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투데이

[과학의 달인] 30년 천문학 인생 별 사진에 담다…전영범 천문학자


■ 전영범 / 한국천문연구원 박사

[앵커]
국내 최대 1.8m 망원경이 있는 보현산 천문대는 일명 '별 바라기'라 불리는 천문학자들이 모인 연구 시설인데요. 오늘 <과학의 달인> 밤하늘을 수놓은 아름다운 별들을 보면서 태양계의 역사를 그리고 있는 천문학자, 한국천문연구원 전영범 박사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박사님께서는 보현산천문대에 근무하고 계신데요. 먼저 이곳이 어떤 시설인지 소개 좀 해주시겠어요?

[인터뷰]
보현산은 경북 영천과 청송의 경계에 있습니다. 높이가 1,124m이며, 천문대는 그 정상에 있습니다. 보현산천문대는 한국천문연구원의 여러 천문대 중 하나인데요. 국내에서 가장 큰 1.8m 구경의 반사망원경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저는 보현산천문대 건설 당시 천문대 후보지 조사에도 참여했고, 지금까지 거의 30년을 천문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연구원으로서 개인 연구도 하지만, 천문대 현지에서는 1.8m 망원경을 포함한 관측 장비의 유지 관리를 위한 운영 업무도 중요한 임무입니다.

[앵커]
1.8m 망원경도 운영한다고 하셨는데요, 그 1.8m가 망원경 렌즈 길이인가요?

[인터뷰]
네 맞습니다. 그런데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렌즈가 아니라 반사 거울을 뜻합니다. 1.8m 천체망원경은 빛을 모아서 밝게 보도록 하는 장비인데 렌즈로 빛을 모으기도 하지마는 보통 오목 거울을 이용합니다. 큰 망원경을 오목거울로 만들면은 거울 뒷면에서 아주 정밀하게 받쳐줄 수 있어서 우리는 천체를 잘 관측할 수 있는 것이죠. 실제 1.8m 망원경은 전체 무게가 25톤이며, 거울 무게만 1.5톤입니다. 망원경 뒷면에 고도에 따라 힘이 달리 적용되는 18개의 지지점이 있어서 거울을 정밀하게 떠받쳐 주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카메라 렌즈 같은 그런 유리 덩어리 이런 게 아니라 반사경이다. 이렇게 이해하면 되겠는데요. 그 반사경의 크기가 국내 최대 크기라고 말씀하셨잖아요? 지금 이걸 이용해서 어떤 연구를 진행했나요?

[인터뷰]
저는 개인적으로 1.8m 망원경으로 구상성단이라는 별의 집단을 연구하였습니다. 특히 그 속에 있는 많은 별 중에서 밝기가 변하는 변광성을 찾아서 연구하였습니다. 변광성은 문자 그대로 밝기가 변하는 별인데요. 밝기가 변하는 이유로는 별 자체의 크기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경우도 있고, 또 태양처럼 고립된 별이 아니라 서로 같이 돌고 있는 쌍성이 상대별을 가릴 때 별의 밝기가 순간적으로 어두워지겠죠. 또는 이제 초신성처럼 별이 죽을 때 폭발을 하게 되는데 그때는 밝기가 급하게 변합니다. 이런 모든 경우를 다 포함한 게 변광성인데요. 저는 그중에서도 소위 맥동변광성을 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맥동변광성은 별이 태어나서 자기 수명의 90% 이상을 아주 안정되게 살아가다가 마지막으로 죽어가는 단계에서 나타나는 그런 현상입니다. 별의 진화를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하고 또 별의 밝기가 변하는 그런 과정을 연구하면 별까지 거리를 알 수 있습니다. 천문학은 별의 거리를 구하는 학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거리를 알면 별의 고유한 밝기를 알 수 있고, 또 그러면 크기를 알 수 있어서 별 자체를 이해하는 데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이런 거리를 알게 되면은 우주의 팽창이나 진화 과정 이런 것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앵커]
많은 과학자가 태양계의 역사를 알기 위해서 소행성을 찾는 노력을 해왔는데요. 박사님께서도 지금까지 소행성 굉장히 많이 발견하셨더라고요. 120개를 발견하셨다고요?

