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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매거진] 일상생활에 깊숙이 스며든 환경호르몬, 규제 방안은 없을까?

■ 허정림 / 환경공학 박사

[앵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다양한 환경호르몬에 노출되고 있는데요. 인체에 유해한 환경호르몬 사용을 제한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오늘 <에코 매거진>에서는 허정림 환경공학 박사와 함께 '일상 속 환경호르몬'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박사님, 안녕하세요?

[앵커]
환경호르몬의 일종인 프탈레이트의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이야기 들었는데요. 먼저 프탈레이트가 정확히 어떤 것이고 인체에는 얼마나 유해한 건가요?

[인터뷰]
세계 각국은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결정을 내리고 1999년부터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키는 환경호르몬 추정물질로 관리해 오고 있지요. 프탈레이트는 동물이나 사람의 몸속에서 호르몬 작용을 방해하는 내분비계 교란물질의 일종으로 카드뮴에 비견될 정도의 독성을 갖고 있어요. 동물실험 결과 간과 신장, 심장, 허파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여성 불임이나 남성의 정자 수 감소 등 생식기관에 영향을 주는 독성 물질로 알려져 있고요.

그뿐만 아니라 신생아 기형을 일으키거나 태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었습니다.

실제로 국립환경과학원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환경 유해 물질의 노출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 실시한 '제3기 국민환경보건 기초조사' 결과에 따르면 프탈레이트 소변 중 농도는 연령대가 낮을수록 높게 나타났습니다. 영유아 60.7㎍/L, 초등학생 48.7㎍/L, 중고생 23.4㎍/L, 성인 23.7㎍/L로 파악됐는데요. 이는 어린아이일수록 단위 체중 당 음식 섭취량과 호흡률이 성인보다 높고, 장난감을 빨거나 바닥에서 노는 행동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그 이야기는 프탈레이트가 어린이 장난감에도 쓰인다는 건데,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프탈레이트가 얼마나 많이 사용되고 있나요?

[인터뷰]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 생활용품을 제조하는 데 주로 사용하는데요. 이 물질은 플라스틱이나 비닐의 유연성과 탄성을 증가시키는 가소제 성분입니다.

[앵커]
말랑말랑하게요?

[인터뷰]
네, 늘이거나 하는 데에 사용하죠.

그래서 화장품이나 장난감, 세제에 사용하고, 목재 가공 및 가정용 바닥재 등에 이르기까지 아주 광범위한 용도로 쓰이고 있어서 우리 생활 곳곳에 산재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한국소비자원의 최근 3년 조사 결과를 보면 어린이 제품은 그나마 덜 하지만 규제가 없는 생활용품은 프탈레이트 검출률이 3개 중 1개꼴로 높았습니다. 특히 전기장판은 10개 중 8개 이상에서 프탈레이트가 검출됐습니다.

[앵커]
인체에 유해한 프탈레이트 대신 대체재가 만들어졌다고 들었는데, 왜 아직도 대체재를 사용하지 않는 건가요?

[인터뷰]
프탈레이트가 산업용으로 사용된 건 지난 1930년대부터입니다. 지난 백여 년간 과학은 눈부시게 발전했고 산업의 발전을 이끌었지만, 건강과 안전성을 따진 지는 얼마 되지 않았죠.

안타깝게도 이런 물질의 제한과 관리는 어느 정도의 부작용과 피해 사례가 보고되고 나서야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사이 유용함과 효능이 입증된 일부 화학물질은 산업 현장에서 '없으면 안 되는 물질'로 자리 잡았고요.

기존 프탈레이트의 유해성이 부각하자 독성이 덜하면서도 비슷한 기능을 한 대체재가 꽤 오래전부터 쓰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대체재의 경우 독성이 덜한 대신 가격이 조금 비싸고 특정 제품에 쓰일 때 기능성이 조금씩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지우개의 경우 대체재를 쓰면 기존 프탈레이트보다 좀 더 뻑뻑하고 그래서 잘 안 지워진다는 단점이 있다고 합니다.

