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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돋보기] 4차산업혁명 이후 미래에는 어떤 일을 하게 될까?

■ 이태억 / 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

[앵커]
4차 산업혁명 시대, 앞으로 인간은 어떤 일을 하게 될까요?

새로운 기술을 통해 창의적인 일자리가 탄생할 것이라는 의견과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을 대체할 것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데요.

오늘 <과학돋보기>에서는 '4차 산업혁명 이후 미래의 일자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이태억 교수와 함께합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앵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로봇, 자율자동차, 심지어 스마트 기기, 여러 부분이 자동화, 무인화, 지능화되며 인간 생활이 편해진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인간의 업무를 대체하는 거 아닌가에 대한 불안감도 있는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인터뷰]
사실 인류는 힘든 노동을 피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습니다. 농경과 이동에 가축을 이용하고 제조와 운송을 기계화, 동력화하고 자동화해왔죠.

이런 불안함은 산업혁명 초기부터 발생했습니다. 기계화, 동력화로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두려움과 저항이 컸죠. 그러나 결국 전체 시장과 산업이 성장하면서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겨났습니다.

지난 50년간 인류는 컴퓨터와 통신기술을 활용해 제조공정, 서비스업무, 사무작업을 자동화했습니다.

산업혁명 때와 마찬가지로 단순 반복적 업무가 많이 감소했지만, 품질과 생산성이 높아져 산업이 발전하고 정보통신산업도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고용 확대와 경제성장을 견인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육체노동과 단순 사무작업이 자동화되었다면 4차 산업혁명은 중요한 판단, 예측, 결정, 최적화 등의 정신노동까지 자동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제조와 일반 서비스 분야는 물론이고, 법률, 의료, 금융, 연구개발 등의 전문직의 업무까지도 상당 부분 자동화되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3차례 기술 혁신을 겪었지만, 산업형태를 바꿨지 일자리를 줄이지는 않았다는 말씀이신대요, 하지만 말씀하셨다시피 4차 산업혁명은 정신노동까지 자동화되니까 조금은 다른 결과를 낳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인터뷰]
네, 맞습니다. 정신노동이 자동화되는 경우 과연 새로운 산업과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인공지능,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로 인력을 절감하자고 하는 큰 흐름은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사람을 대체하는 것보다 사람을 보조하여 품질을 높이거나 비용을 절감하여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가능성도 큽니다. 결국, 오늘날 인공지능 기술의 실체, 가능성, 한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앵커]
인공지능 기술의 실체, 가능성, 한계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정확히 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인터뷰]
사실 1980년대 중후반에 인공지능 광풍이 훨씬 세게 몰아쳤습니다. 의료, 공학을 포함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전문가를 대체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전문가가 설명해주는 지식과 의사결정 과정을 컴퓨터로 표현하고 모사하면 된다는 것이었죠. 그러나 전문 지식의 상당 부분은 기호나 구성요소와 그들 간의 관계로 분해해서 설명할 수 없고 전문가 본인도 왜 이렇게 결정하는지에 대해 모른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많은 논쟁 끝에 결국 초보자 수준의 지능밖에 보여주지 못한 당시의 기호처리 기반 인공지능은 좌초하고 말았습니다.

[앵커]
말씀하셨다시피 1980년대의 인공지능은 초보적인 수준이라고 하셨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정말 기술이 많이 발전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현재는 과거의 그런 문제점을 많이 극복한 것 같지 않은가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인터뷰]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방식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사람 뇌의 뉴런 연결 구조를 모사하는 인공신경망이 등장해서 패턴 학습에 의한 인식, 분류, 예측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부분적으로 활용됐습니다. 그러나 문제 특징을 분석해서 중요한 특성치나 구성요소를 미리 파악하여 입력해주어야 하고, 계층과 노드 수(연결지점)를 조금만 늘려도 학습이 잘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와 이러한 문제들이 간단한 아이디어로 쉽게 해결되었는데요.

