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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학개론] 지구온난화에 바다 순환이 느려진다

■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지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바다는 육지와 대기 사이의 열과 습기를 조절하는데요. 그래서 바다의 순환은 지구 기온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최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바다의 순환이 느려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날씨학개론에서는 바다의 해류가 느려지는 문제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바다 순환이 지구 기후를 조절하는 데 큰 영향을 준다고 하는데요. 어떤 이유에서인지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어요?

[인터뷰]
지구는 여러 순환을 통해 열교환을 만들어냅니다. 먼저 대기대순환을 보면 적도지방의 과다한 열을 고위도로 보내고 극지방의 추운 공기를 중위도로 내려 열평형을 이루는데요. 실제 대기대순환보다 지구기후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이 바다대순환입니다. 바다는 지구 면적의 70% 이상을 차지하면서 해류를 타고 전 지구를 순환합니다. 이 해류를 따라 찬물과 더운물이 교환되며 계절과 지역에 따라, 일정한 온도와 기후를 유지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바다의 대순환이 지구기후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데요. 만일 바다대순환이 무너지면 지구는 큰 병에 걸리게 됩니다. 인간이 생존하는 것은 혈액의 대순환 때문인데 만일 혈액이 병들어 순환하지 못하면 재앙이 발생할 겁니다.

[앵커]
바다 대순환이 멈추면서 지구에 빙하기가 찾아오는 이야기를 영화에서도 본 것 같은데요. 현실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인가요?

[인터뷰]
네, 제가 재미있는 예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깨어있어라, 그날이 다가온다!” 기상재앙을 그린 블록버스터 ‘투모로우’의 광고 카피인데요. 영화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급격한 빙하기의 도래가 배경으로, 주인공인 기후학자는 남극에서 빙하 코어를 탐사하던 중 지구에 이상 변화가 일어날 것을 예상하지요. 급격한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남극, 북극의 빙하가 녹고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바닷속 해류의 흐름이 바뀌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그의 주장은 비웃음만 당하는데, 그러나 어느 날 그가 예측한 대재앙이 닥치지요. 세계 곳곳에서는 이전에 없던 극심한 기상재앙이 발생하고 미국의 반 이상이 얼어붙어 버립니다. 정말 이러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일까요? 기후학자들은 가능한 일이라고 말하는데요. 지구의 기상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바닷속 깊은 곳에 흐르는 해류에 변화가 생긴다면 빙하기가 올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앵커]
지구온난화로 지구 기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빙하기가 올 수 있다는 이야기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왜 그런 일이 발생하나요?

[인터뷰]
지구온난화의 역설인데요. 지구온난화로 지구 기온이 상승하는 측면이 있고 그로 인해 빙하기가 올 수도 있습니다. 바다에는 두 가지의 큰 순환이 있는데요. 하나는 바람에 의해 발생한 표층순환(surface circulation, 表層循環)으로, 바다의 표면에 흐르는 해류는 우세한 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넓고 느린 표층수의 흐름입니다.

바다 위로 부는 바람은 바닷물을 천천히 끌어당겨 폭은 넓으나 깊이는 50~100m 정도의 해류를 만들고 이 해류는 순환하면서 지구 전체의 온도를 조절해 주지요. 그런데 바다 깊은 곳에는 표면과 다른 흐름이 있습니다. "바닷속에는 오로지 상상으로만 볼 수 있는 폭포가 있습니다. 북극과 남극의 바다에서는 나이아가라 폭포의 수백 배나 되는 엄청난 물이 우르르 아래로 떨어지고 있어요."

[앵커]
그렇다면 바닷속에 그런 거대한 흐름이 생기는 원리는 무엇인가요?

[인터뷰]
그것은 바닷물이 똑같은 물이 아니라 무겁고 가벼운 물이 있기 때문인데요. 물 안에 소금기가 더 많을 경우 무거워지며 또 수온이 낮을수록 밀도가 커지므로 무거워집니다. 극지방의 경우 날씨가 춥기에 빙하가 많이 생기는데요. 이때 소금은 얼지 않고 물만 얼다 보니 소금은 그대로 바닷물에 남아 있게 되므로 다른 곳에 있는 바닷물보다 염분의 농도가 높아 짜집니다.

또 극지방은 춥다 보니 바닷물 온도가 무척 낮아지지요. 이렇게 염분이 많거나 더 차가운 물은 무거워지므로 아래로 가라앉게 되다 보니 바닷물이 아래로 아래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관측에 의하면 그린란드 해역에서 밀도가 높아진 바닷물이 초당 2천만 톤씩 해저 4,000m로 가라앉는 침강류가 발생하는데요. 우리가 보고 들을 수는 없지만, 너무나 웅장한 폭포가 바닷속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지요.

[앵커]
이렇게 바다 깊숙이 내려간 물이 바다 순환을 만드나요?

[인터뷰]
네, 극지방에서 바닷속 깊이 떨어진 물은 아래에 있던 바닷물을 옆으로 밀어내는데요. 밀려난 바닷물은 적도 쪽으로 방향을 바꿔 느릿느릿 흘러게 되면서 바다 깊은 곳에 해류가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이렇게 이루어지는 순환을 기온과 염분 때문에 생기는 순환이라는 뜻이 담긴 열염순환(熱鹽循環, thermohaline circulation)이라 부르기도 하구요. 혹은 바다 깊은 곳에서 흐르는 순환이 되므로 심층순환(深層盾環, deep sea current)이라고도 부릅니다.

