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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연구소] 갑작스러운 상실에 대한 애도 심리학…슬픔을 건강하게 극복하는 방법은?

■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앵커]
사랑하는 사람을 갑자기 떠나보낸다면 그 충격이 더욱 클 텐데요. 유족들의 대부분은 상실감을 극복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애도의 과정을 통해 슬픔을 치유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오늘 '생각연구소'에서는 '갑작스러운 상실에 대한 애도 심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합니다. 교수님 어서 오세요.

모든 죽음은 슬프고 힘들죠. 그런데 오랜 지병처럼 예상된 상실보다 사고로 인한 그런 갑작스러운 이별이 훨씬 더 강한 트라우마를 남긴다고 들었습니다. 어떤가요?

[인터뷰]
모든 죽음은 사실 큰 상처를 남기기 마련이죠. 남아 있는 분들한테 고통스러운 순간이니까요. 근데 이제 갑작스러운 상실을 경험하게 되면 미처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실을 경험하니까 그 자체가 극복하기 훨씬 더 어렵게 됩니다.

느끼는 어려운 점이 어떤 것인가 하면 이게 큰 대비현상이 있어요. 자신의 소중한 사람이 사망해서 대단히 슬픔 속에 있는데 나를 제외한 다른 세상은 평온하게 그대로 진행되는 것 같거든요. 그 둘이 너무 대비되니까 이 불일치감을 자기가 어떻게 수용해야 할지 잘 가늠이 안 되는 것이죠. 그래서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의 슬픔, 그들이 겪는 증상들을 '외상 후 애도 증후군'이라고 새롭게 불리고 있습니다.

외상 후 애도 증후군인데 가장 많이 알려진 외상 후 심리 스트레스 장애가 있잖아요. PTSD 하는 여러 가지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게 되었을 때 신체나 심리적으로 당하는 이런 증상을 말하는 데 거기에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에서 오는 우울이라든지 불면, 공황증상, 이런 것들을 합치면 애도의 느낌이 있잖아요. 애도 증후군을 결합한 '외상 후 애도 증후군' 이 말은 사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국내 여러 전문가들로부터 많이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앵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어떤 사고를 겪고 나서 그 사고에 대한 공포가 주원인이라면 '외상 후 애도 증후군'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상실로 인한 슬픔이 작용한다는 말씀인데요. 외상 후 애도 증후군, 구체적으로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요?

[인터뷰]
사실 어느 정도는 상실을 경험했을 때 시간이 6개월 정도 지나면 자발적으로 나아지는 상태가 되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시간이 흘렀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슬픔이라든지 사망한 사람에 대한 기억이 계속 나서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든지 그 고통을 계속 느끼는데, 특히 이렇게 고통이 길어지는 이유 중 하나가 사망의 원인에 대해서 자기 탓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있을 때 좀 더 잘해줄 걸 그랬다는 죄책감이 많이 느껴질 경우에 이 애도 과정이 잘 진행이 안 되기 때문에 애도 증후군 자체가 계속 지속할 수 있는데 심할 경우에는 일상 사회생활 자체가 안될 수 있고 아주 심할 경우에는 자살 충동을 느끼게도 한다고 합니다.

[앵커]
이렇게 갑작스러운 상실을 겪게 되는 경우에 심리적인 변화의 단계가 있다고 들었거든요. 어떤 변화를 겪게 되나요?

[인터뷰]
사실 상실 경험을 하면서 애도를 해야 하는 그런 단계가 있는데 학자에 따라서 4단계도 있고 5단계도 있고 6단계도 있는데 가장 간단한 4단계를 설명해 드리면 첫 번째 단계에서는 충격과 무감각의 시기라고 하는데요.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을 때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보이는 반응이 무엇이냐 하면 이것이 사실일 리가 없다는 부정하는 마음 그리고 실제로 그 현실 자체를 직면하고 싶어 하지 않고 회피하려고 하는 태도가 매우 많은데, 사람에 따라서 개인차가 있어서 두 가지 방향으로 나타납니다. 한쪽은 상실돼서 감당하기 어려우므로 내부에서 감정이 대단히 불안정해지면서 주로 상실 자체에 대한 분노의 감정 같은 것, 왜 이런 일이 나한테 일어났는가 이렇게 반응을 보일 수 있고 한쪽에서는 그 반대로 완전히 우리가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무감각해져서 그 자체를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정신이 멍해지게 되는데 사실 두 번째처럼 우리가 보통 일상적인 반응을 보여줄 때 나타나는 음성 증상들이 훨씬 더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 단계가 되면은 사망한 사람, 고인에 대해서 강한 그리움을 표현하는 시기가 옵니다. 너무 그립고 다시 보고 싶고 한데 다시 볼 수가 없잖아요. 마음이 방황하게 되고 이런 단계에서는 슬픔과 그리움 때문에 고인에 사진과 유품을 넋을 놓고 바라보는 단계가 됩니다. 좌절감이나 슬픔이 가득한 단계가 되겠고요.

