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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적인 행동과 행복의 연결고리

■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앵커]
타인을 돕고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하는데요.

오늘 <생각연구소>에서는 '이타적인 행동을 통한 행복의 심리학'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합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앵커]
다른 사람을 돕는 행동은 나 자신에게 행복감을 준다고 하는데, 이게 정말 사실인가요?

[인터뷰]
실제로 그런 실험이 있는데요. 캐나다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던'이라는 사람이 실험했습니다. 결과를 먼저 말씀드리면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 돈을 쓸 때보다 타인을 위해 돈을 쓸 때 더욱 행복해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는데요.

실제로 엘리자베스 던은 아침에 직장인 46명을 만나 행복도를 측정해요, 그러고 나서 봉투를 주는데, 그 봉투에는 20달러가 들어있습니다. 우리나라 돈을 약 2만 2,000원쯤 되는데, 이걸 A그룹에는 "스스로를 위해 사용해라"고 말했고, B그룹엔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해라"고 했습니다. 자신을 위한 걸 예를 들면 자신을 위한 물건을 사거나 세금을 내거나 할 수 있고요. 타인을 위해서는 선물을 사거나 기부를 하거나 이런 걸 했겠죠. 그런 다음에 오후 5시가 돼서 만나기로 합니다. 그리고 다시 행복을 측정해요.

그랬더니 타인을 위해 돈을 쓴 B그룹에서 행복이 유일하게 증진됐다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그런데 20달러라는 돈이 적어서 그런가 싶어서 50달러를 주고 다시 한번 실험했어요. 그래도 결과는 동일하게 나타났습니다.

[앵커]
저도 공감이 가는 게 제가 필요한 물건을 살 때보다 누군가를 위한 선물을 살 때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더라고요.

[앵커]
저희도 기대해봐도 될까요?

[앵커]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그런데 이처럼 다른 사람을 위해 도움을 주거나 돈을 쓸 때 좀 더 행복감을 느끼는 이유가 있을까요?

[인터뷰]
친절하고 이타적인 행동을 하면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습니다. 사람은 도움을 받을 때보다 도움을 줄 때 만족감을 크게 느끼고 실제로 불평불만도 줄어든다고 하는데요. 미국 심리학과 교수 '소냐 류보머스키'의 2008년 연구를 보면, 자발적으로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우울감과 불안 수준이 낮고, 미래에 대해서는 더욱 희망적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자원봉사 하는 사람들 같은 경우는 자신의 문제가 많다고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서 감사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해요.

이타적인 행동이 이런 심리적인 문제 말고도 수명을 길게 한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심리학자 '스테파니 브라운'이 한 연구를 보면, 배우자나 이웃, 친구 같은 가까운 사람에게 따뜻하게 말을 건네고 정서적으로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는 노인들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훨씬 더 오래 산다고 합니다. 사실 이타적인 행동을 하면 자신감도 증진하고 자신의 스트레스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앵커]
지금까지 훈훈한 이야기를 나눴지만, 사실 이 이타주의가 미래의 보답을 기대해서 남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에서 진화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이건 무슨 이야기인가요?

[인터뷰]
사실 그런 이야기들이 있죠. 로버트 트리버즈에 의하면 이를 '호혜성 이타주의', 주고받는다는 이야기잖아요. '나중의 미래를 보고 지금 도와준다'는 건데요. 사실 그런 걸 통해서 사회성 같은 게 진화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이 이야기고요. 이런 것은 인간뿐만 아니라 영장류에게도 드러난다고 합니다.

중남미 열대에 서식하는 흡혈박쥐가 있는데요, 좀 무섭죠? 주로 밤마다 소나 말 같은 큰 동물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데요. 워낙 신진대사가 빨라 연이어 사흘 밤만 피를 빨지 못하면 죽음을 면치 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하냐면 흡혈박쥐 사회에서는 서로 피를 나눠 먹는 풍습이 진화되었는데요. 누구보다 친척들과 가장 빈번하게 피를 나눠 먹지만, 옆에 매달려있는 다른 박쥐하고도 일종의 계약을 맺어서 피를 나눠주고 돌려받고, 이런 식으로 한다고 하네요. 그런데 원래 (흡혈박쥐의) 수명이 3년이 채 안 된다고 하는데요. 야생에서 흡혈박쥐들이 이렇게 피를 나누면서 15년 이상 산다고 하는 기록이 있습니다.

[앵커]
인간뿐만 아니라 야생의 동물에게도 호혜성 이타주의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데 아무런 대가 없이 남을 도와주는 분들도 정말 많잖아요. 호혜성 이타주의만 있다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인터뷰]
그렇죠. 훈훈한 기사들 많이 있잖아요. 그래서 이런 사람들을 시민 영웅들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예를 들면 지난 2018년 5월, 한영탁 씨는 제2 서해안 고속도로에서 차를 몰고 있었는데, 앞 운전자가 갑자기 중앙분리대와 충돌한 뒤 멈추지 않고 달리는 거예요, 옆에서 보니까 의식을 못 차리고 있는 거였어요. 그래서 자신의 차로 차를 막아서고 의식 잃은 운전자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해서 도와줬다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경찰에 의하면 운전자가 지병을 앓고 있었고 그 전날 과로를 해서 의식을 잃었다고 합니다.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는데, 사실 자신의 차에 흠집이 가고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서슴지 않고 몸을 던져서 막았다는 미담이 있었습니다.

