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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인 피플] 사막에서 물 만드는 과학자…KIST 김현호 연구원

■ 김현호 / KIST 연구원

[앵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해마다 기업가나 과학자, 연예인 등 10개 분야에서 30세 이하 차세대 리더들을 선정해 발표하는데요. 가수 블랙핑크, 배우 김태리, 국가대표 조현우 등과 함께 이름을 올린 과학자가 있습니다.

오늘 <줌 인 피플>에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물자원순환연구센터 김현호 연구원과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차세대 리더로 선정되셨는데요. 일단 축하 드리고요. 소감이 어떠신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인터뷰]
네, 먼저 후보로 선정됐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최종 선발된 건 뉴스 보도를 보고 알았는데요. 막연하게 시작했던 연구였는데 제 연구 분야의 영향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뻤습니다.

[앵커]
포보스에서 차세대 리더에 선정된 이유가 대기 중 수분을 모아 사막에서 물을 만들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셨기 때문이잖아요. 어떤 장치인지 소개 부탁합니다.

[인터뷰]
말 그대로 공기에 존재하는 습기를 수확해 마실 수 있는 물로 만드는 기술을 말하는 건데요. 대기에 존재하는 물은 약 13,000조 리터로, 지구 상의 강과 호수에 존재하는 모든 담수의 10%에 해당하는 엄청난 수자원입니다.

기존에 온도와 습도가 높은 곳에서 냉매를 이용해 공기를 이슬점 이하로 낮게 만들어 물의 상변화를 이용해 수확하는 시스템과 100% 상대습도에서 발생하는 안개를 수집하는 장치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에어컨과 같은 원리인 냉매 시스템은 많은 전기에너지가 필요하며 환경적 영향을 많이 받아 온도나 습기가 낮은 지역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또 안개 수확기술은 100% 상대습도에서 발생하는 안개에 존재하는 작은 물방울들을 큰 금속 그물을 이용하여 포획하는 기술로, 에너지가 필요하진 않지만, 안개가 있어야 하므로 사용 가능한 지역이 매우 한정적입니다.

이런 한계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저희가 구현한 시스템은 다공성 금속 유기화학 물질인 Metal-Organic Framework, 줄여서 M.O.F. 또는 MOF라는 흡착물질을 사용했는데요. 이 MOF는 표면에 수많은 기공이 형성돼있어서 자연적으로 공기 내에 존재하는 수분을 흡착하게 됩니다. 기존에 존재했던 흡착물질이 1kg당 0.1에서 0.2kg 정도의 물을 흡착할 수 있다면 MOF는 최대 1kg당 1kg 정도의 습기를 상대습도 20∼40% 정도의 건조한 공기에서 흡착할 수 있습니다. 흡착된 습기를 열에너지로 증발시켜 응축 과정을 거쳐 마실 수 있는 물로 만들 수 있는데 기존의 흡착물질이 100∼200도 이상의 열이 필요했다면, MOF는 상대적으로 낮은 60∼70도 정도만을 필요로 합니다.

또한, 열을 이용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고에너지 등급인 전기에너지가 필요하지 않고, 태양열과 폐열 같은 낮은 등급의 재생에너지 사용이 가능하여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사용 가능합니다.

[앵커]
기존에도 대기 중에서 수분을 공급받는 기술들은 있었지만, 건조한 상태에서 수분을 얻는 기술은 처음으로 개발하신 건데, 그 핵심에 금속 유기 구조체 MOF를 이용하셨다고요. 유기물질과 금속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 만큼 오염물질이 함께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는데요.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물인가요?

[인터뷰]
네,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물입니다. 다공성 금속 유기화학 물질인 MOF는 금속계 클러스터와 유기물계 링커를 이용하여 합성하는 다공성의 흡착제로써, 가능한 클러스터와 링커 조합이 무한히 많아 물 수확 분야를 포함하여 가스 저장과 분리, 촉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근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희가 사용한 MOF는 지르코늄 클러스터와 푸마르산염 링커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요. 이렇게 금속 유기물질을 사용하지만, 화학 반응 없이 물의 흡착만을 이용하므로 저희 물 수확 장치가 만들어낸 물은 MOF 물질에 의해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물임을 연구를 통해 밝혀냈습니다. 또 수분만을 흡착하는 과정이라 수확된 물에 미네랄은 없지만, 음식에서 섭취할 수 있고, 물에 따로 넣어서 마실 수 있으므로 큰 문제는 없습니다.