[앵커]
대체재의 성능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져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럼 해외에서는 이런 유해 물질이 관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죠

[인터뷰]
미국과 캐나다는 국내에서 관리하는 프탈레이트 가소제 6종뿐만 아니라 4종 (DIBP, DPENP, DHEXP, DCHP)을 추가해 규제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재질별, 성상별로 관리 기준을 차등화해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일반 완제품의 경우 가소제 포함 4종의 프탈레이트가 0.1% 이상인 경우 시장 출시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완구 및 육아용품은 더 강력한데요. 완구 및 육아용품에서 사용하는 가소제를 포함해 프탈레이트 6종에 대해 0.1% 미만으로 제한되어 있고요. 이들 프탈레이트 가소제를 함유한 어린이 제품과 장난감 생산 및 수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앵커]
다른 나라의 관리 방안을 들어봤는데, 그럼 우리나라는 이 프탈레이트 규제 방안에 대해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요?

[인터뷰]
2016년 국내에 보고된 프탈레이트 23종류 가운데 10종은 얼마나 해로운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 프탈레이트가 0.1% 이상 들어 있는 제품은 신고 의무가 있지만, 유통량이 연간 1t 이하인 제품은 신고 대상에서 빠져있어요. 이렇게 되자 국회에서는 프탈레이트 토론회가 열리는 등 규제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환경부는 시중에 유통되는 플라스틱 제품의 유해성 여부를 먼저 확인한 뒤 함량 기준, 사용 금지 여부 등을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또 프탈레이트 대체 물질이 안전한지에 대한 확인 작업도 벌일 방침입니다.

[앵커]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규제 방안이 본격화되어 프탈레이트 사용이 제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프탈레이트 외에도 우리 생활 속에서 자주 쓰이는 환경호르몬이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은데, 대표적인 것들,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누구나 쓰겠죠. 우리가 매일 만지는 영수증과 순번 대기표에도 비스페놀 A가 발색 촉매제로 사용됩니다. 감열지에 사용되는 비스페놀 A의 경우엔 섭취 가능성은 작지만 기름이 묻거나 땀이 난 손으로 오래 접촉할 때 피부를 통한 흡수율이 10배나 됩니다.

비스페놀 A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젠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환경호르몬으로 내분비계 장애 추정물질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에 환경부는 비스페놀 A를 유해성이 있을 우려가 있는 관찰물질로, 식품안전청은 용기 및 포장에 관한 기준을 정해 고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스페놀 A의 유해성 논란은 수년째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그래서 환경호르몬 대체 물질로 비스페놀 S나 비스페놀 F 등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것 역시 대체 물질로 쓰면 되는 거 아닌가요?

[인터뷰]
그러나 2015년 사이언스와 2014년 네이처에 실린 논문을 보면 대체 물질의 독성 가능성이 제시되었습니다. 천연 제품이라고 강조되는 제품들도 성분을 살펴보면 그 유해성이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의 주의를 요하고 있습니다.

[앵커]
대체물질에 대한 안전성 또한 검증되지 않은 상태인데요. 그럼 일상생활 속에서 환경호르몬을 줄이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인터뷰]
안전한 건축자재의 사용이 제일 중요합니다. 집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죠. 천연 바닥 재료인 대나무 바닥재나 한지 벽지는 물론 영국에서 발명한 리노륨과 같은 100% 천연 재료인 친환경 건축자재가 있어요.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생활 속의 프탈레이트를 줄이는 것인데요.

여성환경연대에 따르면 한국의 1명의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98.2kg으로 미국 97.7kg, 영국의 56.3kg보다 많았습니다. 일상 속에서 환경 호르몬의 노출을 최소화하려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안전한 제품인지 꼼꼼히 살펴보고 사용하는 게 좋겠습니다.

[앵커]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사용량이 굉장히 높군요. 아무쪼록 안전하고 가성비 좋은 대체재가 빨리 만들어져서 우리가 어떤 물건이든 맘 편히 쓸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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