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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인 피플] 세상의 끝에서 지구의 미래를 연구하다…신형철 극지연구소 부장

■ 신형철 / 극지연구소 정책협력부장

[앵커]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눈보라가 몰아치는 세상의 끝, 남극에서 지구의 미래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 <줌 인 피플>에서는 극지연구소 정책협력부장 신형철 씨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저희에게 극지는 너무나도 멀리 떨어진 곳이지만, 기후를 조절하는 곳으로서 인류 생존과는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죠. 극지연구소란 어떤 기관이고, 그곳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해주시겠어요?

[인터뷰]
극지연구소는 남북극에서만 할 수 있는 연구를 전 지구적인 관점에서 수행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입니다. 지구 환경변화의 원인 규명과 미래 예측을 위해 남북극의 기후와 대기, 해저와 지각, 해양과 빙하, 생태계와 생물자원을 대상으로 다양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가 가능하도록 연구기반 시설을 운영하고 연구 활동을 지원하는 것도 극지연구소의 일입니다. 남극 세종기지와 장보고 기지, 북극의 다산기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예가 되겠습니다. 또 국내 우수 연구역량이 극지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후속 세대를 양성하는 것 또한 극지연구소의 중요한 사명입니다.

[앵커]
부장님이 남극과의 인연이 올해로 벌써 28년째라고 들었는데요. 남극에서 생활하신 건 얼마나 되시나요?

[인터뷰]
제가 남극을 우편물 주소로 가졌던 게 다 합치면 3년쯤 됩니다.

[앵커]
그러면 인생에서 굉장히 의미가 있는 곳일 것 같은데요. 부장님께 남극은 어떤 곳인가요?

[인터뷰]
누군가 이렇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남극은 음악으로 치면 모차르트이고, 미술이라 하면 미켈란젤로, 문학이라 하면 셰익스피어다. 아니 그 이상이다. 남극은 지구 상에서 본래 모습대로 남아있는 유일한 곳이다. 행여 남극을 길들이려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고, 각별한 사연으로 남극과의 인연을 시작했습니다. 지구의 양 극단에 있는 춥고 눈과 얼음으로 덮인 세상은 한때 인류에게 동경과 모험의 대상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말할 수 없는 어려움과 외로움, 위험함을 무릅쓰고 이 특별한 곳을 찾아갔죠. 성공과 실패가 반복됐고 누군가는 그곳에서 영원히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중요한 과학탐구의 영역이지만 열망과 좌절 그리고 희망이 만들어내는 드라마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남북극은 특별한 곳이지만 우리의 일상과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 아닙니다. 남극은 전 지구적인 변화가 시작되는 진원지이고 또 궁극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는 종착역이며 동시에 기후변화의 속도를 더디게 만들 수도, 인류가 전 지구적 변화에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완충기가 되기도 합니다.

[앵커]
앞서 남극과의 각별한 사연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만든 주인공이 크릴새우라고 들었습니다. 이게 어떤 이야기인가요?

[인터뷰]
제가 1991년 초 남극 연구 프로그램 아르바이트생으로 일을 시작했고, 그해 말 세종과학기지 월동연구대에 지원해서 남극에서 한 해를 보냈습니다. 처음에는 펭귄이나 물개 같은 대형 야생동물 연구에 뜻이 있었지만, 이런저런 사연으로 박사 공부를 그만두고 유학을 떠났고, 남극 크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할 때 새우가 바로 이 크릴입니다. 크릴은 남극 해양 생태계의 중추입니다. 펭귄들과 고래가 없이 살 수 없는 가장 중요한 먹이입니다. 남극 바다에 사는 큰 생물들 대부분 크릴 없이 살 수 없고 작은 생물들 가운데 크릴이 못 먹는 것이 없습니다. 요즘 크릴 오일이 한창 판매되고 있는데, 지금도 어획되고 있는 수산자원입니다.

[앵커]
극지연구소라고 하면 생각나는 게 쇄빙선인 아라온호입니다.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 배인가요?

