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투데이

[날씨학개론] 역대급 '산불' 잇따라 발생…기후변화가 불 지폈나


■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지난 4일 경북 울진에서 시작한 동해안 산불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역대 최악의 산불이 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재앙에 가까운 산불 피해가 난 배경에는 지난 겨울부터 이어진 극심한 가뭄이 있다는 분석인데요.

기후변화로 앞으로 산불이 더 잦아질 거라고 합니다. 어떤 이야기인지 날씨학개론에서 자세히 다뤄봅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지금 산불 현장 모습을 보면 이게 우리나라가 맞나 싶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데요. 지금 피해 현황과 산불이 이렇게까지 커지게 된 원인, 짚어주시죠.

[인터뷰]
네, 지난 4일 경북 울진 지역에서 시작된 산불은 우리 산림에 엄청난 피해를 주었는데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동해안 산불로 인해 7일 오후 10시 기준으로 2만1천800ha에 가까운 산림 피해가 추정된다고 밝혔고요.

피해 면적은 이미 서울 면적(60.5ha)의 3분의 1 이상을 넘어섰습니다. 제가 분석하기로 이번에 동해안 지역의 대형 산불의 피해가 컸던 첫 번째 원인은 가뭄입니다. 올겨울 가뭄이 극심했는데요.

실제 올해 겨울 강수량은 평년 대비 10%대 수준에 그치면서 역대 최저를 기록했지요.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2월 28일까지 전국 평균 강수량은 13.3㎜로, 평년(89㎜) 대비 14.7%에 그쳤는데요. 역대 최저였던 1987년 27.8㎜보다도 14.5㎜ 적고요. 기상청 공식 관측이 시작한 1973년 이후 가장 비가 적게 내린 가물었던 겨울이었습니다.

[앵커]
이번 겨울에 가뭄이 극심했던 원인은 무엇인가요?

[인터뷰]
올겨울에 극심한 가뭄이 들었던 원인은 평년 기압 배치와 다르게 지속적인 고기압 영향을 자주 받았기 때문입니다. 통상 우리나라 겨울철에는 상공 약 5㎞에는 찬 공기를 동반한 기압골 또는 저기압이 북서쪽에 위치해 지상 저기압을 발달시켰고 이 저기압이 한반도를 통과하면서 비나 눈을 내렸는데요.

올해는 기압골이 우리나라 북동쪽에 치우쳐 발달했지요. 다음 그림은 올겨울 기간의 5km 상공 일기도 평균고도장 일기도인데요. 우리나라 먼 동쪽인 캄차캬반도 쪽으로 상층저기압이 위치하고 있고 우리나라 서쪽인 중국에서 몽골 쪽으로 고기압세력이 자리 잡고 있는데요.

이처럼 우리나라 서쪽에 상층고기압이 위치해 있으면 지상 저기압이 잘 발달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동성 고기압 형태로 우리나라를 자주 지나가면서 비나 눈이 잘 내리지 않게 됩니다. 올겨울이 가물었던 이유로 이런 상층에 서고동저형의 기압배치가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앵커]
이례적인 기압배치 때문에 지난겨울 눈과 비가 거의 오지 않았다는 말씀이군요. 우리 소방당국이 총력을 다해 진화에 나서고 있는데, 아직도 불길이 잡히지 않는 건 때마침 몰아치는 바람 영향도 크다고 봐야겠죠?

[인터뷰]
네, 이번 울진, 삼척 대형 산불의 경우 남고북저형의 기압 배치에서 강한 서풍이 불었고 이 바람이 태백산맥을 넘어가면서 가속되면서 불길이 쉽게 번졌고 진화하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대형 산불은 강원 영동 지역에서 거의 발생하는데요.

강원 영동 지역에 대형산불이 발생하는 것은 강풍이라는 기후 조건이 뒷받침해준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봄철 중국에서 한반도로 따뜻한 이동성 고기압이 다가서면 태백산맥 상공에는 역전층이 만들어집니다. 보통은 고도가 올라가면 기온은 떨어지지만, 역전층에선 기온이 올라갑니다.

이런 조건에서 남고북저 형태의 기압계가 만들어지면 서풍이 불게 되는데요. 그런데 서풍은 산맥의 역전층과 산맥 산등성이 사이를 통과하는데 이 과정에서 공기가 압축되면서 공기 흐름이 급격히 빨라지지요.

물리학에서 베르누이 정리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이 바람을 양간지풍이라고 부르는데 이 지역 사람들은 "공기가 산맥을 넘어 동해안을 만나면 마치 수문을 연 댐에서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듯 풍속이 급격히 빨라지면서 강원 영동 지방에 매우 강한 바람이 분다."라고 말하지요.

[앵커]
이번 사태뿐만 아니라 건조한 봄철에 많은 산불이 발생하는 만큼 앞으로도 경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 같은데요. 그런데 통상 봄철에나 집중 발생하던 산불이 요즘 들어 다른 계절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요?

[인터뷰]
아무래도 연중 가장 건조한 달이 3월과 4월이고 바람도 연중 가장 강하기 때문에 봄철에 대형 산불이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산불은 주로 건조한 봄철에 집중되고 있는데요.

