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투데이

[과학의 달인] 합성생물학 발전…'바이오파운드리' 구축에 달렸다


■ 이승구 / KRIBB 합성생물학전문연구단장

[앵커]
합성생물학은 다양한 부품을 조립해 자동차를 만들듯, 단백질과 효소를 부품으로 자연에 없던 생물체를 만들어내는 분야입니다.

미세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을 개발하는 등 합성생물학은 인류가 지금껏 해결하지 못한 여러 난제들을 해결하면서 그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국가 차원에서 합성생물학의 발전을 위해 AI와 로봇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는 이와 관련한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합성생물학전문연구단 이승구 단장님과 함께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앵커]
단장님께서는 합성생물학전문연구단 계신데요. 먼저 합성생물학이 어떤 분야인지 설명해주시겠어요?

[이승구 / KRIBB 합성생물학전문연구단장]
우리 인간이나 동물의 생물학적 특성을 결정하는 게 DNA입니다. DNA는 4종류의 고리 모양 염기성 물질이 수만 개에서 수십억 개 배열된 구조인데요. 이 유전 물질을 매개로 작은 미생물에서 코끼리까지 생물학적 특성을 후대로 전달합니다. 생명체가 가지는 유전적 다양성은 무한대에 가까운데요. 지난 수십 년 동안 생명과학은 이 다양성이 나타내는 생물학적 기능을 해석해 왔다면, 합성생물학은 여기서 더 나아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DNA를 설계하고 이용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기계나 전자 분야처럼 이미 해석이 완료된 유전 정보 조각들을 부품으로 이용해서 고도화된 유전자 모듈을 구성하는 것입니다.

[앵커]
쉽게 말해 기존의 것들을 합쳐서 아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는데요. 합성생물학이 의약, 화학, 농업, 그리고 환경 분야에까지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밖에도 합성생물학으로 풀 수 있는 난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승구 / KRIBB 합성생물학전문연구단장]
먼저 화이자나 모더나의 mRNA 백신 개발에서 보듯이 핵산을 합성해서 의약품이나 백신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모더나사는 mRNA가 안전하게 세포 내로 전달되고 인체에서 적정수준의 항원을 생산할 수 있도록 인공 mRNA를 대량으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모더나사는 합성생물학과 자동화 기술, 인공지능을 통해서 한 달에 mRNA 1000개 이상을 제조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다른 제약사들보다도 빨리 임상 1상을 진행할 수 있었고 임상 시작 10개월 만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백신이 승인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탄소중립을 위한 신재생 에너지, 저탄소 신소재 기술 개발을 위한 화이트 바이오 산업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석유에서만 얻어지던 에너지나 화학물질을 미생물 세포에서 생산하는 연구들인데요.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필요한 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게 되려면 합성생물학을 더 쉽게 적용하기 위한 과제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현재 정부 주도로 합성생물학 연구 개발 속도와 효율성을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정확히 어떤 사업을 추진하려는 것인가요?

[이승구 / KRIBB 합성생물학전문연구단장]
현재 바이오 파운드리 구축이 국가 예비타당성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바이오 파운드리란 한마디로 합성생물학을 가속화하기 위한 플랫폼 구축 전략입니다. 바이오 기술의 경우 영향력이 높은 분야지만, 방대하고 복잡한 데이터와 실험 연구가 느린 것이 한계로 지적 돼 왔습니다. 이걸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전략 하나가 미국 DARPA에 의한 역공학(reverse engineering) 방식입니다. 즉 초기에 대량의 설계를 진행하고, 결과물에 대한 정보를 대량 확보해서 모호한 설계의 차이까지도 찾아서 더 정확한 설계가 가능하게 하는 디자인 사이클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국내 바이오파운드리 사업도 합성생물학 연구 단계에 인공지능과 로봇을 도입해 속도와 규모를 확장하고, 빅데이터를 손쉽게 확보해 생물학적 다양성 문제를 극복하는 부품-모듈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생물 간에도 공통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인공회로, 세포공장 기능을 설계할 수 있게 됩니다.

[앵커]
미국이나 영국 같은 곳에서는 정부와 민간이 주도적으로 바이오 파운드리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국내와 비교할 때 움직임이 어떤가요?