세 번째 단계에서는 우리가 와해한다고 하는데 와해와 절망감을 느끼는 시기가 옵니다. 더 극심해지는 것이죠. 왜냐하면, 그렇게 그리운데 사실 만날 수 없다는 냉험한 현실 자체를 직면하는 시기가 되는 것이죠. 너무너무 보고 싶지만,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 그 사실을 나의 현실에 접합시켜야 하니까. 어떤 느낌이 드느냐면 "이때는 사는 게 참 허망하다." 또 여러 가지 절망감을 느끼고 잠도 잘 안 오고 음식도 잘 못 먹고 이런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태가 세 번째 단계로 오고 이게 피크를 이룬 다음에 네 번째 단계에서는 재조직하고 회복하는 그런 시기가 됩니다.

이때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조금 무뎌지고 그때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좋았던 추억을 떠올리게 되는 그런 단계가 되고 그때는 뭔가 있었던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되는데 이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어떤 평상적인 생활로 다시 회복되는 경험하게 되고 어떤 분들은 삶의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서 내가 그 사람 몫까지 더 열심히 살아야 하겠다고 결심하는 단계가 옵니다.

[앵커]
이렇게 봤을 때는 네 번째 단계가 가장 좋은 단계인 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드는데, 애도의 네 단계를 모두 다 거치는 것이 정서적 회복에 더 도움이 된다고요?

[인터뷰]
애도 자체를 너무 급하게 마치 우리가 내용은 없이 결론만 남아있게 되면은 그 자체가 충분히 자기 안에 소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속은 다 곪아 있는 데 뚜껑만 덮어 놓은 것처럼 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어떤 분들이 힘들어하냐면 특히 주변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거나 자기 자신이 남한테 뭔가 잘 표현하는 성격이 아닌 분들이 이 애도 과정이 진행 안 되기 때문에 겉으로 보면 괜찮은 것처럼 보이지만 속은 되게 울고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경우는 되게 우울감을 많이 느끼게 되고 또 죽음에 대해서 몰두하는 경향을 보이고 사회적으로도 고립되는 경우가 됩니다.

[앵커]
떠난 고인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남겨진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충분히 슬퍼하는 애도 과정이 꼭 필요하겠습니다. 상실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나의 마음을 말하지 않아도 알아줄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위로를 해줘야 할까요?

[인터뷰]
그게 참 어렵죠. 다 똑같이 느끼는 것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대단히 중요한 데, 하나는 주변인들이 정말 진심으로 위로해주는 '정서적 지지'가 중요하고, 두 번째는 슬픔을 누군가와 이야기할 수 있는 자기 개방시간의 시간이 치료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무언가 그것을 이야기할 기회를 줘야 하는데 너무 재촉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에요.

그래서 위로를 하실 때 몇 가지 주의할 점을 짧게 말씀드리면 하나는 '아픔에 대해서 무언가 충고하거나 가르치려고 하지 마라.' 그 사람이 뭔가 도움을 요청한다면 이야기해 줄 수는 있지만 뭔가 "이렇게 해라." 이렇게 말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되고요.

또 하나는 "너무 자세하게 슬픔의 기간이라든지 애도에 관해서 묻지 마라." 그리고 "나도 옛날에 그런 경험 했어." 자신이 겪은 상실과 그 사람의 상실을 비교하려고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유족에 대해서도 잘 견디고 계십니다." 이런 식의 겉으로 이야기하는 어떤 격려와 같은 것도 가능하면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앵커]
위로할 때도 주의해야 할 점이 상당히 많이 있군요. 이제는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볼 텐데 일단 건강하게 극복하는 자체가 중요하잖아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인터뷰]
가족이 중요합니다. 함께 있는 가족들이 그 슬픔을 같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족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가 대단히 중요한데 그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그런 느낌들을 서로 나눌 수 있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만약에 이야기하는 것이 어렵다면 함께 가족사진을 보면서 함께 우는 것도 애도 과정에서 대단히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각자의 슬픔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한데 만약에 6개월 이상 너무 힘들게 진행된다고 할 때는 일반적으로 잘 해결이 안 됩니다. 그때는 반드시 상담 전문가와 말씀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겠고요. 가장 중요한 것이 그거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혼자 가두면 애도 과정이 진행 안 됩니다. 누군가와 이것을 터놓고 정서적으로 위로를 받는 그런 경험이 치유되는 것입니다.

[앵커]
최근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우리 사회의 불안이나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것 같은데요. 이럴 때일수록 주변의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를 건네는 그런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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