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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CSI]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 'NDFC 화재수사팀'

■ 강정기 / 대검찰청 화재수사팀 수사관

[앵커]
화재사건은 다른 사건과 달리 목격자도 찾기 힘들고 증거가 훼손되기 쉬워서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억울한 사건을 해결하는 분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 사이언스 CSI에서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대검찰청 화재수사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강정기 수사관과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대검찰청에 화재수사를 전담하는 팀이 있다는 것이 조금은 생소한데요. 어떤 팀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인터뷰]
대검찰청 화재수사팀은 검찰청에서 화재나 폭발사건에 대해 수사나 재판 중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야 할 사건이 있을 경우에 수사지원을 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검사가 화재사건을 수사하면서 기소 여부를 결정하거나, 기소하여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수사지원을 의뢰하게 됩니다. 그러면 화재수사팀에서는 현장 감식, 재연실험,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기법을 통해 감정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앵커]
저는 일반적으로 화재를 수사한다고 하면 일단 소방서나 국과수 감식이 떠오르는데요. 화재수사팀과는 어떻게 다른 건가요?

[인터뷰]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단 말씀하신 소방, 경찰, 국과수 등은 1차, 초동조사기관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화재가 발생한 즉시 현장에 투입되어 발화지점과 발화 원인을 찾는 것이 주 업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반면 화재수사팀은 2차 감정기관으로, 형사사건이 검찰로 송치된 후 피의자나 피해자의 행위를 밝히는 것이 더 중요한 업무입니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건으로 말씀드리면, 두 사람이 한 공간에 있다가 유류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초동조사에서는 현장을 감식하면서 탄화 패턴을 분석하고 유류의 성분을 감정하여 '휘발유를 이용한 방화'로 판단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대검 화재수사팀에서는 휘발유에 의한 방화인 것은 알겠는데 그러면 누가 불을 냈는지 알기 위해서 피의자와 피해자의 화상 부위 분석하고, 피의자의 진술 여부 분석 등을 통해서 누가 휘발유를 뿌렸고 누가, 어떤 방법으로 불을 붙였는지 밝히는 등 피의자와 피해자의 행위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즉, 초동 조사기관과 대검 화재수사팀은 조금은 다른, 상호보완적인 업무를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앵커]
차이가 있군요. 2차 감정기관인 만큼, 화재사건이 대검 화재수사팀에 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요. 그러면 아무래도 현장에 대한 조사는 불충분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인터뷰]
아무래도 화재 발생 직후 현장 감식을 하는 것보다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초동조사기관에서 촬영한 사진 등을 참고로 현장을 재구성하면 사건 발생 당일 있었던 일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한 사례를 말씀드리면, 2002년도에 화재 사망 사건이 발생하고 약 9년이 지난 후 재수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가정집에서 불이 나 4살 아이가 숨진 사건으로 사건 발생 당시에는 형광등 누전으로 인한 화재로 내사종결 되었습니다. 그런데 9년 후 당시 아이 아버지와 동거했던 여성이 '아이의 아버지가 아이의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살해했다'는 내용으로 투서를 한 것입니다.

[앵커]
9년이나 지났으면 증거나 흔적도 많이 사라졌을 것 같아요.

[인터뷰]
네, 그렇죠. 피의자는 처음에는 완강히 부인했으나 나중에는 방에 휘발유를 뿌린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아이의 몸에는 휘발유를 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장은 화재 후 방치되어 저희가 갔을 때는 이미 폐허가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화재 발생 직후 촬영한 사진과 비교하며 기둥과 벽, 그리고 출입문의 위치를 특정하자 중요한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앵커]
뭔가요?

