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투데이
science 취재파일 바이오 위클리 사이언스 HOT5 사이언스 매거진 별별 이야기 내 몸 보고서 날씨학개론 생각 연구소 과학의 달인 궁금한S

[날씨학개론] 히말라야 산지에서 발생한 비극, '눈사태'

■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얼마 전, 네팔 안나푸르나에서 등정하던 한국인 교사 네 명이 눈사태로 실종된 사고가 있었죠. 당시 눈이나 비가 오지 않은 건기로 비교적 안전한 시기였는데도 불구하고 눈사태가 발생한 원인은 무엇일까요? 오늘 <날씨학개론>에서는 히말라야 산지에서 발생한 비극, 눈사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한국인 4명이 트레킹 도중 눈사태를 만나 실종된 지 벌써 열흘이 넘었습니다. 기상악화로 수색이 잠정 중단된 상태인데요. 현재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어떤 상황인가요?

[인터뷰]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한국인 교사 4명이 실종된 지 8일째였던 지난 24일이었죠. 모든 수색이 잠정 중단됐다고 일단 발표가 됐는데요. 외교부 신속대응팀에 따르면 "사고 현장의 기온이 영하 15도~19도, 매우 춥고 눈이 내려서 현장 상황이 어렵다"라고 답을 했는데요.

강추위에 눈까지 내리면서 수색 대원들이 버티기 힘들다, 또 드론 배터리가 방전되고 구조견들은 얼음이 털에 달라붙어 움직이기 어렵다. 따라서 냄새도 맡지 못한다. 또 눈 속에서 열을 감지할 수 있는 드론수색팀을 이끌던 산악인 엄홍길 대장도 귀국길에 올랐죠. 엄 대장도 "실종자는 평균 10m 깊이 아래에 묻혀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고 눈이 녹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네팔 현지인들에 따르면 날씨가 맑으면 2주 안에 눈이 약간 녹을 수 있지만, 눈이 많이 녹으려면 한 달에서 몇 달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앵커]
최대 몇 달까지 나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정말 애가 많이 탑니다. 빨리 눈이 녹아서 조속히 수색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요. 그렇다면 먼저 이런 안타까운 사고를 초래한 눈사태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눈사태가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인터뷰]
일단 이 눈사태는 사면에 쌓인 눈이 갑자기 대량으로 미끄러져 내리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산의 사면에 쌓여있던 눈은 중력에 의해서 미끄러져 내리려고 하는 힘이 있어요. 이 힘이 눈 밑면의 마찰저항력 등 눈의 역학적 강도보다 더 커질 때 눈사태가 일어납니다.

다음 그림은 눈사태의 발생과 이동, 그리고 실종지역을 잘 보여주는데요. 눈사태는 경사면에서 가장 변동이 큰 곳의 균열부에서 시작해서 계곡을 따라 이동한 후 눈의 이동이 멈추는데요. 실종자의 대부분이 바로 이 눈의 이동이 멈추는 곳에 매몰되었습니다.

[앵커]
쌓인 눈이 경사면을 따라 무너져내리는 게 눈사태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럼 눈이 어떤 요인들 때문에 미끄러져 내리는 건가요?

[인터뷰]
일단 여러 가지가 있죠. 기온과 습도 같은 자연적 요인도 있고요. 강수나 소리 등의 외부적 요인도 있습니다. 또, 벼랑 끝에 얼어붙은 눈 더미나 나뭇가지에서 떨어진 조그마한 눈덩이가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간혹 조류나 야생동물의 발길에서 시작하기도 하는데, 가장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요. 쌓여있던 눈 위에 수십 cm의 눈이 내릴 때입니다.

눈의 맨 아래는 서리로 덮인 눈 층이 있고요. 그 위로는 얼음층이 있는데요. 맨 위쪽에 새로 내린 눈이 20~30cm 높이로 쌓여 있다가 맑은 날씨나 난기로 인해서 기온이 상승하면서 하부와의 경계면에서 쌓인 눈이 미끄러지면서 눈사태가 발생하는 것이죠.

이번 히말라야 눈사태도 바로 이 경우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네팔 당국자들의 말에 따르면 계곡 깊이는 50~100m가량인데, 이곳에 눈과 얼음이 쌓인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얼음층 위에 새로 많은 눈이 쌓인 상태였고, 그게 바로 눈사태로 이어진 것이죠. 특히, 이 지역은요. 12월과 1월에 많은 폭설이 내렸어요. 또 사고가 났던 날도 많은 눈이 내렸다고 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말씀을 정리하자면 눈 위에 눈이 내렸을 때가 가장 위험하다고 볼 수가 있겠는데요. 그런데 경사가 급할수록 이 눈사태가 더 잘 일어날 것 같은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들었습니다.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눈사태는 경사각이 30~50° 정도, 이 사면에서 가장 잘 발생합니다.

