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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심장을 내 것으로…면역억제제

[앵커]
바이오 분야 핫이슈와 트렌드를 알아보는 '카페 B' 코너입니다.

사이언스 투데이 바이오 길라잡이, 이성규 기자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번 시간에는 어떤 주제를 준비했나요?

[기자]
요즘 해외여행을 가면 한국 드라마를 알고 있는 외국인들이 꽤 많은데요.

한국 드라마를 한국인보다 더 잘 아는 외국인들도 제법 있어요.

이런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 간혹 나오는 것이 장기 이식인데요.

장기 이식을 받은 사람이 우연히 기증자의 가족과 사랑한다, 뭐 이런 내용이죠.

[앵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다소 낭만적으로 묘사했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장기 이식이라는 게, 이식을 받지 않으면 생명에 위협을 받는 심각한 상황에서만 이뤄지는 거잖아요.

심장이나 간과 같은 장기의 경우 20세기가 돼서야 비로소 이식에 성공했죠?

[기자]
이들 장기 이식이 어려웠던 이유는 크게 수술 방법상의 문제와 면역거부 반응을 꼽을 수 있는데요.

장기라는 게 수많은 혈관이 연결돼 혈액을 통해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잖아요. 이식받은 장기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장기와 몸의 혈관을 연결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았던 겁니다.

1900년대 미국의 의학자 알렉시스 카렐은 혈관 삼각 봉합법이란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 방법은 혈관의 양쪽 끝 부분을 삼각형처럼 만들어 봉합하는 방법으로 요즘도 쓰이고 있어요.

카렐은 이에 대한 공로로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앵커]
장기 이식 시 수술적 어려움도 있겠지만, 사실 면역거부반응이 더 큰 문제잖아요.

면역거부반응이란 것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해 주시죠?

[기자]
우리 몸에는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균과 싸우는 시스템이 있는데요. 이를 면역계라고 부르죠.

그런데 장기 이식의 경우엔, 다른 사람의 장기를 내 몸으로 이식하는 거잖아요. 우리 몸의 면역계는 이렇게 이식받은 장기는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균처럼 외부 물질로 인식해요. 그래서 이식받은 장기를 공격해 죽이는 데, 이를 면역거부반응이라고 합니다.

영국의 과학자 피터 메더워는 1943년 토끼의 피부를 다른 토끼에게 이식하는 실험을 통해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또 쌍둥이 소의 경우엔, 피부 이식을 해도 면역거부반응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도 밝혔는데요.

그는 이와 관련한 공로로 1960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앵커]
네, 방금 쌍둥이 소의 경우엔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렇게 설명했는데요. 그건 왜 그런 건가요?

[기자]
면역반응에서 중요한 것은 내 것이냐, 아니냐 하는 건데요.

쌍둥이 중에서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자가 100% 같잖아요. 이럴 경우엔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이식한 장기를 내 것이라고 인식합니다.

그래서 면역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실제로 장기 이식을 할 때 쌍둥이의 장기만 이식받는 건 아니잖아요. 사실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 텐데요.

그럼, 다른 사람의 장기를 이식받는 경우엔, 어떻게 장기 이식이 가능한 건가요?

[기자]
우리 몸에서 다른 사람의 장기를 이식받으면, 이를 공격하는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나잖아요.

그래서 이 같은 면역거부반응을 억제하기 위한 약물이 개발되기 시작했습니다. 면역억제제라고 부르는 데,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약화해 거부반응을 줄이는 거죠.

1960년대 주목할만한 면역억제제가 등장해 장기 이식에 새로운 전환점이 됐는데요. 스위스 제약회사 산도즈는 흙 속 곰팡이가 만드는 물질을 원료로 면역억제제를 개발했습니다.

[앵커]
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면역억제제를 투여받으면, 인체 면역기능이 떨어지니깐 감염에 취약해지는 등의 문제가 있지 않나요?

[기자]
면역억제제 투여로 인체 면역계의 기능이 떨어지니깐 병원균 등에 감염될 위험이 있는데요.

그래서 장기 이식은 이식을 받아서 생기는 환자의 혜택과 감염 위험성 등을 고루 살펴보고 이뤄지는 측면이 있고요.

최근에는 부작용은 적고 효능이 개선된 면역억제제가 개발돼 환자의 부담을 크게 줄여주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전문가 인터뷰 들어보겠습니다.

[김명수 /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장 : 많은 분이 이식하면서 면역억제제를 평생 쓰는 것에 대해 부담이 많은데요. 그런데 과거처럼 환자들에게 부담을 줄 정도로 고용량을 쓰는 것이 아니라 적은 용량으로 환자분에 맞춰서 쓴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고요.]

[앵커]
네, 장기이식에서 중요한 면역억제반응과 면역억제제에 대한 설명 들었고요.

우리나라에서는 언제 장기이식이 최초로 이뤄졌는지도 궁금한데요?

[기자]
우리나라에서 장기 이식이 최초로 이뤄진 것은 1969년 성모병원에서 진행된 신장이식입니다.

이후 각막과 골수 이식 등이 진행됐고요.

간 이식은 1988년 서울대병원에서 진행됐습니다.

1992년 췌장과 심장 이식이 성공했고요.

1996년엔 뇌사자의 폐를 이식하는 수술이 이뤄졌습니다.

[앵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장기 이식은 기증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데요.

뇌사 기증, 사후 기증, 생체 기증 등이 있는데, 어떤 차이점이 있는 건가요?

[기자]
뇌사는 뇌 질환이나 교통사고 등으로 뇌 기능이 정지되거나 회복 불가능한 상태를 말하는데요. 뇌사자는 신장, 간장, 심장, 폐, 췌장, 췌도, 소장, 안구 등의 장기를 기증할 수 있습니다.

사후기증은 심장이 완전히 정지한 후 안구나 뼈, 연골, 피부, 혈관 등 인체 조직을 기증할 수 있습니다.

생체 기증은 살아있는 사람의 간이나 신장, 간장, 췌장, 체도, 소장, 골수 등의 장기를 기증할 수 있습니다.

[앵커]
생체 기증과 관련해서 지난해 서울아산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생체 폐 이식에 성공했는데요. 이 수술은 엄밀히 말하면 불법이었는데요.

앞으로는 생체 이식에 폐도 포함될 전망이죠?

[기자]
네, 중증 폐 질환자에게 살아있는 사람의 폐를 이식하는 내용 등을 담은 장기이식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는데요.

살아있는 사람의 장기를 이식하는 것은 뇌사자 기증이나 사후 기증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인데요.

생체 이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기를 주는 사람, 즉 기증자 건강 상태거든요. 장기를 떼어주고도 건강하게 살 수 있느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건데요.

전문가 설명 들어보겠습니다.

[김영훈 / 서울아산병원 이식외과 교수 : 생체 장기 기증은 기증자의 안전을 도모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 전에 여러 검사를 해서 예를 들어 신장은 하나를 떼어주고 신장 하나로 나머지 생을 기증자가 살아야 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신장 기능이 아주 좋은 경우에만 해당이 되겠죠.]

[기자]
이런 이유 등으로 생체 이식은 몇몇 장기로 제한됐던 겁니다.

또 생체 기증은 기증자가 이식 대상자를 지정해야 하는 점이 다른 장기 기증과 다른 점인데요,

보통은 기증자가 가족들을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의 경우 이식할 장기가 부족해서 실제 수술 건수는 이식 대기자의 10% 미만에 불과하다던데요.

장기이식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높아지고 면역억제제처럼 성공적인 이식을 돕는 기술들이 계속 발전해서 아무쪼록 앞으로 더 많은 환자가 장기 이식의 혜택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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