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투데이

[과학의 달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적 연구기관…KIST


■ 윤석진 /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

[앵커]
'기후 변화'와 '팬데믹'이라는 위기 상황 속에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분야가 바로 과학 기술인데요. 인류 역사를 바꾸기 위한 과학자들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오늘은 우리나라 과학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한국 과학기술연구원의 윤석진 원장님과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원장님 안녕하세요?

[인터뷰]
네, 안녕하십니까? 과학기술연구원장 윤석진입니다.

[앵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IST는 우리나라 과학계를 대표하는 연구소죠. 저희도 KIST의 성과를 자주 전하는데, 원장님께서 KIST가 어떤 곳인지 직접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과학기술에 있었다는 점을 모두 인정하실 겁니다. KIST는 1966년 설립 이래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해 온 국가대표 연구소로서 지금도 세계적 수준의 기술 개발을 위해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 연구에 전념하는 곳이라고 소개해 드릴 수 있습니다.

[앵커]
1966년이면 국내에서 처음으로 흑백 TV가 생산됐던 시기로 알고 있는데요. 그때의 과학 기술 연구 환경은 지금보다 열악했을 텐데, 설립 초에는 어떤 연구들을 진행했나요?

[인터뷰]
네,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연구개발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을 텐데요. KIST는 척박했던 환경 속에서 국가 기간산업의 발전을 견인하고, 공공 R&D의 뿌리를 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설립 초기에는 철강산업, 중화학공업 발전을 위한 기본 계획을 수립했고요. D램 반도체 개발 연구를 통해 반도체산업 발전의 초석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개최됐을 당시에는 선진화된 도핑 분석 기술을 선보였는데요.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발전을 전 세계에 알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국내 유일의 종합 연구기관으로서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국가적 문제 해결에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전문 분야로 세분되어 있는 다른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달리, KIST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융합 연구를 하고 있는데요. 초고령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뇌 질환 연구나 맞춤형 의공학 기술, 양자 기술 기반의 차세대 컴퓨팅 등 오직 KIST이기에 가능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앵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융합 연구를 하고 있다는 점이 KIST만의 특징이라는 말씀이신데, 다양한 지성이 모여서 함께 풀어야 할 과제가 지금 산적해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탄소 중립 같은 문제가 대표적일 텐데, KIST도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겠죠?

[인터뷰]
네, 최근에 많은 국민께서 기후 변화나 미세 먼지 문제 이슈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계신데요. KIST에서도 미세먼지의 원인 분석과 저감 방안 등에 대해 연구해 왔습니다. 또한, 지난해 7월에는 기후환경연구소를 새롭게 출범시켰는데 이는 지구 온난화로 야기되는 다양한 기후 재난에 대비하자는 취지입니다.

앞으로 기상, 센서, 소재, 빅데이터 등 KIST가 보유한 여러 분야의 원천기술을 융합할 예정입니다. 국가적으로나 전 세계적으로 이제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인 '탄소 중립' 달성에도 이바지하려고 합니다. 청정 신기술연구본부를 중심으로 탄소 중립 실현의 핵심 관건인 그린 수소 확보를 위한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앵커]
재작년 KIST가 소재한 서울 청량리 일대, 홍릉 지역 이강소 특구로로 지정되었다고 알고 있는데, 홍릉 강소 특구, 어떤 곳인지 좀 설명을 해주시겠어요?

[인터뷰]
우리나라 경제 발전과 과학 기술 연구를 이끌었던 최초의 연구 단지죠. 홍릉 지역에는 현재에도 KIST를 비롯해 여러 연구기관과 대학, 병원들이 있습니다. 박사급 인재만 해도 6,000명이 넘는 두뇌 집적지이기도 합니다. KIST는 홍릉 강소 특구의 핵심 기관으로서 첨단 기술 기반의 창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벤처 캐피털들이 초기부터 참여하는 창업 학교를 운영했는데, 호응이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습니다. 1기 창업학교 팀들에는 실제로 후속 투자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앵커]
산학연의 융합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오늘 원장님께서 나오셨으니까 KIST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여쭤보고 싶은데요.
KIST 내부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라며 독려하는 조직 문화가 있다던데, 이건 어떤 이야기인가요?