이번 히말라야 눈사태가 난 지역 사진을 보니까 경사면이 약 40° 정도 되는 것 같더라고요. 이보다 더 급한 50° 이상의 급사면 혹은 25° 이하의 완사면의 경우 눈사태가 잘 발생하지 않아요.

겨울이면 자주 이용하는 스키장 슬로프도 30˚ 전후기 때문에 눈사태가 가장 많이 발생하죠. 그래서 주의를 하셔야만 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자 그럼 만약에 이렇게 눈사태가 발생했을 경우에 생존 가능성은 얼마나 될지 궁금하고요. 또, 대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터뷰]
일단 눈 사이에도 공기가 있고, 어느 정도 공기가 통하고 있기 때문에 숨을 쉴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눈사태에 묻혀도 얼른 파내면 살 수 있습니다. 대개 5분 이내에 구조되면 90% 생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요. 한 45분까지도 50% 정도 생존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 2시간 정도가 지나면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죠.

만약 눈사태에 매몰된다면 양손을 가슴과 얼굴 쪽으로 엇갈리게 감싸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셔야 합니다. 신체 일부를 눈 밖으로 내밀 수 있다면 구조 가능성이 크게 커져서 구조를 요청하고, 만약 완전히 매몰되었다면 체력을 소모하기보다 구조를 기다리는 게 좋습니다.

[앵커]
눈으로 뒤덮였다는 게 생각만 해도 정말 막막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히말라야가 10월부터 5월까지 눈이나 비가 잘 오지 않는 건기라고 들었는데 이렇게 건기에 눈사태가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터뷰]
안나푸르나 날씨가 지난 몇 년 동안 기상이변에 가까울 정도로 거칠어졌다고 그래요. 그래서 매우 위험해졌다고 산악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는데요.

올겨울에는 이례적으로 눈과 비가 많이 내렸죠. 히말라야와 가장 가까운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의 경우 12월 강수량을 보면요. 평균 강수량이 한 14mm 정도 돼요. 작년 12월은 무려 38mm의 비가 내렸거든요.

그러니까 평년보다 2.5배나 많은 눈, 비가 내렸던 것인데 이처럼 네팔에서는 이상기온이 많이 발생하고 있고요. 지구온난화로 만년설이 녹으면서 비교적, 이번 사고가 났던 지역이 낮은 지대에 있던 트레킹 코스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이런 곳도 매우 위험해지게 되는 것이죠.

[앵커]
결국, 기상이변으로 인한 눈사태, 지구온난화가 초래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그런데 눈사태는 자연재해이기 때문에 언제든 발생할 수 있을 텐데 우리가 예방할 방법은 없을까요?

[인터뷰]
사실 눈사태로 인한 등산자의 조난을 막을 절대적인 방법은 없죠. 다만 많은 양의 새로운 눈이 쌓인 날, 이런 날은 등산을 피하고요.

또 산에서 야영할 때는 산간의 얕은 골짜기의 본줄기에서 되도록 좀 먼 장소를 선택하는 것이 좋고요. 또 눈사태가 일어나기 쉬운 비탈면을 오를 때는 새로 내려 쌓인 눈의 안정 상태를 꼭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눈사태가 잘 발생하는 지형이 대개 V자형 암벽과 협곡을 이루고 있거나, 경사진 사면이 길게 이어지는 지형 같은 곳, 이런 곳은 피하시는 것이 좋고요.

그리고 대부분의 눈사태는 매년 비슷한 장소에서 반복되기 때문에 눈사태가 반복되는 지형에 대한 정보는 사전에 입수해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분이 히말라야에 오르게 될 텐데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앵커]
오늘 눈사태가 무엇인지, 왜 일어나는지, 자세히 알아봤는데 사실 말씀을 들으면서도 계속 안나푸르나에 있는 실종자들이 생각이 나서 애가 많이 탑니다. 하루빨리 좋은 소식이 들려왔으면 좋겠네요.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1.  19:00사이언스 투데이 오후 (2)
  2.  20:00야생의 강자 적자생존 (본)
  3.  21:00애니멀 시그널 <16회> (본)
  1.  [종료] 2021년 YTN사이언스 특집 프로...
  2. YTN사이언스 프로그램 모니터요원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