증기가 대기천을 통해 이동하며 한반도에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는데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대홍수에 영향을 주는 대기천 연구는 미흡합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대기천 연구에 가장 앞서 있는 미국에서는 미 국립기상청 예보관들이 5일에서 7일 전에 대기천의 영향을 받기 쉬운 지역에 잠재적인 폭우와 홍수에 대한 경고를 발령하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도 그 피해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하니까 대비와 연구와 대비가 필요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1.  23:00사이언스 투데이 오후 (3)
  2.  24:0020세기 사건 TOP101 <4회> (2)
  3.  01:00지구멸망 최후의 날 초강력 ...
  1.  [종료] YTN사이언스 구매 프로그램 공모
  2. [종료] 2022년 YTN사이언스 상반기 외...
science 취재파일 바이오 위클리 사이언스 HOT5 내 몸 보고서 날씨학개론 한 길 사람 속은? 별소리 다 듣겠네 과학의 달인 사이언스 in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