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투데이

[사이언스 in Art] 대도시 사람들의 고독을 그리다…'에드워드 호퍼'


■ 박수경 / 아트플랫폼 누아트 디렉터

[앵커]
미국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에드워드 호퍼'는 도시인들의 평범한 일상을 사실적이고도 단순하게 표현하는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화가인데요. 오늘 '사이언스 in Art'에서는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을 살펴보겠습니다. 온라인 아트플랫폼 누아트 박수경 디렉터와 함께 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인터뷰]
네, 안녕하세요.

[앵커]
리얼리즘의 대표 작가로 유명한 분이죠. 오늘은 에드워드 호퍼에 대해 소개를 해주신다고요?

[인터뷰]
네, 저는 이 작가의 작품을 보면, 감정이 너무 절제되어 있어서 한층 더 고독하게 느껴지곤 하는데요.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사실주의 작가로도 잘 알려진 에드워드 호퍼는, 1882년에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는데요. 어릴 적부터 그림을 그리는 재주가 뛰어났다고 하고요. 뉴욕 예술학교에서 삽화와 회화를 본격적으로 공부합니다.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뉴욕에 있는 한 광고 회사에 취직했고요. 영국과 독일, 벨기에 등을 여행하고 특히 파리에서 장기간 머물다가 뉴욕에 다시 정착하게 됩니다.

에드워드 호퍼는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뉴욕에서 머물기도 했는데요. 1913년에 뉴욕 '아모리쇼'에서 처음으로 작품을 판매하지만, 이후 10년의 세월 동안 무명 화가로 지내며 단 하나의 작품도 팔지 못했다고 합니다. 1924년, 예술학교에서 함께 공부했던 조세핀 니비슨이라는 여성과 결혼하게 되는데요. 훗날 에드워드 호퍼의 작업 인생에 큰 역할을 하는 조력자이자 동반자이기도 합니다.

바로 호퍼의 작품에 모델로 자주 등장하는데요, 조세핀 니비슨은 에드워드 호퍼의 곁을 지키면서 작업에 대해서 응원과 조언을 아끼지 않거든요. 이 두 사람이 결혼하는 시기부터 에드워드 호퍼가 수채화를 그리기 시작하고요, 이때부터 미술계와 대중에게 인지도를 쌓기 시작합니다. 특히 뉴욕에서 이때 열린 개인전에서 작품이 완판되면서, 작업에 한층 더 몰두하게 됩니다.

[앵커]
무명 화가에서 인지도가 있는 작가가 되게 한 그림이 무엇인지 궁금한데요. 대표 작품부터 알려주실까요?

[인터뷰]
네, 에드워드 호퍼는 '철로 변의 집'이라는 작품으로 크게 명성을 쌓기 시작하는데요. 현대 산업의 상징이었던 철길이 대 저택 앞을 가로지르고 지나가는 풍경을 특유의 방식으로 그려냈습니다. 에드워드 호퍼는 이 작품을 1925년에 발표했는데, 이때부터 에드워드 호퍼가 표현하는 '미국'의 이미지가 시그니처처럼 자리 잡기 시작합니다.

에드워드 호퍼가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던 시기에 미국은 세계대전과 경제 대공황을 거치면서 세계적으로도 그 풍요로움을 인정받을 정도로 호황이었는데요. 대도시화가 빠르게 이뤄질 때는 인간 소외가 나타나기도 하죠. 에드워드 호퍼는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 안에서 미국의 도시민 개개인이 느끼는 허무함, 상실감을 작품 속에 사실적으로 잘 드러내면서 꾸준히 입지를 다집니다.

[앵커]
지금 작품을 보니까 디렉터님 말씀처럼 고독하고 쓸쓸함이 느껴집니다. 다른 작품도 살펴볼까요?

