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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연구소] 허술한 사회안전망…정신질환자에 의한 '묻지마 범죄'

■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앵커]
최근 정신질환자에 의한 '묻지마 범죄'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데요. 덩달아 국민의 불안도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 <생각연구소>에서는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 문제와 대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앵커]
최근 진주에서 끔찍한 일이 있었죠, 자신의 집에 방화하고 주민들에게 칼을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친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피의자 안인득은 '편집형 조현병'이라고 하는데, 편집형 조현병은 무엇을 말하는 건가요?

[인터뷰]
원래 인지기능이나 정서 기능은 그렇게까지 침윤이 많이 되지는 않았는데, 사실 망상이나 환청이 동반될 가능성이 많고요. 특히 어떤 일에 대해서 집착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주로 환경에 대해서 의심도 많고, 적개심을 많이 표현하는 그런 형태인데요. 편집 성향이 높으면 가끔 놀라울 정도로 계획을 잘 세울 수도 있어요.

그런데 조현병을 앓는다는 사실만으로 이 사람들이 범죄자라고 말할 수 없잖아요. 환자가 겪는 증상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이러면 바로 범죄라고 말하는 건 잘못된 것 같고요. 일부 폭력 성향을 보이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은 조현병이 발병되기 이전에 폭력 행위를 했던 사람도 많거든요. 오히려 그게 범죄로 이어진다고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실제로 정신질환 환자가 저지른 범죄율은 상당히 낮은데요. 0.003%라고 해요.

[앵커]
많이 낮은 수치군요.

[인터뷰]
그런데 문제는 뭐냐면 범죄를 저지르는 정신질환자들은 대부분 치료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겁니다. 이전에 어떤 폭력 전과가 있었다, 그럼 위험 요소가 올라가게 될 것 같고요.

특히 피해의식이 많아서 망상이 동반될 경우에는 사회나 다른 사람을 위해서 복수하거나 보복하는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특히 흉기를 소지했다면 강제로 입원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앵커]
그런데 피의자 안인득은 이번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도 주민들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자주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요?

[인터뷰]
네, 사실 이전 행동이 다음 행동을 예측하는 중요한 인자가 될 텐데요. 지난 2018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6개월 동안 주변 술집 주인을 폭행하거나 아파트 주민을 위협한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8차례 출동했다고 하는데요. 상당히 많죠? 특히 바로 위층에 사는 주민과 심하게 다툰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위층에 사는 주민이 안인득을 피해 도망다니는 게 CCTV에 찍히기도 했고요, 또한 위층에 사는 주민의 집에 오물을 투척하는 그런 일도 있었잖아요. 사실 주민들의 공포의 대상이었고, 어떻게 보면 실제로 무섭다는 말을 수도 없이 했던 사례였습니다.

[앵커]
그리고 결국에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죠. 이렇게까지 문제가 많았는데도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터뷰]
안인득의 친형도 동생이 문제가 있으니까 정신병원에 입원시켜야 한다고 했는데, 지자체에서 법령 때문에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2017년에 시행된 정신건강복지법에 의하면 정신질환자를 정신의료기관에 강제로 입원시키려면 3가지가 있습니다. 보호 입원, 행정 입원, 응급 입원, 이렇게 3가지가 있었는데요. 그런데 상당히 공교롭게도 안인득은 이 세 가지를 모두 비껴갔습니다.

첫 번째로 보호 입원은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명과 보호 의무자 2명의 합의로 입원시킬 수 있는데, 안인득 자신 정신건강의학과 방문을 거부해 전문의 진단을 받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 행정입원도 자신 또는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큰 정신질환자를 발견하면 정신과 전문의나 경찰이 지방자치단체에 입원을 요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역시 안인득이 정신의학과 방문을 거부해서 진단을 받지 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응급입원은 자신 또는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큰 정신질환자를 의사 1명, 경찰관 1명의 동의를 받아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을 의뢰하는 방법인데요.

[앵커]
아, 거부를 하더라도요?

[인터뷰]
이전에 범죄를 저질렀을 때 안인득이 상당히 교묘하게 자신의 죄를 뉘우친다고 이야기하니까, 과연 이 사람이 정말 위험한가에 대해서 확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앵커]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안인득은 5년간 조현병 진료를 받았지만, 3년간 조현병 치료 공백기를 가졌고요, 그러던 와중에 이와 같은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건데요. 이처럼 치료 공백기에 증상이 심해진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저지른 사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인터뷰]
지난해 12월, 강북삼성병원 정신의학과 고 임세원 교수가 자신의 환자였던 정신질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환자 같은 경우 치료를 중단한 상태에서 조울증과 망상이 동반돼서 그런 극단적인 폭력을 행사하게 됐습니다.

