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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매거진] 잠들지 않는 도시…빛공해의 위험성

■ 허정림 / 환경공학 박사

[앵커]
밤에도 꺼지지 않는 가로등이나 외부 간판의 밝은 빛 때문에 숙면에 방해를 받은 경험, 다들 있으시죠? 이런 걸 일컬어 '빛 공해'라고 부르는데요. 이런 빛 공해가 최근 환경문제까지 일으키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 에코 매거진에서는 허정림 환경공학 박사와 함께 '빛 공해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지나친 빛 공해가 인간의 물론이고 생태계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를 주고 있는지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빛 공해는 말 그대로 '지나친 인공 불빛으로 인한 공해'입니다. 인공 불빛이 너무 밝거나 지나치게 많아 밤에도 낮처럼 밝은 상태가 유지되는 현상인데요. 직접적으로는 사람의 수면을 방해하고, 간접적으로는 사람과 동식물의 생체리듬을 파괴해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실제로 빛 공해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민원이 2001년부터 2017년까지 2만 9,661건에 이를 정도인데요. 2017년 빛 공해 민원유형을 살펴보면 수면방해가 3,865건, 농작물 피해가 1,621건, 생활불편이 1,034건, 눈부심이 443건이었습니다. 이런 민원을 고려해 볼 때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이 지난 2013년에 만들어졌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되어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조명은 일상 속에 꼭 필요한 것이지만, 너무 과해서 문제라는 말씀이신데요. 그런데 세계적으로도 한국의 빛 공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요?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2016년 미국의 관측 위성 '수오미 NPP'가 야간에 지구를 관측한 결과를 바탕으로 국제 공동연구진이 세계의 빛 공해 정도를 측정했는데요. 그 결과 전 세계 80% 이상이 빛 공해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빛 공해 면적비율이 89.4%로 이탈리아의 90.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습니다.

[앵커]
세계에서 두 번째 수준이라고요. 민원이 많을 수밖에 없겠네요. 이런 인공조명들이 얼마나 밝길래 공해라고 부는 건가요?

[인터뷰]
빛의 밝기를 나타내는 단위는 칸델라(cd)를 사용합니다. 1칸델라는 일반적으로 촛불 하나를 켠 밝기를 뜻하는데요. 컴퓨터용 모니터의 밝기는 400cd를 넘어가고, 가정용 대형 LED TV는 그보다 10배 밝은 4,000cd 정도입니다. 촛불로 환산하면 공부방에는 촛불 400개, 거실에는 4,000개의 촛불을 켠 것인데요. 하지만 그것도 모자라 집 밖의 옥외 광고판의 초대형 화면에서는 8,000cd가 넘는 빛을 비춰줍니다. 자동차 헤드라이트는 최소 1만5000 ~ 최대 11만 2,500cd의 빛을 쏘아냅니다. 최근에 빛 공해의 주범이 하나 더 추가되었는데요. 바로 스마트폰입니다. 스마트폰, 잠들기 직전까지 손에서 놓지 않잖아요. 스마트폰 화면의 밝기도 만만하게 볼 수준이 아닌데요, 스마트폰 화면은 가장 어둡게 조정해도 80cd, 최대 밝기는 500cd를 넘습니다. 그래서 촛불의 숫자로 따지면 우리는 하룻밤에 엄청난 숫자의 촛불을 켜고 사는 셈인 거죠.

