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투데이

[날씨학개론] 해양 생태계 위협하는 극한 현상 '해양 열파'


■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기후 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은 육지 위의 일만이 아닙니다. 바다 속에서도 극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오늘은 바다 생태계를 위협하는 '해양 열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오늘 <날씨학개론> 케이웨더 반기성 예보센터장과 함께 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오늘은 바다 속에서 일어나는 극한 현상, 해양 열파에 대해 이야기해주신다고요?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네, 우리는 육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눈으로 보기 때문에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는데요. 반면에 바다에서 벌어지는 극한 현상에 대해서는 잘 인식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바다에서도 육지 못지않게 극한의 기후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해양 열파가 있는데,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해양 열파는 일명 '바다 폭염', '블롭'으로도 불리죠. 해양 열파란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극단적으로 높은 상태가 수일에서 수개월 동안 지속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기간에 대해서는 아직 통일된 기준은 없고, 대신에 2016년에 호주, 영국, 미국의 과학자 그룹에서 이전 30년 대비 해수 온도가 상위 10%에 들면서 5일 이상 지속된 때를 해양 열파 기간으로 정하자고 제안한 상황입니다.

[앵커]
최근에 지구 온난화로 바닷물의 수온이 상승하면서 해양 열파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해양 열파는 언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 빈도는 어느 정도로 늘어났나요?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네, 일단 해양 열파의 전조가 나타난 것이 2013년 태평양 북동부에서였습니다. 당시 해양학자들은 해양 열파를 '블롭(Blob)'이라고 이름 붙였는데요. 블롭은 원래 프랑스 파리의 동물원에 있는 괴생명체를 가리키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점액질 상태로 존재하는 블롭은 뇌가 없는데도 사고를 하는 독특한 생물체인데, 이를 소재로 1958년에 더 블롭이라는 SF 영화가 만들어지도 했습니다. 영화에서 보면 블롭은 붉은 덩어리 형태의 괴물로 나오는데요.
지금 보이시는 사진처럼 해양 열파가 생긴 바다에는 붉은 얼룩이 나타납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은 이를 "태평양을 요리한 얼룩"이라고 묘사하기도 했지요.
문제는 앞으로 대기 기온이 더욱 상승하는 지구가열화의 영향으로 해양 열파가 더 흔해지고 강해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스위스의 과학자 토마스 프롤리셔 교수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2018년에 해양 열파가 있는 날의 수가 1982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고 발표했는데요. 연구팀은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2.5°C 높은 날이 100일 이상 지속된 때를 해양 열파로 정의했습니다. 연구팀은 현재와 같은 지구 가열화가 계속될 경우 세기말까지 해양 열파가 41배 더 잦아질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해양 열파의 영향권이 더욱 넓어지고 깊어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그리고 해양 열파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지역으로는 동부 열대 태평양, 북극 바다를 꼽았습니다.

