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투데이
과학본색 사이언스 매거진 별별 이야기 내 몸 보고서 날씨학개론 생각 연구소 줌 인 피플 궁금한S

[줌 인 피플] 독사 어금니를 본뜬 고통 없는 주사 개발…배원규 교수

■ 배원규 / 숭실대학교 전기공학부 교수

[앵커]
뾰족한 바늘 때문에 주사 맞는 걸 무서워하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반창고처럼 붙이기만 하면 고통 없이 약물을 투입할 수 있는 패치형 주사기가 개발됐다고 합니다.

오늘 <줌 인 피플>에서는 숭실대학교 전기공학부 배원규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교수님께서 오늘의 주인공인 뱀을 함께 데리고 나오셨는데, 독사의 어금니를 본떠 약물 패치를 개발했다고 들었습니다. 이게 어떤 이야기인가요?

[인터뷰]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독사는 어금니가 앞쪽에 있습니다. 이 어금니는 빨대 형태인데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실린지 주사기의 원리와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본 연구팀에서 영감을 얻은 독사는 어금니가 뒤쪽에 자리 잡은 국내에는 없는 독특한 독사입니다. 뒤쪽에 나 있는 어금니는 빨대 형태가 아니라 어금니 표면을 따라 위에서 아래쪽으로 길쭉한 홈을 형성하고 있는 구조인데요.

이러한 독특한 구조는 쉽게 부러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부를 물었을 때, 피부에 미세한 홈을 만들게 됩니다. 이 미세한 홈을 따라, 독샘에서 독이 빠르게 피부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는 것이지요.

이 현상을 모세관 현상이라고 합니다. 미세한 틈으로 물이 빨려 들어가는 현상인데요. 다른 쉬운 예로 나무나 식물이 뿌리로부터 물을 높은 곳의 잎까지 끌어올릴 때도 사용되는 원리입니다. 자연에서는 유체를 이동시키는 데 있어 아주 효율적인 방법이죠.

저희는 피부각질을 뚫고 액체 성분을 빠르게 주입하기 위해 이 모세관 현상을 그대로 이용했습니다. 그 결과, 수초 정도의 아주 짧은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피부각질을 통과해서 다양한 유효성분을 전달할 수 있음을 성공적으로 증명했습니다.

[앵커]
화면에서 봤던 그 모형을 그대로 갖고 오셨는데요. 몇 배로 확대한 크기네요. 그동안은 두꺼운 피부 장벽 때문에 다양한 유효성분을 피부로 통과시키는 방법이 뾰족한 바늘 주사밖에 없었다고 들었는데요. 그럼 이 패치와 주사기를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인터뷰]
우리 피부에 존재하는 각질의 방어능력이 아주 튼튼하다는 것을 우리가 인식한 것은 불과 20∼30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고분자 기반의 기능성 성분 또는 유효성분은 그 분자 구조물의 크기가 물리적으로 매우 크기 때문에 장벽이라고 불리는 각질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인류가 지금도 주사기를 사용하고 있는 거고요.

보통 예방 접종할 때, 피부 바로 밑으로 주삿바늘을 넣게 됩니다. 피내 주사라고 하는데요. 이는 우리 몸속에 아주 많은 면역세포가 각질 바로 밑에 존재하므로 면역 반응을 효과적으로 일으키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아주 숙련된 의료인이 필요하고, 그 깊이에 항상 정확하게 약물을 주입하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런데 본 연구에서 개발한 미세한 주사기 패치 같은 경우에는 머리카락 지름의 몇 배 정도로 미세하므로 매번 정확하게 각질 바로 아래 있는 진피로 약물전달이 매우 쉽습니다. 그러니 예방 접종의 결과도 아주 높은 신뢰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지요.

또한, 바늘이 매우 얇아 우리 눈에는 작은 점처럼 보이는데요. 이는 기존의 실린지 주사기의 가장 큰 단점인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한다는 점에서도 아주 큰 장점을 가집니다. 그래서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같이 기존의 주사기를 무서워하는 많은 분에게 아주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앵커]
설명을 듣고 보니 이해가 되네요. 독사가 압력 없이 홈을 통해서 물었을 때 들어가는 원리를 활용했다고 하셨는데 이 아이디어를 어떻게 처음 얻으신 건가요?

[인터뷰]
제가 속한 연구 분야는 바이오미메틱스라고 하는 자연 모사 공학입니다. 현재 존재하는 공학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연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분야인데요.

현재 인류는 아직 튼튼한 피부각질을 효과적으로 뚫을 수 있는 도구를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할 시스템이 자연에는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고 우리 연구팀은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관점으로 자연을 탐구하다 보니 독사의 어금니 구조가 해부학적으로 독특하고, 수초 만에 액체 상태의 독을 피부 속으로 전달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를 수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아주 중요한 공학적 실마리를 얻게 되었죠.

