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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연구소] 독특한 개성 연출…콘셉트를 소비하는 심리는?

■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앵커]
요즘 국내 소비시장은 가성비나 품질보다 콘셉트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개성 있고 재미있는 콘셉트를 소비하고 싶은 심리는 무엇일까요? 오늘 <생각연구소>에서는 '콘셉트에 열광하는 심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콘셉팅'이라고 하니까 생각나는데, 저희가 2019년 새해가 밝았을 때 2019년을 빛낼 트렌드 키워드로 이 키워드를 꼽은 적이 있는 것 같아요. 오늘 드디어 이 주제를 다뤄보게 됐는데요. 일단 '콘셉팅', 정확히 어떤 뜻인가요?

[인터뷰]
마케팅할 때, 각자의 고유 개성, 이것에 호응하는, 그런 것들이 중요하다는 거죠. 예전에는 가성비나 품질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개성 넘치는 물품이 중요하다는 거죠.

혹시 황보혜경 앵커는 '갬성'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앵커]
'갬성'이요? 감성을 갬성이라고 부르기도 하던데, 교수님께서 이런 말 쓰시니까 재밌네요.

[인터뷰]
원래 감성이라는 단어를 혀를 굴려서 '갬성'이라고 하는데요. 젊은이들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소비자들이 이야기할 때, 온라인상에서 독특한 개성을 나타내는 감성을 '갬성'이라고 이야기하는데요.

한국트렌드연구소 김경훈 소장은 감성을 보편적인 정서라면, 갬성은 각자에게 특화된 정서라고 정의합니다. 이전에는 기승전결의 이야기 구조보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콘텐츠에 열광하고 있다는 거죠. 이러한 모든 콘셉트의 최우선적인 목적은 당연히 내가 가장 돋보이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나온 신조어로 '콘셉러'라는 말이 있습니다. '콘셉트'라는 말에 사람이라는 말을 뜻하는 '+er'해서 콘셉러라고 하는데, 이렇게 콘셉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를 가리키는 말이고요.

이런 사람들과 같이 이야기되는 단어가 뭐냐면 '플로팅 세대'라는 게 있어요.

[앵커]
그건 어떤 건가요?

[인터뷰]
플로팅이라는 말은 원래 영어로 떠다닌다는 뜻이거든요. 실제로 플로팅 세대는 하나의 콘텐츠에 길게 집중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정보를 동시에 자발적으로 수용하는 형태로 콘텐츠뿐만 아니라 직장과 거주지도 유목민처럼 옮겨 다니는 세대라는 뜻입니다.

이런 세대는 15초의 광고도 지루해해서 최근에 유튜브를 보면 '범퍼광고'가 있는데 그 길이가 6초예요. 긴 광고에도 금방 싫증낸다는 소리죠.

[앵커]
3, 6초 광고가 나온 이유가 거기에 있었군요. 이런 정서를 확실하게 보여주듯이 자신만의 콘셉트를 잘 구축해 주목을 받은 사례들이 있잖아요. 몇 가지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쇼미더머니 777' 라는 프로그램에서 초반 화제 몰이를 담당했던 래퍼가 있습니다. 이름이 마미손입니다. 주방에 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죠?

마치 고무장갑 색깔의 복면을 뒤집어쓰고 랩을 하는 사람이거든요. 사람들이 복면을 썼으니까, 저 사람이 누군지 잘 모르겠다고 하지만, 가만히 보면 그 사람이 하는 랩 자체가 타이트하고 딱딱 떨어지는 랩이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은 이 래퍼를 매드클라운이라고 추측하는데, 정작 재밌는 건 본인은 절대 아니라고 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걸 하나의 콘셉트로 등장하고 있는 거거든요. 평상시에는 굉장히 차분한 모범생 이미지인데, 다른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그것이 재밌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앵커]
일단 매드클라운 본인은 절대 마미손이랑 엮이고 싶지 않다고 했으니까, 아니라고 하고요. 이렇게 신인으로 도전한 것 자체가 대중들에게 색다른 재미가 된 게 아닐까 싶은데요. 이처럼 자신만의 매력을 콘셉트로 살린 사례가 있을까요?

[인터뷰]
최근에 제가 주목하는 것 중 하나인데요. 대한민국 1호 시니어 모델 '김칠두' 씨가 있습니다. 그는 1955년생으로 현재 65세 모델입니다.
원래는 평범한 순댓국집 사장님이었어요, 사업을 정리하고 뭐할까 하다가 오래전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모델이라는 꿈을 생각하게 됐고, 바로 시니어 모델 학원에 등록해서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그렇게 현재는 서울패션위크 런웨이에 서기도 하고 각종 화보 촬영을 찍고 있다고 하는데요.

[앵커]
지금 자료화면으로 나가고 있는데, 너무 멋있는데요?