[앵커]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군요. 그러면 이 장치를 개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인터뷰]
제가 대학원생 때 이 연구를 시작했는데요. 석사 시절부터 물의 흡착과 증발을 이용한 열저장 관련 연구를 해왔습니다. 이렇게 물의 흡착을 이용해 건조한 기후의 공기에서 물을 수확해 물을 얻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하나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앵커]
연구가 이제 빛을 발하게 된 건데요. 그런데 건조한 상태일 때 공기 중에서 습기를 얻으면 공기가 너무 건조해지지는 않나요?

[인터뷰]
대기에서 물을 수확하니 많이 건조해질 것으로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대기에 존재하는 물은 지구 상의 강과 호수에 존재하는 모든 담수의 약 10%로 아주 많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건조한 지역이라도 소규모 마을이나 지역에서 사용 가능한 물은 충분히 얻을 수 있습니다. 또 대기는 한곳에 정체되어 있지 않아, 습기가 풍부한 지역이나 바다에서 순환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앵커]
이 연구가 실제 사용될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직접 40℃를 웃도는 사막 한가운데서 직접 연구를 하셨다고요.

[인터뷰]
실제로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 저희가 구현한 물 수확 장치를 들고 미국 애리조나주에 있는 사막지대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사막 한가운데서 연구를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애리조나 주립대 건물 옥상에서 실험을 진행했는데요. 상대습도 최저 10% 이하에 이슬점 5℃ 이하인 굉장히 건조한 기후였습니다. 또 비교적 덥지 않은 5월이었지만 낮에는 40℃가 넘어가고 오존 경보도 자주 떠서 실험 장비나 컴퓨터가 뜨거워져 꺼지지 않도록 하는데 고생했습니다.

[앵커]
말만 들었는데 굉장히 고생하셨을 것 같아요. 혹시 연구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인터뷰]
저희가 실험하기 위해 애리조나주에 도착한 날, 몇 개월 만에 비가 왔습니다. 많은 양의 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습도가 다시 낮아질 때까지 며칠간 실험을 하지 못했는데요. 그 후에 또 며칠간 실험을 준비한 후, 처음으로 사막 대기에서 액체 상태의 물을 구현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실험에 사용했던 MOF의 양이 몇 그램 단위라 수확한 물의 양은 많지 않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습니다.

[앵커]
그러면 이 장치의 상용화 계획도 있으신가요?

[인터뷰]
아직까진 MOF 물질이 상용화되지 않아 경제성이 나오진 않는데요. 많은 과학자가 상용화를 위해 노력 중입니다. 또한, 저희와 협업하였던 연구진들도 MOF를 상용화하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했고요. 그리고 저희 연구진은 시중에서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지올라이트나 실리카 젤 같은 흡착물질을 대체 물질로 사용하는 방법을 고려 중입니다. 특히 열역학적 최적화 디자인을 사용하면 대체 물질로도 충분히 고효율의 경제적인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하루빨리 상용화가 되어서 물 부족 문제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되기를 바라고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인터뷰]
대기 물 수확 시스템은 고립지역이나 소규모 물 부족 지역 사회를 위한 잠재적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특히 해수 담수화 및 물 정화 기술에 필요한 해수, 또는 오염수 등이 부족한 곳에 특히 적합한데요. 이 외에도 급수 관련 물류 공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군용 기지, 차량이나 군대용 독립적 급수 솔루션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외 연구진과의 협업을 통해 성과를 좇기보단 실생활에 유용하고 인류에게 필요한 연구를 하면서 제 연구 분야에서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앵커]
정말 말씀하신 대로 되길 바랍니다. 물이 부족한 지역에 단비와 같은 기술로 널리 보급되길 저희도 기대해 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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