[앵커]
스마트폰 밝기를 가장 어둡게 조정해도 80cd, 그러면 촛불을 80개 켠 수준인 건데, 엄청나네요. 그러면 이런 빛 공해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인터뷰]
사람이 경우 낮과 밤 각각에 맞는 생체리듬이 있습니다. 하지만 빛 노출 주기가 불규칙해져서 잠을 깊이 잘 수 없게 되면 생체리듬이 깨지면서 여러 가지 건강 피해를 보게 됩니다. 생체 리듬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약 50% 감소 되면서 면역력이 약해지고요. 어린아이의 경우는 성장 장애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야간에 인공조명이 과도하게 노출되면 여성의 유방암과 남성의 전립선암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스라엘에서는 빛 공해가 심한 지역에 사는 여성의 유방암 발병률이 다른 지역의 여성에 비해 73%나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고요, 우리나라에서도 야간 조명이 강한 지역의 암 발병률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앵커]
사람에 미치는 악영향이 이렇게 결과로 나오고 있는 건데요. 그런데 사람뿐만 아니라 동식물에도 악영향을 준다고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야간 빛 공해에 의해 개화 시기가 앞당겨졌거나 늦춰져 피해를 본 작물은 벼, 보리, 밀, 시금치, 콩, 들깨 등으로 특히 빛 공해 노출 시 벼는 수확량이 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그래서 식량 생산에 큰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철새들의 이동에도 방해되는데요. 철새들은 달빛이나 별빛을 보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고층 건물의 불빛에 이끌리다가 부딪혀 죽는 일도 벌어집니다. 밤에 고층 건물의 불을 끄면 창문에 부딪혀 죽는 새의 숫자를 최고 83%까지 줄일 수 있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또한, 부화한 새끼 바다거북이 해변의 조명 밝기 때문에 방향을 잃고 육지로 기어가다가 죽는 경우도 빈번하고요. 또, 호숫가에 밤새도록 가로등을 켜놓으면 물속 동물성 플랑크톤이 성장하지 못해 녹조류가 급증하고 수질이 악화한다고 합니다.

[앵커]
이처럼 빛 공해가 사람뿐 아니라 환경오염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그래서 국제밤하늘보호협회에서는 세계 각국에 어두운 하늘 공원을 지정해서 밤하늘 보호에 나섰다고 들었습니다. 근데 한국에도 이런 밤하늘 공원이 있다면서요?

[인터뷰]
네, 2015년 아시아 최초로 경북 영양의 반딧불이 공원이 여기 선정돼 화제가 됐습니다. 국제 밤하늘 보호 공원은 밤하늘의 품질에 따라 골드, 실버, 브론즈 등급으로 나뉩니다. 골드는 환경오염이 거의 없는 사막 지역, 실버는 양질의 밤하늘을 맨눈으로 관측할 수 있는 곳이 주로 해당합니다. 현재 전 세계 60곳이 밤하늘 보호 공원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영양군도 보호공원으로 지정받기 위해 수년에 걸쳐 빛을 철저히 통제했는데요. 주변에 빛 공해를 일으키는 공장이나 상업 시설을 절대 설치하지 않았고, 가로등도 빛이 위로 퍼지지 않도록 했습니다. 이후 2014년에 1년 동안 밤하늘의 밝기를 측정한 끝에 실버 등급을 받았습니다. 이곳에서는 1등성부터 6등성까지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은 다 관측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앵커]
맨눈으로 관측할 수 있는 건가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어둠을 지킨 덕에 이곳은 국내 최대 반딧불이 서식지 중 한 곳으로 자리 잡았고, 방문객 수도 2014년 4,800여 명에서 2017년
8,400여 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합니다.

[앵커]
불만 껐을 뿐인데 환경보호는 물론이고 새로운 부가가치까지 창출하고 있는 거네요. 그러면 일상 속에서 이런 빛 공해를 줄이는 방법이 있다면요?

[인터뷰]
환경부에서 조사한 연도별 빛 공해 민원현황을 보면, 2010년엔 1,030건, 2012년엔 2,859건, 2015년엔 3,670건, 2017년엔 6,963건으로 계속 증가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빛 공해는 소음과 악취 등과 함께 사람들의 오감을 괴롭히는 생활 속 공해로 '감각 공해'라고도 합니다. 결국,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데 있어 서로 피해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하죠. 특히 저층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인근 상가나 주차 등으로 인한 빛 공해가 심각하니 서로 주의해야 합니다. 이웃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사회를 만들면 좋겠죠.

[앵커]
사실 정말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는 불빛이지만, 우리의 건강은 물론이고 생태계까지 오염시키고 있다는 점 명심해야겠습니다.

지금까지 허정림 환경공학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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