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투데이

[스마트라이프] 고립된 '러시아'…우크라이나와 '사이버 전쟁' 본격화


■ 이요훈 / IT칼럼니스트

[앵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제사회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전쟁은 그 참혹한 실상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중계되면서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요. 특히 군사 대결 못지않게 펼쳐지고 있는 '사이버 전쟁'이 치열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어떤 이야기인지 오늘 스마트 라이프에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IT 칼럼니스트 이요훈 씨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 작전이 시작된 지 벌써 한 달 가까이 흘렀습니다. 저희도 방송을 통해 꾸준히 전쟁 소식을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오늘은 반전(反轉)과 IT 기술을 주제로, 전쟁에서 IT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말씀해주신다고요?

[인터뷰]
네, 우선 전쟁과 IT 기술이 어떤 관계를 맺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분들이 있으실 텐데요. 원래 IT는 군사 기술을 바탕으로 태어난 기술입니다. 휴대전화는 원거리 무전기로 만들어졌고요. 최초의 컴퓨터도 군사용 계산을 위해 태어난 고성능 전자계산기였죠. 인터넷 역시 핵전쟁이 일어나도 끊어지지 않는 네트워크로 발명됐습니다. 다만 시작이 이랬던 거고요. 이제 정보통신 기술은, 우리와 세상을 연결하는 아주 중요한 기술입니다.

[앵커]
그래서일까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이전의 전쟁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특히 SNS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던데, 직접 설명해주시겠어요?

[인터뷰]
예, 그러니까 전쟁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또 이 전쟁을 감시하는 방법이 예전과는 정말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스마트폰으로 셀프 동영상을 찍어, 자신이 아직 수도 키예프에 있다는 걸 널리 알린 건 다들 아실 겁니다. 이번 전쟁에선 이런 우크라이나의 공식 성명이, 트위터에 올라옵니다. 트위터에 올라간 메시지는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널리 퍼지게 되는데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소식을 전달하는 메신저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받습니다. SNS가, 전쟁을 둘러싼 외교전의 전장이 된 겁니다. 전쟁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또 이 전쟁을 감시하는 방법이 예전과는 정말 많이 달라졌다는 걸 체감하는 사건이었습니다.

또 다른 특징은 생방송 형태로 전쟁이 실시간 중계되고 있다는 겁니다. 우크라이나 블로거가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하다가, 갑자기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에 놀란 영상은 많이들 보셨을 겁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에 사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본 것을 직접 찍어서 틱톡 같은 SNS에 올리고, 그걸 또 매우 많은 사람이 보고 있습니다. 세계가 전쟁을 감시하는 방법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평가하는데요. 그래서 이 전쟁을 SNS 전쟁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앵커]
이제는 언론도, 종군기자도 아닌 시민들이 SNS로 직접 전쟁 소식을 전하고 있는 건데요. 이렇게 되면서 이 전쟁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더 많이 받게 된 거죠?

[인터뷰]
네, 그동안 패션이나 음식, 일상 등을 찍어 올리던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영상으로 찍어서 SNS에 올리기 시작했는데요. SNS는 전쟁 현장의 생생한 모습, 실제로 전쟁터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실제 #ukraine 태그가 달린 영상들은 현재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이게 중요한 이유가, 그동안 러시아는 SNS를 활용한 심리전과 정보 조작에 굉장히 능숙하다는 평가를 받았거든요? 그런데 이번 전쟁에선, 그런 정보 전쟁에서 완전히 밀려 버린 겁니다. 오히려 세계가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는, 그런 상황이 만들어졌죠. 전 세계 수많은 시민의 항의에 떠밀려, 많은 기업이 러시아 사업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보통 전시 상황에서는 통신망을 먼저 무력화시키지 않나요? 우크라이나는 잘 버텨내고 있네요?