그 결과, 본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인 기존의 실린지 주사기와 마찬가지로 시중에 나와 있는 액체 형태의 모든 성분 및 약물을 빠르게 진피로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게 된 것입니다.

[앵커]
자연 모사 공학을 연구한다고 하셨는데 독사의 어금니를 본뜬 패치 말고도 일상에서 어떤 기술을 발견할 수 있나요?

[인터뷰]
이미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좋은 예가 있습니다. 바로 초발수 코팅인데요. 물에 젖지 않는 섬유나 물방울을 튕겨내는 자동차 코팅 같은 것입니다. 이 초발수 코팅은 바로 자연에 존재하는 연꽃잎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은 아주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지금은 나노 기술의 발전으로 연꽃잎 표면과 같은 초발수 표면을 아주 쉽게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많이 보급되었습니다. 비가 올 때 신발이 젖지 않게 하는 발수 스프레이라든지 자동차 코팅 등으로 그 혜택을 우리는 쉽게 누리고 있죠.

또 재미있는 사례로 거미줄이 있습니다.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서 숲에 있는 거미줄을 보면 거미줄에 아침이슬이 맺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는 거미가 마실 물입니다. 거미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쉽게 물을 얻고 있는 셈이죠.

이 거미줄의 물 포집 원리를 이용하여 사막 지역이나 고산지역에서 아침이슬이라든지 습한 공기로부터 손쉽게 물을 얻는 기술도 일부분 상용화되어 있는데요. 이 역시 대표적인 자연 모사 공학이 세상의 문제를 멋지게 해결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또 우리가 찍찍이로 알고 있는 벨크로 역시도 엉거퀴 씨앗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자연 모사 기술이라고 하더라고요. 아주 흥미로운 분야라는 생각이 드는데 독사 패치 얘기로 돌아와서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원리인데요. 사용 시 우려되는 부작용이 있나요?

[인터뷰]
우선, 이 기술은 반도체 공학을 이용하여 기존의 주사기를 그대로 수백 배 작게 만든 기술입니다. 그러므로 주사기가 가지고 있는 우려스러운 부분은 똑같이 가지고 있죠.

이를테면, 불법시술처럼 정해진 약물을 전달하는 용도가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요. 또한, 주사기는 의료인을 통해서 주로 사용되지만, 본 기술은 그 크기가 작아 혈관을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비의료인도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 외에는 오히려 그 크기가 머리카락 지름 정도이기에 재사용으로 인한 감염 문제라던가 폐기물 처리 등의 문제에서는 오히려 큰 강점이 있습니다.

[앵커]
그럼 이 원리가 앞으로 어디에 활용될 수 있을까요?

[인터뷰]
두 가지로 이야기해볼 수 있습니다. 화장품 쪽으로의 활용과 의료 쪽으로의 활용입니다. 고가의 화장품들이 주로 주름 개선 성분과 미백 성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현재는 이들 기능성 성분의 흡수율이 아주 낮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독사가 독을 전달하는 원리를 이용한 본 기술은 그 흡수율을 아주 인상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현재 K 뷰티가 양적인 성장을 이루었는데요. 이런 첨단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질적인 성장을 하는데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두 번째는 백신주사와 인슐린 주사 등의 약물 전달 용입니다. 파스 같은 기존의 패치는 액체 약물을 고체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첨가제를 넣는데요. 본 기술은 약물에 어떤 추가적인 처리를 하지 않고, 기존의 약물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임상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비교적 빠르게 실제 제품으로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상용화가 된다면 자연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 될 것 같은데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인터뷰]
우리나라는 반도체 제조 기술이 아주 많이 발전되어 있지 않습니까? 본 기술의 또 다른 장점이 바로 이 첨단 반도체 공정을 통해 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저렴한 가격과 대량생산에 유리하기 때문에, 주사기의 단점을 극복한 만큼 의료용 약물 패치를 빠르게 상용화해 인류 건강 증진에 도움되도록 하고 싶습니다.

[앵커]
오늘 방송하면서 뒤에 주사기 배경 보면 너무 무섭고 병원 갈 때마다 한숨이 나오는데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었고요. 앞으로도 교수님을 통해서 자연 모사를 통한 새롭고 획기적인 발명품이 많이 개발되기 기대해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1.  00:45천 개의 비밀 어메이징 스토...
  2.  02:00사이언스 스페셜 골드러시 우...
  3.  03:00사이언스 투데이 오후 (4)
  1.  [종료] YTN사이언스 특집·파일럿 프로...
  2. [종료] YTN사이언스 구매 프로그램 공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