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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연구소] 한국 사회를 휩쓴 '젠더 갈등'…해결 방법은 없을까?

■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앵커]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의 하나가 바로 젠더 갈등입니다. 이런 갈등은 증오와 혐오로 이어지며 사회적인 문제로도 자리 잡고 있는데요. 서로의 성을 이해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없을까요?

오늘 <생각연구소>에서는 '젠더 갈등의 심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합니다. 교수님, 반갑습니다.

[앵커]
요즘 젠더 갈등 이슈가 점점 더 많아지고, 심각해지고 있다고 느껴지는데요. 최근에 젠더 갈등을 촉발한 사건들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인터뷰]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는데요. 가장 먼저 시발점이 됐던 첫 번째 사건은 2016년 5월에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이 있었죠. 서울 강남역 인근의 건물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사건이었는데요. 이 사건은 사람들이 '여성 혐오' 범죄로 규정되며 젠더 폭력이 이슈화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후, 서지현 검사, 김지은 씨 등의 폭로로 미투 운동이 촉발되었죠.

이후, 2018년 11월 이수역 폭행 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여성 일행 2명이 맥줏집에 있던 한 커플과 말싸움을 했는데, 커플이 자리를 피하자 이후 또 다른 테이블에 있던 남성 일행들과 말다툼 끝에 몸싸움을 벌인 것으로 알려진 사건인데요. 이 사건 이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 측이 인터넷 사이트에 '이수역 폭행 사건, 남자 넷이 여자 둘을 폭행해 입원 중'이라는 제목의 글과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는 사진 등을 올려 삽시간에 퍼지게 되었습니다. 해당 사건은 남녀 간의 성별 대결로 초점이 모이며 많은 사람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요. 젠더 갈등 이슈를 촉발했던 사건이 되었습니다.

또, 최근엔 대림동 여경 사건 들어보셨나요? 일종의 '여경 무용론'이 제기됐었는데요. 주로 여성이 소수인 직업군이 있잖아요. 경찰, 군인, 소방관 등의 직업군에서 여성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거 아니냔 일각의 시각들이 있었고, 또 반대로 남성들이 소수인 간호사라든지 보육교사 같은 직업군에서는 남성들을 어떻게 믿느냔 의견들이 나와서 온라인 중심으로 설왕설래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사실 그 사람이 개인의 능력과 상관없이 특정 성에 대한 편향된 반응은 바람직하지 않죠.

[앵커]
말씀하신 대림동 여경 사건 같은 경우 사실 구로동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해요. 그리고 경찰이 대응을 적절하게 했다는 해명을 발표했는데도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는데요.

이런 젠더갈등, 세대 갈등이나 여러 가지 갈등이 있지만, 유독 첨예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통계자료가 있다고요?

[인터뷰]
네, 저도 조사하면서 깜짝 놀랐는데요, 2016년 1월부터 2019년 6월 30일까지 빅데이터 분석업체 타파크로스에서 조사한 건데요. 언론 기사, SNS, 인터넷 포털 및 커뮤니티 사이트의 자료를 보니 약 5,400만 건을 분석한 결과 성별 갈등에 관한 자료가 무려 73.6%로 가장 높았고요. 그런데 나머지 우리가 많이 아는 갈등인 정치갈등의 경우 15.4%, 세대갈등이 5.5%, 직장 내 갈등이 5.5% 순이었는데, 유독 성별 간의 갈등이 70%를 넘었다는 거, 이것 자체가 얼마나 핫한 이슈인지를 보여주는 거죠.

[앵커]
심각한 건 알았지만, 이렇게 통계로도 나타나니까 더 심각하다는 걸 느낄 수 있겠는데요. 이런 젠더 갈등이 2030 세대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가 있다고요?

[인터뷰]
리얼미터가 지난해 12월 YTN의 의뢰를 받아 전국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설문했더니, '여성폭력방지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렇게 따로따로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흥미로운 건 뭐였느냐면 20대 여성의 찬성은 91.5%였지만, 20대 남성의 찬성은 26.2%밖에 안돼요. 30대 여성의 찬성은 75.2%였지만, 30대 남성의 찬성은 32.3%로 그쳤습니다. 그러니까 여성폭력방지법에 대해 20대와 30대 남녀 간의 의견 차이가 상당하다는 걸 보여주는 거잖아요. 원래 여성폭력방지법은 성별에 따른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 유치원부터 전 학년에 거쳐서 학교에서도 여성폭력예방교육을 받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법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이렇게 통계만 봐도 젠더 간의 이슈에 있어서 성별 간 얼마나 다른 차이를 가지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데요. 이 젠더 갈등의 심리, 특히 더 젊은 층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인터뷰]
제 생각에는 특히 성 평등, 성차별에 유독 예민한 것 같아요. 보통 지역갈등이 되게 많잖아요. 그런데 요즘 특히 온·오프라인에서 댓글을 달고 의견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세대의 특성도 반영되는 것 같은데요.

