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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학개론] 2021년 신축년이 밝았소…소와 관련된 날씨 속담은?

■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2021년 신축년, 흰 소의 해가 밝았습니다. 오랜 세월 농경 생활을 했던 우리 민족에게 소는 친숙하고 각별한 동물인데요. 옛사람들은 소를 보고 날씨를 예측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오늘 <날씨학개론>에서는 '소와 관련된 날씨 속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예부터 '소'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역사와 생활 속에 자리한 동물입니다. 우직하게 일하는 모습 때문에 근면성실하고 선한 이미지, 아주 긍정적인 인식이 강한 동물인 것 같아요.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농사를 짓거나 수레에 짐을 실어 나르는 노역을 하는 뜻의 역우라 하여 소가 인간과 친하게 묘사됩니다. 중국의 노자는 항상 소를 타고 있는 모습이며, 우리나라에서는 목동들이 소등에 걸터앉아 한가롭게 피리를 불고 있는 모습이 많지요. 조선 후기의 실학자 홍만선은 그의 저서 '산림경제'에서 소 등에 타면 좋은 점 세 가지를 들었는데요. '성질이 순하고 둔하여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 않아서 좋고, 진창이라도 가리지 않고 가니 좋으며, 걸음이 느려 길가 풍경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졸아도 떨어질 염려가 없으니 좋다'고 말합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포세이돈이나 제우스 등 최고위 남신을 상징하는 동물로 황소가 자주 인용되고요. 고대 로마의 미트라교에서는 해가 바뀔 때마다 황소를 제물로 바치는 의식을 거행했는데요. 이는 여성인 대지를 비옥하게 하고 땅에 생명을 되돌려주는 남성적 본질을 상징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서양에서 소가 상징하는 것은 남성 다운 힘과 생식능력, 성실함이라고 할 수 있지요.

[앵커]
소가 동서양 모두에게 아주 각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동물이다, 이렇게 알 수 있겠는데, 인류에게 친숙한 만큼 소와 관련된 속담도 많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대표적으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 이런 속담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날씨와 관련된 속담도 많이 있다고요?

[인터뷰]
네. '소가 엉덩이를 서쪽으로 돌리고 있으면 날씨가 좋고, 동쪽으로 돌리고 있으면 비가 온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소는 강한 바람을 정면으로(머리로) 받기 싫어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바람이 세게 부는 쪽으로 엉덩이를 돌려대는데요. 그래서 옛사람들은 바람 부는 날 소의 엉덩이 방향을 보면 바람의 방향을 알 수 있다고 했는데요. 즉 소의 엉덩이가 일종의 풍향계 역할을 했던 것이죠. 소가 엉덩이를 서쪽으로 돌리고 있으면 대체로 맑은 날씨가 되는데요. 우리나라에서의 서풍은 맑은 날씨를 예고하는 고기압 바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소가 엉덩이를 동쪽으로 돌리고 있는 경우에는 기압골의 접근을 예상할 수 있어요. 기압골이 접근하는 경우 바람은 동풍으로 시작해서 점차 반 시계 방향으로 바뀌어 나가거든요. 그러니까 기압골의 영향으로 머지않아 비가 내릴 수도 있죠.

[앵커]
소의 엉덩이를 보고 날씨를 예측할 수 있다, 참 재밌는 얘긴데요. 그리고 '소들이 몰려있으면 비가 온다'는 얘기도 있잖아요. 이것도 과학적 근거가 있는 건가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소는 단시간에 무리 지어 많은 양의 풀을 먹고 나면 그때부터는 되새김질하며 따로 혼자서 노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비가 오려고 하면 다시 무리로 모이는데요. 이것은 기압골의 접근에 따라 온도가 올라가고 기압이 내려가면서 소들이 무력감과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무리 지어 모여있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비가 내리기 전의 음습한 분위기가 되면 소들은 겁을 먹고 다시 무리로 모인다는 거지요. 그런데 이런 특성 때문에 비가 내리면서 번개까지 치게 되면 많은 소가 한꺼번에 죽는 경우도 있습니다.

[앵커]
소들이 비가 무서워서, 그 음습한 기운이 무서워서 같이 모였다가 낙뢰를 맞아서 한 번에 죽을 수도 있다, 이런 얘기를 해주셨는데, 실제로도 이런 사례가 있었나요?

[인터뷰]
동물들이 모여 있다가 벼락에 맞아 죽는 경우가 가끔 발생하는데요, 지금까지 가장 많은 동물이 죽었던 것이 지난 2016년 8월 노르웨이의 한 고원에서였습니다. 이때 고원의 날씨는 비바람이 세계 부는 가운데 낙뢰가 치는 악천후였다고 합니다. 이 고원에는 순록 1만 마리가 살고 있었는데, 폭풍우가 치면 순록들도 소처럼 떼를 지어 모인다고 해요. 그런데 땅 위로 낙뢰가 치자 지면을 따라 아주 높은 전류가 흐르면서 323마리의 순록 떼가 동시에 감전사했습니다. 낙뢰는 직격으로 맞을 경우 가장 위험하지만, 전류가 땅을 통해 전달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낙뢰가 칠 경우 수십 미터 반경에 영향을 주는데, 순록들은 네 발을 땅에 딛고 있어서 지면으로 흐르는 전류를 더 쉽게 흡수한 것이죠. 전문적으로 말하면 보폭 전압이라고 하는데요. 낙뢰로 땅에 전류가 흐를 경우 다리 사이의 전압 차로 인해 몸 안에 전류가 유입되는 것으로 사람보다 다리 사이의 간격이 넓은 네발 동물은 상대적으로 큰 보폭전압이 발생해 낙뢰 사고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때 떼를 짓게 되면 더 위험해지는 것이죠.

[앵커]
동물들이 뭉치면 산다는 생각으로 무리를 지어 다니는 건데, 낙뢰는 오히려 독이 된 사례를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또 소와 관련된 또 다른 날씨속담은 뭐가 있을까요?

[인터뷰]
'오뉴월 소나기는 소 등을 두고 다툰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제가 청주 기상대장 하던 시절의 여름날 오후였습니다. 전투비행장은 약간의 뭉게구름만 떠 있는 맑은 날씨였으나, 남동쪽으로 불과 7마일 (약 11km) 떨어진 공설운동장에는 장대 같은 소나기가 쏟아진 적이 있습니다. 마침 경기장에서는 국제 축구경기가 전국으로 생중계되고 있었는데, 경기 속개가 가능한지 묻는 전화가 예보실에 빗발처럼 쏟아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처럼 동일한 지역임에도 소나기가 오는 곳과 오지 않는 곳으로 나뉘는 특징을 가진 기상 현상이 여름철 소나기인데요. '오뉴월 소나기는 소 등을 두고 다툰다'라는 속담은 여름철 소나기 내리는 지역이 소의 등을 경계로 할 만큼 국지적으로 발생한다는 뜻입니다. 대개 열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는 여름철 소나기는 발생 범위가 작고 지속시간도 그리 길지 않아서 동일 지역이라도 전혀 다른 기상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을 나타낸 속담이지요.

[앵커]
오늘 소와 관련된 여러 가지 속담, 특히 날씨 속담을 알아봤는데, 앞서 얘기 나눈 것처럼 소는 우직하게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는 동물이잖아요. 코로나19로 무척 힘들지만, 소처럼 우직하게 밀고 나가서 꼭 이 위기를 극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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