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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보고서] 마음과 몸 망치는 '우울증'…어떻게 극복할까?


■ 김민경 / 일산 차병원 교수

[앵커]
우울증은 심해지면 극단적인 선택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질병이지만, 여전히 사회적 편견과 오해 때문에 병원을 찾기를 꺼리는 분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마음의 문을 열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우울증을 극복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합니다. 오늘 <내 몸 보고서>에서는
우울증의 원인과 진단, 치료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일산 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민경 교수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예전보다는 우울증에 대한 이해가 넓어졌지만 여전히 마음이 힘들어도 '요즘 좀 피곤해서 그래' 라거나, '내가 정신력이 좀 약한가 보다'라고 생각하며 견디려는 분들이 많은데요. 교수님께서 우울증이 어떤 질환인지부터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네, 의학적으로 우울증을 진단하는 기준은 9가지 정도입니다. 9가지 증상을 살펴보면, 당연히 우울한 기분이 느껴지는 것이 있겠죠. 이 외에 흥미의 저하. 뭘 해도 즐겁지 않고, 식사량과 체중의 변화, 잠을 못 잔다거나 반대로 너무 많이 잠을 자기도 하는데요. 자꾸 초조한 느낌이 들고, 피로가 안 풀린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고, 삶이 무가치하게 느껴지고, 심하게는 죽음 생각이 반복될 수 있는데요.

제가 방금 말씀드렸던 9가지 증상 중에 5개 이상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하면서 개인의 기능적 저하를 일으키는 질환을 우울증으로 정의합니다. 그런데 보통 우울증이라고 하면, 우울한 감정에 대해서만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이하게도 우울하지 않은 우울증도 있습니다.

[앵커]
네, 지금 마지막에 말씀하신,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우울증, 이걸 이른바 '가면 우울증'이라고 하던데요. 이건 어떤 건지 조금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우울한 기분이 가면을 쓰고 있는 것처럼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우울증을 말합니다. 주로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신체적 불편함이나, 주의력, 기억력과 같은 인지기능의 저하 등이 주된 증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겉으로 보이는 부분이 다를 뿐, 원인 및 정신 역동의 측면에서는 일반적 우울증과 같으므로 가면 우울증이라고 합니다.

[앵커]
나도 모르는 새 우울증에 빠지게 되는 거군요. 우울증에도 여러 유형이 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우울증도 증상에 따라 경증이나 중증으로 구분하기도 하나요?

[인터뷰]
같은 우울증의 진단이라고 해도, 환자에게 나타나는 임상 양상과 심각도에는 많은 차이가 있는데요. 불안하고 긴장 등의 행동을 보인다거나, 환각 망상과 같은 정신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고요.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다거나 계속 졸음이 쏟아지는 것처럼 다양한 증상이 동반돼 나타납니다. 치료 반응에 따라 두 가지 이상의 항우울제 치료로도 호전되지 않는 환자는 중증의 우울증으로 분류하기도 하는데요. 우울증 환자 세 명 중 한 명은 중증 우울증을 보이고, 약 2%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는 위험성 높은 우울증으로 진단되고 있습니다.

[앵커]
우울증이 발생하는 원인이 참 다양할 것 같기는 한데요. 크게 어떤 원인이 있는지 말씀해주시겠어요?

[인터뷰]
우울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발생하는 뇌의 장애인데요. 뇌의 화학적인 변화, 내분비 장애, 신경 면역학적 요인, 유전 요인 등의 생물학적 원인이 있습니다. 외부적으로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대인관계 스트레스와 같은 심리 사회적 요인에 의해 발병하기도 하는데요. 개인의 성격, 생활습관이나 건강 문제로 우울증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앵커]
최근에 코로나19로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데요. 국내 우울증 유병률은 어느 정도인가요?

[인터뷰]
현재까지 정확한 유병률을 따져보기는 어려운데요. 일반적으로 한국 성인의 평생 유병률은 3~5% 정도로 파악되고 있고 여성에서 2배 정도 많이 발생합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1년 코로나 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울 위험군은 18.9%로 조사되었습니다.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국민의 인식은 증가하는 추세이나, 실제로는 우울증 인구의 5~10%만이 치료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앵커]
그럼 우울증은 어떻게 치료하나요?

[인터뷰]
네, 우울증의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비약물적 치료로 나뉘는데요. 비약물적 치료로는 심리 치료가 있습니다. 예컨대 부정적인 감정이나 행동을 바꿀 수 있도록 인지행동치료라는 것을 하거나 대인관계치료, 정신역동치료처럼 다양한 심리치료를 하게 됩니다. 뇌 자극을 통한 신경기능조절치료로는 경두개자기자극술도 있습니다.

