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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본색] 더 정밀해지는 세계 주소…우주입자연구시설

■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화제의 뉴스를 골라 과학 기자의 시선으로 분석하는 <과학 본색> 시간입니다.

최소라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기자]
두 분 혹시 친구와 만날 때 장소 어떻게 정하시나요?

[앵커]
보통 강남역 10번 출구.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이렇게 지하철역과 입구로 정하는 것 같은데요. 아니면 건물 앞으로 오라고 하죠.

[기자]
네, 저도 종종 그러는데요,

하지만 출구가 여러 개인 큰 건물이나, 축구 경기장처럼 넓고, 좌석이 많은 곳에선 만날 장소를 정확히 묘사하기가 힘들 때가 있더라고요,

또 한강 공원에서 배달음식을 시킬 때, 현재 위치를 정확히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죠.

이렇듯 현재 주소 체계보다 더 정밀한 주소에 대한 필요성이 높은데요,

이런 고민에서 시작해 새로운 주소를 개발한 영국 스타트업을 며칠 전 취재하고 왔습니다.

왓쓰리워즈라는 곳인데요, 4월 초 한국에 진출해서 얼마 전 사업개발 담당자가 방한해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 소식에 대해 준비했습니다.

[앵커]
왓쓰리워즈요, 이 업체가 개발한 주소가 세 개의 단어로 이루어져 있다고 저희도 전해드렸는데 자세한 내용 알려주시죠.

[기자]
왓쓰리워즈가 개발한 주소는 '세 단어 주소'입니다.

간단한 세 개의 단어만 있으면 지구 상 모든 곳을 표현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예를 들면 지금 저희 스튜디오가 있는 곳의 주소는 '화폐,먹기,역사책'입니다.

[앵커]
들었을 때는 아무런 관련 없는 세 단어의 조합인 것 같은데, 어떻게 이 주소가 나온 거죠?

[기자]
먼저 옛날에 쓰던 무슨동, 무슨동, 하던 지번 주소는 널찍한 토지마다 번호를 매긴 거고요.

2011년 처음 등장해 현재 쓰이고 있는 도로명 주소는 건물마다 번호를 매긴 겁니다.

그런데 세 단어 주소는 다시 토지마다 주소를 부여했는데요,

굉장히 조밀한 정사각형 모양의 토지에 각각 주소를 매긴 겁니다.

지구 상 모든 곳을 가로 3미터 세로 3미터, 그러니까 9제곱미터 되는 격자로 나눈 겁니다.

그러면 총 57조 개 사각형이 나온다고 해요.

그다음 각각에 무작위한 단어 세 개를 붙인 겁니다.

격자 모양으로 나눴다고 해서 격자 주소라고도 하는데요,

사실 격자 주소는 기존에도 있던 겁니다.

우리가 위도와 경도를 이용해서 위치를 정말 정확하게 나타낼 수 있잖아요.

하지만 외우기도 힘든 긴 숫자로 이뤄져서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하지 않죠.

왓쓰리워즈의 세 단어 주소는 격자 주소의 이런 문제를 친근한 단어들을 활용해 없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업체가 한국 주소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한국어 단어 4만 개를 선택했다고 하는데요,

이 단어 4만 개 가운데 세 개를 뽑아 조합하면, 경우의 수가 무려 64조 개 정도가 나오거든요.

그러니까 전 세계 땅덩어리는 물론 바다 한가운데까지 세 단어 주소를 부여하고도 남습니다.

왓쓰리워즈 사업개발 담당자의 말 들어보겠습니다.

[조르디 팔머 / w3w 사업 개발 책임자 : 부정적인 단어를 빼고, 동음이의어도 제외하고, 고유 명사나 기존 도로와 헷갈릴 수 있는 단어도 배제했습니다.]

선택된 단어들이 정말 무작위적으로 부여되는지 물어봤는데요,

약간의 작위적인 알고리즘이 있다고 합니다.

한국말 중 쉬운 단어는 한국에 많이 배치하고요,

조금 더 어려운 단어는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나라에 배치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비슷한 조합들이 나와서 헷갈리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 비슷한 단어는 매우 멀리 떨어뜨렸다고 해요.

화폐. 먹기. 역사책은 우리 스튜디오 주소인 반면 화폐. 먹기. 역사학처럼 혼동하기 쉬운 주소는 인도네시아에 있다고 해요. 그렇게 되면 주소를 입력하자마자 '이건 인도네시아네'라고 틀렸다는 걸 알 수 있거든요.

[앵커]
그런데 우리가 보통 주소 체계에서는 비슷한 게 앞뒤에 연달아있으면 비슷한 지역인가?-하고 헷갈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자]
네, 그게 가장 큰 한계인데요. 이 때문에 왓쓰리워즈 측도 세 단어 주소가 기존 주소를 대체할 것이라고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병행해서 쓸 때 가장 큰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기존 주소 체계를 배제하는 게 아니라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더 정확하게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거군요. 그럼 이 주소 체계를 이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기자]
현재 왓쓰리워즈는 170개국 1,000여 개 기업에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카카오 지도에 도입됐습니다.

