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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인 피플] "건강한 연구생태계 만들 것"…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 노정혜 /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앵커]
'과학의 달'을 맞아 4월 한 달 동안 <줌 인 피플>에서는 과학계 주요 인사를 모시고 다양한 과학계 현안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 국제협력 등 정부 R&D 예산의 1/4 이상을 운영하는 한국연구재단 노정혜 이사장과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앵커]
지난해 7월 취임 이후로 정말 바쁜 시간 보내신 거로 알고 있는데, 오늘 이렇게 출연해주셔서 감사하고요. 연구재단이 어떤 일을 하는지 생소하실 시청자 여러분을 위해서 간략하게 소개 부탁합니다.

[인터뷰]
한국연구재단은 주로 대학에서 하는 연구, 인문사회에서 이공분야에 이르는 모든 기초연구를 지원하는 연구관리 전문기관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정부 연구개발(R&D)비의 1/4 이상을 집행하고 있으며, 올해 예산은 약 5조 7천억 원 정도를 집행하고 있습니다.

[앵커]
우선 지난해 이사장님 취임 열흘 만에 터진 부실학회 참석 문제에 대해 짚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당시 연구재단에서 빠르게 실태 파악에 나섰는데, 현재 이 부분은 징계나 후속 조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인터뷰]
부실학회는 상업성 학술단체들이 겉치레만 번드레하게 학회를 조직하고 연구자들을 속이는 데서 비롯됩니다. 모르고 속아 넘어간 선의의 피해자는 구제하지만, 고의로 부실학회에 참석하고 이용하는 연구자들에 대해서는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실학회 참여자에 대한 조사는 직무윤리를 위반했는지 표절과 같은 연구 부정이 없는지 연구비를 부당집행하지 않았는지를 살펴보고, 그에 따라 제재와 징계가 행해집니다.

직무윤리와 연구 부정에 관한 부분은 참가자들의 소속기관에서 조사하여 처분이 이루어지고요. 부실학회를 정부연구비로 참석한 것으로 결론이 나면, 출장비를 회수합니다.

연구재단은 재단이 지원한 연구비로 부실학회에 참가한 연구자들에 대해서 소명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내용 타당성을 점검했고요. 그 결과에 따라서 과기정통부에 연구윤리 점검단에서 최종 심의를 할 겁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출장비를 회수한다든가-하는 후속 조치가 이어질 겁니다.

[앵커]
사실 논문 표절이나 저자 끼워 넣기, 연구비 부정 사용 등이 문제가 된 경우가 여러 번 있었지만, 부실학회 참석 문제는 이번에 처음 드러난 사실입니다. 앞서 선의의 피해자도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연구자들이 모르고 부실학회에 참석한 건가 싶기도 하고요. 이들이 왜 부실학회에 참가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인터뷰]
왜 부실학회에 참석하게 될까? 그 원인은 크게 연구계 내부요인과 외부요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내부요인 중 가장 큰 원인은 연구자들이 갖고 있는 논문게재 실적에 대한 압박이 가장 큽니다. 손 쉽게 연구 실적을 쌓는 수단으로 해외 학회를 이용한 거죠.

그리고 외부요인으로는 기존의 출판문화를 개방하려는 Open Access 학술 운동이라고 있는데요, 그게 1990년대 후반부터 널리 확산하면서, 이를 악용하여 상업화한 약탈적 학술출판업자들이 등장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제대로 된 동료평가를 하지 않고, 고액의 논문 게재료만 받아 챙겨 연구자들을 유인하는 거죠. 그래서 경험이 부족한 초보 연구자들이나 쉽게 업적을 만들고 싶은 연구자들이 이들 부실 학술단체의 상업적 술수에 휘말린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처음 한 번은 부실학회인지 모르고 참석했을 수 있어도, 두 번 이상 참가했다면, 알면서도 고의로 참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그래서 고의로 참석하는 사람들은, 승진과 고용을 위해 이력서에 많은 실적을 올리고자, 또는 학술 활동보다는 해외여행에 더 관심을 가져서, 부실학회와 공생 관계를 맺게 된 부실학회 기여자로 보입니다.

[앵커]
또, 이사장님을 황우석 사태 당시 논문 조작을 밝혔던 연구자로 기억하는 시청자분들도 있을 겁니다. 당시 서울대 연구처장으로 계셨죠, 이사장님이 생각하시는 진정한 의미의 연구윤리가 무엇인지 궁금한데요.

연구자 스스로 연구윤리의식을 높이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인터뷰]
윤리라는 것이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잖아요, 연구윤리는 연구자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통상 “책임 있는 연구”로 표현되는, 영어로는 responsible research라고 하는 연구활동을 해야 합니다. 연구를 진실하게 수행하고, 건전한 연구생태계를 이루고, 사회에 책임지는 연구를 수행한다는 의미이지요. 그래서 연구윤리라는 게 결국 연구의 진실성과 사회적 책임을 모두 아우르는 것이 연구윤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연구윤리를 높이려면 연구자 개개인과 공동체, 즉 학계, 연구계 모두 책임 있는 연구를 수행하는 것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윤리강령을 생활화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합니다.

한국연구재단은 학계가 자율적으로 연구윤리를 확립하고 건강한 연구문화를 조성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고자 합니다.