산림청에 의하면 2020년 전국에서 일어난 산불은 620건으로, 이 중 355건이 3~4월에 집중되었습니다. 올해도 기상청의 4월 장기 기상 전망을 보면 평년보다 비가 적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때문에 앞으로 4월까지 더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최근에는 5월에도 대형 산불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실제 기후변화로 인해 봄철에 집중하던 산불이 다른 계절로 옮겨가고 있다고 올해 1월 6일에 국립산림과학원이 밝혔는데요. 산림과학원은 온도가 산불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는데, 기온이 1.5℃ 상승하면 산불 기상지수는 8.6% 오르고 2℃ 올라가면 13.5%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아까시나무 꽃 피면 산불이 끝난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5월로 접어들면서 풀이 자라나고 수분이 증가하면서 산불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최근 들어 5월 산불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1년 중 5월에 발생한 산불 비율은 1990년대 6%, 2000년대 7% 수준에 불과했지만 2010년대로 접어들면서 10%대로 높아졌고, 2019년에는 전체 산불 중 15%가 5월에 발생했습니다.

특히 5월에도 100㏊ 이상의 산림이 불타는 대형 산불도 2017년 5월에 2건, 2020년 5월에 1건 각각 발생하는 등 5월에도 대형 산불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5월에도 산불이 늘어나는 이유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산림과학원은 밝히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서태평양 지역의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동아시아 지역의 5월 기온이 올라가고, 이로 인해 만들어진 따뜻한 공기가 산불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는 산림 내 낙엽의 건조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앵커]
이러다 일 년 내내 산불이 나는 건 아닐까 걱정되는데요. 이런 추세가 우리나라만 해당하는 얘긴 아니겠죠?

[인터뷰]
그렇습니다. 작년에 전 세계적으로 대형 산불이 줄을 이었는데요. 그 원인으로는 기후변화가 지목되고 있습니다. 가장 극심했던 산불로는 미국 서부와 캐나다 서부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있습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주었던 산불이었지요.

그리고 북극권의 동시베리아 지역의 대형 산불도 심각했었습니다. 또한, 남유럽 벨트를 잇는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와 북아프리카 지역도 산불로 인한 큰 피해를 입었지요. 여기에 아마존 지역의 대형 산불도 2019년 이후 매년 연례적으로 발생하면서 지구생태계 파괴를 가져왔는데요.

작년 대형 산불의 공통적인 특징은 폭염과 가뭄이었습니다. 미 서부 지역은 120년 만의 극심한 가뭄과 최악의 폭염으로 인해 땅과 나무가 바짝 말라 있는 상태에서 산불이 발생했고요. 시베리아 대형 산불도 극지방의 이상 고온과 가뭄 현상이 영향을 주었고요.

남유럽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산불도 동일하게 폭염과 가뭄이 영향을 주었습니다. 다만 아마존 산불은 인위적인 영향이 컸던 산불이었지요.

[앵커]
폭염과 가뭄이 산불의 위험을 높이는 방아쇠 역할을 했다는 말씀이신데요.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의 피해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고 하던데, 어떤 이야기인가요?

[인터뷰]
네, 지금 지구촌 상황을 보면 미국 남서부 지역에서는 22년째 대가뭄을 겪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1200년 동안 보지 못한 최악의 가뭄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2022년 2월 14일에 과학잡지 네이처에 게재되었는데요.

미국 남서부 지역은 2000년부터 기온이 상승하고 강수량이 줄어들면서 가뭄과 함께 대형 산불이 발생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나무의 나이테를 이용해 서기 8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분석해보니 1500년을 제외하고는 현재의 가뭄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연구팀은 2021년에 이례적으로 가뭄이 심각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지금까지는 가뭄이 심해도 20년이 지나면 완화되었는데 작년에는 오히려 더욱 악화 되었다는 것이지요. 이제는 언제나 가뭄이 끝날지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것인데요.

이뿐만 아니라 다음 그림을 보면 1951년에서 2000년까지의 평균강수량과 작년 강수량을 비교했는데요. 갈색으로 보이는 지역이 작년에 가뭄이 심했던 지역입니다. 대표적으로 가물었던 지역이 북미와 남미, 그리고 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 호주 지역임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 민관 합동 연구 프로젝트인 '가뭄 모니터'는 미 서부 지역의 55%를 가뭄 상태로 분류했는데 2000년부터 2021년까지 미 서부 평균기온이 0.91℃ 상승했는데 이 수치는 1950년부터 1999년까지 50년간의 상승 폭보다 큽니다. 그만큼 기온이 상승하면서 증발량도 많았다는 뜻인데요.

연구팀은 화석연료 연소 등 인간 활동이 기후변화를 촉진시켜 대가뭄도 더욱 극심해졌다고 지적했는데, 이번 대가뭄의 원인 중 42%가 인간 활동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조너선 오버펙 미시간대 환경학부 학장은 "기후변화를 멈추기 위한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훨씬 더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지요.

[앵커]
기후변화의 여파가 눈, 비, 기온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제는 산불까지 더 난다고 하니까 겁이 나는데요.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을 서둘러야겠습니다. 날씨학개론 지금까지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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