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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학개론] "8호 장미부터 10호 하이선까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태풍' 총정리

■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지난 8월, 8호 태풍 '장미'를 시작으로 10호 '하이선'까지 4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피해를 줬습니다. 장마로 인한 피해도 복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닥친 태풍으로 지역 주민들은 이중으로 고통을 받았는데요. 오늘 <날씨학개론>에서는 올해 태풍을 총정리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올여름엔 이례적으로 길었던 장마도 있었고요, 연이은 태풍으로 곳곳이 수해를 입었는데요. 우선, 태풍의 정의와 함께 발생 조건에 관해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열대성저기압 중에서 중심 최대풍속이 초속 17m 이상의 폭풍우를 동반하면 태풍이라고 부릅니다. 태풍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3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데요. 첫째, 태풍이 발생하는 서태평양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27℃ 이상이어야 합니다. 둘째, 대류권 중층의 상대습도가 높아야 한다. 초기 생성하는 단계에서 중층 습도가 높아야 태풍 자체적인 불안정성이 커지기 때문이지요. 셋째, 대류권 하층의 회전하려는 성질. 기상학에서는 절대 와도라고 부르는데 바로 회전 성질이 커야 합니다.

[앵커]
이런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태풍이 되는 건데, 점차 발달하면서 주변 기압계를 따라서 이동하게 되잖아요. 그렇다면 올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들, 어떤 특징이 있었나요?

[인터뷰]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영향을 준 태풍이 5호 태풍 장미였습니다. 필리핀 동쪽 해상에서 만들어진 태풍으로 우리나라 인근을 북상하면서도 최대풍속이 초속 18m 정도였고요. 부산 인근에 상륙할 때는 열대성저기압으로 약해지면서 초속 15m를 보였습니다. 이렇게 약하다 보니 태풍으로 인해 가장 강한 바람이 불었던 곳이 강원도 양양으로 28.9m를 기록했고요. 강수량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100~150mm 정도를 기록했습니다. 당시 장마 기간이었기에 태풍보다 장마 피해에 집중되었죠.

[앵커]
남해안에 상륙했지만, 태풍치고는 크기나 세력도 강하지 않아서 피해가 심하지 않았던 거로 기억하는데요. 다음으로 영향을 줬던 태풍은 어떤 건가요?

[인터뷰]
두 번째 북상한 태풍이 8호 태풍 '바비'입니다. 8월 22일 타이완 동쪽 해상에서 발생해 5일 만에 우리나라를 통과해 나갔는데요. 바비는 제주도 인근 해상의 30도가 넘는 고수온 해역을 천천히 지나며 초속 45m의 강한 태풍으로 발달했습니다. 주로 피해는 제주도와 서해안 지역으로 집중되었는데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시설피해로는 가로등과 전신주 19개가 파손됐고, 가로수 23그루가 쓰러지거나 뽑히는 등 신고된 피해 건수가 총 100건이 넘었습니다. 충남 태안의 양식장에서는 정전으로 인해 가동한 비상 발전기가 과부하로 고장 나면서 넙치 200만 마리가 폐사되었습니다. 기상청은 서해상을 지날 때 최대풍속이 38m라고 발표했지만,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태풍의 영향을 실감하지 못하면서 정말 태풍이 맞느냐는 둥 논란이 있었습니다.

[앵커]
바비 태풍 같은 경우엔 수도권에 새벽 시간대에 상륙할 것이라고 해서 출근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출근 시간을 미뤄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었는데 그런 논란이 무색할 정도로 생각보단 약하게 지나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동해안 쪽으로 큰 피해를 준 것은 9호 태풍 마이삭이었죠?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9호 태풍 마이삭은 8월 28일 필리핀 동쪽 해상에서 발생해 빠르게 북상해 온 태풍입니다. 우리나라는 가을이 시작하는 9월 2일 제주도 인근 해상을 지나 3일 부산 인근에 상륙한 후 영남 동쪽 지방을 통과해 삼척 인근 해상으로 빠져나갔는데요. 제주도를 지날 때 최대풍속 45m로 매우 강한 태풍이었고 부산에 상륙할 때 최대풍속 39m로 강한 태풍이었습니다. 이 태풍은 2003년에 우리나라에 가장 강한 폭풍을 몰고 왔던 매미와 이동 경로와 강도가 매우 유사했는데요. 제주도 한라산 남벽 지역엔 1,0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고, 윗세오름에도 900mm가 넘는 비가 내렸습니다.

또,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던 경남 남해안. 지리산 지역, 동해안 지역은 250~350mm의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비도 비지만 바람도 만만치 않았는데, 제주도 고산지역에서 최대순간풍속이 49.2m를 기록했고, 통영과 울산에서도 초속 46m의 강풍이 기록되었습니다. 1명 사망에 시설피해 총 858건이 보고되었는데요. 정전으로 인해 27만8천 가구가 피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앵커]
마이삭은 매우 강한 바람도 있었지만, 비도 몰고 왔기 때문에 그 피해가 더 컸던 것 같은데요. 그런데 마이삭이 채 소멸하기도 전에, 가을 태풍인 하이선이 발생했죠?

