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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연구소] 동심은 어디로 갔을까?…동심의 심리학

■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앵커]
누구에게나 맑고 엉뚱한 상상력으로 가득했던 유년 시절이 있을 텐데요. 어른이 되면서 이때의 순수했던 시절을 그리워만 하게 됩니다.

오늘 <생각연구소>에서는 '어른들이 동심을 잃어버리는 심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저는 '동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산타클로스가 사실은 없다고 솔직히 말해줘야 하는지 아니면 계속 착한 거짓말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돼요.

[인터뷰]
고민이 많이 되죠? 원래 산타클로스 자체가 어린이들을 지켜주는 수호성인 성 니콜라스의 애칭이라고 하거든요. 사실 아이들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산타할아버지 선물 받으려고 착한 모습을 유지하곤 하잖아요.

그런데 미국에서는 한 교사가 아이들에게 '산타는 가짜다.' 이렇게 이야기해서 해고당했다고 하네요. 학부모들이 그것에 대해 문제를 많이 제기했다고 해요.

[앵커]
아, 동심을 파괴했다고요?

[인터뷰]
네, 이게 과연 산타가 존재한다,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해주는 게 어느 쪽이 더 좋을까에 대해서는 사실 학자들도 제각각입니다.

예를 들어 호주의 멜버른 대학에 있는 '댄 켈리 앨런'이라는 사람은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산타의 존재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결론 내릴 때까지 부모는 그 아이의 상상을 지원해줄 책임이 있다", 일종의 말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고요.

반면에 같은 호주의 가톨릭 대학교에 있는 '아메네 샤하이안'이라는 또 다른 학자는 뭐라고 이야기했냐면 '이미 아이가 산타의 존재를 물을 때 현실과 상상을 구별하는 것이다, 그러니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비슷한 이유로 런던의 킹스칼리지 교수인 '데이비드 카일 존슨'이라는 학자는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산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학생에게 만약 교사가 거짓말을 하게 되면 그 사람 말을 더이상 믿지 않게 되는 것 아니냐", 그러니까 부정적인 의견들이 상당히 더 많습니다.

[앵커]
듣고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고요. 교수님 역시 심리학 전문가시잖아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인터뷰]
제 생각에는 아이가 인지발달 어느 상태에 와 있는가에 대해 고려해야 할 것 같아요. 발달심리학자 장 피아제가 말한 게, 아이들이 인지가 발달해가잖아요. 그중에 전조작기 상태가 2세~6세 정도로 보거든요. 이때 아이들은 자기 중심성만 있고, 대상의 연속성 개념도 없고, 어떻게 보면 사실 판단에 의미가 별로 없어요. 그런 아이들에게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는 건 별로 도움이 안 되겠죠.

반면에 인지발달 단계, 그다음 단계는 구체적 조작기인데요. 6세~11세까지 대부분 초등학교 정도 되잖아요? 이때는 아이들도 사실과 상상을 구별하기 시작해요. 일종의 문제 해결 능력이 개발되기 때문에 이때는 아이의 상태를 봐서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앵커]
이렇게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줘야 하냐, 말아야 하냐에 대한 문제를 놓고 어른들의 의견이 이렇게 분분한데, 사실 어른들에게도 동심을 지켜줘야 하지 않을까, 동심의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어른들에게도 여전히 동심이 있을까요?

[인터뷰]
저는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이유가 영화 '인사이드 아웃'이 있었는데 혹시 보셨습니까?

[앵커]
네, 정말 좋아하는 영화예요.

[인터뷰]
어른들이 정말 좋아하고,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영화인데요.

사실 이전에는 애니메이션이 보통 아동층을 타깃을 이루어졌다면 이제 어른들도 좋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거잖아요. 그 내용을 보면 11세 소녀 라일리가 5가지 감정과 함께 모험하는 건데, 5가지 감정이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소심이, 까칠이, 이렇게 다섯 가지인데요.

[앵커]
네, 기억나네요.

[인터뷰]
이 다섯 가지 감정들이 각자 일하면서 주인공의 자아를 성장시키고, 형성해주는 역할을 했죠.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캐릭터가 있었는데요. 라일리의 상상 속에서 놀던 친구였는데, '빙봉'이라는 캐릭터가 있어요.

[앵커]
지금 화면에 나오고 있네요.

[인터뷰]
네, 얼굴은 코끼리처럼 생겼고요, 꼬리는 고양이 꼬리이고, 몸통은 솜사탕 몸통이거든요? 그런데 중간에 나를 잊지 말아 달라며 울 때는 눈물이 사탕 눈물이 떨어지는 거예요. 사실 라일리가 커가면서 빙봉의 존재를 잊게 되고요. 나중에는 빙봉이 사라지게 되는데, 빙봉이 사라지면서 여전히 라일리가 기쁘고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잖아요. 그 장면을 보면서 어른들도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해요.

