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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학개론] 도심 속 블랙홀 '싱크홀'…"과도한 지하수 사용이 원인"

■ 반기성 / 케이웨더 센터장

[앵커]
올여름, 역대 최장 장마가 지속하면서 도심지 곳곳에 싱크홀이 발생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했습니다. 싱크홀은 대형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데요. 오늘 날씨 학 개론에서는 '도심 속 블랙홀, 싱크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외국에서는 거대한 땅 꺼짐 현상이 발생해 뉴스에 나오는 것을 종종 봤는데요. 국내에서도 심상치 않게 땅 꺼짐 현상이 발생하고는 합니다. 이른바 싱크홀이라고 부르죠. 어떤 것을 말하는 건가요?

[인터뷰]
싱크홀은 2018년 1월 지하 안전법 시행에 따라 도로포장 표면에 발생한 단순 포트홀을 제외하고 면적 1㎡ 이상 또는 깊이 1m 이상이거나, 지반 침하로 인해 사망·실종자 또는 부상자가 발생한 경우만 싱크홀로 통계를 잡습니다. 많은 분이 싱크홀과 포트홀을 착각하는데 포트홀은 도로가 파손돼 냄비처럼 구멍이 파인 곳을 지칭합니다. 특히 자동차 운전자에게는 도로의 지뢰라는 별명이 붙은 만큼 교통안전에 치명적인 피해를 줍니다. 이에 반해 싱크홀은 느닷없이 거대한 구멍이 생겨 건물이나 도로가 깊숙한 지하 공간으로 떨어지는 거죠.

[앵커]
국내에서도 싱크홀이 발생하고 있는데, 지난 8월, 경기도 구리의 아파트 단지에서도 지름 10m 이상의 거대한 싱크홀이 생기면서 인근 전기와 가스, 물이 끊긴 적도 있었고요. 지난 9월 서울 금천구에서는 약 5m의 싱크홀이 발생해 운행 중인 레미콘 뒷바퀴가 빠지는 사고도 발생했는데요. 이런 싱크홀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인터뷰]
싱크홀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지하 암반이 오랜 세월에 걸쳐 침식되면서 일어나는 지질학적 원인이 있고요. 두 번째는 많은 물을 지하 대수층에서 뽑아 올려 사용하면서 지하에 공동이 생겨 발생합니다. 먼저 지하 암반이 침식되어 발생하는 싱크홀은 침식작용이 활발한 석회암에 생기기 쉽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의 플로리다는 싱크홀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입니다. 지난 2013년 2월 플로리다주 세프너 지역에 갑자기 주택이 땅 밑으로 꺼지는 바람에 침실에서 자고 있던 30대 남성이 구덩이로 떨어져 숨지는 사건이 있었는데요. 플로리다는 기저 기반암이 대부분 석회암인데 석회암에선 침식작용이 쉽게 일어납니다. 토양 속으로 스며든 물은 기반암을 침식하며 그물처럼 연결된 동굴과 공동을 만듭니다. 그러다 보니까 플로리다 지면 아래에는 석회석 기반암이 있고 이 석회석 기반암은 그 위로 흐르는 물에 의해 수백만 년에 걸쳐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구멍투성이인 기반암을 카르스트 지형이라고 부르는데요. 전 세계 육지의 약 20%가 카르스트 지형입니다. 이 모든 지역에서 사실상 싱크홀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 것이죠. 눈으로 지표면에서 보면 단단한 암석 같지만, 지하 공간은 곳에 따라 텅 비어 있게 되다 보니 일정한 압력을 받게 되면 건물 등이 땅속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앵커]
그러니까 석회암이 지하수에 녹으면서 생긴 공간 때문에 땅이 갑자기 쑥 꺼져버리는 것이 원인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또 지하수를 많이 사용하면 싱크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것은 어떤 것인가요?

[인터뷰]
먼저 대수층에 대해 알아야만 지하수 과다 사용으로 인한 싱크홀 현상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대수층은 물을 보유하고 있는 층을 말합니다. 대수층은 땅 밑에서 물을 저장하는 공간으로 지하수의 통로 및 저수지로의 역할을 하고 있지요. 수천 년에 걸쳐 축적된 지하수들은 매년 눈과 비로 조금씩 채워집니다. 그런데 세계적인 사막화, 가뭄과 함께 물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대수층의 물을 뽑아 쓰기 시작했어요. 전 세계적으로 가뭄이 심한 지역에서는 무분별하게 지하수를 끌어 쓰거든요. 그러다 보니 지하수가 빠르게 고갈되고 있는데요.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와 UC 어바인 대학이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세계 37개 대수층을 분석했더니 전 세계의 주요 지하수가 고갈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37개의 대수층 중에 21개가 임계점(티핑포인트)을 넘어 고갈이 진행되고 있고, 13개 대수층은 고갈이 심각한 상태이고, 8개의 대수층은 물의 자연적인 보충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합니다.