[인터뷰]
네, 멋지죠? 특히 고령화 사회에서 제2의 인생을 그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데 의미가 있고, 시니어 세대에 대한 인식을 개선했다는 것 자체로 자신의 콘셉트를 잘 살렸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이처럼 자신만의 콘셉트가 있으면, 자신의 개성과 매력을 짧고 굵게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아요. 대중들이 이처럼 콘셉트에 열광하고 재밌어하는 심리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인터뷰]
과거에는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소비가 만족을 제공했다면, 이제는 쾌락적이고 유희성 강한 콘셉트 있는 소비가 더 큰 만족감을 선사하는 것인데요. 그래서 개개인의 개성에 바탕을 둔 트렌드로 바뀌고 있습니다.

김난도 교수는 이러한 변화가 SNS를 기반으로 한 1인 미디어의 발달과도 관련이 있다고 얘기하고요, 소비자들의 기호도 예전보다 훨씬 세분화, 원자화되었다고 해서 요즘 나오는 신조어가 셀슈머(cell-sumer)라고 부른 바 있습니다.

전통적인 기성세대는 사실 집단주의나 관계 중심주의, 어떻게 보면 획일화된 가치관이 있었는데, 지금 세대들은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세대가 아니라 색다른 것들에 열광하는 세대고요. 자신만의 독특함이 키워드가 될 수 있겠습니다. 그 이면에는 1인 가구의 증가한 것을 생각해 볼 수 있고요, 또 하나는 자기 자신의 선택과 결정을 훨씬 중요하게 생각해요, 전문가보다도요.

또 하나는 현재의 행복에 초점을 둔다, 이런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세대의 특성을 보기엔 나, 여기 그리고 지금(me, here and now), 이 세 가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앵커]
'나, 지금 그리고 여기' 저도 새기고 있어야겠는데, 이렇게 사람들이 소비할 때 콘셉트를 중시하다 보니까 마케팅 방식도 달라지고 있지 않나 싶어요. 어떤가요?

[인터뷰]
보통 캠핑이라고 하면 한강 변이라든지 근교에 나가야 할 것 같잖아요. 지금 보시면 도심 한복판에서 캠핑 콘셉트의 가게가 생겨났어요. 그러니까 마치 캠핑 가는 것처럼 텐트를 치고, 앉아서 바비큐를 구워 먹는 콘셉트로요.

[앵커
굳이 멀리 가지 않고요?

[인터뷰]
서울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건데요.

또 하나의 트렌드가 밥집의 밥값보다 디저트 값이 더 비싼 가게들이 있어요. 그런데도 사람들이 북적북적하다고 하네요. 또 하나는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가 배달 애플리케이션과 손을 잡고요, 제휴 서비스를 확대하기 때문에 배달을 시켜서 우리가 받아볼 수 있는 게 많은데요. 유명한 샐러드 가게에서도 충분히 배달받아 볼 수 있고요, 지방의 유명한 빵집에서 나오는 디저트도 사전 주문만 하면 우리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배달해준다고 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생각해보니 요즘 워낙 현대인들이 바쁘잖아요, 그러니까 시간을 쪼개서 이런 재미를 똑같이 누리고 싶은 마음이 투영된 게 아닌가 싶은데,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는가요?

[인터뷰]
짬짬이 짧은 시간 내에 즐기고 싶은 거죠. '타임푸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시간 거지라는 이야기고요, '워라밸'은 일과 개인 시간을 균형 잡는 건데, 이런 것 모두 시간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잖아요.

'2019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라는 책에서는요, 2019년의 문화를 패스트 힐링이라고 했어요. 시간이 별로 없는데, 그 안에서 뭔가 확실한 행복을 누리고 싶다는 건데요. 최근에 보면 당일날 여행을 떠나는 것, 이런 것도 유행하고 있다고 하네요.

[앵커]
당일 여행 까지요, 이렇게 콘셉트에 열광하는 심리가 긍정적인 측면도 있겠지만요, 우려되는 부분은 없는지 짧게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인터뷰]
너무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다 보면 깊이 생각하는, 신중하게 생각하는 논리력이 많이 약화될 수 있겠고요.

'탕진잼'이라는 게 있었잖아요. 소소하게 탕진하는 재미인데, 너무 자기 것만을 추구하고, 무분별하게 하다 보면 실제로 탕진할 가능성도 있고요. 스트레스 받고 소위 말하는 '멍청비용', '홧김비용'이 증가할 수도 있겠습니다.

[앵커]
실속 없고 충동적인 소비는 주의해야 한다는 말씀이신데, 이런 콘셉팅 문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활용하는 게 좋을까요?

[인터뷰]
자신만의 콘셉트를 강조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자기다움의 추구는 심리학자 매슬로우가 이야기한 욕구의 위계 단계 중 가장 상위에 위치하는 '자아실현'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욕구가 제대로 충족되기 위해서는 다른 하위 욕구들(생리적 욕구, 안전, 소속감의 욕구 등)이 먼저 충족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재정 상황에 무리가 되는 소비로 이어진다든지 혹은 주변 관계에 부정적인 효과를 미치면서 추구하는 나다움 등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행 갈 때 흔히 하는 말 있잖아요? '따로 또 같이' 자신만의 개성과 주변 상황과 어울림이 함께 공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앵커]
바람직한 방향을 말씀해주셨는데, 요즘 기업이나 개인까지도 콘셉팅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하니까요, 저도 저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콘셉트는 무엇일지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인터뷰]
기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생각연구소'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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