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투데이

[날씨학개론] "빙하호 30년 새 50% 증가"…어떤 재앙 초래할까?


■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호주 폭염과 대형 산불, 동아시아의 오랜 장마와 호우 등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재해가 어느 때보다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륙의 빙하가 녹으면서 발생하는 빙하호 역시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 '날씨학개론'에서는 이와 관련해 자세한 이야기 함께 해보겠습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빙하가 녹아 생긴 빙하호, 양이 점점 증가해 심각한 상황이라고 들었는데요. 양이 어느 정도입니까?

[인터뷰]
네이처 기후변화 논문에 발표한 미국과 캐나다, 영국 연구진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 빙하호 개수는 1990년보다 53% 증가한 1만 4,394개에 달했습니다. 같은 기간 부피는 48% 늘어난 156.5㎦에 이르렀는데요. 약 30년 동안 빙하호 개수와 덩치 모두 대략 1.5배나 늘어난 것입니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을 위해 25만 4,000여 장의 위성 사진을 확인했는데요. 전 지구 단위에서 빙하호가 얼마나 빨리 늘어나는지, 얼마만큼의 물이 빙하호에 담겼는지 등이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앵커]
1990년부터 2018년이라고 하면 30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인데, 이 기간 동안 빙하호의 개수와 부피 모두 1.5배 정도 늘어났다는 점, 정말 기후변화가 심각하다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빙하호가 증가한 이유가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요?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빙하호는 스칸디나비아반도와 아이슬란드, 남미, 러시아, 캐나다, 네팔 등 빙하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이유는 역시 기후변화입니다. 지구의 평균 표면 온도는 산업화 이전 시기보다 섭씨 1도 상승했지만, 전 세계 산악 지대는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로 따뜻해지면서 빙하가 녹는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지요.

네팔 정부의 연구 관계자는 "네팔의 더 높은 산에서 빙하 지역들이 줄어들었다. 빙하 면적이 줄어든다는 것은 빙하가 흘러내리거나 빙하 호수가 만들어져 물이 어딘가에 갇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인해 빙하호의 형성 속도가 인간의 대응 속도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는 건데요.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한번 빙하호가 증가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지난 30년 동안 1.5배 늘었다면 향후 30년 동안에는 10배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합니다.

[앵커]
방금 지난 30년 동안 1.5배 이상 늘었다, 이런 식으로 말씀해주셨는데, 그럼 빙하호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건데, 구체적인 숫자로는 어느 정도 늘어난 겁니까?

[인터뷰]
2020년 1월, 유엔 개발계획은 힌두 쿠시-히말라야 지역에 3,000개 이상의 빙하호가 만들어졌으며 이 중 33개가 700만 명을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들은 현재 빙하호 용적은 스위스 제네바 호수의 2배에 해당하는 150 입방 킬로미터 이상이라고 말하는데요. 빙하호에 대한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은 히말라야 산맥이며 네팔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ICIMOD)와 유엔국가개발계획(UNDP)이 2020년 9월 지금까지 히말라야에서 확인한 빙하호의 수는 3,624개로 2,070개의 호수가 네팔에 있고, 1,509개의 호수가 중국 타르에 있고, 45개의 호수가 인도에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빙하호 중 1,410개의 호수는 0.02 평방 킬로미터보다 크거나 같으며, 이는 한 번 폭발하면 하류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 빙하호수들은 물리적 기반시설을 훼손하고 하류의 인명 및 생계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서에서는 밝히고 있습니다.

[앵커]
인도나 네팔, 티베트 자치구 등 인근 국가의 산마을, 또 하류 쪽 사람들은 혹시나 이 빙하 호수가 언제 넘칠지 몰라서 그런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 빙하가 녹아서 빙하호가 생겼잖아요? 빙하호가 마을을 덮친 사례도 있나요?

[인터뷰]
네, 가장 큰 비극은 남미 안데스 산맥의 해발 4,562m 높이에 있던 '팔카코차 빙하호'에서 발생했는데요. 1941년, 거대한 눈사태가 빙하호에 쏟아져 내리면서 강한 쓰나미가 발생했고 빙하호를 지지하던 방벽이 붕괴하였습니다. 토양과 암석이 섞인 빙하호의 엄청난 물이 쏟아져 내리면서 산 아래 도시인 후아레스를 덮쳐 4,000여 명이 숨지는 대참사가 발생했는데요. 당시 팔카코차 빙하호의 수량은 약 1,700만㎥에 달했는데 이 양은 올림픽 규격 수영장 6,800개를 채울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빙하 쓰나미는 계속 발생하고 있고 올해 2020년에도 발생했습니다.

2020년 동아시아 지역은 홍수가 극심했는데 히말라야산맥 쪽으로도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5월 말부터 계속된 많은 비로 2020년 6월 25일 티베트 자치구 니우타운의 빙하호 제방이 무너졌는데요. 중국 북서부 환경자원연구소의 연구원은 눈사태가 발생한 후 쓰나미의 홍수봉이 니우타운 하류에 도달해 계곡에 700만㎥가 넘는 물이 쏟아져 내리면서 수많은 인명피해와 기반 시설이 파괴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빙하 쓰나미의 비극은 높은 산맥에 빙하가 있는 곳에서는 다 발생할 수 있죠.