또, 2017년 6월 경남 양산의 아파트에서 밧줄에 매달려 작업을 하던 김 씨가 추락해 숨졌어요. 그런데 그 이유가 아파트 주민인 A 씨가 김 씨가 매달려 있는 밧줄을 끊은 것이었습니다. 그때 문제가 됐는데, 그때 문제가 뭐였냐면 시끄러우니 음악을 꺼달라고 했는데 끄지 않아서 밧줄을 잘라버린 거예요.

피의자 A 씨는 3~4년 전에 폭력 혐의로 국립법무병원에 수감됐다가 출소했는데요. 문제가 뭐냐면 수감되는 동안 조울증 치료를 받았으나, 출소한 뒤 전혀 치료가 안 된 상태였거든요. 이후 인력사무소를 전전하며 일용직 노동자로 생계를 유지하다가 사건 당일은 일을 구하지 못했고, 술을 마시고 집에 있다가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이죠.

[앵커]
정신질환자에 의해 발생하는 범죄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제대로 처벌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터뷰]
이게 심신장애 또는 심신미약, 이런 케이스로 이야기되는 건데요. 검사의 청구와 법원의 선고가 있으면 치료감호 처분을 받게 됩니다. 범죄라기보다는 자신의 행위 자체를 식별하고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간주하는 거죠. 그러니까 범죄 자체가 성립되지 않거나 성립이 돼도 상당한 감형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앵커]
이 때문에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동일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고요. 최근 뉴스를 보니까 이처럼 정신질환자에 의해 발생하는 묻지마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저만의 생각인지, 실제로도 그런가요?

[인터뷰]
대검찰청 자료에 의하면 전체 검거 인원 중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의 수가 2012년에 5,428명이었고, 2016년에는 8,343명이었어요. 2012년과 비교하면 53.7% 증가한 것인데요.

그럼 갑자기 정신질환자가 늘어난 건가, 아니면 조현병이 전염병처럼 퍼지는 건가, 그런 건 아니고요. 실제로 이 사람들이 치료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범죄가 늘어난 겁니다.

보건복지부의 통계를 보니까요, 조현병 환자가 대략 33만 명이지만 그중 13만 명만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많이들 치료받지 않고 있는 겁니다.
또한, 외래 통원치료를 받는 조현병 환자라도 약을 꾸준히 먹는 환자는 절반 이하밖에 안 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약도 제대로 먹지 않고, 치료도 안 하는 상황인 거죠.

[앵커]
정신질환자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해 제도적 보완책이 만들어졌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게 있나요?

[인터뷰]
그걸 저희가 임세원 교수의 이름을 따서 '임세원 법'이라는 것이 국회를 통과한 상태입니다. 그 내용이 뭐냐면 자기나 타인에게 상당한 위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환자 같은 경우에는 그 환자들이 의료기관에서 퇴원한다고 하더라도 환자나 보호자의 동의가 없어도, 정신건강복지센터나 관할 보건소에 정보에 정보를 통보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정보가 공유되면 아무래도 추적하게 되고, 치료나 재활을 돕는 촘촘한 일이 일어날 수 있게 되는 거겠죠. 문제는 이게 내년 4월 시행입니다. 그때까지 이번 진주 사건 같은 것이 생길 수 있으니까, 각계에서는 충분히 들여다봐야 하고, 충분히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정신질환자의 인권이 굉장히 중요하고 훼손하지 말아야 하거든요. 동시에 얼마나 위험한 징후를 보이는 사람을 어떻게 탐지하고, 이들을 관리할 것인가가 중요한 관건입니다.

[앵커]
한편으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자칫 질병을 숨기고 치료를 막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도 되는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짧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터뷰]
그런 낙인 자체를 줄여야겠죠, 저희가 사실 문화 운동이 필요한 상태고요. 또한, 필요한 도움을 어디서 받을 수 있을지 사람들에게 정보를 알려주는 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정신건강 전문가들 사이에도 협업이 필요한 것 같아요. 서로 힘을 합쳐서 이런 위험 징후를 찾아내고, 관리하는 게 필요할 것 같고요.

마지막으로는 가족들도 이런 것을 발견했을 때 인지하면 바로 (관련 병원에) 연계하는 절차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앵커]
이런 질환에 대해서 편견을 가지고 거부감을 갖는 것이 아니라 정말 가까운 사람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생각연구소>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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