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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학개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기상 허브' APEC 기후센터

■ 유진호 / APEC 기후센터 본부장

[앵커]
이상 기후 현상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줄이려면 무엇보다 정확한 기후 예측 기술이 필요한데요. 우리나라에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기상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 있다고 합니다.

오늘 '날씨학개론'에서 'APEC 기후센터'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알아보겠습니다. APEC 기후센터 유진호 본부장과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사실 APEC은 아시아·태평양 경제 협력체라고 해서 아마 국민 모두가 알고 계실 것 같아요. 그런데 이 APEC 기후센터는 좀 생소하신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어떤 일을 하는 기관인지 소개해주시겠어요?

[인터뷰]
APEC 기후센터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이상기후 감시 및 예측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제안으로 아태지역 경제협력체인 APEC 회원국의 동의를 거쳐 설립되었는데요. 2005년 부산에 설립되었고, 현재는 기상청 산하 공공기관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러면 이 APEC 기후센터 안에선 어떤 역할을 하나요?

[인터뷰]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이상기후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이런 아태지역 국가들의 기후예측 데이터를 수집, 가공, 재배포하는 국제적인 기후데이터 허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 저감을 위해서 이상기후 감시, 분석 및 이에 대한 예측기술 개발 연구도 함께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회원국과 협력하고 우리나라 기상청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후정보를 적절히 활용하고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의 과학자들과 협력하고 있는데요. 자연재해의 피해가 많은 대만, 필리핀 기상청 등에 대한 기후예측 기술지원, 동남아시아 지역 산불 피해 저감을 위한 조기경보기술을 공동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네, 부산에 APEC 기후센터가 있다는 걸 모르고 있던 분들도 굉장히 많았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기후라는 게 예측하기가 정말 쉽지 않잖아요. 기후예측력을 높이기 위한 APEC 기후센터만의 방법이 있다면서요?

[인터뷰]
기상 그리고 기후예측은 말씀하신 대로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변수도 많고, 현재 과학기술의 수준을 고려할 때 100% 정확한 예측은 어렵습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주요 기상 선진국들에서는 기후예측을 하기 위해서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기상 상태의 변화를 예측하는 기후예측 모델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20여 개 정도의 모델이 현재 운영 중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모델은 미세한 요동이나 관측값의 작은 오차로 인해 날씨 예보가 빗나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APEC 기후센터에서는 각국의 기후예측모델에서 생산한 예측데이터의 모델을 종합해 예측 결과를 도출하는 '다중모델앙상블 기법'을 활용합니다. 현재는 매월 14개 모델에서 얻어진 약 300개의 예측 결과를 활용합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주식 투자를 한다고 할 때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종합해서 투자 결정을 하는 것처럼 기후예측도 다양한 모델의 특성을 고려해 종합적인 예측을 생산한다는 것이죠. 이렇게 생산한 예측은 한 개의 모델을 활용한 예측보다 안정성과 신뢰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앵커]
음악의 앙상블처럼 각국의 데이터를 모아서 더 정확한 예측을 해내는 기술이다, 바로 그게 다중모델앙상블 기법이다, 이렇게 말씀해주셨는데, 그렇다면 이 기술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저희가 생산한 기후예측을 각국의 기상청에서 활용하는데, 기후예측은 피해 예방을 위한 사전 정보로서 준비 체계를 갖추고 인지도를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말씀드리면, 동남아시아 지역은 산불로 인한 미세먼지 문제가 국제적인 이슈인데요. 이러한 산불은 가뭄이 지속하는 시기에 크게 발생합니다. 2018년 말레이시아 학술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APEC 기후센터의 다중모델앙상블 예측이 비교적 정확하게 건조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을 예측하기 때문에 미세먼지에 대한 조기 대응에 활용할 수 있겠다는 내용이 있었고요.

그 이후에도 그와 관련된 단체 등에서 저희 정보를 공유하고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베트남에서는 농림부에서 저희 예측을 이용해 모내기 시점에 대한 정보를 농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 기상청에서 장기예보 생산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앵커]
네,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주셨는데, 기상관측소가 없는 개발도상국 또는 기후 자료를 충분히 분석하는 그런 기관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 APEC 기후센터의 자료들을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건데요. 혹시 또 어떤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추가로 도움을 주고 계신가요?

