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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인 피플]'로봇'에서 '인간'을 찾다…서울대 인간중심 로봇기술연구소 송정률 디자이너

■ 송정률 / 로봇 디자이너

[앵커]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 생활 속에서 로봇의 역할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그중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소프트 웨어러블 로봇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 '줌 인 피플'에서는 서울대학교 인간중심 소프트 로봇기술 연구센터의 송정률 디자이너와 함께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보통 로봇 연구소다, 하면 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소가 떠오르는데요. 디자이너님께서는 이 로봇 연구소에서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연구소인지 또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학교 인간중심 소프트 로봇 연구센터에서 디자이너로서 연구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최근 로봇의 쓰임새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데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딱딱한 금속성 로봇은 다양한 곳에 사용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바로 유연성과 적응력이 떨어진다는 문제인데요.

그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소프트 로봇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런 소프트 로봇 기술 개발을 통해 국가 전략에 주요 과제인 헬스케어 기술과 증강 및 가상현실 기술의 발전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 세계 소프트 웨어러블 시장을 선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앵커]
딱딱한 로봇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유연한 소프트 로봇을 연구하고 계신 건데 자, 그렇다면 디자이너님께서는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신 건가요?

[인터뷰]
연구소에서는 다양한 로봇들이 존재해서 디자이너로서 역할 또한 되게 다양해졌습니다. 가장 중심이 되는 업무는 웨어러블 로봇 디자인입니다. 일반적으로 로봇의 외형은 설계의 마지막 단계인 제품화 단계에서 외주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에 기술 개발자와 디자이너의 의견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데요. 의견 차이로 인해서 로봇의 디자인이나 내부 설계가 바뀌는 경우도 흔하게 발생합니다.

저희 연구센터의 경우 디자이너와 연구원이 초기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서로 의견을 주고받아서 작동원리나 심미성 및 활용도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설계를 해 나가는 것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서 아이템을 제안하고 설계에 참여해서 활용도와 심미성을 높이며 이후 논문이나 미디어에 공개할 영상이나 이미지를 만드는 등 로봇이 탄생하는 전반에 걸쳐서 연구원과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습니다.

[앵커]
사실 로봇 디자이너라는 게 흔치 않은 그런 직종이잖아요. 어떻게 선택하게 되셨는지도 궁금해요.

[인터뷰]
대학원에서 패션디자인을 공부했었는데요. 그 시간 동안 디자이너로서 사회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고,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 고민은 앞으로 누구에게 디자이너가 필요할까? 라는 질문으로 이어졌고 저는 그 답으로 장애를 가진 분들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이후 장애인들을 위한 기능성 의복과 로봇 손, 팔을 디자인하는 데에 필요한 공부를 시작했는데요. 일반적으로 로봇 디자인은 제품디자인을 하시는 분들이나 기계공학 전공자들이 하시는 경우가 많지만, 저희의 경우에는 사람이 입을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을 비중 있게 연구하기 때문에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저도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었고 현재까지도 장애인들을 위한 재활이나 활동 보조 로봇 등을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앵커]
참, 멋진 소신을 가지고 계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지금까지 연구소에서 다양한 로봇을 연구하고 또 만드셨을 것 같은데 지금 떠올려 보시기에 가장 애착이 갔던 로봇은 어떤 건가요?

[인터뷰]
디자이너로서 현재까지 장갑이랑 의수, 종이접기 로봇 등 여러 작업을 연구원과 함께 협업했었는데요.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GRIPIT'이라는 필기 보조 장갑형 로봇을 연구할 때입니다. 이 장갑형 로봇은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로봇인데요. 연구원과 디자이너 그리고 장애를 가진 분이 팀을 이뤄서 개발한 로봇입니다.

처음부터 복잡한 기계부품이 들어가지 않은 저가형 로봇으로 연구를 시작했고요. 필요한 분들이 가격에 부담 없이 구매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GRIPIT'은 손을 원활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마비환자들이 착용하기 쉽게 만들어졌고요.

