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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인 피플]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현미경으로 바라본 새로운 세계

■ 지호준 / 나노 사진작가

[앵커]
일상에서 흔히 보는 대상을 현미경으로 바라본다면 어떤 세계가 펼쳐질까요? 이런 재미있는 상상력으로 과학과 예술을 접목한 분이 있다고 합니다.

오늘 <줌 인 피플>에서는 나노 사진작가 지호준 씨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작가님께서는 현미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그걸 통해 사진 작업을 진행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현미경을 통해 들여다보면 어떻게 보이는 걸까요?

[인터뷰]
그래서 제가 사진 몇 장을 준비해봤습니다.

이 작품은 무엇을 찍은 것일까요?

[앵커]
산맥 산 같기도 하고요

불이 활활 타오르는 느낌도 드네요.

[인터뷰]
이 작품은 대학원 시절에 연구실에서 키우던 강아지가 싼 배설물을 현미경으로 촬영한 이미지입니다.

[앵커]
전혀 그렇게 안 보여요.

[인터뷰]
강아지 배설물 안에서 저는 정선의 금강전도를 찾았습니다.

[앵커]
비교해 볼까요?

그럴싸하네요.

또 다른 사진도 준비하셨다고요?

[인터뷰]
다음 사진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 사진은 무엇으로 보이나요?

[앵커]
브로콜리 같기도 하고요.

나무, 라이언킹에 나오는 나무 있잖아요.

이건 뭐죠?

[인터뷰]
저도 처음에는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카이스트 공부를 할 때, 우연히 나무 한 그루가 찍힌 사진을 봤습니다. 바람에 한들한들 흔들리는 모습이 신기해서 담당 연구원에게 어디서 찍은 나무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나무가 아니라 PDMS, 폴리디메틸실록산 이라는 화학물질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소재에 전자빔을 조사해서 만든 나노트리라는 연구물이었어요.

[앵커]
오른쪽은 뭔가요?

[인터뷰]
왼쪽은 약 3만 배, 오른쪽은 약 4,500배로 전자현미경을 통해 확대한 것입니다.

[앵커]
오른쪽을 더 확대하면 왼쪽처럼 되는군요.

우연한 계기를 통해 현미경 사진 세계의 매력에 빠지게 된 것 같은데요. 그때의 느낌은 어떠셨나요?

[인터뷰]
우연히 본 사진 한 장이 현미경 사진 세계에 입문하는 계기가 된 것이었는데요. 자연 일부라고 여기던 형체가 전혀 다른 물질이었다는 걸 알고 나자 그동안 사진을 찍으며 쌓아온 모든 지식과 경험들이 한순간에 허물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경험 하나로 사물의 이미지를 단정 지었던 지난날의 모습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어요.

[앵커]
그때의 느낌을 시작으로 어떤 작품을 만드셨나요?

[인터뷰]
'우리가 보는 대상은 당연히 이런 것이다'라는 틀을 깨고 싶었고, '우리가 보는 세계의 절대적인 진실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으로 첫 번째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나노와 그래피의 합성어인 나노그래피라는 제목이었는데요. 전자현미경을 통해 본 미시세계를 가공하고 빔프로젝터로 일상공간에 투사해 그 장면을 사진 촬영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언뜻 보면 나무 형상 같은 나노이미지가 일상공간에 투사 됐을 때, 관객들은 자연물이 투사됐다고 믿기 쉬운데요. 하지만 투사된 이미지가 나무 같은 실제 형상이 아닌 화학물질이라는 것을 알면 놀라움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앵커]
진짜 나무처럼 보이는데요.

작가님께서는 작업하실 때 광학현미경보다 전자현미경을 더 선호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유가 있을까요?

[인터뷰]
저는 과학을 동경합니다. 현미경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 시간이 흐를수록 더 새로운 것을 볼 수 있게 해주고 있습니다. 머리카락을 1,000분의 1로 쪼갠 나노미터까지 확대할 수 있는 전자현미경을 광학현미경보다 선호하는 이유는 기술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세계를 볼 수 있고 그 이상의 상상을 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저는 현미경을 학창시절에 본 게 전부인 것 같아요.

작가님께서는 현미경으로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기 시작하면서 일상의 모든 것들이 새롭게 보였을 것 같아요. 어떠셨나요?