[인터뷰]
제가 관측을 하다가 좀 남는 그런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천체사진을 많이 찍었었습니다. 한 번은 M1이라는 초신성 잔해의 사진을 칼라 합성을 해보니까 뭔가 이상해서 보니 별이 움직인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이게 이제 새로운 소행성이었던 거죠. 그 별을 추적 관측을 계속하다 보니까 그 주변에서 또 다른 소행성을 찾고, 또 다른 소행성을 또 관측하다 보니까 더 많은 소행성이 나타나고 그래서 지금까지 한 120개까지 찾았는데요. 처음 하나는 보현산천문대를 기념하여 ‘보현산’이라고 이름을 부여하였고, 그 후에 우리나라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 오른 분들께 연대순으로 이름을 헌정하였습니다. 그게 모두 10개인데요. 고려 말에 화약을 만든 최무선, 측우기, 해시계 이런 걸 발명한 장영실, 동의보감의 허준, 조선 시대 초기의 천문학자이신 이순지 등 아직도 이제 이름을 부여할 수 있는 소행성은 아주 있는데요. 요즘은 이제 소행성이 너무 많이 발견하다 보니까 이름 부여 자체에 제한이 좀 많고, 그리고 과거처럼 큰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앵커]
아, 그렇군요. 자 그런데 그 천문학자의 연구하는 모습이랄까 이런 걸 상상을 해보면, 정말 망원경을 가지고 밤하늘을 바라볼 것 같은데요. 정말, 실제로, 천문학자들도 그렇게 연구를 하나요?

[인터뷰]
참 아이러니한 일인데요,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천문대에서 별을 볼 때는 항상 연구를 위한 관측 장비를 통해서 보기 때문인데요. 그러니까 이제 천문학자는 맨눈으로 별을 직접 보진 않지마는, 그래도 화면에 뜬 영상을 보기는 항상 봅니다.

[앵커]
천문학자이면서 천체 사진가로도 활동하고 계신데요. 어떤 계기로 작가 활동을 하시게 된 건가요?

[인터뷰]
저는 당초 보현산천문대에 천체 사진 전담 요원으로 입사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필요한 많은 천체 사진과 각종 기록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대학 시절에 동아리 활동으로 사진을 배웠고요, 천문학의 기록이 사진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연히 천체 사진도 하게 되었습니다. 실제 천문학은 사진과 땔 레야 땔 수 없는 학문입니다. 모든 기록이 결국 마지막엔 사진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인데요~ 영어의 Photography란 말도 천문학자인 존 허셀이 붙였습니다. '빛으로 그린다.' 또는 '빛으로 쓴다'라는 의미입니다. 사진은 발견 초창기에는 천문학과 더불어 발전을 많이 했습니다. 달 사진, 일식 사진 등을 기록하는데 사진이 발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죠. 오래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라 태양 주변을 지나는 별빛이 휘어진다는 것을 입증한 1919년의 개기일식 관측도 사진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앵커]
지금 보니깐 천문학과 사진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게다 말씀이신데요, 1만 원권 지폐 뒷면에 있는 보현산천문대 망원경 사진도 박사님께서 촬영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오늘은 직접 촬영한 사진 몇 점을 소개해주신다고 하는데, 먼저 첫 번째 사진 같이 보면서 감상해보실까요? 지금 나오는 저 사진은 니오와이즈 혜성인 거죠?

[인터뷰]
네, 2020년 7월 17일에 촬영한 건데요. 1997년의 헤일-밥 혜성 이후, 22년 만에 맨눈으로 볼 수 있었던 니오와이즈 혜성입니다.

[앵커]
이제 두 번째 사진인데요.

[인터뷰]
이 사진은 우리가 잘 아는 안드로메다은하인데요. 나흘 동안 찍은 24장의 사진을 모두 모아서 만들었습니다.