[인터뷰]
쇄빙연구선은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미답의 영역에 우리를 데려다주는 교통편입니다. 아라온호는 우리나라에서 10년 전에 건조되어 취역한 쇄빙연구선인데요. 연구를 수행하고요. 기지보급의 중요한 수단입니다. 우리나라 극지연구소가 가진 가장 고가의 자산입니다. 1m 두께의 얼음을 깨고 3노트의 속도로 전진할 수 있고 첨단 관측장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아라온호가 지금 북극에 있는데요. 아라온호는 지구의 남쪽 끝과 북쪽 끝을 아주 바쁘게 오가는 배이고 1년 중 300일 이상을 바다에 떠 있습니다. 지금 남극은 오랜 세월 눈이 쌓여 다져진 빙하들이 빠른 속도로 주저앉으며 물러나고 있고, 이로 인해 해수면 상승의 위협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10년 전 아라온이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남극에서도 빙상 후퇴가 가장 두드러진 해역인 아문센 해라는 곳에 주목했고, 아문센 해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녹고 있는 스웨이츠 빙하에 대한 정밀 탐사를 국제 공동연구로 선도적으로 수행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빙 감소 말씀하셨는데, 이뿐만 아니라 아라온호가 동시베리아에서 최초로 발견한 가스하이드레이트 즉. 가스 수화물 역시도 분해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데 이건 어떤 의미를 갖는 건가요?

[인터뷰]
우리가 2016년에 동시베리아에서 처음으로 가스 수화물을 채취했는데요. 가스 수화물이 어떤 거냐면, 얼음을 분자구조까지 볼 수 있게 크게 확대하면 물 분자들이 공간을 가진 격자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내부 공간을 가스 분자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 가스 수화물입니다. 가스 수화물은 미래 에너지 자원과 지구온난화의 시한폭탄,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는 물질입니다. 가스 수화물에 포함된 메탄은 연소할 때 다른 화석 에너지보다 이산화탄소와 유해물질을 덜 배출하는 청정에너지원이지만, 그대로 대기 중에 방출되면 이산화탄소보다 약 25배에 달하는 온실효과를 발생시키는 강력한 온실가스입니다. 낮은 온도가 좋은 형성 조건이기 때문에 추운 극 지역에 가스 수화물이 많이 분포돼있을 가능성이 크고, 현재 북극 지역에만 세계 매장량의 약 20%가 묻혀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차가워서 가스 수화물이 분포하기 좋은 지역이지만 지구 환경변화에 가장 민감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지구온난화는 극지 지역의 가스 수화물을 불안정하게 만들면 그 속에 갇혀있던 메탄가스를 방출시킬 것입니다. 그러면 가스 수화물을 연구할 이유가 충분해지는데 혹독한 탐사환경 때문에 아직도 시작단계입니다. 우리나라는 선도적으로 국제 공동연구를 이끌어 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앵커]
앞으로도 연구가 지속될 것 같은데요. 부장님께서는 현재 남북극 과학 외교 전문가로 활동하고 계시다고 들었는데요. 과학 외교의 중요성은 무엇인가요?

[인터뷰]
과학은 외교적 갈등이 있을 때도 저변에서 유지하고 보존할 수 있는 미래 협력을 위한 씨앗입니다. 남북극과 같은 국익과 국제협력이 갈등하는 공간에서 이해당사자들이 찾을 수 있는 공통분모이기도 하죠. 하지만 과학에서도 신뢰는 한 번에 얻어지지 않고 협력이 뿌리를 내리려면 여러 번의 성공 사례가 축적이 되어야 하고 제도가 되어야 합니다. 양국 혹은 여러 나라의 과학적 공동관심사를 발굴해서 협력이 상호 유익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하고 연구 성과를 지구촌 사회의 수요와 연결하는 것이 과학 외교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앞서 언급하신 스웨이츠 빙하에 대한 국제 공동연구도 그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겠죠. 그러면 부장님 개인의 앞으로의 계획도 짧게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초심으로 돌아가서 연구에 다시 몰두했으면 합니다. 제가 공저자이긴 한데, 저를 포함한 연구진들이 최근에 이런 논문을 썼습니다. '열대바다가 차가워지면 남극 동물플랑크톤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재미있는 제목 아닌가요. 왜 어떤 해는 남극 크릴의 풍년이 되고 또 흉년을 맞는지 이것이 펭귄과 고래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남극 수산업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시 공부하고 싶습니다. 저는 극지 과학은 본질적으로 지구역사책을 쓰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땅과 바다의 역사, 살아 숨 쉬는 생물, 또 사람의 역사가 있고 과거뿐 아니라 현재 그리고 미래가 모두 담긴 역사책입니다. 자연요인과 인간의 교란이 지구의 미래를 어떤 모습으로 빚어낼지 가늠하고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공존할 수 있을지 지구사용법 설명서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극지 연구를 생업으로 삼고 있는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극지 연구가 날개를 달고 도약할 수 있도록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앵커]
멀리 있어서 모르는 것이 많지만, 지구 상에서는 모든 인류에게 아주 중요한 곳이잖아요. 극지연구소의 빛나는 연구 성과들 응원하고 기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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