[인터뷰]
네, 혁신적인 연구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연구소의 운영 차원에서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선 연구자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마음껏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답 없는 주제에 과감히 도전하는 GRaND Challenge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면 자폐증 진단 및 치료, 노화 제어. 인공 안구 등 세계 최초이자 최고인 연구를 지향하고,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야 하는 압박 없이 연구자들에게 자율권을 주는 연구과제입니다.

[앵커]
그런데 정말로 실패하게 될 경우에 연구자 입장에서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인터뷰]
연구가 실패했을 때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면 두려움을 느끼는 게 당연할 겁니다. 그런데 도전적인 주제에 뛰어들었을 때 그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성과들도 얻을 수 있거든요. 그리고 연구 실패가 자신의 평가로 이어지는 평가시스템이 연구자들에게 부담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는 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평가체계를 혁신했습니다. 천편일률적인 기준으로 점수를 내기보다, 연구특성에 맞는 맞춤형으로 평가의 방향을 전환하고, 평가 주기도 늘려서 장기 연구를 수행함에 불편함이 없도록 제도를 개선했습니다. 연구자들이 지금보다 더 위대한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눈앞의 작은 성과가 아닌 시간이 걸리더라도 세상을 바꿀 연구에 몰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앵커]
많은 연구자가 '마음 놓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는데, KIST가 바로 그런 곳이군요. 이제 조직 말고 원장님 이야기도 듣고 싶은데요. 지금은 연구원장이시지만, 오랜 기간 연구원 생활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주로 어떤 연구를 하셨나요?

[인터뷰]
네, 제가 수십 년간 한 우물을 판 분야가 전자재료 분야입니다. 갑자기 연구자 시절의 기억들이 물밀 듯이 스쳐 지나가네요.

[앵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연구 성과가 있으신가요?

[인터뷰]
네, 제 연구성과 중 하나인 초음파 모터 기술은 과정에서 참 많이 힘들었지만, 보람도 있었습니다. 모터 하면 회전 운동을 연상하시게 될 텐데요. 2000년대 초, 소비 전력이 적고 직선 운동이 가능한 초소형 모터 개발에 세계가 앞다퉈 경쟁했죠. 제 연구는 지름 3mm 이하의 초소형 모터를 1달러 미만의 저렴한 가격으로 만들어내는 일이었습니다. 모터의 직선 운동 구현은 관성의 법칙을 응용한 것인데 버스를 타고 가다가 버스가 급제동했을 때 영감을 얻었어요. 어떻게 하면 모터를 직선으로 움직일 수 있을까 항상 몰입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개발된 모터는 이후 디지털카메라 등에 적용되어 큰 보람으로 남아 있습니다.

[앵커]
과학자 개인으로서, 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라는 기관의 대표로서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가 궁금합니다.

[인터뷰]
제가 몸담은 KIST가 세계적 연구소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밑거름을 만들고, KIST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혁신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지난해 국가 전체 연구·개발 규모가 처음으로 100조를 넘었고, 이 중 정부의 R&D 예산만 약 30조 원에 달합니다.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당당히 맞서려면 우리도 세계적인 연구소와 대학, 또 인재들을 갖춰야겠습니다.

이 자리에서 제가 국민께 조심스럽게 말씀드리자면, 우리 과학자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많은 응원 부탁합니다. 연구자는 긍지를 먹고 산다고 생각합니다. 과학기술인들이 자긍심을 갖고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는 제도와 정책으로 지원해 주시고, 국민 여러분께서도 응원해 주시길 부탁합니다.

[앵커]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실패해도 다시 기회가 주어지는 문화가 오늘의 KIST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앞으로도 우리 과학기술 경쟁력을 위해 힘써주시기 바랍니다. '과학의 달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석진 원장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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