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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학개론] 가을 속담으로 알아보는 '날씨 이야기'

■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지난 주말, 선선해진 날씨로 산을 찾는 분들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특히, 산등성이마다 울긋불긋한 단풍이 내려앉아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변화가 뚜렷한 계절인 만큼 가을과 관련한 속담이 다양한데요.

오늘 '날씨학개론'에서는 날씨와 속담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케이 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앵커]
우리나라 속담에는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가 담겨있다고 하는데요. 가을과 관련한 속담 중에 '귀뚜라미가 힘차게 울면 날이 따뜻하다.' 이런 속담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고요?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가을을 잘 알려주는 곤충이 귀뚜라미이지요. 옛날에는 고향을 멀리 떠날 때 귀뚜라미를 가지고 다니는 그런 사람도 있었다고 해요.

귀뚜라미 소리를 쭉 들어보면 초가을에는 아주 힘차게 울던 귀뚜라미가 늦가을로 접어들면 울음소리가 상당히 작아집니다. 이게 왜 그러냐면 말이죠. 귀뚜라미는 냉혈동물이기 때문에 체온은 항상 주변 온도와 같아요. 그래서 기온이 높아지면 활기가 넘치지만 반대로 기온이 낮아지면 위축되는 것이지요. 귀뚜라미는 앞날개에 50~250개의 이빨 같은 것이 돋아나 있는데요.

이것들이 서로 엇갈리면서 아름다운 울음을 만들어냅니다. 귀뚜라미가 가장 활동적이며 아름다운 소리를 낼 때의 기온이 24℃ 정도라고 합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9월경이죠. 외국의 곤충학자들이 조사해보니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는 기온에 따라 일정한 법칙이 있다고 합니다.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를 14초 동안 세고 40을 더하면 그때의 화씨온도가 바로 그것이라는 것이죠. 예를 들어서 귀뚜라미가 14초 동안에 서른다섯 번을 울었다고 한다면 화씨온도는 75도가 되거든요. 이를 섭씨온도로 환산하면 24도가 됩니다.

[앵커]
정말 이 속담에 과학적인 근거가 있었네요. 신기한데요. 옛 선조들이 또 북쪽으로부터 날아오는 두루미를 보고도 그해 가을 기온을 예측했다고 하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인터뷰]
그렇죠. '두루미가 일찍 날아오면 늦가을이 춥지 않다'가 이게 바로 그 속담이죠.
시베리아에서 지내던 두루미가 우리나라로 날아오는 10월 하순은 차고 건조한 성질의 시베리아 고기압이 발달하면서 지상에서부터 상층까지 우리나라 쪽으로 북서풍 혹은 북풍이 불어 내립니다.

두루미는 이 북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날아와요. 등 뒤에서 불어주는 강한 북서 계절풍을 이용해 시베리아의 아무르강 유역에서부터 1,500km 이상 떨어진 우리나라까지 그리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바람에 실려 날아오는 것이죠.

[앵커]
그런데, 이 속담처럼 두루미가 일찍 날아오면 늦가을이 춥지 않은 이유는 뭔가요?

[인터뷰]
두루미는 대개 10월 하순경에 날아오는데, 시베리아의 대륙성 기단이 빨리 발달한 해는 두루미가 우리나라로 날아오는 것도 굉장히 빨라지게 되겠죠? 일반적으로 시베리아 기단은 방출기가 있고 축적기가 있습니다. 이를 정기적으로 반복을 합니다. 두루미가 많이 날아오는 시기가 시베리아 기단이 찬 공기를 내보내는 방출기라고 한다면, 그 이후의 시베리아 기단은 찬 공기를 모으는 축적기에 들어가요.

하지만 11월은 본격적으로 차가운 공기가 만들어지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이기 때문에 축적기는 대개 한 달 정도 걸립니다. 그러니까 두루미가 일찍 날아온다면 그 해는 기온이 한 달 정도, 그러니까 늦가을은 춥지 않다는 것이죠. 그래서 두루미는 기상대에서 계절의 빠르고 늦음을 측정하는 지표 동물로 지정되어 있기도 합니다.