[인터뷰]
그렇죠. 일상에서도 미시세계에 대한 탐미는 계속되었습니다. 전자현미경뿐만 아니라 접사를 촬영하기 위한 매크로 렌즈를 끼운 DSLR이나 장난감 현미경, 돋보기를 늘 가까이 두고 수시로 주변 사물을 들여다보았습니다. 평범한 사물일수록 더 유심히 관찰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방안을 돌아다니던 작은 동전 하나가 재밌는 상상의 세계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그 동전은 미국의 1센트였는데요. 현미경으로 바라본 1센트에 그려진 링컨 대통령의 모습은 거대한 조각상 같았습니다. 셀 수 없는 흠집과 녹들이 거대한 상처와 시간의 흔적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흑인 노예를 해방했던 그의 업적과 역사가 떠올랐어요.

마침 그 당시에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가 당선됐는데요. 저는 순간 '오바마와 링컨이 만나면 어떨까?' 같은 상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전자현미경으로 1센트를 확대해서 부분들을 한 장 한 장 붙였어요. 그래서 최대 3m까지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오바마 기사를 모으고 광학현미경으로 확대해 1센트 속 링컨을 만나게 해서 시공간이 초월하는 만남을 스토리텔링 해보았습니다. COINcidence 우연성이라는 프로젝트명으로 세계 각국의 동전들과 관련된 신문 기사를 통해 흥미로운 역사적 만남을 표현했습니다.

[앵커]
작은 동전인데 확대하니깐 동상 같은 느낌인데요. coincidence에 동전을 뜻하는 COIN을 대문자로 표현해 이중적 의미를 드러낸 건가 봐요.

작업하시면서 어렵거나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인터뷰]
현미경으로 동전을 처음 봤을 때 제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현미경으로 본 부분들을 하나하나 찍고 붙여서 하나로 만들어야 했는데요. 자연스럽게 붙이는 것에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자연스럽게 붙였더니 대부분의 사람이 한 번에 찍은 줄 알아서 그때마다 억울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앵커]
그리고 한지를 현미경으로 관찰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한지는 어떤 세계를 드러냈나요?

[인터뷰]
대자연을 느꼈습니다. 자연은 생성을 뜻하는데요. 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고, 열매가 열리고 이 미시세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이 과정, 이 모습이 우리가 보는 자연과 너무 닮아있었던 겁니다. 미시세계 속의 자연을 일상 자연으로 끄집어내고 싶었어요.

그리고 빔프로젝터와 발전기를 들고 혼자 야산으로 향했습니다. 그 이미지에 맞는 장소를 찾기 위해서 1년간 사계절 산을 헤맸습니다. 시간대별, 계절별로 전국을 돌며 촬영을 거듭했는데요. 우연한 장소와의 만남을 통해 수확한 그림들은 정말 극렬한 아름다움을 뽐냈습니다. 보이는 자연과 보이지 않는 자연을 동시에 바라보면서 밤하늘의 수많은 별과 함께한 그 순간만큼은 저도 자연 속의 미세한 일부였습니다.

[앵커]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보는 관객들이 어떤 걸 느꼈으면 하시나요?

[인터뷰]
큰 거보다는 일상 속 작은 곳에서 새로운 가치를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자주 가고 보고 접하는 대부분이 일상이 되잖아요. 그 일상은 우리가 만든 사회적 약속과 언어적 정의로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어서 새로운 관점으로 다시 보기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강아지 똥도 자세히 보면 새로운 세계가 있었던 것처럼 각자의 일상 속을 새로운 관점으로 자세히 본다면 새로운 가치를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나의 일상이 누군가에게 최고의 순간이자 최고의 장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봤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멋집니다. 앞으로 작가님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데요.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인터뷰]
과학의 힘 앞에서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약 10년 동안 다양한 수단을 익히고 과학적인 접근법으로 많은 시도를 하며 예상보다 좋은 결과를 만들기도 했지만, 저 자신에 대한 부족함은 작업하면 할수록 늘어나더라고요. 심도 있는 작업을 위해 아직 멀었다는 겸손한 마음과 현시대의 과학을 접할 수 있다는 감사한 마음으로 무지한 패기를 버리고 싶고요. 한 발자국 뒤로 가서 저의 기술적인 부분 또는 미학적인 부족함을 채우는 준비의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앵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작가님의 메시지가 작품을 보는 사람마다 각각 다른 생각을 떠올리게 할 것 같아요.

지금 전시회를 하고 계시니깐 저희도 한 번 구경하러 가겠습니다.

지금까지 나노 사진작가 지호준 씨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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