[이승구 / KRIBB 합성생물학전문연구단장]
최근에 바이오 분야 선도국들은 합성생물학 분야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바이오 파운드리를 통한 연구개발 투자가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입니다. 미국의 경우 실리콘밸리 자본이 동원된 민간 바이오파운드리가 활발하게 상장하고 있는데요. 작년까지 실리콘밸리의 총 투자액이 약 9조였다면, 올해는 투자액을 가늠하기도 어렵습니다. 얼마 전 깅코 바이오웍스(Ginkgo Bioworks)라는 합성생물학 미국 기업이 나스닥에 진입한 일이 있었는데, 이 회사의 상장으로 약 20조 원의 투자가 일어난 상황입니다. 이 기업은 모더나 mRNA 백신 생산에 필수적인 플라스미드 DNA와 중합효소를 최적화하였으며 이를 계기로 지난해 미국 정부로부터 1조2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원받으며 코로나19와의 전쟁의 첨단에 선 곳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모험자본들은 있으나 대부분 치료제 등 의약 한정된 분야에 집중되어 있고 플랫폼 분야에서는 아직 모험자본이 잘 작동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국내 바이오 기업 중에는 CJ제일제당이 균주개발 자동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는데요. 여러 바이오 기업들도 최근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앵커]
바이오 파운드리가 구축되면 합성생물학의 미래는 어떻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이승구 / KRIBB 합성생물학전문연구단장]
우리나라의 합성생물학도 지금은 개인 연구에 의존하고 있지만 바이오 파운드리가 활성화되면 분야별 엔지니어와 자동화 시스템의 활용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기술적으로는 대량 설계를 통하여 핵산, 단백질, 세포를 병렬 제작하고 이를 초고속 테스트하여 대량 데이터를 확보합니다. 얻어진 결과와 최초 설계된 DNA를 비교해 개선점을 찾아내는 부분에 AI를 도입하여 숨어있던 유전자 변이를 찾아내고 재설계 과정을 반복합니다. 기존에는 이 과정이 수년도 걸리고 수개월도 걸리는데 바이오 파운드리는 이 과정을 수주, 수일로 줄이는 자동화, 병렬화, 지능화를 지원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합성생물학은 더 쉬워지고, 연구개발은 창의성과 알고리듬 개발을 통한 산업 발전 및 인류 난제 해결을 강화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이렇게 우수한 파운드리 시스템을 구축한 국가들이 결국 국제 협력과 표준을 주도하게 될 것인 바, 우리도 주요국 사이의 기술 블록화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앵커]
그만큼 중요한 과제가 될 것 같은데, 성공적인 'K-바이오 파운드리' 구축을 위해 제언해주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이승구 / KRIBB 합성생물학전문연구단장]
다른 분야에서도 그렇겠지만 바이오에는 2등이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바이오 파운드리는 출발이 늦으면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합성생물학의 미래를 위해서는 공유 가능한 바이오 파운드리 플랫폼이 필수적이고 우선은 정부주도의 구축과 검증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를 기업들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장기적으로 아까 말씀드렸던 깅코 바이오웍스 사례처럼 민간 기업의 탄생을 지원해야 합니다. 또 바이오 파운드리 육성에 특히 중요한 부분이 IT융합 육성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적인 요소는 빅데이터의 확보라고 하는데, 바이오 파운드리는 표준화된 양질의 빅데이터를 제공하여 바이오 다양성, 비예측성 문제를 극복하는 합성생물학 기술의 실현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인공지능, 로봇에 관련된 IT 인력이 바이오에 더 많이 유입되도록 분야 간의 장벽이 허물어져야 합니다. 바이오와 IT 역량을 동시에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 인프라와 데이터 공유에 대한 제도적 장치의 개발도 필수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앵커]
단장님께서는 오랫동안 합성생물학 연구를 주도하며 기술 개발에 전념해오셨는데요. 특별히 이 분야를 연구하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이승구 / KRIBB 합성생물학전문연구단장]
저는 30여년 간 효소공학을 중심으로 연구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두 가지 매력적인 주제를 만났는데 첫째는 2018 노벨화학상을 받았던 Frances Arnold 교수의 인공 진화실험이었습니다. 둘째는 인공 유전자회로를 이용하여 단일세포 수준에서 효소활성을 관찰하는 기술이었습니다. 2004년부터 이 두 가지를 연결하는 연구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합성생물학에서 부각된 부품화, 모듈화를 통한 접근 방식이 위 두 가지 연구에 중요한 수단이 되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효소활성을 세포 형광으로 나타내고 이를 이용하여 단일세포 수준에서 인공 진화 연구를 계속 진행 중입니다. 특히 여러 후배 박사님들과 뜻을 합쳐서 인공지능을 적용해 합성생물학의 정밀성을 향상시키거나, 질병의 분석, 세포대사 제어에 응용하는 핵심기술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 이런 미생물을 바이오센서로 이용해 유해물을 모니터링 하거나, 화학물질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치료, 진단에 필요한 스마트 세포를 만드는 응용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앵커]
단장님을 비롯해 합성생물학전문연구단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이승구 / KRIBB 합성생물학전문연구단장]
저희 합성생물학전문연구단은 2013년 처음 조직 돼 지금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대표적인 연구조직 중 하나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현재 40여 명의 전문 연구자가 모여서 바이오 파운드리 데모 버전을 구축하는 기관 주요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내년까지는 어느 정도 시스템이 준비될 것입니다. 이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면 앞서 말씀드린 예비타당성 사업이 본격화되기 전에라도 어느 정도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국가 바이오 파운드리가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국내 합성생물학 분야에 세계적인 리더십을 갖춘 연구자들이 있습니다. 저희는 합성생물학 커뮤니티의 네트워크 코어 역할을 하면서 국내 합성생물학자의 연구들이 더 경쟁력을 갖추고 산업으로 정착하는데 마중물 역할을 해나갈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산업용 효소 연구에 합성생물학을 연계한 뒤 이를 필요로 하는 산업계에 신속하게 제공하는 촉진자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YTN 사이언스 박순표 (spa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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