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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나를 좋아하는 걸까?'…착각의 심리

■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앵커]
상대방의 의미 없는 행동이나 말에 깊은 의미를 부여해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 하고 쉽게 착각에 빠지는 분들이 있는데요. 이런 건 어떤 심리일까요?

오늘 '생각연구소'에서는 '착각의 심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앵커]
단순한 친절이나 호의인데 '나를 좋아하는 건가?'라고 착각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착각은 자유라고는 하지만요, 왜 이러는 걸까요?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착각은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욱 많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코네티컷 대학과 엘론 대학 연구진이 18살에서 22살에 이르는 남녀 대학생 각각 43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남녀들은 커플을 이뤄 5분간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대화 직후 분위기와 자신과 상대방의 매력 정도에 대해 평가를 했는데요. 그 결과 남자는 여성이 보여준 친절함을 자신을 유혹했다, 성적인 매력이 있었다고 착각했다고 해요.

[앵커]
아, 자신의 매력에 빠져들었다고요?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네, 빠져들었다고 판단을 많이 했다고 하네요.

[앵커]
정말 특이하다고 생각이 들고요, 남자와 여자의 차이인 것 같은데, 일단 이런 착각이 실험을 통해 입증된 거잖아요. 반대로 여자에게서는 이런 착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건가요?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여성들이 완전 착각은 아니지만, 여성들은 좀 반대에요. 오히려 상대가 나에게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박하게 평가했어요.

[앵커]
스스로를요?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네, 그런데 이게 정확하게 맞느냐, 이런 것보다는 남녀의 기본적인 성향 자체가 다른 것 같은데요.

만약 이게 적용된다면 썸을 탈 때 어떻겠습니까? 서로 남녀, 양쪽 다 오해하거나 착각할 가능성이 많다는 거죠. 남자들은 주로 이렇게 이야기하죠, "나 같은 경우는 저렇게 행동할 때는 좋을 때만 저렇게 행동하거든? 저 사람이 저렇게 행동했으니까 나를 좋아하는 게 틀림없어." 이렇게 이야기하는 데에 반해서 여성들은 "나는 저렇게 행동하는 걸 보니 내가 관심 있었으면 저렇게 행동하지 않아, 저 남자가 저렇게 행동하는 걸 보니 나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걸 거야." 이렇게 착각하게 되는 거죠. 그러다 보면 오해가 생기고, 잘 될 관계도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앵커]
썸 타는 상황을 설명해주셨는데, 혹시라도 상대방이 마음이 있는 줄 알고, 고백했다가 차일 수 있잖아요. 이렇게 거절 당했을 때 돌아서면 다행이지만, 혹시 잘못된 마음을 먹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이런 경우도 적지 않죠?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무서운 일들이 많잖아요.

사실은 이렇게 자기가 착각하고 나서도 이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실망하게 되잖아요. 실망하고 좌절하게 되는데, 심리학에서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좌절하게 되면 다음은 공격적인 행동을 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고 합니다. 이걸 '좌절-공격 이론'이라고 하는데요.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죠, '아니 그렇게 행동해놓고 나에게 관심이 없다고? 자기가 먼저 유혹했잖아, 이건 말도 안 돼,' 이렇게 이야기하거나 아니면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죠. '이 정도면 나에게 빠진 게 맞는데 왜 저렇게 이야기할까?'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데, 이 정도로 말하는 것에서 그치면 다행인데, 자기가 뭔가 좌절되고, 화가 많이 나고 보복해야겠다고 생각하면 문제가 심각해지는 거죠. 계속 따라다니고 스토킹하고 이런 일이 생기면 범죄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앵커]
이런 상황이 직장에서 일어나는 경우 자칫하면 사회적 문제까지 번질 수 있는데요. 상사가 후배나 부하 직원에게 퇴근 후 사적으로 연락하거나, 직장 내에서 아무렇지 않게 성희롱 발언을 하는 점들,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행동은 어떤 심리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일단 퇴근 후에는 연락하지 말아야겠죠. 상대방 입장이나 특히 성이 달랐을 때,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가, 일종의 '젠더 감수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젠더 감수성이 없게 되면 '특별한 의미나 다른 의미로 한 건 아닌데, 왜 내 행동에 대해서 과하게 반응하는 거지?'라고 이야기할 가능성이 있는데, 또 하나 상사 같은 경우에는 부하 직원이니까 내 맘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깔려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퇴근 후에 문자나 전화를 하게 되고, 만약에 그 안에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있다면 실제 일과 시간이 끝났다고 하더라도 이건 직장 내 성희롱 범주에 들어가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윗사람이 위계에 의한 폭력을 아랫사람에게 저지르는 행동들, 우리 사회에 적지 않았습니다. 여러 사례가 있죠?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최근 그런 사례가 많이 보고되고 있는데요.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 감독이었던 이윤택 씨 같은 경우 지난 2010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극단 단원 9명을 대상으로 25차례에 걸쳐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가 있었는데요. 현재 1심에서 징역 6년,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7년을 구형받았습니다.

