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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인 피플] 세계에서 인정받은 개미 박사 김병진 교수

■ 김병진 / 원광대학교 생명과학부 명예교수

[앵커]
우리나라에서 개미는 부지런한 일꾼의 상징입니다.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농작물을 해치는 곤충을 포식하는 유익한 곤충인데요.

오늘 <줌 인 피플>에서는 원광대학교 생명과학부 김병진 명예교수와 함께 개미에 대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교수님께서는 40년 넘게 개미를 연구해온 개미 박사라고 하던데 그럼 개미의 특징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어떤 특징이 있나요?

[인터뷰]
특징을 말씀드리면 이건 개미 표본입니다. 개미류는 곤충류 중에서 벌목에 속하는 곤충인데요. 개미는 2억 년 전에 지구 환경에 출현하여 육상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곤충입니다. 북극과 남극처럼 매우 추운 지역과 해양을 제외하고는 지구환경의 어느 곳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개미의 종수는 1만 종이 넘습니다. 지구 상의 사람의 생체량과 개미의 생체량을 비교해보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옵니다. 시소의 왼쪽에 지구 상의 모든 개미를 올려놓고 오른쪽에는 모든 사람을 올려놓는다면 시소는 왼쪽으로 기울어집니다. 그래서 지구는 사람의 세상이 아니라 개미의 세상인 것입니다.

개미는 아주 유익한 곤충인데요. 땅속에 집을 짓고 살기 때문에 땅을 파헤쳐 토양을 비옥하게 합니다. 또, 개미는 산림이나 농작물을 해치는 곤충을 포식하여 농작물을 보호합니다. 불개미에 속하는 개미들은 곤충의 유충을 먹기 때문에 많은 해충이 유충 상태에서 불개미의 먹이가 됩니다. 이들이 없으면 산림도 농작물도 다 없어지겠죠. 그러면 지구의 모든 생물은 생존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불개미가 많은 곳에는 송충이가 거의 없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개미 중에는 해충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악명높은 살인 적색 불개미가 유명하죠.

[앵커]
대부분 친숙한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자주 볼 수 있고요. 교수님은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개미에 관한 연구를 하시게 된 건가요?

[인터뷰]
제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ROTC 장교로 근무를 마친 후 여고 생물교사를 하다가 대학원에 진학하였습니다. 그때 곤충을 연구하시는 교수님을 지도교수님으로 모시게 되었는데요. 학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분이셨습니다. 지도교수님께서 저한테 개미를 주제로 연구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하셨는데 강원도 우리 집 댓돌 밑에 개미가 참 많았고, 비가 오려고 할 때는 개미 이동이 장관이었습니다. 그 개미들의 행진을 생각하니 개미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기꺼이 개미를 연구하겠다고 말씀드렸죠. 저는 제 지도교수님의 제자가 된 것도 행운이었고, 개미를 주제로 받은 것도 행운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행운입니다.

[앵커]
강원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는 동안 개미를 많이 봤다고 하셨잖아요. 유년시절부터 곤충에 관심이 많으셨던 건가요?

[인터뷰]
저는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 포동리라는 산골 동네에서 유년시절을 보냈습니다. 집 뒤에는 높은 산이 있고 앞에는 개울이 있어서 곤충들의 천국이었는데요. 여름밤에 개똥벌레를 잡아서 호박꽃 속에 넣고 손전등을 만들어 놀기도 하였습니다. 개울가에 버드나무가 가로수처럼 퍼져 있었는데 말매미가 울기 시작하면 말소리가 안들 릴 정도였습니다. 논에 나가면 메뚜기, 나무에는 매미, 개울가는 물잠자리, 나무 밑에는 하늘소, 여름밤에는 물방개, 반딧불이 등 유년시절은 곤충들이 나의 친구들이었습니다. 어떤 여름밤에 갑자기 머리에 딱 소리가 나며 부딪혔는데 마루에 떨어진 것이 물방개였습니다. 제 머리에 혹이 하나 생겼습니다. 여름밤에는 다양한 곤충들이 불을 보고 날아와 귀찮기도 했지만, 그때 곤충들과 만남은 행복했습니다.

[앵커]
그런가 하면 세계곤충학 보급에 이바지한 공로로 영국 왕실로부터 펠로 (특별연구원) 작위를 받으셨다고요.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교수님께서 이름을 올리셨다고 하는데 오늘 가지고 오셨다고요.

[인터뷰]
2010년, 영국 왕립곤충학회로부터 fellow라는 작위를 받았습니다. Fellow Number는 3128번인데요. 알프레드 월리스와 찰스 다윈이 Fellow Number 1번입니다. 위의 두 분과 마찬가지로 제 이름 뒤에 FRES Fellow of Royal Entomological Society라는 뜻입니다. 영광스러운 작위를 받았습니다.

[앵커]
개미가 좋아서 시작했는데 개미 덕에 영광스러운 작위까지 받으셨네요. 혹시 개미를 잡으러 '여기까지 가봤다'하는 곳이 있으신가요?