특히 20대의 남자의 경우 취업난이라든지 군대, 이런 것을 통해서 옛날 기성세대 남성보다 손해를 보고 있다, 이런 박탈감이 있을 것 같고요. 여성등 같은 경우 여성을 타깃으로 한 두려움이 많이 있잖아요. 또 요즘에 페미니즘 같은 것들에 대해 교육이 많이 되고 훨씬 더 관심이 많아지면서 둘의 의견 차가 벌어진 것 같습니다.

[앵커]
사실 이런 젠더 갈등과 관련해서 대표적으로 양극단에 서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일베와 워마드라고 생각하는데요. 본인들이 활동하는 커뮤니티에서 서로를 증오하고 혐오하는 것을 거침없이 내뱉으며 젠더 갈등이 점점 심해지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도 드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인터뷰]
아무래도 심화하는 요소가 있겠죠. 실제로 상당히 극단적인 의사라든지 행동이 동반하니까 주변에서 많이 우려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실제로 일베, 일간베스트 저장소죠. 그곳에서는 여성 혐오라든지 장애인, 성 소수자에 대한 비하, 극우 성향을 보여주는 사이트이고요. 워마드는 남성 혐오, 극단적인 여성 우월주의, 이런 것들을 표방하는 사이트입니다. 그런데 이 두 커뮤니티와 관련해서 사건·사고가 많이 생겨서 많은 사람이 우려하고 있는데요.

2017년 2월 일베에 여고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겠다고 글을 올린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은 상태입니다. 2018년 11월엔 여성 몰카 사건이 대두되면서 관련 일베 회원 13명이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고요.

반면 워마드의 경우도 2018년 5월, 여러분들 많이 들어보셨겠지만, 홍익대 누드 몰카 사건이 생겨서 실제로 그것 때문에 피해자에게 2,500만 원의 위자료 지급 선고 상태입니다. 2018년 7월에는 소위 낙태 인증사건으로 태아를 훼손한 사진이 올라왔었거든요.

[앵커]
물론 거짓이었지만요.

[인터뷰]
네, 많은 사람이 그것에 대해 걱정하고, 우려했는데요. 이런 극단적인 행동 같은 것들이 사실 젠더 감수성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 이런 것들을 배워가는 과정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상당히 많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앵커]
말씀하신 극단적인 커뮤니티의 일부 행동들이 성 인지 감수성을 높이려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건 아닌가, 이런 우려도 드는데요. 이렇게 젠더 갈등이 계속 심화한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을까요?

[인터뷰]
제 생각에는 이게 계속되고 과도하게 비난하고 과도하게 행동한다면 사람들이 잘 듣지 않게 되죠. 그리고 '다른 성은 필요 없어, 남자 필요 없어, 여자 필요 없어' 이렇게 무용론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걱정되고요.

지금 보셨지만, 극단적인 것에 따라, 때에 따라서 상대방을 향한, 상대 성을 향한 범죄라든지 이렇게 치닫을까 걱정입니다.

[앵커]
이게 한순간 해결은 어렵겠지만, 이런 젠더 갈등을 해소하고 성 평등이나 다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강한 논의가 이뤄지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요?

[인터뷰]
쉬운 문제가 아닌데 그만큼 중요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첫 번째는 상대 성을 싸잡아 비난하는 일종의 '과잉 일반화', '여자는 다 그래, 남자는 다 그래' 이런 것, 또는 한쪽 성은 맞고 다른 쪽 성은 틀렸다고 말하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우리가 지양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상대 성을 굴복시켜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함께 소통하면서 서로가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파트너로 보는 게 중요하겠죠. 남녀 이전에 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두 번째는 사실 제 생각에는 가정과 학교에서의 교육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아까 성 인지 감수성 말씀하셨지만, 서로 상대 성을 존중하는 것들을 보고 자라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가정에서 부모가 어떤 행동을 할 때 상대 성에 대한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준다면 자식도 자연스럽게 내면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부모가 자식의 거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언론과 방송도 저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많이 노력하지만, 어떤 일부 언론, 황색 언론의 경우 아주 자극적이고 서로 화가 나게끔 기사를 쓰잖아요. 그런 것들이 젠더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방송 윤리 강령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재점검하고, 상대 성에 대해서 비판하고 혐오하는 것이 어느 누구에게 도움 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사실 젠더 감성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인데, 그와 동시에 상대에 대해 극단적으로 배제하는 마음이 아니라 소통하려고 하는 마음 자세, 태도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20만 명이 동의한 국민 청원의 40%가 무려 오늘 다룬 젠더 이슈라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데, 이런 관심을 조금 더 성숙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언론의 역할, 말씀하신 대로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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