피해자들의 인터뷰를 보면, 요구를 거절하면 안무를 할 수 없었다는 생각이 있었고, 이런 두려움과 공포가 자신을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결국 성폭력 기억조차 잊게 했다고 고백했습니다.

또, 안희정 전 충남지사 같은 경우는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수행비서 김지은 씨를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10차례 넘게 강제 추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잖아요. 2심에서 김 씨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되고 안 전 지사의 사회적 지위나 권세 자체가 비서 신분인 김 씨에겐 충분한 '무형적 위력'이 될 수 있다며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된 상태고요, 물론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이긴 한데요, 법정 구속되어 있습니다.

상사와 부하 직원 간의 힘과 권력의 차이, 즉 위력에 의한 성폭력 인정 여부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권력/힘의 차이가 있는 관계에서는 상사의 말과 행동은 그 의도가 어떠한가와는 별개로 부하 직원에게는 위력이 더해져서 오기 때문에 상사의 입장에서 조금 더 신중하고 역지사지하는 태도가 필요가 필요합니다.

[앵커]
사회적 지위도 있는 분들이잖아요,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건지 짧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여성가족부 성희롱 실태조사(2016년)에 의하면 성희롱 행위자 중 40대 이상 연령층의 비율은 73.8%로 압도적입니다. 중년이 되면 삶에 대한 공허함과 위기가 반영된 게 아닌가 생각 드네요.

[앵커]
그래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인데, 이런 상하 관계에서 오는 폭력들, 줄일 수 없는 건강한 관계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주시죠.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첫 번째는 상하 관계 자체가 힘의 불균형 상태라고 하죠, 그러니까 불균형을 잘못하면 내가 좋은 의도로 이야기해도 상대방에게는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거, 그걸 생각해야 할 것 같고요. 가능하면 서로 상호가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앵커]
좋은 방법이네요.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네, 두 번째는 상사 입장에서 부하가 하는 긍정적이 멘트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됩니다. 부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인정받고 싶어 하고 불이익을 받고 싶지 않으니까, 실제보다 긍정편향적인 이야기를 할 가능성이 많거든요. 그냥 그대로 받아들여서 내가 잘한다고 생각하면 안되겠죠.

세 번째는 관심의 표현이라는 건 알겠지만, 상대방에 대해서, 상대방 입장에서 다른 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따라서 힘들어 보인다고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한다든지 아니면 사생활에 대해서 간섭하거나 성적인 농담을 한다든지 하는 건 지양해야 하겠습니다.

끝으로 상사나 부하 직원 같은 경우 업무 관계와 개인 관계를 섞으면 안 될 것 같아요. 혼동하면 안 될 것 같은데, 서로 일과시간 외에는 개인적인 이유로 연락을 하거나 이런 것 자체를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앵커]
또 뿐만 아니라 이번 안희정 지사 2심에서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단어가 나왔습니다. 1심 무죄를 바꾸기 위한 용어였죠, 이런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교육도 우리 사회가 관심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까지 '생각연구소'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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