저희가 가이드 북도 만들고, 교육자료도 배포하고, 윤리위반사례와 그 후속조치에 대한 사례집도 만들어 공유할 예정입니다.

최근에 재단에 연구윤리위원회라는 걸 만들었거든요. 여기에서 연구윤리 관련 정책과 연구윤리를 확산하는 주요한 결정을 내리게 될 것입니다.

[앵커]
각종 노력을 하고 계시는 만큼 더 이상 연구윤리 논란이 불거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특히 올해부터는 ICT 분야 R&D 기관까지 연구재단으로 통합되면서 조직 규모가 더 커졌습니다. 이처럼 통합 운영된 배경이 따로 있나요?

[인터뷰]
지난해 8월에 열린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서 연구관리 전문기관들을 한 부처에 한 개 이내로 두도록 하는 효율화 방안이 결정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과기정통부 산하의 정보통신(ICT) 분야 연구개발(R&D) 관리조직인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올해 1월부터 한국연구재단의 부설기관으로 통합됐습니다. 물리적인 통합이죠.

그래서 연구재단은 부설기관인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독자적 운영을 최대한 보장하되, 통합됐기 때문에 부설기관이 된 시너지도 함께 이루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정보통신 분야 기초연구 우수과제를 찾아서 응용·개발단계로 후속연구가 지원될 수 있도록 한다거나, 공동으로 R&D 기획을 하거나 연구관리를 협력하는 등 그런 종류의 시너지가 되는 일들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앵커]
사실 연구재단이 통합 운영되기 시작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2009년부터 여러 재단이 통합해서 아우르는 분야도 그만큼 넓어졌는데요.

각 기관과 연구자들 사이에서 한국연구재단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인터뷰]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연구재단은 한국과학재단, 한국학술진흥재단, 과학기술국제협력재단, 이 세 기관이 2009년에 통합하여 큰 기관으로 하나가 됐습니다.

학술과 연구의 효율적 지원을 통해 창의적 연구와 글로벌 인재양성을 하는 사명과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육부와 과기정통부의 연구개발사업, 대학재정지원사업들을 위탁 집행하며, 전문대학에서 연구중심대학에 이르기까지, 4만 명이 넘는 연구자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와 대학 등 연구기관, 연구자들 사이에서 소통의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R&D 정책이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책임지고, 연구 현장 의견의 통로가 되어 정책 수립을 지원하며, 연구자에게 공감하고, 국민에게 감동을 주며, 정부에 신뢰를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저희가 하는 일이 창의적인 연구들을 공정하고 전문적으로 평가하고, 연구자들이 책임지는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과 풍토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연구성과를 국민 눈높이에 맞게 전달하여, 국민이 연구성과에 공감하고 국민의 삶 속에서 연구성과가 체감될 수 있도록 해야겠지요.

지난 10년간 연구재단이 이런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사실 통합한 지 10년이 됐으니까 이제 그것을 돌아보고 앞으로 10년간 어떤 위상과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지를 현재 여러 관련자와 직원들이 함께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 연구지원기관을 선도했던 기관의 위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적 수준의 연구기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앵커]
그동안 여성 연구자, 지역 연구자, 생애 첫 연구자 등 새로운 연구과제 사업들이 많이 만들었는데요. 혹시 올해 새롭게 계획하고 있는 연구과제 사업은 어떤 게 있는지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작년과 올해에 걸쳐 몇 가지 새로운 연구사업들이 시행되고 있는데요. 이공계 기초연구사업의 경우 처음 발령을 받은 신진연구자들의 연구실 정착을 위한 ‘생애 첫 연구’가 시행되었고, 우수연구자들의 연구단절을 막기 위한 안전망으로 ‘재도약 연구’가 올해 신규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포용적 연구지원을 위해, 여성 과학자 선정목표제를 일부 사업에서 유지하고 있고, 지역에 특화된 선도연구센터 신설, 비전임 교원들, 시간제 교원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비전임 교원들을 대상으로 한 창의·도전 연구기반 지원 등을 올해 시행하려고 합니다.

인문사회 분야의 경우도, 신진연구자들을 위해서 창의 도전·소외 보호 유형을 신설하였고, 중견 연구자의 연구역량을 장기간 한 분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연구 기간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앵커]
재단 이사장이기 이전에 오랫동안 연구자로 활동하셨잖아요. 현장 연구자로서 연구재단의 역할, 연구재단이 해야 할 일에 대해서 많은 생각하셨을 것 같은데요.

임기가 2년 좀 넘게 남았죠. 남은 임기 기간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한데요.

[인터뷰]
제 생각에 연구재단이 단순히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을 위탁 집행하며, 연구비 관리를 하는 소극적인 역할을 벗어나,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연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연구생태계를 이루는 데 기여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초연구와 응용연구를 포괄하여 바람직한 연구의 방향과 문화를 제시하는 역할, 그리고 연구자들이 창의적인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드는데 재단이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강조하신 자율성과 창의성 연구 윤리 환경에서 우선이 되길 기대해보겠고요. 이런 것들은 모두 연구 윤리를 전제로 하는 만큼 이사장님 임기 중에 강도 높은 시스템이 마련되길 기대해보겠습니다.

[인터뷰]
네, 노력하겠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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