가벼운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경우 심리 치료만으로도 충분한데요.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에서는 약물치료가 거의 필수적이고, 비약물학적 치료를 함께하는 것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우울증으로 인한 가장 큰 위험이 바로 극단적인 선택인데, 충동성을 막기 위해선 치료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치료 옵션이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중증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흡입형 항우울제를 사용하기도 하는데요. 임상시험 상으로는 투약한 지 약 4시간 이후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고 알려졌습니다. 정신적 응급상황에 놓인 환자들에겐 좋은 치료법 중 하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앵커]
우울증약에 대한 부작용은 없나요?

[인터뷰]
약물의 종류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개 비슷한 양상입니다. 공통적으로는 위장관계 부작용이 가장 흔하지만, 대개 약물 복용 시작한 지 1주일 이내에 발생하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소실됩니다. 이외에 복용 용량과 기간에 따라 두통, 불면, 불안, 졸림, 체중 변화 등이 관찰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은 안전한 편이며, 약물 복용의 초기와 장기적으로 유지되던 항우울제의 갑작스러운 중단과 같이 약물 용량의 변화가 있는 시기에 주의하여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이번에는 저희가 우울증과 관련해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OX 퀴즈를 준비했는데요. 질문을 듣고 O, X판을 들어주세요. 우울증에 특별히 잘 걸리는 사람이 있다. 이 말은 사실일까요?

[인터뷰]
답은 X입니다. 우울증에 잘 걸리는 사람이라고 명확하게 구별되고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단, 우울증의 발생 원인으로 밝혀지고 있는 생물학적, 환경적 요인들에 대한 취약점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취약점이 있는 사람이라도 공통으로 본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된 정도와 비례하며, 보호적 요인인 지지적, 안정적인 환경의 부족이 취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앵커]
다음 질문입니다. SNS를 많이 하는 사람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

[인터뷰]
O 입니다. SNS로 시간을 보내는 만큼, 직접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을 대체하게 되면서, 관계 욕구에 대한 기대가 충분히 충족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SNS상에서 보이는 타인의 모습과 자신을 비교하게 됨으로써, 상대적 박탈감과 우울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SNS를 오래 사용할수록 우울감을 쉽게 느끼고 자존감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으므로, SNS 사용 시간을 줄이거나 잠시 멈추고, 대체 활동을 통해 우울감의 회복을 경험해 보셨으면 합니다.

[앵커]
이번 질문은 많은 분이 궁금할 만한 내용인데요. 정신과 진료 기록이 있으면 입시나 취업에 불이익이 생길까 봐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진료 기록을 타인이 열람할 수 있나요?

[인터뷰]
정답은 X입니다. 본인의 진료 기록은 개인 정보로서, 그 누구도 본인의 동의 없이는 열람할 수 없습니다. 본인이라도 온라인 전산상으로는 열람이 불가능하고, 신분증을 지참하여 직접 방문해서 신청해야만 가능합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개인의 채용, 입시 등의 목적으로 민간 및 기관 단체 등에 공개 및 전달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우울증의 원인과 진단, 치료법, 그리고 궁금증을 풀어보는 시간을 가져봤는데요. 가장 좋은 것은 병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잖아요. 우울증을 예방하려는 방법이 있을까요?

[인터뷰]
기본적이지만, 건강한 식습관과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이 중요합니다. 충분한 햇빛을 받으며 주기적으로 산책하거나, 작은 취미나 활동을 통해 성취감과 만족감을 경험하는 것이 도움될 수 있습니다. 이외 개인마다 처한 환경에서, 나를 힘들게 하는 일이나 스트레스 자극을 당분간 줄이고, 더 나아가서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환경, 감사와 행복감 등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활동과 환경적 요인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될 수 있습니다.

[앵커]
가족 중에 우울증 환자가 있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인터뷰]
우울증을 직접 겪어보지 않았다면 아무래도 우울증 환자들의 모든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울 건데요.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이라고 해도 마찬가지겠죠? 그럴 때 의지의 문제다, 예민한 성격 때문에 우울증이 생긴 거다, 이런 식의 단정은 금물이고요. '내가 모를 수 있는 힘든 마음이 있나보구나'라고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우울증은 증상의 정도와 회복의 속도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좋아지기 위해 뭐라도 노력하라거나 부담감을 주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앵커]
우리가 육체적인 체력이 떨어졌을 때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처럼, 누구나 마음의 체력도 떨어질 수 있는 거잖아요. 증상이 느껴진다면 주저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일산 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민경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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