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투데이

[날씨학개론] "최상위 1% 부유층, 탄소 배출량도 2배 이상 많아"…기후 불평등 시대, 원인과 대안은?


■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지구온난화를 초래하는 온실가스양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기후변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오늘 '날씨학개론'에서 이와 관련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쉽게 말해서 부유층이 극빈층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이런 얘긴데요. 이 말에 어떤 근거가 있나요?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국제구호 개발기구 옥스팜과 스웨덴 스톡홀름 환경연구소는 지난 9월 21일 공동으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9월 15일 온라인 총회로 개막한 제75차 유엔총회를 맞아 지난 1990년부터 2015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사회경제적 격차에 따른 탄소 배출량 차이를 분석했는데요.

지난 25년 동안 전 세계의 최상위 1% 부유층이 배출한 탄소량이 하위 50%가 배출한 탄소량의 2배가 넘는다는 겁니다. 어마어마한 차이이지요.

주로 육상교통과 항공으로 인한 배출이었죠. 실제 부유한 사람과 국가에서 많은 탄소를 배출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난데, 책임은 별로 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죠. 반면 지금 세계적으로 제일 가난하고 힘든 나라일수록 기후변화에 취약하고 고통당합니다. 이런 나라들은 기후변화를 가져오는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하고도 피해는 가장 크게 받는 것이지요.

[앵커]
이제 사회, 경제적 불평등을 넘어서 기후 불평등의 시기가 도래했다, 이렇게 볼 수 있을 텐데, 그렇다면 어떤 나라들이 지구온난화의 피해를 가장 크게 입고 있나요?

[인터뷰]
이에 대한 전망은 세계적인 금융 그룹 HSBC가 수행했는데요. 67개국을 상대로 기후변화의 물리적 충격에 대한 취약성, 극한 기후에 대한 민감도, 에너지원이 바뀔 때 위험에 노출되는 정도 등을 조사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나라로 인도를 지목했습니다. 인도가 관개시설이 제대로 정비되지 못해 기온 상승이나 강수량 감소 등으로 농업 소득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것이죠.

인도를 뒤이어 파키스탄이나 필리핀, 방글라데시 순이었습니다. 반면, 핀란드나 스웨덴, 노르웨이, 뉴질랜드는 기후변화에 잘 대응할 수 있는 나라로 조사됐습니다. 그러니까 선진국은 기후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지만, 가난한 아프리카나 아시아 국가들은 피해를 크게 입는다는 거지요.

[앵커]
그러면 이러한 사회경제적인 격차에 따른 탄소 배출량, 얼마나 차이가 나던가요?

[인터뷰]
1990년~2015년까지 25년 동안 인류는 7,22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습니다. 이는 그 이전의 140여 년간 배출한 7,530억 톤과 비슷한 양인데요. 탄소 배출량이 매년 60%씩 증가한 셈입니다.

그런데 앞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이 같은 배출량은 주로 소득이 높은 개인과 국가에서 집중적으로 배출되었다는 겁니다.
1990~2015년 평균 인구 63억 명 가운데 상위 10%에 해당하는 6억3000만 명이 지난 25년간 배출한 탄소 배출량은 25년 누적 배출량의 52%인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전 세계 인구의 10분의 1이 절반 이상의 탄소를 배출했다는 것이지요. 국가별로는 최상위 1% 배출량의 3분의 1이 미국에서 나왔고, 18%는 중동 국가, 14%는 중국에서 나왔습니다.

[앵커]
지금 전 세계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탄소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그런데 부유층들이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면서 위기를 만들고 있다, 이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2015년 국제사회는 '파리협정'을 통해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시대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줄이기로 했는데요. 그런데 25년간 상위 10% 부자들이 탄소 예산의 3분의 1을 이미 써버렸다는 것이지요. 이들이 걱정하는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현재와 같은 탄소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배출량도 줄이지 않는다면 남은 탄소 예산은 10년 안에 모두 소진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데요. 팀 고어 옥스팜 기후정책 담당자는 "부유한 소수의 과잉소비가 기후위기를 가져오는데 그 대가는 가난한 지역사회와 젊은 세대가 몽땅 짊어지고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이런 심각한 탄소 불평등은 정부가 탄소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경제 성장을 추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네, 그러니까 경제 성장이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그런 산업들로부터 이뤄졌다는 얘긴데, 그러면 탄소 배출을 많이 한 나라일수록 더 부유해졌고, 가난한 나라는 그렇지 못했다, 이런 뜻인가요?

[인터뷰]
지난 50년간 선진국과 후진국 간 경제 불평등이 심화했다는 연구 결과가 2018년에 나왔습니다. 1961년부터 2010년까지 온난화가 165개국의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 분석해 봤는데요. 그랬더니 노르웨이처럼 시원한 기후대의 잘 사는 나라는 더 잘살게 됐고 나이지리아와 같이 더운 나라의 성장 속도는 둔화하였다는 것이죠. 이것은 기온상승으로 노동생산성이 낮아진 이유도 있습니다.

인도의 경우 2010년 실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기온 변화가 없었다고 가정할 때보다 31% 낮은 것으로 나타났고요. 차드,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도 온난화 탓에 같은 해 GDP가 각각 39%, 32%, 29% 낮았던 것으로 추산되었습니다. 반면 기후변화의 영향을 덜 받는 고위도 국가인 아이슬란드의 경제 생산은 기온 변화가 없었다고 가정할 때보다 2배 가까이 많아졌고요. 캐나다와 노르웨이, 핀란드 같은 국가도 온난화로 25∼50%의 이득을 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기온이 오르면서 농작물의 생장 시기가 길어지고 눈보라에 따른 교통마비 현상이 줄어 경제 성장에서 혜택을 받았다는 것이죠.

이에 따라 1인당 경제 생산 최상위권 국가들과 최하위권 국가들 사이의 격차는 기후변화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보다 25%가량 더 벌어진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앵커]
기후변화가 그저 인류의 생존을 넘어서 어떤 나라의 성장에 깊게 관여한다는 부분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기후 불평등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인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나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요?

[인터뷰]
옥스팜 보고서에서 탄소 예산 고갈을 막기 위해 몇 가지 제언했습니다. 먼저 대형 요트나 개인 전용기 등에 부과되는 고급 탄소세와 부유세를 통해 탄소 배출에 적정한 가격을 책정할 것과 항공기 연료 면세자격 혜택 중단, 주택 에너지 효율 개선, 도보 인프라 구축, 여성 및 저소득층 복지 확대 등을 주장했습니다.

반기문 디엘더스 부회장(전 유엔사무총장)은 보고서 서문을 통해 "우리의 경제모델은 기후변화의 원동력이자 불평등의 촉진제였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세계 경제를 보다 지속 가능하고 탄력적이며 공정한 기반 위에 쌓아야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모두가 함께 이뤄내야 할 집단적 책임의 일환으로, 가장 부유한 사람들에 의한 탄소배출 불균형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정말 인상 깊은 서문인데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라도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노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박순표[spa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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