[인터뷰]
네, 10호 태풍 하이선은 발생 초기에 한반도를 남에서 북으로 관통할 것으로 예상한 데다가 발달 과정에서 초강력 태풍이 될 가능성이 커 지금까지 온 태풍보다 위력이 클 수도 있다는 우려했는데요. 하지만 하이선은 9월 7일 3시쯤 제주 동쪽 해상을 지났고, 울산 남쪽으로 9시에 상륙했습니다. 이후 육지 쪽으로 북상하여 강릉 남쪽에서 12시에 동해상으로 빠져나갔는데요.

하이선이 우리나라에 가까워졌을 때 태풍의 강도도 점차 약해졌으나 제주에는 500mm가 넘는 비가 쏟아지고 울릉도와 독도에는 시속 180km의 강한 돌풍이 불었습니다. 2명의 인명피해가 있었고 총 803건의 시설피해가 있었고 7만5천 세대의 정전이 발생했는데요. 아직 전체적인 피해집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소개하지 못하는 점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지역에 따라서 체감하는 태풍의 강도는 저마다 차이가 있지만요, 한 달여 사이에 4개의 태풍이 한반도를 지나면서 전국 곳곳에 큰 피해를 남겼는데요. 그런데 올해 발생한 태풍이 이례적인 특징이 하나 있다고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올해는 동태평양 해수 온도가 낮은 약한 라니냐를 보이는데요. 이럴 때 태풍이 만들어지는 서태평양 해수 온도는 고수온이 됩니다. 올해 우리나라에 강하게 북상했던 8호 태풍 바비부터 마이삭 그리고 하이선까지 해수 온도가 30도가 넘는 고수온역에서 만들어졌는데요. 이런 형태에서는 태풍이 잘 안 만들어집니다.

올해 9월까지 평년으로 보면 19개 정도의 태풍이 만들어지는데 올해는 9월이 다 지나가지는 않았지만 겨우 10개만 발생했거든요. 그런데 이 세 태풍은 태풍 발생조건과는 다르게 오직 해수 온도가 높다는 공통점으로 만들어진 태풍입니다. 그리고 3개의 태풍이 다 우리나라 인근에서 그대로 북쪽으로 북상해 올라갔는데요. 9호 마이삭과 10호 하이선의 경우 우리나라에 상륙해 북상하여 동해상으로 빠진 후 다시 북한 청진지역으로 상륙하였는데 이런 진로를 보인 적이 없었습니다. 아주 이례적인 진로이었지요. 이것은 우리나라에 긴 장마의 영향을 주었던 제트기류의 영향 때문이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올해 발생했던 최악의 장마, 그리고 쭉 말씀해주셨던 이런 이례적인 경로의 태풍들, 이런 것들이 모두 기후변화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북극의 역대 최악의 고온 현상이 제트기류의 변화를 가져왔고 우리나라 상공으로 찬 공기가 내려와 정체하면서 가장 긴 장마를 만들었는데요. 라니냐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또 고수온역이 만들어지면서 태풍이 발생했고 제트기류의 영향으로 우리나라로 직진해 북상한 것이지요, 문제는 기후변화로 인해 북극 빙하가 많이 녹고 북극 고온 현상이 발생하면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폭염이나 긴 장마, 혹한, 고농도 미세먼지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또 해수 온도도 계속 올라가고 있어서 더 강력한 슈퍼태풍이 북상할 가능성도 커지는 것이지요. 정말 지구온난화를 저지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앵커]
앞서 평년보다 가을 태풍이 많지 않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기상청에서는 가을 태풍 한두 개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센터장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인터뷰]
저희가 앞으로 10일 동안 모델을 봅니다. 25일까지는 태풍이 만들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26일 정도에 만들어진다고 해도 우리나라에 올라오려면 일주일 정도가 걸립니다. 만일 태풍이 만들어진다고 하면 10월 초에 만들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10월 초에 만들어진 태풍이 어디로 갈 것인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최근에 지구온난화로 인해서 10월 초에도 우리나라 쪽으로 북상하는 태풍이 많아지고 있어서 올라온다면 우리나라 남부 쪽으로 많은 영향을 주는 태풍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합니다.

[앵커]
오늘 태풍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국민 입장에서는 가장 궁금했던 점이 태풍에 대해서 여러 가지 예보를 해주셨는데 이런 부분들이 예상과 왜 벗어났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센터장님께서는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신가요?

[인터뷰]
예측하는 것은 많은 나라에서 합니다. 젊은 분들께서는 체코, 노르웨이 모델을 많이 보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는 그쪽 모델은 보지 않습니다. 홈페이지에 올리는 모델들이 유럽 중기예보센터인 ECMWF라고 하는데요. 미국의 GCF 모델을 가지고 올려주는 것입니다.

저희는 유럽, 미국, 미 해군, 일본, 중국, 홍콩의 모든 모델을 봅니다. 예측이 틀리게 되는 이유는 독자적으로 모델이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기상청 경우는 기상청에서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태풍 모델에서 나오는 자료를 예보관들이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결정하게 됩니다. 그런 차이가 있었습니다. 올해 9호 태풍, 10호 태풍은 기상청 예보가 정확하게 맞았습니다.

[앵커]
국민이 걱정이 컸던 탓에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온 것 같습니다. 그래도 기상청에서 예보를 정확하게 해주셨기 때문에 국민이 유비무환의 자세가 나와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앞으로도 애써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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