[앵커]
네. 앞서 귀뚜라미뿐만 아니라 두루미를 통해서도 날씨를 예측했던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이런 가을에 관한 속담이 어떤 것이 있나요?

[인터뷰]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말에 단풍 구경을 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산행하실 텐데요. 하나 알려드리고 싶은 속담이 '가을 산에는 가시가 있다'라는 말입니다. 제가 어릴 때 가을 뒷산에 가서 땔감을 주워오는 일이 학교를 마치고 나면 정말 큰 일이었죠? 그때 할아버지는 험한 산으로는 가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을 산은 보기엔 예뻐 보여도 가시가 있는겨, 그러니까 시루산에는 절대로 가지 말어.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단 말이여!" 제 고향이 있던 곳이 시루산인데요. 제가 할아버지의 말씀이 이해가 된 게요 대학에서 기상학을 공부하면서부터였습니다. 고운 색의 단풍으로 단장한 가을 산은 보기와는 달리 많은 위험요소, 이게 우리는 가시라고 부르죠. 가시를 갖고 있다는 거죠. 산악 지역은 가을철에는 변화가 굉장히 심해요. 그래서 불의의 사고를 당할 위험성이 매우 큽니다. 산의 기상학적 특징은 고도와 지형의 복잡성 때문에 국지풍이 강하고 난기류나 돌풍 현상이 자주 나타나거든요.

그리고 또, 자주 흐리고 정상에서는 소낙성 눈이나 비가 쏟아지는 등의 이런 국지적 악기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또 평지와 달리 해가 지기 전에 급격히 어두워지고요,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큽니다. 그러다 보니까 통계에 따르면 산악사고의 36%는 급변하는 날씨, 강한 바람, 낮은 기온. 이러한 기상학적 특성 때문에 발생한다고 해요. 그래서 가을 산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사실 체감온도죠. 그러니까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일어나는 사고가 가장 큽니다.

[앵커]
네. 요즘 정말 날씨가 기온변화도 크고요, 해도 빨리 지잖아요. 가을에 산행 갈 때는 사고 위험성이 높아지니까 주의를 해야겠습니다. 또 소개해주실 속담이 있다고요?

[인터뷰]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속담이요 '서리 뒤에는 따뜻하고 눈 뒤에는 춥다'라는 속담입니다. 근데, 사실은 많은 분들이 속담 얘기하면 무시를 하는데, 굉장히 과학적이에요. 가만히 분석을 해보면요, 저도 기상학을 전공했지만, 참 과학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제가 어릴 때 늦가을에 서리가 하얗게 내리면 '오늘 낮에는 제법 따뜻하겠구나'라고 할아버지가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우리 할아버지는 눈이 내리는 날이면 "서리 뒤에는 따뜻한데, 눈 뒤에는 추운 법이여. 그러니까 내일 학교 갈 때는 옷을 좀 두툼하게 입고 가거라" 이렇게 말씀하셨거든요.

그래서 제가 기상학을 공부하고 이 속담을 가만히 풀어보니까 서리는 일반적으로 시베리아 대륙성고기압이 강하게 확장한 다음에 이동성 고기압으로 변할 때 발생해요. 그러니까 하늘은 맑고 바람이 약할 때 서리가 내리는 것이죠. 낮에는 그런데, 이런 날씨가 굉장히 맑고 햇볕이 강합니다. 그러니까 따뜻해져요. 그러니까 서리가 내리면 낮은 굉장히 따뜻한데, 눈 같은 경우는 한랭전선과 연관되어 내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전선이 통과하다 보면 눈이 그치면 강한 북서풍과 함께 매서운 추위가 뒤따라와요. 그래서 우리 선조들의 속담을 보면 기상학적으로 과학적으로 정말 타당하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앵커]
오늘 센터장님이 속담을 통해서 기상을 말씀해주시니까 정말 과학적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굉장히 신기한데요. 또, 직접 말씀해주시니까 고향에서 온 느낌. 따뜻한 느낌을 받고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께서 기상학 전공하셨다고 해도 믿겠어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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