연결 노드나 계층 수를 크게 늘려 실용화할 수 있게 되어 초대형 인공신경망까지도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연결 계층을 늘릴 수 있게 되니 입력 쪽 계층들이 중요한 특성을 스스로 발견해서 학습하게 되어 다양한 문제에 쉽게 적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결국 응용성을 확보하게 된 거죠. 쉽게 말해서 사람의 뇌가 학습하는 것과 좀 더 가까워진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갖게 된 것입니다. 요약하면, 전문가들은 "이럴 때 이렇게 하더라"라는 패턴이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로부터 찾아내어 재현하는 데 성공하게 된 것입니다.

[앵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패턴을 찾는다면, 반복업무나 단순노동에는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데 아주 효율적일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반면 생각해보면 인간의 단순 노동의 의미와 가치가 무의미한 수준으로 비취지면 어떨까-하는 불안감도 생기는데요, 이건 어떻게 보시나요?

[인터뷰]
그렇죠. 사람이 하는 일 중에서 유사한 패턴이 반복되어 데이터가 축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육체노동, 단순 사무업무, 서비스 업무뿐 아니라 전문직 업무의 상당 부분까지도 반복되는 패턴이 있어 인공지능이 더 잘할 수 있습니다. 대량의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하여 학습된 패턴으로 신속하고 일관성 있게 판단, 결정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되면 국민 총생산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작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솔로우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1940년 국민총생산 중에서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75%였지만 지금은 62%에 불과합니다. 그동안 급여 상승을 고려하면 상당한 부분이 정보기술 자동화에 의해 대체되고 노동보다는 지식 집약적 산업으로 전환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앞으로 인공지능과 로봇 때문에 이러한 추세가 더욱 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현재의 인공지능은 만능이 아닙니다. 사람의 뇌는 현재의 인공지능이 모사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게 정보를 처리합니다. 문제를 찾아내고 정의하는 일, 창의성이 필요한 일, 고도의 복잡한 추론이 필요한 일, 감성적 상호작용이 필요한 일들은 역시 사람이 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 노동의 역할, 가치, 보상에 대해 경제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새롭게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앵커]
그럼 다가오는 변화의 물결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고 앞으로 인간이 해야 할 노동의 역할은 무엇일지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은데, 우리 앞에 놓인 과제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인터뷰]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과거 대량생산 방식의 산업화 과정에 맞춰 발전해온 대량교육 체계를 개혁해야 합니다. 미래 산업과 사회에서 요구하는 창의성, 문제 정의, 팀워크 등의 역량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하고 괴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요구하는 지식과 기술이 급속히 변하여 대학에서 한번 교육받은 것으로 일생을 버틸 수가 없습니다. 일방전달식 수업을 개혁하여 팀 학습, 학생 중심의 학습으로 개편하고 평생교육, 재교육 체제를 갖춰야 합니다.

두 번째로요, 기술벤처, 신산업을 창출하는데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야 합니다. 수천, 수만 개가 생겨나야 그 중 극히 일부가 성공하여 우리를 먹여 살릴 것입니다. 구글, 페이스북, 우버 등의 거대 기술기업들은 불과 10~20년 만에 세계를 제패했습니다. 급속하게 발전하는 기술과 관련 비즈니스에 우리 법이 따라가지 못합니다.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고 이해당사자를 슬기롭게 조정하여 미래를 위해 자유로운 사업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화입니다. 신기술에 의한 비즈니스와 서비스는 우리나라 시장만으로 성공하기 힘듭니다.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100여 년 전 최빈국이었던 스웨덴이 생존을 위한 국가전략으로 과학기술과 함께 글로벌화를 강력하게 추진하여 성공한 사례를 깊이 있게 벤치마킹해보아야 합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4차 산업혁명 관련된 일자리 얘기를 하면 19세기 초에 산업화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우려해서 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했던 러다이트 운동이 생각나는데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떤 신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날지 아니면 정말 인간 생활에 더 편리한 미래가 될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과학 돋보기 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이태억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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