그린란드 해역에서 가라앉은 만들어진 폭 100km가량의 거대한 침강류는 아메리카 대륙을 따라 대서양에서 초속 10cm의 매우 느린 속도로 흘러가다가 남극 침강류와 만나면 두 갈래로 나뉘어 인도양과 태평양으로 흘러들어 가고요. 태평양으로 간 해류는 뉴질랜드를 거쳐 북태평양의 커머디 해구에서 난류와 섞입니다. 한편 대서양의 남쪽 끝에서 해저로 가라앉은 남극 저층수는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서서히 상승하여 상부의 북대서양 심층수와 섞이고 남극으로 되돌아가 남극환류와 합쳐지는데요. 열염분순환 세포들은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처럼 이동하면서 전 지구의 기상현상에 영향을 주는 것이지요.

[앵커]
그럼 바다 깊은 곳을 흐르는 심층수는 지구 기후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인터뷰]
올해 2월 초에 미국에 강력한 한파와 폭설이 몰아닥치면서 미국 가장 남쪽인 텍사스주의 경우 평년보다 30도 이상 낮은 기록적인 한파가 발생했을 때 일부 기후학자들은 빙하기의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했는데요. 이들이 주장하는 근거에는 바로 열염순환의 흐름이 바뀐다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열염순환은 그린란드에서 바닷물이 심해로 가라앉게 되면 멕시코 만류가 북극으로 올라와 보충해주는 역할을 하는데요. 멕시코 난류는 따뜻하기에 북극이 너무 춥지 않도록 하고, 태평양으로 들어간 심층 해류는 적도 부근의 기온이 너무 뜨겁지 않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하지요.

그런데 최근에 지구온난화로 인해 극지방의 빙하가 많이 녹고 있으면서 민물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그렇게 되면 북극해 바닷물의 밀도가 계속 낮아지게 되어 침강류가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는 거지요. 이럴 경우 열염해류의 순환이 약화하면서 어느 순간에 정지될 수 있다고 보는데요. 열염해류가 약화하거나 정지되면 멕시코 난류의 북상도 멈추기에 고위도 지방으로는 강력한 빙하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겁니다. 영화 ‘투모로우’는 바로 이 시나리오를 차용한 것이지요.

[앵커]
열염순환이 멈추면서 빙하기가 온다는 주장에 이론적인 근거가 있나요?

[인터뷰]
네, 이러한 현상이 실제로 일어난 적이 있는데요. 마지막 빙하기 말기이던 1만2천 년 전에 세계는 따뜻해져 가다가 기온이 갑자기 떨어져 2천 년 이상 빙하기가 지속하였던 적이 있습니다. 빙하가 다시 팽창하고, 새로 만들어진 숲은 추운 툰드라 지대로 변했는데요. 이의 원인으로는 애거시(Agassiz) 호수를 이루던 천연 댐이 무너지면서 엄청난 민물이 대서양으로 흘러들면서 발생했습니다. 북대서양 바닷물의 염분 농도가 너무 낮아져 바다 밑으로 가라앉지 않으면서 심해 해류 순환이 중단되었고 빙하기가 닥친 것이지요. 영거드라이아스 소빙하기(Younger Dryas)라 불리는 이 시기의 고기후 분석을 보면 노르웨이 기온은 지금보다 7~9℃ 정도 낮았으며, 남유럽마저도 거의 빙하기로 돌아가면서 엄청난 추위가 닥쳤지요.

[앵커]
그렇다면 또다시 빙하기를 불러올 만큼 앞으로 바닷물 순환이 다시 멈출 가능성이 있나요?

[인터뷰]
지금은 영거드라이아스 빙하기처럼 열염순환을 변화시킬만한 거대한 호수는 없어요, 그러나 지구온난화는 거대한 호수보다 더 무서운데요. 기후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비가 많아지고 육지 빙하가 녹아내리며 해빙이 녹으면서 노르웨이와 그린란드의 해수가 염분이 떨어지고 따뜻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데요. 바로 이런 현상은 열염순환의 거대한 순환을 중지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 이후 열염순환이 멈추면서 빙하기가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미국 국방성 미래예측연구에서는 2030년대에 들어 바닷물순환이 멈출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냈고요. 작년에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는 바닷물의 순환이 점점 느려지고 곧 멈추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기도 했는데요. 연구에 따르면 20세기 중반 이후 해류 순환 속도가 15%나 줄어들었는데요. 이렇게 해류의 속도가 느려진 것은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말합니다.

매년 5천 톤 이상의 그린란드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고, 엄청난 양의 담수가 북극해로 흘러들어 간다는 겁니다. 바닷물의 염도는 낮아지고, 수온은 올라가면서 9천 년 이상 안정적으로 이어져 온 해류 순환에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지요, 당연히 유럽과 북미에는 극심한 추위가 찾아오고, 인도, 남미, 아프리카 등에 영향을 주는 몬순 주기가 바뀌는 극단적인 기상재앙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우리가 갑자기 빙하기를 맞지 않으려면 지구온난화를 저지하는 노력에 더욱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유엔 기후변화 총회를 앞두고 우리도 탄소 감축 목표를 상향했는데요. 우리가 앞서 움직이면서 국제사회에도 협력을 호소해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박순표 (spa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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