[인터뷰]
네, 실제로 지난 2008년과 2014년 러시아가 개입한 남오세티야 전쟁과 크림반도 강제 합병에선, 러시아 사이버 부대의 공격으로 인해 인터넷이 마비됐었죠. 이 부대는 2015년과 2016년에 우크라이나 변전소를 공격해 대규모 정전을 발생시켰다고도 알려졌는데요. 이번에도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 인터넷이 마비되긴 했지만, 완전히 쓰지 못하게 만들진 못했습니다. 일단 우크라이나가 작은 나라가 아닌 데다, 사이버 공격을 미리 대비하고 있었던 이유가 크고요. 인터넷 제공 업체도 4,900개나 됩니다. 우리나라가 20여 개 정도니, 엄청나게 많은 거죠. 이걸 나쁘게 말하면 중복 투자라거나 파편화됐다고도 말할 수 있는 건데요. 이번 전쟁에선 이런 특징이, 몇몇 인터넷망이 공격받아도, 다른 쪽으로 연결을 돌려서 네트워크를 유지할 힘이 됐습니다. 특이한 것은, 이번엔 거꾸로, 러시아의 인터넷이 고립 상태에 빠지게 됐다는 겁니다.

[앵커]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러시아가 인터넷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는 말씀이시죠? 어떻게 된 거죠?

[인터뷰]
글로벌 망 사업자들이 나섰기 때문입니다. 일단 우크라이나 정부가 전 세계 도메인을 관리하는 아이칸(ICANN)에 러시아 웹사이트에 접속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건 거절됐습니다. 여기는 일종의 국제기구여서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세계 각국의 인터넷을 연결하는 망을 제공하는 기업들이 있는데요. 이 기업들이 직접 행동에 나섰습니다.

예를 들어 대륙 간 인터넷망을 제공하는 업체가 있는데요. 이 회사에서는 러시아 고객들을 완전히 차단하는 조처를 했습니다. 기술 기업들은 이 밖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러시아에 항의하기 시작했는데요. 오라클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AMD, 인텔, 애플, 구글, 아마존 같은 기술 기업들이, 러시아 내 제품 및 서비스 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앵커]
인터넷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소셜미디어까지 차단된 상황이라고 들었는데요. 그렇다면 러시아 내에 있는 사람들은 세계 여론을 듣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닌가요?

[인터뷰]
맞습니다. 실제로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러시아 쪽 이용자 접근을 제한하거나, 러시아 미디어의 활동을 정지시켰을 때 그런 우려가 있었는데요. 이번엔 러시아 당국에서, 허위 정보를 배포한다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접속을 차단해 버렸습니다. 논쟁이 의미 없어진 거죠. 이런 러시아의 언론 통제에 맞서, 광고를 이용해 해외 소식을 전한다거나, ‘토르’ 같은 정부 감시를 피할 수 있는 브라우저를 이용해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다르게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창의적인 방법을 찾는 사람도 많은데요. 예를 들어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 공유 서비스에서는, 우크라이나에 있는 숙소에 예약하면, 그 숙소에 묵지 않아도 숙소 주인에게 임대료를 지불하는 형식으로 후원하는 방법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게임 업계의 움직임도 활발한데요. 디스 워 오브 마인 같은 게임은, 일주일 게임 판매 금액 전부를 우크라이나 적십자에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닌텐도나 EA 같은 대형 게임 업체에선 러시아에 게임 판매를 중단하고, 피파 시리즈 같은 축구 게임에선 아예 러시아 팀을 삭제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런가 하면 양측의 해커들이 사이버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는데요. 이건 어떤 상황인가요?

[인터뷰]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우크라이나는 기술 강국입니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프로그래머들이 많거든요. 구글이나 MS 같은 사무소가 우크라이나에 있는 이유고, 많은 해커 조직의 근거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전쟁이 시작되자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트위터를 이용해 IT 부대를 모집했습니다. 한 20만 명이 모였다고 하는데요. 여기에 어나니머스 같은 핵티비스트 그룹도 우크라이나를 돕기로 했습니다. 이들이 다양한 사이버 전쟁을 펼치고 있고요.

문제는 러시아도 절대 만만치 않다는 겁니다. 사실 수많은 랜섬웨어나 해커들의 본거지가 러시아거든요. 공개적으로 러시아 지지를 표명한 해커 그룹도 많습니다. 행동도 조금 악랄합니다. 마이크로 소프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이전에, 폭스 블레이드라고 불리는 악성 코드를 발견했는데요. 이 악성 코드를 실수로 실행할 경우, 컴퓨터에 있는 모든 데이터가 파괴됩니다. 이런 악성 코드들이 지금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해서, 주의 경보가 발령된 상황입니다. 우리도 이런 해킹에서 절대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당장 보안 조치를 해두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IT칼럼니스트 이요훈씨와 함께했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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