[앵커]
아, 네.

[인터뷰]
이건 155mm 굴절 망원경으로 찍은 오리온자리에 있는 말머리성운의 모습입니다.

[앵커]
다음 사진 볼까요? 지금 사진은 하늘에 굉장히 별이 많은 것 같은데 지금 나오는 사진은 별 궤적인가요?

[인터뷰]
천문학자들의 고민거리 중의 하나인데, 스페이스X 위성군이 지나간 흔적입니다. 12,000개의 인공위성을 하늘에 띄워서 전 세계가 자유롭게 인터넷을 사용하게 하자는 참 좋은 계획인데요, 불과 1,000개 정도밖에 안 되는 위성만으로 이러니 앞으로 모두 올라가면 이들 위성을 피해 관측하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깨끗한 하늘을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지금 나오는 사진은 1.8m 망원경 돔 주위로 움직인 별의 일주운동을 기록한 사진입니다.

[앵커]
저런 사진은 수백 장의 사진을 디지털 기술로 합성해 만든 사진인 거죠?

[인터뷰]
조금 전 보여드린 1.8m 망원경 돔을 배경으로 한 일주운동 사진은 12시간 동안 반복해서 찍은 1,000여 장을 합친 사진입니다.

[앵커]
보여주신 사진을 보니까 아주 멋지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이런 최고의 천체 사진을 촬영하기 위한 나름의 비결 같은 게 있을까요?

[인터뷰]
모두가 알다시피 최고의 천체 사진은 최고의 장비를 사용해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뭐가 최고인지는 생각해 봐야겠죠. 연구자 입장에서는 블랙홀 영상이나, 은하와 은하가 충돌하는 장면, 별이 폭발하여 멋진 모습을 보이는 장면, 별 주위를 도는 외계행성의 모습 등 새로운 발견이나 천문학 연구에 의미가 큰 사진이 최고의 사진일 겁니다. 하지만 연구자 간에도 연구 분야가 다르니 최고도 당연히 서로 다를 겁니다. 우리가 좋은 장비로 멋진 영상을 얻어도 허블우주망원경이 주는 멋진 영상과 경쟁이 되진 않을 겁니다. 그런데도 많은 아마추어 작가나 전문적인 천체 사진가들이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경쟁이 안 되는 걸 알면서 같은 대상을 찍고 또 찍고 있죠. 왜 그럴까요? 제가 우리 연구원에서 매년 개최하는 천체사진공모전을 심사하면서 참 감동을 한 사진이 있습니다.

지금 나오는 사진은 30년을 맞은 올해 공모전에서 3등에 해당하는 우수상을 받은 작품인데요.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적당한 장소를 찾고, 달이 뜨는 위치를 계산하고, 적당한 초점거리를 갖는 렌즈를 선택하여 모델의 위치를 정했는데 한 번의 실패를 거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좋은 장비 없이 그냥 삼각대만 이용해도 찍을 수 있는 사진입니다. 달이 지구 그림자에 들어가는 월식이 일어나는 시점에 맞추어 기획한 것인데요, 월식이 일어난 달과 모델이 잘 어울려서 제목처럼 소원을 비는 멋진 작품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우리한테 감동을 주는 장면은 좋은 카메라로 촬영한 최고의 사진만 있는 건 아닐 겁니다. 블랙홀 영상이 노벨상을 받을 정도로 중요한 결과였지만, 별을 보는 그 날 밤에 자신이 느낀 감정이나 감성을 최대한 담은 사진이 훨씬 더 멋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무더운 여름이 시작됐는데요. 여름엔 날씨가 좋지 않아 밤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지만, 개이기만 하면 멋진 은하수를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지금 이 방송을 보고 계신 분들도 밖으로 나가 별자리도 즐기고, 은하수도 보면서 천체 사진도 한 번 도전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앵커]
저희도 한번 도전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천문연구원 전영범 박사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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