[앵커]
지구온난화로 지구 자체 온도가 높아지면서 눈과 얼음이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산 아래에 있는 주민들은 쓰나미에 대한 위험이 큰 것 같습니다. 특히 네팔 지역의 빙하 쓰나미 위험이 크다고요?

[인터뷰]
네팔은 지금까지 빙하 쓰나미를 22번 겪었습니다. 이 중 12번은 네팔의 빙하호에서 생긴 일이었지만 10번은 티베트에서 발원했습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세기 하반기 들어 힌드쿠시-히말라야에서 빙하 쓰나미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했으며, 요즘 빙하 쓰나미는 힌드쿠시-히말라야 지역에서 2~5년에 한 번씩 일어나는 사건이 되었습니다. ICIMOD에 따르면 네팔 히말라야 44개 호수에 잠재적 빙하 쓰나미의 위험이 있다고 합니다.

농경 생활을 하는 네팔인들에게 빙하로 인한 쓰나미는 청천벽력입니다. 많은 사상자를 낳을 뿐만 아니라 집과 가축을 앗아가고 숲과 농경지를 망치는데요.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척박한 기후조건 때문에 작물 재배가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집니다. 그런데 경사지가 한번 홍수에 휩쓸리면 비나 눈, 바람 등으로 인한 침식 때문에 땅이 불안정해져서 더 이상 작물을 재배하기 어려운데요. 또한, 고산지대에서 중요한 다리나 수력발전 시설 같은 사회적 인프라가 빙하 쓰나미로 파괴되죠.

[앵커]
그냥 한 번 물이 넘치거나 범람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 이후에 재건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정도로 아주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이 드는데, 네팔이 빙하 쓰나미의 위험이 아주 큰 나라라고 말씀해주셨잖아요. 그에 따른 대비도 철저하게 준비돼야 할 것 같은데, 어떤 대비가 있나요?

[인터뷰]
빙하 쓰나미 발생 빈도도 높고 앞으로도 기후변화의 위협을 받고 있는 국가지만 네팔의 대비는 허술합니다. 경보 시스템은커녕 5,000m 고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빙하호 형성에 대해 여전히 모르고 있으며 지방정부도 이에 대한 대책이 없습니다. 위험에 대비하려면 히말라야 빙하와 빙하호의 변동을 추적해야 하지만 인벤토리 구축조차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체계적인 모니터링은 어려운데요. 위험이 알려진 빙하호의 경우 급한 대로 호수의 바닥을 파냄으로써 물 수위를 낮추는 조치가 부분적으로 취해지고 있지만, 험악한 기상과 장비 수송의 문제로 에러가 많습니다. 빙하 쓰나미에 대한 연구는 물론 네팔에 기후변화 적응 정책도 필요한 현실이죠.

[앵커]
빙하 쓰나미도 굉장히 큰 문제지만,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다른 각종 기상 이변도 있을 것 같거든요. 빙하가 녹으면서 생기는 기상 이변, 또 무엇이 있을까요?

[인터뷰]
사실 지금 가장 큰 문제가 북극권 지역, 고산 지역이 지구 평균 기온보다 기온 상승이 빨라요. 고산 지역은 평균 2배 이상 빠른데, 북극권 지역은 최근 들어서 거의 4배 이상 빨라졌거든요. 작년이나 올해 같은 경우는요. 이렇게 많은 얼음이 녹게 되면 어떤 영향을 주냐면, 오늘 빙하호 같은 경우는 산맥에 영향을 주는 것이면 북극 빙하가 많이 녹게 되면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아주 긴 장마가 올 가능성이 있고요, 폭염이 올 가능성도 있고요, 겨울엔 혹한이 올 가능성도 있고요, 미세먼지 농도가 굉장히 높아질 가능성도 있어요. 왜냐하면, 북극 쪽이 굉장히 따뜻해지면서 빙하가 많이 녹게 되면 결국 제트기류가 자꾸 상승하거든요.

그래서 우리나라로 계속 찬 공기가 내려오면 올여름같이 차가워지는 거고, 만약 우리나라로 뜨거운 공기가 내려오면 굉장히 뜨거운 폭염이 오는 거고요. 그렇게 되면 바람 때문에 미세먼지도 굉장히 고농도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기후학자들은 지구에 있는 얼음이 녹는 게 정말 심각하다고 얘길 하죠. 사실 이런 것뿐만 아니고 당장 산악 쪽에 있는 빙하가 녹게 되면 해수면 상승에 정말 큰 영향을 주거든요. 그런 피해까지 있기 때문에, 사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이 그런 부분이기 때문에 문제라고 봅니다.

[앵커]
추가적으로 질문 하나 더 드리면, 북극의 기온이 다른 지구의 평균 기온보다 2배 정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보도가 최근에 나왔습니다. 앞으로 빙하호 문제라든지 기후 온난화 문제라든지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시나요?

[인터뷰]
이미 많은 기후학자는 기후이탈이 2030년경으로 접어들 것으로 봅니다. 기후이탈이란 인류가 기후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말합니다. 그때서부터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기상재앙들이 빈번하게 나타날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10년 정도 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작년부터 북극 지역이 지금까지 2배 정도 기온이 상승해왔는데, 올해는 약 4배 정도 상승했습니다. 이것은 이례적인 기온상승입니다. 기후학자들은 위험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지구 온난화로 인해서 올해 잦은 태풍이나 기상이변, 또한 오늘 이야기한 빙하호까지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네팔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번 빙하호에 대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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