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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연구소] 우리는 왜 일탈을 꿈꿀까?…일탈백서 심리학

■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앵커]
매일 회사와 집을 반복하는 일상이 지겨울 때 '일탈'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짜릿하고 행복한 느낌이 드는데요. 우리는 왜 일탈을 꿈꾸는 것일까요? 오늘 '생각연구소'에서는 '일탈의 심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나 오늘 일탈할 거야!"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들뜨기 마련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왜 일탈을 꿈꾸게 되는 걸까요?

[인터뷰]
사실 처음에는 좋은 물건을 사도 처음에는 좋지만, 점점 더 심드렁해지잖아요. 어떤 분들은 '대학교만 들어가면…, 직장만 들어가면….' 이라며 모든 게 다 좋아질 것 같지만, 금세 익숙해지겠죠. 사람들은 사실 금세 적응한다, 적응적인 동물이라고 이야기하잖아요.

많은 것을 가질수록 기대를 더 많이 하고, 만족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현상을 '쾌락의 쳇바퀴'라고 하거든요.

더 큰 행복을 찾아 끊임없이 걷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느낌이죠. 심리학에서는 이걸 내성(tolerance)이라는 개념을 쓰는데요. 쉽게 이야기하면 처음에는 술 한 잔만 마셔도 알딸딸하고 좋았는데, 점점 더 많아져 한 병을 마셔야지만 그 정도의 만족감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거죠.

[앵커]
그러니까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게 일탈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일탈이라고 하면 해서는 안 되는 행동들 있잖아요, 나쁜 행동들, 이런 걸 지칭하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거든요. 다른 건가요?

[인터뷰]
'일탈(deviation)'이라는 단어가 보통 사회적 규범으로부터 일탈, 벗어남. 이렇게 쓰일 때는 나쁜 의미로 많이 사용되죠, 그러니까 이야기할 때 범죄와 관련할 때는 좋지 않은 의미로 사용됩니다. 사이버 일탈, 성 일탈, 이런 것들처럼요.

그런데 일상에서의 즐거움, 일탈여행의 즐거움, 이렇게 이야기할 때는 앞서 말한 규범으로부터의 일탈이 아니잖아요, '일상탈출' 답답하고 지루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앵커]
일탈이 '일상탈출'의 줄임말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 인상적인 표현인 것 같은데,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네요?

[인터뷰]
네, 이건 뭔가 피곤하고 지치고 힘들 때 하나의 돌파구라든지 신선한, 새로운 경험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거죠.
심리학자 칼 융이 말할 때 '우리는 늘 보상을 추구한다' 너무 지루한 게 있으면 뭔가 그 반대가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 그러다 보니까 신선한 걸 찾게 되는데, 일탈행동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판단할 때는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게 재충전에 활용되느냐 아니면 범죄와 관련되느냐, 이게 한 가지 측면이고요. 또 하나는 일탈했을 때 정도가 심각한 것이냐 아니냐-로 판단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기준이 있군요. 그런데 요새 현대인들은 퇴근 후에 새로운 일상을 시작하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독서 모임에 가거나 취미로 미술을 배우거나 이런 분들 참 많던데요. 이런 것도 긍정적인 의미의 일탈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인터뷰]
최근 워라밸이 강조되면서 그런 단어가 생겼더라고요. 퇴근 후에 다시 학생이 되는 '퇴튜던트', 퇴근과 스튜던트(Student)를 합친 말이죠.

사실 이걸 일탈로 볼 수 있는가는 조금 애매한데, 제 생각에는 어떤 의미에서 '긍정적 일탈주의자'들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재 삶에만 너무 안주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새로운 삶이나 직업을 꿈꾸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최근에는 문화센터라든지 원데이 클래스를 듣는 직장인들이 많이 생겼다고 하네요. 예전에는 주부나 아동이 많이 왔다고 한다면 지금은 직장인들이 주로 많이 참여하는데요. 2030의 이런 경향을 가진 사람들을 가리켜서 '문센족'이라고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드로잉이라든지 새로운 이색적인 스포츠나 댄스 등 다양한 강좌가 열린다고 해요.

[앵커]
이렇게 일탈을 통해서 재충전하게 되는 건 정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여기서 더 나아가서 일탈을 통해서 자신의 삶 자체를 바꾸는 경우도 있다고요?

[인터뷰]
영화나 소설에서 주로 나타나는데요.