[앵커]
물 사용량이 늘면서 대수층에 있는 지하수까지 끌어쓰다 보니까 지하수 고갈이 심각하다는 것인데요. 그럼 이것과 땅 꺼짐 현상이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인가요?

[인터뷰]
지하수를 너무 많이 뽑아 쓰면 지하 수위가 낮아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지하수가 감당하던 압력을 땅속 공간이 받게 됩니다. 땅속에서는 수직으로 2.5m당 1기압씩 압력이 증가하니까 지하 250m 지점에서는 100기압의 압력을 받아요. 이 압력을 지하대수층 물이 버텨내고 있는데 이 물을 사용해 버리면 땅속 공간이 압력을 버티지 못해 결국 땅이 가라앉게 됩니다. 뽑아 쓴 지하수의 양이 많을수록 싱크홀의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죠.

[앵커]
인류가 과다한 물 사용 때문에 결국 싱크홀이라는 재난으로 되돌아오고 있다고 볼 수 있겠군요.

[인터뷰]
앞에서 플로리다주는 석회암이 많은 지역으로 자연적으로 싱크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런 지반에서 지하수를 많이 사용하면 더 많은 싱크홀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힐스보로 카운티는 겨울철 딸기 주요 생산지인데요. 2010년 겨울에 강한 한파가 닥치자 지하층에 있는 물을 뽑아 올려 딸기가 얼지 않도록 수천만 리터의 물을 사용했습니다. 이로 인해 지하수면은 78%나 떨어졌고 그 결과 플로리다주에서는 싱크홀이 130개나 발생했어요. 인류가 가장 많은 대수층의 물을 뽑아 쓰면서 빠르게 지하수가 줄어들고 있는 지역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 북서부, 파키스탄, 북아프리카 지역인데요. 이 중에 공통점이 있습니다. 심각한 사막화와 가뭄이 닥친 지역이죠. 기후구로는 비나 눈이 조금 오는 건조 기후 지역에 속합니다. 문제는 대수층의 물을 뽑아 쓰면서 싱크홀도 발생하지만, 식수 공급에도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라비아 대수층의 경우 인구 6천만 명에게 물을 공급하고 있는데 뽑아낼 물이 사라지면서 식수난에 처해 있거든요.

[앵커]
하수 과잉사용으로 땅 꺼짐 사고는 물론이고, 식수 부족 문제까지 생길 수 있다는 것인데요. 우리나라에서도 지하수 고갈 때문에 발생한 땅 꺼짐 사고가 있었다고요?

[인터뷰]
2005년 6월 전남 무안과 2008년 5월 충북 음성에서 발생한 싱크홀이 그 예인데요. 놀랍게도 지하수의 물을 뽑아 쓴 곳에서만 싱크홀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멀리 떨어진 곳의 지반도 내려앉습니다. 지하수도 지표 수처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향해 흐르는데, 지하 수위가 낮은 지점에서 물을 많이 끌어 쓰면 높은 곳에 있는 지하수가 이동해 공동이 생기면서 땅이 내려앉게 됩니다.

[앵커]
지하수를 뽑아 쓰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싱크홀 발생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잖아요. 싱크홀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인터뷰]
현대 기술로는 싱크홀이 발생하는 지역을 예측하기가 불가합니다. 모든 땅속에 관측 장비를 넣어 실시간으로 지반이 약해지는 과정을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먼저 석회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지주 보강 작업을 하는 겁니다. 단단한 기반암까지 내려가는 강철 지주를 설치해서 주택의 하중을 지탱하는 것이지요. 만약 땅이 무너져 내리더라도 집은 강철 지주 위에 그대로 남아 있게 되는 건데요. 문제는 한 번 작업하는데 최대 5억 원에 달한다는 겁니다. 개인이 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방법입니다. 지하수를 많이 뽑아 써 지반이 침하 하는 방법을 막는 것은 지하수 과다 사용을 막는 것이고요. 땅속 상황에 대한 정밀한 측정을 통해 싱크홀을 막는 것도 방안입니다. 지반이 약해 보이는 토층의 상태를 스캐닝하거나 지층의 안정성이 의심되는 곳의 조사를 통해 싱크홀을 예방해야 하고요. 최근에는 레이더를 이용해 시설 파괴 없이 지하의 매설물과 강도 등을 측정할 수 있는 '레이더 투과 검사기'도 싱크홀 예방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앵커]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개인이 땅 꺼짐 사고를 예방하는 것은 힘든 일이잖아요.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지반이 약한 지역들을 상시로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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