[앵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저 입장이라면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렇게 정말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의 몸을 희생하면서까지 이웃을 돕는 심리는 무엇일까요?

[인터뷰]
사실 그걸 보면 우리가 아까 말한 호혜성 이타주의가 이타주의의 전체 그림은 아니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유명한 심리학자인 알프레드 아들러가 이야기하기를 인간의 건강한 특성은 바로 '사회적 관심(social interest)’이라고 했는데요.

자신에게 매몰되지 않고 타인의 안녕을 돌보는 건강한 관심, 그것이야말로 정말 우리가 가진 소중한 자산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맹자,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루소, 머슬로, 로저스 등도 인간은 근본적으로 선한 존재라는 성선설을 주장했죠, 인간은 본래 선하게 타고났는데, 때에 따라서 불가피한 상황적 요인 때문에 때로 악한 행동을 한다고 본 거거든요.

반대로 순자, 소피스트학파, 마키아벨리, 홉스, 프로이트와 같은 사람들은 성악설을 주장해서 원래, 본디 악하다고 이야기했고요. 그 중간쯤에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학자들과 플라톤, 로크, 막스, 스키너는 원래 사람이 악한 게 아니라 중립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환경을 통해서 달라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앵커]
저는 성선설이 맞다고 보는 입장인데요.

[인터뷰]
저도 그렇게 믿고 싶어요.

[앵커]
네, 그렇게 믿고 싶어요. 그런데 최근에 이런 이타심이 최근엔 SNS 안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건 무슨 이야기인가요?

[인터뷰]
이걸 실제 설문조사를 해봤는데요. 두산아트센터 두산인문극장에서 20~50대 일반 시민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어요, 질문이 뭐였냐면 'SNS 내 타인을 위한 행위가 우리 사회를 나은 방향을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더니 매우 그렇다가 10%, 그렇다가 45%, 즉 긍정적인 대답이 55%나 되는 거죠.

보통이다가 34%, 아니다가 7%, 전혀 아니다가 4%, 즉 부정적인 것은 11%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SNS상에서 사람들의 행위가 단순히 여가나 오락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는 거죠.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이것에서도 타인의 어떤 관심과 공감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거죠. 그래서 이런 것에서도 새로운 이타주의가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앵커]
'좋아요' 하나에도 이렇게 큰 의미가 있다고 하니까 오늘 좀 많이 눌러야겠어요.

[인터뷰]
그래서 어떤 사람은 자신이 누르는 경우도 있잖아요.

[앵커]
오늘 제가 좀 부정적인지 모르겠는데, 이타적인 행동을 하면 행복해진다고 말씀해주셨는데. 반대로 행복한 사람들이 이타적인 행동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인터뷰]
좋은 질문인데요. 실제로 그런 심리학 연구를 많이 했어요. 그랬더니 행복한 사람이 이타적 행동을 더 한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행복한 사람이 훨씬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게 행동하는 경향이 높고,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다른 사람을 돕는 데 사용한다고 해요. 그래서 그런 사람들은 주로 공동체 서비스 활동에도 많이 관여하고요.

지금까지 말한 것처럼 '이타적인 행동을 하면 행복해져요'라는 건 사실이잖아요? 이도 일종의 순환 고리 같은 거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와 비슷한데, 분명한 것은 이 둘이 협력해서 상승작용을 일으킨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남을 도울 때 한 가지를 명심해야 해요. 뭐냐면 체코슬로바키아의 언어학자 '얀 게바우에르'의 연구 결과를 보면, 남을 도울 때 자발적으로 돕는 것은 자신의 자신감이라든지 자신의 긍정 정서를 올리는데, 아주 도움이 된다고 해요.

그런데 만약에 빚진 것 같은 부담감, 의무적으로 도와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느낀 경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진심을 담아 이타적으로 행동할 때 그것이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겠습니다.

사실 자신이 먼저 행복해져야 가까이에 있는 사람도 행복해지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행복해지면 다른 사람을 너그럽고 관용적으로 대할 수 있게 되고, 그러면 이게 잔물결이 퍼져나가는 것처럼 돼서 보다 안전하고 따뜻한 공동체가 되지 않을까, 이런 기대를 가져봅니다.

[앵커]
정말 세상이 갈수록 각박해지는 것 같다가도 누군가의 선행을 다룬 기사를 보면 '아직 세상이 살만하구나'하는 생각이 들잖아요. 나의 이타심이 우리 사회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생각연구소>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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