[인터뷰]
피해자는 화재 발생 당시 출입문에 가장 가까이 있었음에도 탈출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또한, 피해자는 침대 밑에서 발견되었음에도 화염과 반대 방향에서 두개골 개방골절과 신체 소실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것은 피의자가 피해자의 좌측 머리 쪽에 휘발유를 부었다는 명백한 증거이며 재판부에서도 이를 받아들여 피고인에게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이처럼 시간이 지난 현장에서도 사건의 핵심적인 사실이 남아 있을 수 있어서 아무리 오래된 현장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앞서 현장감식뿐만 아니라 여러 다양한 기법을 활용한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먼저 재연실험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인터뷰]
재연실험은 사건마다 다르고 방법은 팀 회의에 의해 결정됩니다. 우선은 피의자가 주장하는 사실과 수사기관에서 추정하는 사실에 대해서 실험을 통해 누구의 말이 과학적으로 타당한지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두 주장과는 상관없이 수사 기록상 확인되는 여러 사실과 화재 역학에 비추어 사건 발생 당일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실에 실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만약, 피의자가 담뱃불에 의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면 담배꽁초 한 개를 놓고 불이 나는지를 보는 것이 아닌 두 개, 세 개까지 두고 화재 발생 여부를 실험합니다. 이는 조건에 따라 화재 발생 여부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최대한 피의자에게 유리하게 실험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앵커]
그러니깐 최대한 공정성을 기하려는 느낌이 있네요. 그렇다면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인터뷰]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건축물 내 화염 확산 속도 분석 등 실물 재연실험이 어려운 사건에 대해서 실시합니다. 대학연구팀의 도움을 받아 실시하며 주로 FDS 프로그램을 이용합니다. FDS 프로그램은 미국국립표준기술연구소 NIST에서 개발한 화재해석 전용 프로그램입니다. 대학연구팀에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의뢰할 때는 객관적인 결과를 담보하기 위해 구획공간의 크기, 가연물, 점화원 등 시뮬레이션을 위한 필요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합니다. 화재의 성상이 어떠했는지를 미리 알고 조건을 부여한다면 그 시뮬레이션 결과는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앵커]
그동안 처리했던 사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인터뷰]
모 시사 프로그램에도 방영되었던 2011년에 발생했던 사건입니다. 동거녀와 돈 문제로 다투다가 동거녀와 그 딸이 있는 방 앞 복도에 휘발유를 뿌리고 방화하여 두 사람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1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여 징역 20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새로운 증거도 없고 달라진 사실관계도 없음에도 갑자기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입니다. 화재 발생 당시 피고인은 양쪽 다리와 팔, 얼굴에 일부 화상을 입었을 뿐인데 재판부는 마당에 있다가 화재 난 사실을 인지하고 피해자들을 구하다가 화상을 입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는데요. 또한, 피고인에게 나타난 화상을 방화자의 화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앵커]
그러면 어떤 실험을 통해서 결과를 밝혀내신 건가요?

[인터뷰]
네, 일단은 피고인이 주장하는 현장을 모델로 했습니다. 그리고 안에 뿌린 것으로 추정되는 휘발유 양의 절반을 뿌렸습니다. 그리고 마네킹을 현장에 통과시켰습니다. 실험결과 세트 내부는 약 1,000도를 넘었고요. 실험세트를 통과한 마네킹에 설치한 온도 계측기는 900도까지 상승했으며 불덩어리가 되었습니다. 즉, 피고인의 주장대로 피해자들을 구하기 위해서 화재현장을 통과했다면 피고인은 전신 3도 이상의 화상을 입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입니다.

[앵커]
그러면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혔나요?

[인터뷰]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이 사건은 이미 대법원으로 가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우리 팀은 화재 역학에 따른 감정서를 제출했고 실험 결과로 2차 감정서를 제출한 것입니다. 그래서 대법원에서는 유죄취지의 파기환송을 했고 파기환송심에서는 팀 감정 결과와 법정증언을 주요이유로 설명하며 1심과 같은 징역 20년을 선고하였습니다.

[앵커]
얘기만 들어도 어렵지만, 보람도 있을 것 같은데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시나요?

[인터뷰]
화재사건은 워낙 복잡, 다양하기 때문에 진실을 밝히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목격자는 없고, 증거는 불에 타고, 소화를 위해 뿌려진 물에 의해 현장이 훼손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화재사건은 전기, 화학, 물리, 건축 심지어 법의학까지 관계되며 주변은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우리 팀에서 작성한 감정서가 진실을 밝히고, 진실을 밝힘으로써 억울한 사람을 풀어줄 수 있는 사건이 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앵커]
사실 많은 분들이 잘 모르고 있는 팀일 수도 있지만, 오늘 이 시간을 통해서 노고에 대해 많이 알아가셨으면 하는 바람이 생깁니다.

지금까지 대검찰청 화재수사팀 강정기 수사관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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