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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인 피플] 기계적 메커니즘 속에 녹아있는 느린 감성

■ 현광훈 / 금속공예가

[앵커]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로 회귀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묵직하지만 견고한 금속을 통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제품을 만들어내는데요.
느리지만 꾸준히 열정을 담아내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오늘 '줌 인 피플'에서는 금속공예가 현광훈 작가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작가님 어서 오세요.

작가님께서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카메라, 시계를 만드신다고 들었는데요. 일단 카메라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어떤 카메라인지 직접 소개해 주시죠.

[인터뷰]
제가 말씀드리기 전에 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 몇 장을 보여드릴게요. 어떤 카메라로 찍은 건지 한번 추측해 보시겠어요?

[앵커]
첫 번째 사진인데요. 돌하르방 아닌가요? 이건 되게 몽환적인 느낌이 나요. 전체적으로 주변이 조금 어둡고 가운데로 초점이 모여있는 그런 느낌이네요. 좀 옛날 카메라로 찍은 느낌이기도 하고요.

[인터뷰]
이건 카메라의 원형이라고 부를 수 있는 '핀홀카메라'로 찍은 사진인데요. 핀홀카메라란, '바늘구멍 사진기'라고도 부릅니다. 어두운 상자가 있다고 할 때 이 상자 안에 바늘구멍을 뚫어 놓으면 바깥의 풍경이 바늘구멍을 통해 상자 안쪽 벽에 상이 맺히는데요, 여기에 빛에 반응하는 필름을 걸어서 사진을 찍게 되죠.

아무래도 렌즈가 없다 보니까 상이 선명하게 맺히지 않고 오랜 시간 빛을 담아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도 필름에 고스란히 담기게 되고요. 그래서 선명한 사진이 아니라 몽환적인 느낌이 들게 되죠. 그리고 필름과 찍는 대상 사이에는 렌즈라든지 장애물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날 것 그대로 빛이 필름에 닿아서 사진이 맺히게 됩니다.

그래서 주변의 공기마저 카메라 안으로 들어가서 주변 느낌마저 같이 필름에 담기는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느리고 불편하지만, 핀홀 카메라가 주는 매력인 거 같습니다.

[앵커]
사실 보니까 바로 이해가 되는데요. 지금 스튜디오에 직접 만드신 카메라를 들고나오셨어요. 그런데 제가 좀 알아보니까 일반적으로 핀홀 카메라는
종이나 어떤 박스 같은 것을 이용해서 만든다고 들었는데 금속으로 만드셨네요.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인터뷰]
제가 대학교 때 금속 조형 디자인을 전공했는데요. 취미가 사진 찍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사진에 관심이 많았고, 그래서 '사진 기초입문'이라는 수업을 신청해서 듣게 되었습니다. 그때 교수님께서 핀홀카메라를 만들어서 사진을 찍어오라는 과제를 내주셨는데, 저도 남들처럼 처음에는 종이를 접으면서 카메라를 만들었어요. 근데 제 전공이 금속이다 보니까 종이 접는 방법으로 금속을 접어도 카메라가 될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금속으로 만들면 더 오래 쓸 수 있고 금속을 접어서 저만의 핀홀 카메라를 만들었습니다.

완성하는 데 대략 한 달 정도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요. 카메라의 구조를 잘 몰라서 처음에는 계속 오래된 카메라나 고장 난 카메라를 뜯어보고 고치면서 만들었던 것 같아요. 만드는 시간 동안 정말 재미있었고, 완성된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 굉장히 뿌듯하고 벅찬 느낌도 들더라고요.

[앵커]
정말 직접 손으로 하나하나 만드신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애착이 강할 것 같은데 말씀하신 데로 학부생 때 만드셨던 핀홀 카메라와 오늘 가져오신 핀홀 카메라와 당연히 성능에 차이가 있겠죠. 어떤 식으로 개선되었나요?

[인터뷰]
기존의 핀홀카메라는 바늘구멍처럼 아주 작은 구멍으로 빛이 들어와야 해서 오랜 시간 노출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사용자가 임의로 셔터를 열고 시간이 지나면 직접 닫아줘야 하는데요. 그래서 가끔 셔터 닫을 때를 깜빡할 때가 있어요. 그럼 원하는 컷을 얻지 못하거든요.