일종의 유년 시절 상상 속 친구가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 때문에 함께 공감하게 된 거죠.

[앵커]
아무래도 영화를 보면서 순수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서 푹 빠져서 봤기 때문에 눈물까지 흘리게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이처럼 어른들에게도 동심이 있다고 볼만한 또 다른 사례가 있을까요?

[인터뷰]
네, 2015년에 인터넷 방송 중 하나에 "코딱지 친구들~"이라고 말하는 걸 들어보셨습니까?

[앵커]
혹시 그 종이접기?

[인터뷰]
네, 그때 2030 세대들이 옛날의 그 종이접기 아저씨로 유명했던 김영만 씨를 보고 너무 반가워한 거예요, 그리고 김영만 씨가 살갑게 인사하고 해요.

사실 2030이 다 자랐는데도 불구하고 그걸 보면서 다시 유년 시절을 회상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그걸 보면서 많은 위로를 받고 김영만 아저씨 자신도 훌쩍 커버린 코딱지들을 보면서 반갑고 위로가 됐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이분이 하신 말씀 중에 상당히 많은 화제가 됐던 이야기 중의 하나가 "이제 어른이 됐으니까, 코딱지들 더 잘할 수 있어요. 그리고 우리 코딱지들 다 컸어요." 이런 말들이 힘든 사회생활을 하는 젊은이들에게 큰 위로가 되고,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앵커]
저도 어렸을 때 색종이 가지고 놀았던 사람으로서 공감이 많이 되는 이야기인데요. 그뿐만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해서 동심의 세계에만 머무르려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심리일까요?

[인터뷰]
힘든 현실을 피하고 싶잖아요. 이런 사람들을 우리가 '피터팬 증후군'이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사실 영원한 아이로 남고 싶다, 그래서 신체는 어른이 다 되었지만, 내가 어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타인에게 의존하게 되는 모습인데요.

정신의학에서는 이걸 두 가지로 봅니다. 하나는 힘든 현실을 부정하는 방어기제, 또 하나는 현실이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받으면 마치 어린아이처럼 유치한 행동을 하는 것, 일종의 퇴행이라고 하는 방어기제를 사용하는데요.

미국의 심리학자인 댄 카일리(Dan Kiley)도 이 증후군을 이야기하면서 뭐라고 했느냐면 "신체는 어른인데, 실제로 자신이 책임을 지고 싶지 않고 중요한 결정을 남이 해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모습이라고 했습니다.

[앵커]
자, 그러면 어른들의 경우에도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사람들 있죠, 키덜트 문화라고 하는데, 이런 것도 어떻게 보면 피터팬 증후군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인터뷰]
제 생각에는 일환이기도 하지만, 조금 더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데요. 어른들도 프라모델이나 RC카 등을 사 모으고, 만화 캐릭터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기도 하잖아요. 전에는 이런 것을 볼 때 일종의 덕후다, 이렇게 생각해서 상식적이지 않다고 이야기했는데, 하지만 취업포털 커리어에서 설문 조사를 했더니 직장인 610명에게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41.8%가 '나도 키덜트다', 상당히 공감한다는 이야기죠.

가만히 보면 현재 2030 키덜트족을 보면 90년대에는 그렇게까지 조기 교육이라든지 학원에 가야 해서 바쁘지는 않았었어요, 그런데 이제 성인이 되어 보니까 녹록지 않잖아요. 취업도 해야 하고,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고, 스펙도 만들고, 결혼도 해야 하고, 할 게 많잖아요. 일종의 도피처가 필요해요. 그러니까 골치 아픈 현실을 피해서 순수했던 그 시절의 기억으로 돌아가서 잠시 휴식하려고 하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앵커]
동심, 정말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어떻게 보면 긍정적인 측면도 많지만, 피터팬 증후군 같은 경우에는 현실 도피가 된다는 점에서 부정적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동심, 어떻게 지켜봐야 할지 짧게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인터뷰]
사실 아이들은 '지금, 나, 여기'만 있으면 행복해요. 우리는 과거에 대해 후회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복잡한 마음이잖아요. 그런데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라든지 창의적인 생각은 어른이 되어서도 우리를 치료할 수 있는 치유제의 역할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국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는 이렇게 이야기했죠,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이다.'. 제 생각에는 예전에 동물원의 노래가 있었어요. ('혜화동'의 가사 중), “어릴 적 넓게만 보이던 좁은 골목길에 다정한 옛 친구 나를 반겨 달려오는데…". 보면 조그만 골목인데, 그때는 컸던 곳이었잖아요. 오늘 여러분도 한번 생각해보고 옛날 친구를 떠올리고 동심으로 돌아가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앵커]
때로는 철부지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것도 스트레스를 푸는 하나의 방법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생각연구소>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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