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투데이

[날씨학개론] 농업에 숨어있는 과학원리…청산도 구들장 논의 비밀


■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우리 고유의 난방시설인 구들장을 응용한 청산도 구들장 논. 생존을 위해 농민들이 고민을 거듭하며 만든 농법인데요. 현재까지도 독창적인 기술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오늘 날씨 학 개론에서는 선조의 과학기술과 생활의 지혜가 담겨있는 '청산도 구들장 논'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온돌의 구들장 원리를 활용한 구들장 논이 역사만 해도 약 400년에 달한다고 추정하는데요. 전통농법인 구들장 논 어떤 과학논리가 숨어있나요?

[인터뷰]
청산도 구들장 논은 온돌과 관개기술을 접목한 과학 영농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남 완도군에 속한 작은 섬인 청산도는 벼를 재배하기 어려웠던 곳이었는데요. 이곳에 논농사하기에 어려웠던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경사가 심하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땅이 매우 척박하다는 겁니다. 경사가 심한 문제는 계단식 논을 만들어 일단 해결했습니다. 계단식 논은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것으로 경사가 급한 곳에 만들어집니다.

문제는 토양이었는데요. 모래가 대부분인 사질토양이라 물이 쉽게 빠지고 토양의 영양분이 적다는 겁니다. 논농사는 벼가 물에 잠겨야 할 수 있는 농업이기 때문에 청산도 농민들은 이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했습니다. 바로 '구들장'입니다. 구들장은 우리나라 전통 난방 시스템의 핵심이었는데 최근에 난방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라졌죠. 구들장이란 두께 5~10㎝, 크기 30~60㎝의 얇고 평평한 돌판을 말합니다. 예전에 방바닥에 구들장을 퍼즐처럼 깔아두면 아궁이에서 땐 열기가 구들장 아래를 지나면서 방을 데우는 형태이지요.

[앵커]
구들장을 농업에 이용한다니 전혀 상상이 가지 않는데요. 논에 난방을 떼는 것은 아닐 것 같고요. 어떤 방식을 이용한 것인가요?

[인터뷰]
구들장은 아주 얇고 편편한 판입니다. 구들장 논 역시 이 얇은 판이 핵심입니다. 청산도 농민들이 만든 구들장 논의 단면도를 보면 우선 가장 아래엔 자갈층이 있습니다. 그 위에 크고 작은 돌을 20~50㎝ 높이로 쌓은 다음에 이 위에 편편한 구들장을 올려놓습니다. 구들과 구들의 틈은 진흙으로 메운 다음에 구들 위에 벼가 자랄 수 있는 흙을 30㎝ 정도 깝니다. 이렇게 샌드위치처럼 여러 층을 겹겹이 쌓는 것은 물 때문입니다. 벼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흙이 물을 충분히 머금어야 하거든요. 청산도에선 구들장과 진흙으로 물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한 겁니다. 사실 일 년 동안 비가 일정하게 내리면 문제가 없지만 우리나라는 여름은 습하고 가을은 건조하고 봄철에는 가뭄이 자주 듭니다. 특히 섬의 경우에는 육지보다 더 날씨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안정적인 물 공급이 필요한 것이지요.

[앵커]
그러니까 구들장 논이 몇 중 구조로 되어 있다 보니까 흙이 머금은 수분을 빼앗기지 않도록 계속 유지가 가능한 것인데요. 그러면 안정적인 물 공급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이것은 어떤 방식으로 해결했나요?

[인터뷰]
관개시설입니다. 일반 논은 논 주위를 진흙으로 둘러 관개시설을 만드는데, 구들장 논의 관개시설은 논 아래에 있습니다. 앞에서 구들장 아래에 석축을 쌓는다고 제가 말씀드렸죠. 석축을 쌓을 때 지름 30~50㎝의 수로를 만드는 겁니다. 산 정상부터 물이 흘러내러 오면 계단식 논의 가장 위쪽 논을 적시고 수로를 따라 아래로 차례차례 내려가면서 적십니다. 논 한 필지에 이런 수로가 2~3개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아래에 깔린 자갈층은 보조 수로 역할을 합니다. 즉 물의 양과 흐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렇게 관개수로를 만들어놓으면 기온이 낮아 생기는 농작물 피해인 '냉해'를 막는 효과까지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렇게 척박한 땅에 일군 농토인데도 불구하고 쌀 생산량은 일반 논과 비슷하다고 하네요.

[앵커]
아주 척박한 자연환경을 극복한 선조들의 지혜가 숨어져 있는 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래서 청산도 구들장 논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는데요. 세계중요농업유산은 어떻게 지정되는 건가요?

[인터뷰]
세계중요농업유산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전 세계의 전통적 농업 시스템과 경관, 생물 다양성, 토지 이용체계를 보전하기 위해 2002년에 도입한 제도입니다. 환경과 지역사회에 적응하며 진화된 독특한 토지 이용체계가 선정되고요. 무분별한 개발이나 무관심에 의해 전통 농업활동이 손상되고 있는 상황을 막고 농업유산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농업뿐만 아니라 어업, 임업, 축산 등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세계중요농업유산은 국가의 추천을 받아 입후보지를 등록하고, 유엔 식량 기구가 서류 심사와 현지답사를 거쳐 선정하는데, 2018년 기준 20개국의 50여 개 농업유산이 등재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14년에 청산도 구들장 논과 제주의 밭담이 선정되었고, 2017년에 하동 전통 차 농업, 2018년에 금산 인삼농업, 2020년에 담양 대나무밭 등 총 5곳이 선정되었습니다.

[앵커]
그러면 현재까지 총 5곳의 세계중요농업유산이 지정되어 있다고 설명해주셨는데요. 외국에도 계단식 논이 있다고 앞서 말씀해주셨잖아요. 이 중에서도 유산으로 선정된 논이 있을 텐데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인터뷰]
먼저 세계 8대 불가사의로 불리는 필리핀의 '바나우에 라이스테라스'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필리핀의 소수민족인 이푸가오족은 생존을 위해 험한 산에 계단식 논을 만들어 넓혀 왔는데요. 오로지 맨손으로 해발 1,000~1,500m 고지대에 만든 논의 논둑 길이만 2만2천400여km로 지구 반 바퀴가 넘습니다. 계단식 논을 전망이 좋은 위치에서 보면 마치 웅장한 계단이 하늘로 오르는 듯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요. 이들은 식구가 늘 때마다 논은 자꾸만 산으로 올라가야 했기에 관광객의 눈으로 보면 무릉도원 같아 보이지만 이들 종족에게는 눈물겨운 삶의 흔적이자 현장이기도 합니다.

중국 윈난성 남쪽에 있는 하니족 마을에는 인간의 의지가 만들어낸 눈부신 절경이 있는데 바로 엄청난 계단식 논입니다. 이들은 해발 700~2,000m에 걸쳐 16만6030㎡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의 계단식 논을 만들었는데요. 풍경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될 만큼 아름답습니다. 세계 사진작가들이 좋아할 만큼 아름다운 정경이 펼쳐지는 계단식 논이지만 하니족들에게는 1300년 동안 생존을 위해 쌓아올린 피와 땀이기도 하지요. 지형적 요인 때문에 아직도 소가 논을 갈고 농민들이 직접 손으로 모를 심는 옛 방식 그대로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하네요.

[앵커]
오늘 구들장 논부터 계단식 논까지 화면을 통해서 만나봤는데 생존을 위한 인류의 투쟁이 아름다운 절경을 만들었다는 점이 역설적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박순표[spa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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