처음에 만들었던 카메라는 정말 단순한 상자 형태였지만, 나중에 만든 이 카메라는 셔터 시간을 지정하고 셔터를 누르면 자동으로 시간 뒤에 셔터가 닫히는 그런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7분을 세팅하고 셔터를 누르면 안에 있는 태엽과 톱니바퀴가 째깍째깍 돌아가면서 시간을 체크하고 7분 뒤에 셔터가 자동으로 닫히는 것이죠. 기계식 태엽으로 작동하는 시계 무브먼트 메커니즘을 연구해서 핀홀 카메라에 적용한 것이거든요. 그러면서 2년 동안 시계 공부를 했고요. 자연스럽게 시계 제작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앵커]
지금 화면으로 제품을 보니까 카메라에 시계를 합친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데 무브먼트를 만들기 위해서 시계를 도입하셨다는 게 참 기발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기계구조를 적용한 것인데요. 접목하게 된 과정이 신기해요.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인터뷰]
전자식으로 해결하면 쉽지만, 원시적인 핀홀 카메라에 배터리나 전기 장치들 이런 것들이 들어가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서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풀고 싶었어요. 그렇게 고민하던 찰나에 우연히 기계식 시계를 만드는 스위스 시계 장인이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어요. 모든 부품을 금속으로 깎아서 톱니바퀴도 만들고, 직접 만들어서 태엽의 힘으로 가는 시계를 만들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놀랍기도 하고, 재밌게 보긴 했는데, 그 순간 저걸 응용하면 제가 생각한 지정된 시간 뒤에 셔터가 자동으로 닫히는 그런 카메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선 시계 만드는 것을 공부해야겠다 생각하고 찾아봤는데, 국내에서 시계를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는 곳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독학을 결심하고 2년 좀 넘게 시계 공부를 했어요. 시계 제작자들의 영상을 수백 번 돌려보고, 그 사람들의 작업 테이블 위에 있는 장비, 도구 이런 것들을 기억해뒀다가 해외 사이트에서 보이면 구매하기도 했고요. 대부분 1900년대 중·후반의 빈티지 도구여서 배송받은 뒤에 세척하고, 분해하고 그렇게 고쳐서, 그렇게 하나씩 사용하는 법을 익혔습니다.

[앵커]
저희가 잠시 영상으로도 봤지만 직접 부품을 하나하나 조립하시는 것 같은데 시계를 어떻게 만드시는지도 궁금하거든요. 좀 알려주시죠.

[인터뷰]
아날로그 시계를 제작하는 데는 여러 장비와 도구가 필요합니다. 그중에 시계 선반이라는 장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요. 시계 부품의 거의 모든 것을 선반을 이용해 만들 수가 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장비들은 대부분 1800년대 중후반이나 1900년대 초반에 제작돼 옛날 와치메이커들이 직접 사용하던 장비인데요. 그래서 손으로 직접 돌려서 가공하죠.

그리고 그다음은 투영기라는 장비인데요. 시계에 들어가는 부품들이 매우 작기 때문에 서로 잘 맞물리는지 꼼꼼한 체크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것을 몇 배로 확대해서 잘못 가공되지는 않았는지 이런 것들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카메라로 시계를 공부하게 되었지만, 시계 제작의 매력에 푹 빠지게 돼서 지금은 시계 제작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앵커]
사실 제가 유튜브에서 좀 정교한 물건 만드는 영상 보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저 사실 작가님 유튜브도 한번 들어가 봤거든요. 지금 이런 디지털 시대에서 아날로그가 주는 어떤 만족감 같은 게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기에 이런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인터뷰]
제 카메라와 시계는 모두 기계식으로 작동하는데요. 태엽을 감아 그 힘으로 톱니바퀴들이 움직이고, 결과적으로 정해진 어떤 기능을 수행하게 돼요. 이러한 프로세스가 눈에 보이고, 유추해볼 수 있다는 것이 디지털과 가장 큰 차이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산업의 발달로 인해서 모든 제품이 획일화되는 그런 경향이 있는데요. 이제는 다양성의 가치가 인정받고 있지 않나 싶어요. 개성 있는 아이템이나 그런 것에 대한 욕구, 나만의 어떤 것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오히려 과거의 아이템이나 레트로 디자인이 주목받는 것 같아요.

[앵커]
네, 정말 세상에서 하나뿐인 카메라, 시계라는 점에서 아날로그 감성을 넘어서 감동을 주는 제품이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앞으로 작가님의 계획 듣고 싶네요.

[인터뷰]
지금 제작하고 있는 카메라와 시계를 더욱 발전시켜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고 싶고요. 전 세계적으로 시계를 직접 혼자 만드는 사람들의 모음인 AHCI라는 모임이 있거든요. 독립 시계제작자협회가 있는데요. 회원이 지금 30여 명 정도 되어요. 대부분 스위스나 독일에 있는 시계장인들이 가입되어 있는데, 아시아권에서는 중국에서 4명, 일본에서 2명, 이렇게 있는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국내에서는 한 명도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최초로 AHCI 멤버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작업해야겠죠.

[앵커]
그 AHCI라는 협회가 '아치'라고도 읽는 것 같던데 한국 최초의 '아치' 맴버가 되셔서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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