[인터뷰]
여러 군데를 다녔죠. 우리나라의 이름 있는 산은 거의 다 올라가 봤습니다. 무인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섬도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DMZ를 가보지 못했습니다. DMZ는 민간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개미를 채집하다가 곤경을 치른 사례가 두 번 있는데요. 1983년도 여름, 울릉도로 개미를 채집하러 갔다가 태풍을 만나서 돌아오지 못하고 일주일 동안 머물면서 라면만 먹고 살았을 때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때는 신용카드가 없던 시대니까 현금이 없으면 굶어 죽을 형편이었지요.

또 1984년 여름, 서해안 백령도에 들어가 채집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군인이 총을 들이대고 다가오더니 연행되어 간첩으로 오인해서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개미를 채집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 초라한 데다 산과 들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는 모습 또한 수상하게 보였겠지요.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모두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앵커]
40년 넘도록 개미 표본을 직접 채집해가며 연구에 전념하셨다고 들었는데요. 교수님께서 가장 애착이 가는 개미가 있으시다면요?

[인터뷰]
제가 개미를 수십만 마리를 채집하고 정리한 개미가 100종이 넘습니다. 그 모든 개미 한 마리 한 마리가 모두 제 자식같이 귀중한 것입니다. 그래도 가장 애착이 가는 개미는 제주도의 산방굴사에서 채집한 제주왕개미 신종인데요. 개미가 예쁘게 생기고 신종이었는데 사진을 가지고 오지 못했습니다.

[앵커]
궁금하네요, 제주왕개미요. 그렇게 귀해서 보호해야 하는 종도 있겠지만, 붉은불개미와 같이 조심해야 하는 종도 있잖아요. 그런데 교수님께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붉은불개미가 한국에 들어올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 실제로 들어왔잖아요.

[인터뷰]
몇 년 전에 우리나라에 붉은불개미가 서식하고 있음이 확인되어 난리가 났었습니다. 제가 2004년, 한 신문사에서 칼럼을 쓰고 있을 때 저는 적군보다 무서운 존재가 붉은불개미라고 경고했었죠. (우리나라에) 수입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경고의 글을 썼는데, 그때 남미에서 살고 있던 붉은불개미는 미국 플로리다에 상륙하고 미국의 토착 개미들을 초토화하고 이 개미들이 호주에 침입해서 호주로 가고, 호주에서 또 중국 광저우 쪽으로 올라오고, 그래서 우리나라에 가까워졌죠. 무역을 통해서 이런 해충들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는데, 문제는 검역을 통해서 이런 해충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 듭니다.

[앵커]
앞으로도 계속해서 관리를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 듭니다.

그런데 그런가 하면 개미는 다른 곤충보다 고도로 사회화된 곤충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개미는 정말 사회성이 뛰어난가요?

[인터뷰]
개미는 사회성이 뛰어나죠. 다른 곤충들은 알에서 깨어나면 각자 행동하지만, 개미는 가족을 구성하고 계급이 있어 일을 분업화하고 삽니다. 여왕개미는 평생 알만 낳고, 수개미는 하늘에 올라가서 교미만 하고, 일개미는 집을 짓고, 먹이를 물어오고, 새끼를 돌봅니다. 병정개미는 적을 방어합니다. 개미는 자신을 위한 위와 사회성 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을 먹을 때 내가 먹을까, 동료를 줄까, 두 가지 선택을 해서 동료를 주고 싶으면 사회성 위에 보관하니까, 사회성 위에 있는 먹이를 집에 와서 토해서 먹여줍니다. 옛날에 개미학자들이 개미도 뽀뽀를 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해서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앵커]
개미에게 사회성 위가 있다는 이야기는 저도 처음 들었는데, 듣다 보니까 개미에 대해서 재밌는 이야기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연구하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언제였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해주시죠.

[인터뷰]
보람있는 일이 참 많았습니다. 개미를 연구하여 2004년 호주 브리즈번에서 한국 최초로 세계곤충학회위원이 되었습니다. 이게 힘이 되어 우리나라 대구에서 2012년 세계곤충학회를 유치한 것입니다. 그 후 24차 세계곤충학회 조직위원장이 되었고, 한국 최초로 영국 왕립곤충학회 Fellow가 되었고, 24차 대구 세계곤충학회는 96개국이 넘는 2,300여 명의 곤충학자가 참석하여 매우 성공적인 학술행사를 치렀습니다.

앞으로 저는 한국의 곤충학이 더욱더 발전하여 국제무대에서 후배들이 활발한 활동을 해서 우리나라를 빛내고, 귀중한 곤충 자원을 잘 관리해서 우리나라의 문명을 잘 지키면서도 자연을 잘 보존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앵커]
교수님께서는 개미 박사라고 불린다고 하셨지만, 저는 한국 개미의 아버지라고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계속 활동 하시고, 후학 양성에도 좋은 결과가 이어지길 기대해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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