사용 용도에 따라서 수동과 자동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수동 제품은 기계 부품이 거의 들어가지 않아서 저가형으로 타깃을 잡았고요. 잔고장이 없다는 장점이 있고. 자동형 제품은 잔고장은 조금 발생할 수는 있으나 마비환자들은 조작이 어렵기 때문에 이제 그런 것들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대부분의 장애인 보조기구가 손으로 직접 물건을 잡는 것이 아닌 구멍에 물건을 꽂아서 사용하는 형태였기 때문에 활용에 한계가 분명했었는데요. 'GRIPIT'은 강한 힘을 통해서 물체를 잡아서 장애인은 물론 손힘이 부족한 고령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네, 장애를 가진 분들께 도움이 되는 장갑형 로봇이나 의수 등을 디자인하는 데 힘을 쏟으셨는데, 실제로 장애인 분들을 만나고 그분들의 목소리를 디자인에 담아내셨다고요? 좀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GRIPIT'을 디자인할 때 로봇 이용이 필요한 장애인분들과 만나고 이야기하며 그분들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그분들의 의견을 담아 디자인을 하는 것이 전반적인 작업 방식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심미적 측면으로는 다양한 색과 디자인의 장갑을 준비해서 나이나 성별이나 선호도를 조사했고 사용 적인 측면에서는 힘을 전달해주는 마찰패드의 위치나 장갑의 착용방식을 다양하게 해서 사용 후기를 취합하고 이를 차기 버전에 반영했습니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서 제가 가장 크게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분야인 '스스로 착용 가능한 로봇' 연구에서 마비환자가 착용하기 매우 힘든 장갑을 20여 초 만에 착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앵커]
연구성과가 빛나는 순간이었다고 보이는데, 이렇게 입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로봇연구와는 조금 달랐을 것 같아요. 개발하시면서 어떤 점이 어려우셨나요?

[인터뷰]
웨어러블 로봇은 말 그대로 신체에 착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것들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모터 등의 출력과 무게는 비례하기 때문에 기능을 좋게 하기 위해서는 로봇이 무거워지게 되고, 가볍게 만들려면 성능이 저하되기 쉽습니다. 저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탄성 등과 같이 재료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이용하거나, 무게감이 덜 느껴지는 신체 부위에 구동부를 달고, 이를 와이어로 연결해서 동력을 전달하는 등 성능과 사용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마비 환자를 위한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할 때에는 신체에 무리한 힘이나 열이 가해졌을 때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부상이 발생할 수가 있거든요. 공압 구동기를 이용하거나, 마찰이나 땀으로 인한 피부질환 방지를 위해 인체 친화적인 실리콘 소재를 사용하거나 하는 등에 안전 문제에 매우 민감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장애인들이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웨어러블 로봇을 스스로 입고 벗는 것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제가 가장 중점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과제입니다.

[앵커]
사실 웨어러블 로봇, 입는 로봇이라는 게 비장애인에게는 그냥 추가적인 기능이 담긴 의류라면 장애인에겐 필수적인 기능이 담겼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장애인분들께는 이 디자이너님의 웨어러블 로봇이 너무나도 고맙고 멋진 제품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 너무 듣고 싶네요.

[인터뷰]
의료·재활 발전과 인식 개선으로, 장애인분들의 사회 및 경제 활동 증가는 이미 정해진 미래일 것입니다. 따라서 그분들을 위한 의복 및 재활보조기구의 수요도 다각화되고, 양적으로도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장애의 정도와 형태는 사람마다 달라서 규격화가 매우 어렵습니다. 제품개발이 어렵고, 아직 시장규모도 크지 않아서 현재 장애인을 위한 의복이나 보조기구들은 사업성이 매우 낮은 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디자이너들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저는 장애인의 신체에 편안함을 주는, 그리고 독립적인 생활을 가능하게끔 도와주는 제품들을 디자인해서 삶의 질을 높여줄 것입니다. 그리고 또한, 그들이 장애를 숨길 필요가 없다고 느낄 때 이를 과감히 드러내고 멋져 보이도록 도와줄 수 있는 패션 아이템들을 미리 준비해 놓는 것을 디자이너로서의 목표로 삼았습니다.

[앵커]
사실 로봇은 인간의 삶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거잖아요. 오늘 디자이너님의 말씀을 들어보니까 지금 연구하고 그런 웨어러블 로봇이야말로 정말 사람을 위한 로봇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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