[인터뷰]
네, 에드워드 호퍼를 아는 분들이라면, 아마 가장 익숙할 것 같은 두 작품이 있는데요. 먼저 '밤을 새는 사람들(Nighthawk) 입니다. 저는 이 작품이 에드워드 호퍼 특유의 분위기가 가장 잘 드러난다고 생각하는데요. 해가 진 어두운 시간대로 보이는데요, 밤 중에서도 새벽 시간 처럼 보이는 푸르고 차가운 색감이 보입니다.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연 식당과 그 안의 사람들이 보이는데요.

이 식당은 실제로 에드워드 호퍼와 아내인 조세핀이 자주 들렀던 뉴욕의 24시간 식당이라고 하고요. 특히 바에 앉아있는 여인은 조세핀을 그린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식당 분위기가 마냥 밝아보이지만은 않죠. 뭐 새벽에도 시끄럽고 즐거운 식당도 있으니 단순히 시간대 때문은 아닌 것 같고요. 바에 앉아있는 손님들과 직원 사이에서 각자의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혼자 앉아있는 남성은 고민이 있어서 혼자 앉아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에드워드 호퍼는 이처럼 현대인들이 지닌 고독함, 상실감 같은 감정들을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능력이 아주 탁월합니다.

두 번째로 소개할 작품은 '아침 해'인데요. 한 여인이 침대 위에 앉아 큰 창문 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작품입니다. 분홍색 편한 실내복을 입고, 화창한 햇빛을 온몸으로 받으면서 앉아있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보이지는 않죠. 무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요. 저는 에드워드 호퍼 작품이 참 신기한 게, 그림은 소리까지 담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호퍼의 작품을 보면 적막함이 들리는 느낌이 들거든요.

지금 이 작품도 되게 고요한 방 안에 고립되어있는 것처럼 느껴지고요. 코로나19 이후에 이 작품을 봤을 때는 한층 더 공감이 되기도 했습니다. 외로움과 어떤 외부와 단절된 느낌. 또 이 작품에서는 창을 통해 한가득 들어온 빛을 표현한 방식에도 주목해보겠습니다. 어두워서 고독해보이는 것보다, 너무나 밝은데 쓸쓸하고 건조한 느낌. 텅 비어있는 공간을 시각적으로 표현했거든요. 에드워드 호퍼는 이 빛을 이용해서도 공간과 개인의 감정을 잘 드러내는 작가입니다.

[앵커]
그림을 보니까 눈동자에서도 텅 빈 감정이 드러나는 거 같은데, 저는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들을 보니까 마치 어디에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세련돼서 그런지, 어디 좀 등장했나요?

[인터뷰]
네, 맞습니다. 아마 에드워드 호퍼의 이미지가 광고나 영화 때문에 낯익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몇 해 전에 국내 한 온라인 플랫폼 광고에서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들을 재현했죠. 작품을 완전히 똑같이 현하기보다는 좀 더 현대적으로 세련되게 재해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오래전부터 전설적인 감독으로 잘 알려진 히치콕의 영화 '싸이코'에서도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이 오마주 됐습니다. 바로 앞에서 다룬 '철로변의 집'이라는 작품인데요. 서스펜스 영화의 대가로 불리우는 히치콕 또한 에드워드 호퍼의 외롭고 고독한 연출에 주목했습니다. 이 작품은 영화 속 등장인물 '노먼 베이츠'의 집을 묘사하는데에 큰 영감을 준 것으로 잘 알려져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에드워드 호퍼의 팬이라면 이 영화는 다들 아실텐데요. 바로 구스타프 도이치 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이라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는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13점이 모티브가 되었다고 합니다.

[앵커]
알랭 드 보통을 비롯해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에 영감을 받은 예술가들이 참 많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어떤 점에 특별히 끌렸을까요?