[앵커]
해양 열파 현상이 가장 극심했던 때가 2014년에서 2016년 사이쯤이라고 하던데, 당시 북태평양의 해양 열파는 어느 정도였나요?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네, 미해양대기청은 2019년 3월에 2013년부터 발생한 해양 열파의 기후 측면을 분석했는데요. 2013년 가을부터 고기압의 능선이 동태평양을 가로지르는 차가운 겨울 바람을 막았습니다. 이로 인해 태양은 해수면을 점점 더 뜨겁게 만들면서 해양 열파가 시작된 것이지요. 2014-15년 겨울, 남쪽에서 불어온 바람이 걸프만으로 따뜻한 공기를 유입시켜 해수 온도를 높게 유지하게 했구요. 그 바람들은 따뜻한 바닷물을 오레곤과 워싱턴의 해안으로 더 가까이 밀어냈습니다. 여기에 2015년 후반과 2016년 엘니뇨가 발생하면서 해양 열파의 성장을 부채질 한 것이지요. 2015년 여름까지, 그 크기는 두 배 이상 증가하여 멕시코의 바하 캘리포니아 반도에서 알래스카의 알류티아 제도까지 400만 제곱키로미터의 넓이로 확장되었는데요.
지금 나오는 그림은 해양 열파가 가장 강했던 2015년 4월 평년 해수 온도와의 편차도입니다. 붉은색이 짙을수록 평년보다 해수 온도가 높은 것을 의미하는데요. 해수 온도가 가장 높은 곳은 평년보다 6℃ 이상 높은 해양 열파가 발생했습니다. 이 시기에 해양 열파는 이전에는 없었을 만큼 해수 온도가 높았고 그 기간도 길게 이어지면서 많은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앵커]
해양 열파로 바다 수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생태계에도 많은 피해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많은 해양 동물의 피해가 컸다던데,
당시 상황이 어땠나요?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네, 알래스카 남부 해안에 서식하는 대구가 1억 마리 이상 사망했고, 혹등고래의 개체 수가 30% 감소했습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의 프레이저 강으로 돌아오는 수백만 마리의 연어들이 높은 해양 온도 때문에 돌아오지 못했고 미국의 가뭄까지 겹치면서 연어의 95%가 사라졌습니다. 따뜻해진 바다는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면서 물고기의 신진대사를 가속화했으며, 동시에 따뜻한 물이 유입되면서 플랑크톤이 희박해지고 크릴은 감소하였는데요. 이들을 먹고 사는 어린 물고기부터 사라지고 뒤를 이어 상위포식자들이 사라지면서 알래스카 만의 어획량이 급감했지요. 서부 해안을 따라 정어리와 성게가 사라지면서 어업재해선언이 발효 되었구요. 거북, 크릴 새우·기타 해양 동물이 급속도로 줄어들었고, 바다사자 새끼들이 굶어 죽는 경우도 평소보다 10배 늘어났지요. 해조류가 독성을 띠기 시작하면서 미 서부 지역의 조개 채취가 금지되고 꽃게어장이 문을 닫으면서 수백만 달러의 피해를 입기도 했는데요. 이를 먹고 살던 물개, 바다사자가 대량으로 죽었습니다. 바닷새들이 50만 마리 이상이 사망했고, 28마리의 혹등고래와 17마리의 고래들의 시체가 알래스카와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 해변으로 밀려왔습니다.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당시의 해양생물 개체군이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그런데 바다 수온이 상승했다고 해도 정말 피해가 컸던 것 같은데, 해양 열파 외에 다른 요인은 없나요?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네, 초기에는 단순히 해양 온도가 올라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들어와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대(ETH)의 니콜라스 그루버 교수 등이 새로운 관점에서 이 극단적인 사건을 분석해서 2022년 1월에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시간 경과에 따른 해양 열파 발달을 재구성해 당시의 해수 온도와 해수산성도, 그리고 산소 농도를 분석해 본 겁니다.
다음 그림은 1990년부터 2016년까지 해양 열파가 발생한 북동부 태평양 지역의 시계열을 보여 줍니다. 그림을 보시면 2014년부터 2016년 사이에 발생했던 해양 열파는 매우 길고 면적이 강도가 강했던 것을 볼 수 있는데요. 그림에서 핑크색 음영은 해양 열파만의 하나만의 영향일때구요. 빨간색은 해양 열파와 저산소 영향이 결합된 형태를, 파란색은 해양 열파와 해양산성화가 결합된 형태이구요. 초록색은 세 가지 유형 즉 해양 열파와 저산소와 해양산성화가 동시에 발생한 시간을 나타냅니다. 그림을 보시면 해양 열파가 발생한 2014년부터 2015년 사이에는 세가지 유형이 동시에 같이 나타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2015년 7월 폭염이 절정에 달했을 때 극도로 높아진 산성도 및 저산소 상태가 북동 태평양 지역에 광범위하게 퍼졌던 것으로 밝혀내었는데요. 이를 통해 연구진은 미국 서부 해안에서 대량 멸종 사건을 초래한 것은 높아진 수온과 함께 동시에 발생한 저산소와 해양산성화의 조합 때문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연구진은 기후위기가 지속될수록 더욱 강력한 해양 열파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궁금한 게 우리나라는 해양 열파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적 없나요?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앞으로 해양 열파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해안이나 남해안의 경우 바다의 깊이가 얕아서 대기 온도가 상승하면 바로 영향을 받아 고수온으로 변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해안에 설치된 양식장 생물들은 이상 고수온 현상 등이 발생할 때 집단 폐사 하는 경우가 빈번한데요.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14개 품종이 양식되고 있는데, 어업 전체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7%나 된다고 합니다. 이 중에서 김과 미역 양식은 기후 노출도가 크게 나타나 가장 취약해 해양 열파가 발생하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구 가열화에 대비하는 어업 정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오늘 바닷속의 이상기후 해양 열파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우리나라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해 주신 만큼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겠습니다.

<날씨학개론>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네, 감사합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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