카카오가 왓쓰리워즈의 한국어 서비스 개발에도 약간의 건의라든지 요구도 했다고 하는데요, 자세히 들어보시죠.

[이창민 / 카카오 맵데이터사업파트장 : (왓쓰리워즈는) 바다에서는 영어만 사용할 수 있고, 해당 영토에서는 그 나라 언어를 사용하는데, 한글 버전을 처음 준비할 때도 그렇게 시작됐으나, 우리나라는 바다에서 발생하는 (사고나) 레저 등이 많잖아요. 그렇다 보니 바다에서의 한글 주소 필요성이 굉장히 높다, 중요하다는 얘기를 했고, 왓쓰리워즈에서 그 부분을 잘 받아들여 줬습니다.]

[앵커]
일리가 있는 내용이에요. 말씀하신 대로 한강 공원 같은 곳에서 치킨 많이 먹잖아요. 그때 배달할 때 "다리 밑에 있어요, 반대편에 남산이 있어요"라고 하면 애매하잖아요. 그럴 때 유용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다음 소식으로 넘어가 볼게요. 최소라 기자, 며칠 전에 지하 실험실을 다녀오셨잖아요. 이 내용을 준비하셨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며칠 전 강원도 정선에 세워지는 우주 입자 연구시설 건설 현장을 다녀왔는데요,

무려 지하 1,100m에 세워지는 심층 연구시설입니다. 기초과학연구원이 총 210억 원을 들인 거대과학 사업인데요. 이 우주 입자 연구시설, ARF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앵커]
ARF요, 우주 입자를 연구한다니, 흥미로운데요. 지하 1,100m까지 내려갔다고요? 왜 그렇게 지하 깊은 곳까지 연구시설을 만든 건가요?

[기자]
연구시설에서 연구할 것들이 우주 입자 가운데서도 암흑 물질과 중성미자입니다. 이것들은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관측이 어려운데요, 수많은 다른 입자들이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다른 입자들은 도달하지 못하고, 오직 중성미자나 암흑 물질 등 적은 입자들만이 도달할 수 있다고 알려진 지하 깊은 곳까지 내려가는 겁니다.

주변이 조용해야 미세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처럼요, 방해요소를 최대한 배제할 수 있는 환경으로 가는 겁니다.

[앵커]
암흑물질과 중성미자, 보도로 여러 번 전해드렸는데요, 어떤 건지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기자]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 가운데 우리가 아는 것을 대보자면 수많은 별, 그리고 별들이 모인 은하, 성간 가스 등일 겁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합쳐도 우주 전체의 5%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질량의 27%는 암흑 물질이라고 하고요, 또 68%는 '암흑 에너지'라고 합니다.

사실 이름을 암흑 물질이나 암흑 에너지에 암흑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이것들의 정체를 알 수 없어서 그런 겁니다. 암흑 물질이 존재하는지 안 하는지조차 현재 과학 기술로 알기 어렵다고 하고요.

20년 전 이탈리아 연구팀이 윔프라는 물질의 신호를 포착하고 이것이 암흑물질이라는 연구를 발표했는데요, 지난해 우리나라 연구진이 이 연구진의 실험을 재현해본 결과 이 연구진의 연구 결과가 틀렸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만큼 암흑 물질은 그 정체가 베일에 가려있습니다. 암흑 물질의 후보 중 하나가 또 비활성 중성미자라는 것이거든요.

중성미자는 플러스나 마이너스 등 전하를 띠지 않는 매우 작은 입자입니다.

우리 우주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입자로 알려졌는데요, 너무 가벼워 검출하기 어렵거든요.

중성미자의 존재를 밝혀낸 과학자가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었고요, 중성미자에 질량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낸 과학자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중성미자의 질량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안 밝혀졌거든요, 과학계에선 이것을 밝히는 사람이 차기 노벨물리학상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앵커]
노벨 물리학상 0순위 물질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럼 이렇게 우주 입자를 연구하는 시설은 전 세계에 몇 개나 있나요?

[기자]
현재까지 15개국에 모두 18개가 있습니다. 그중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연구시설은 중국에 있는 CJPL로 지하 2,400m 깊이에 위치해 있고요,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이탈리아에 지하 1,290m에 위치한 그랑사소연구소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윔프의 흔적을 발견한 곳이 여기였습니다.

우리나라 강원도 정선 실험실이 완공되면 7번째로 큰 연구시설이 되는 건데요. 우리나라도 이미 운영되고 있는 우주 입자 연구시설이 또 있는데요, 강원도 양양에 지하 700m 깊이에 있습니다. 정선보다 많이 얕습니다. 정선 실험실이 완성되면 기존 양양 실험실에서보다 잡음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하고요. 더 좋은 연구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나라가 정선 연구실에 우주 입자의 비밀을 밝혀낸 다면요, 노벨 물리학상이 나오는 것을 넘어서 인류의 지식을 한층 더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주 입자 연구시설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베일에 싸여있는 암흑물질과 중성미자의 비밀이 우리나라 연구소에서 풀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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