[인터뷰]
앞서 소개해드렸던 '셜리에 관한 모든 것'의 구스타프 도이치 감독은 에드워드 호퍼를 선택한 것에 대해 ‘그동안 느와르 영화에 많은 영향을 준 작품 속에 나타난 ‘빛과 주제, 구성의 프레임’ 때문이다. 이는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들 속에 잘 나타나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전에 히치콕이나 마틴 스코세이지 외에도 여러 유명 감독들 또한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던 것처럼 구스타프 도이치 또한 마찬가지였고요. 주로 느와르 영화에 많은 영향을 준 호퍼의 작품 속 빛이 다뤄지는 방식들에서 큰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에드워드 호퍼가 뉴욕에서 공부할 때, 삽화도 공부했는데요. 작가 본인은 훗날 삽화 작업하는 걸 굉장히 싫어했다고 하는데요, 삽화가 아무래도 광고적인 목적도 있기 때문에 비주얼적으로 인상을 끄는 특징이 있습니다.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이 이런 순간적인 이미지로서도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앵커]
에드워드 호퍼 작품을 보면서 마치 한 장의 스냅 사진 같다고 평가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실제로 사전 기법을 적용해 작품을 그렸다고요?

[인터뷰]
네, 에드워드 호퍼 작품의 특징 중 하나가 ‘사진 기법’이 사용됐다는 건데요. 특히 호퍼는 폴 스트랜드라는 미국의 사진 작가의 작업에서 깊게 영감을 받게 되고요. 자신의 작품에 동일한 사진 기법을 적용합니다. 폴 스트랜드는 현대 사진의 대가라고 불리우는데요. 특히 ‘스트레이트 포토그래피’ 또는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으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습니다. ‘스트레이트 포토그래피’의 특징은 선명도와 정확성, 기하학적 형태로 도시의 풍경과 인간, 식물, 기계 등을 담아내는데요.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같은 모더니스트 포토그래퍼들과 20세기 사진 예술에서 크게 기여한 미국의 사진 작가가 바로 폴 스트랜드입니다.

그렇다면 에드워드 호퍼가 어떤 영감을 받았을까요? 폴 스트랜드가 1915년에 월스트리트를 담은 사진 작업이 있는데요. J.P 모건의 새 사옥 건물을 담은 작업으로, 이 건물의 위압적인 이미지와 그 앞을 지나가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함께 담겨있습니다. 20세기 초 미국의 도시 개발과 대대적인 변화, 그 속을 살아가는 불안하고 고독한 도시인들의 모습을 나타낸 건데요. 호퍼가 주로 다루는 주제인 ‘대도시민들의 고독’과 상통하죠. 호퍼 또한 사진 작업의 영향으로 기하학적인 묘사를 자주 하는데요. 이런 부분들이 영상을 다루는 광고나 영화 분야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겁니다.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겠죠.

[앵커]
오히려 현대에 들어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가 아닌가 싶은데요. 조금 전에, 에드워드 호퍼의 작업 인생에 아내인 조세핀 니비슨의 도움이 컸다고 앞서 잠깐 이야기 해주셨는데, 호퍼에게 조세핀은 어떤 존재였나요?

[인터뷰]
네,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금발 여성들은 조세핀을 모델로 하고 있습니다. 호퍼에게 아내는 그야말로 완벽한 뮤즈였는데요. 조세핀 또한 재능이 뛰어났었다고 하는데요. 자신의 작업을 하고 싶어했지만 에드워드 호퍼의 작업을 돕게 되면서 포기했다고 하거든요. 조세핀이 호퍼를 돕는 방식은 다양했는데요, 작업 때문에 고통스러워할 때면 같이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고민해주었고요.

또 머리를 식히고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여행을 계획하기도 했습니다. 에드워드 호퍼가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을 때마다 늘 조세핀이 대화 상대가 되어주고, 또 여기저기 전시 관람도 함께했다고 하고요. 무엇보다도 모델로서, 뮤즈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합니다.

[앵커]
어떻게 보면 미국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던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은 그 재능과 아내의 내조가 만든 그 시대의 자화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누아트 박수경 디렉터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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