[인터뷰]
사회적 인프라가 잘 갖추어지지 않은 개발도상국은 같은 기상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선진국보다 더 큰 피해를 봅니다. 그런데 기후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과 개인의 역량이 높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피해가 더욱 가중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우선, 저희는 개발도상국 기상청 및 기후 관련 기관의 역량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판단해 관련한 기술교육과 지원 등을 수행했고, 일부는 저희 센터에서 머물면서 저희 연구진과 함께 해당 국가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면서 인적 역량 개선을 추진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교육과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서 역량을 높이고 있는 건데, 혹시 또 다른 지원 분야가 있다면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실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온라인 기후예측 도구를 개발해 보급하고 지원했습니다. APEC 기후센터의 설립 목적 중 하나인 데이터 허브 역할이 이런 선진국에서 생산한 정보를 개발도상국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일인 것이죠. 특히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태평양 도서국을 대상으로 지역에 특화된 예측기법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부분은 개발도상국과의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의 지원 활동이 일회성 프로젝트로 끝나는 것을 아쉬워합니다. 지속해서 소통하고 함께 추진할 수 있는 부분들을 모색하면서 파트너십을 쌓는 것이 필요한데, 저희는 회원국 실무단 회의, 기술협력 워크숍 등의 자리를 마련해 이러한 네트워킹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앵커]
네, APEC 기후센터가 주변 국가에도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부분들까지 알 수 있었는데, 갈수록 전 세계의 기후변화가 굉장히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본부장님께선 이 기후변화,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인터뷰]
최근 5년이 역대 가장 뜨거웠던 5년을 모두 차지하고 올해는 역대 두 번째 혹은 세 번째로 온도가 높은 해가 될 전망입니다. 북극의 얼음은 올 10월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요. COVID-19로 인해 탄소 배출량이 다소 감소했다고는 하지만, 최근 온실가스 배출 경향은 과거에 예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를 따라가고 있어 이에 대한 전 지구적인 감축 노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또한, 올 초에 있었던 호주지역의 큰 산불, 여름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의 호우 같은 이상기후가 나타나는 원인 중 하나는 과거에 나타나지 않았던 전 지구적인 기후시스템의 상호작용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인도양 해수면 온도의 높은 상승이 연초의 호주 산불에 영향을 주고 다시 북극 고온 현상과 결합해 여름의 동아시아 호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기후예측의 방법 중 하나는 과거 자료를 바탕으로 어떠한 물리적 상호작용을 거쳐서 발생했는지를 분석하고 이를 예측에 활용하는 것인데, 과거의 상호작용과 최근 나타나는 상호작용들이 달라지는 추세라 이상기후 현상은 심각해지고 예측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앵커]
지금이 기후예측의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럼 이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인터뷰]
기후변화는 인류에게 새롭게 부과된 과제입니다. 이 새로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해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이 새로운 해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소통과 협업이라고 생각하는데, 두 분야로 나뉠 수 있습니다.

우선 기술적 소통과 협업이 필요합니다. 특히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서는 기후와 물관리, 기후와 건강 나아가 기후와 산업활동 전반에 걸친 협력이 필요합니다. 기후예측 정보는 물론 불확실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들에서는 이러한 정보를 잘 활용하기 위한 다각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기후정보를 각 분야에서 활용해 이상기후에 대응할지에 대한 해법을 찾는 협력과 노력은 사회의 기후 관련 의사결정을 보다 정교하게 만듭니다. 이런 정교한 의사결정 과정이 있어야 이상기후에 대한 선제 대응이 가능해지고 나아가 새로운 산업영역까지도 개척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협업과 노력 없이는 재해가 발생하고 난 뒤에 후속 조치를 하는 현재의 수준에 계속 남아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갈수록 기후변화를 예측하는 기술도 발전하곤 있지만, 오히려 더 어려워지는 악조건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셨는데요. 마지막으로 본부장님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궁금하고요, 그리고 APEC 기후센터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하길 바라시는지도 한 말씀 부탁합니다.

[인터뷰]
신뢰도 높은 기후예측 정보를 생산해서 이상기후로 인한 경제적 손실의 경감, 인명과 재산의 보호를 통해 우리나라와 물론 아태지역의 번영에 이바지하는 것이 센터의 설립 목적입니다.

이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유용한 기후예측 정보를 생산하는 기술개발이 필요한데요. 기존의 다중모델앙상블 기술은 물론 기후예측모델의 개선과 인공지능기술의 병합 등 예측 기술개발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동시에 다양한 국내외 협력과 소통을 통해 기후정보가 활용되어서 사회의 이상기후에 대한 대응 능력을 더 잘 갖추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나아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후 분야 전문 연구기관으로서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기관으로 발전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앵커]
사실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는 이제 어느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인 문제잖아요. 앞으로 APEC 기후센터가 데이터 허브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주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APEC 기후센터 유진호 본부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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