예가 되는 한 영화가 뭐냐면, '꾸뻬씨의 행복여행'이라는 소설과 영화가 있어요. 여기에 나오는 정신과 의사인 헥터라는 사람은 경제적으로나 가정적으로 좋은 거예요, 그런데 문제가 없다는 게 문제인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하고요. 지루해지고 남들을 도와주는 힐링 전도사지만, 자신의 삶은 의미가 없어지고…, 그래서 그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무작정 여행을 떠납니다, 이 여행 속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되찾는 경험을 하게 되고요.

최근에 명상 중에서도 '초월명상'을 하는 분이 있어요. 이게 뭐냐면 완전한 내면적 평정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 상식적인 의식상태를 초월해서 명상하는 거거든요. 삶의 본질을 찾아보자, 이런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꾸뻬씨가 여행떠나는 모습을 보니까 저도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데, 이렇게 꼭 일상을 떠나거나 앞서 말씀해주신 초월명상을 통해서만 그런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건지, 사실 우리가 사는 일상 속에서 소소한 일탈을 즐기면서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면 그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거든요.

[인터뷰]
긍정 심리학자 중에 한 사람인 '소냐 류보머스키'라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은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교수거든요. 이 사람이 "소소한 일탈을 해라, 그러면 행복해진다."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어떤 거냐면 늘 같은 길로만 다니지 말고 전혀 다녀보지 않은 다른 길로 가보기도 하고, 늘 먹던 음식 말고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새로운 음식을 접해보고 지금까지 들어보지 않은 장르의 음악이라든지 매일 지나치기만 했던 가게에 우연히 들어가 본다든지, 이렇게 조그마한 변화만 줘도 우리 삶이 새롭고 흥미롭게 변할 수 있다, 이렇게 이야기했는데요.

때로는 상상이라든지, 엉뚱한 상상을 해보는 것도 우리 삶을 생생하고 신선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앵커]
저 같은 길치는 일단 매일 같은 길로만 다니고, 다른 쪽에서 일탈을 꿈꿔봐야 할 것 같아요.

[인터뷰]
그래도 노력해보셔야죠.

[앵커]
그럴까요? 그러면 건강하게 일탈을 즐기는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인터뷰]
제 생각엔 각자 공간이 필요하잖아요.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시간과 공간이 필요할 것 같고요. 일상생활에서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중요하겠죠.

그리고 자주 여행 가지 못 하지만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여행을 가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자신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안전한 여행을 다니는 게 좋은데요. 특히 그 여행이 재충전이 될 수 있도록, 그리고 자연 속에서 해변가라든지 산행을 한다든지 자연과의 교감이 있으면 훨씬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앵커]
친구와 같이 여행 다녀도 좋을 것 같은데요?

[인터뷰]
혼자라도 좋고, 친구와 같이 가도 좋고 따로 또 같이 가능하겠죠? 또한 일상생활에서 아까 이야기 드린 것처럼 소소한 변화를 줘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늘 가던 지하철 말고 다른 노선을 타본다든지 또는 오래 연락하지 않은 친구들에게 전화 돌려서 안부를 묻는다든지 아니면 가끔 머리색깔을 바꾸는 것도 행복감을 줄 수 있다고 하네요.

그런 이야기가 있어요, '우연히 발견한 행복', 그러니까 늘 똑같은 게 아니라 일상의 변화를 줘보라는 이야기가 있죠.

마지막으로 감사 일기를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늘 일상적인 이야기인 것 같지만, 돌아보면 그 속에서 정말 고마운 일이 많이 있잖아요. 나에게 잘해준 사람에게 감사한 생각을 하루에 세 가지라도 자기 전에 적어보는 게 좋은데, 이걸 강박적으로, 의무적으로 쓰는 것 말고 자발적으로 이걸 해보는 것이 도움된다고 합니다.

[앵커]
교수님이 말씀해주신 대로 건강한 일탈, 소소한 일탈을 즐기기 위해 저도 오늘부터 노력해봐야겠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교수님이 출연 하신지 2년 가까이 되셨잖아요.

[인터뷰]
생각보다 오래됐더라고요.

[앵커]
오래되셨어요. 저와 만난 지 시간이 꽤 흘렀는데, 지금까지 생각연구소에서 출연하시는 동안 의미있었던 회차를 모아서 책으로 엮어내셨다고요?

[인터뷰]
생각보다 많은 내용이 있어서 그중에 30편 정도를 선정해서 일종의 생방송의 설렘을 책의 차분함으로 녹여내 봤는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앵커]
그 또한 교수님의 작은 일탈이자 작은 행복이 아닐까 싶은데, 다음 일탈도 기대해보도록 할게요.

[인터뷰]
많은 분이 도와줘서 감사하고요, 앵커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앵커]
네,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생각연구소'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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