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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내진설계 강화·국가 차원의 지진 연구 시급"

■ 이희일 / 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앵커]
지진이나 태풍, 화산 폭발 같은 자연재해는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예견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런 자연재해로부터 인류가 입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과학적으로 예측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오늘은 '소리 없이 다가오는 자연재해 지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이희일 책임연구원과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경주와 포항 지진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요. 전남 해남에서 최근 소규모 지진이 잇따르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기 전에 먼저 관련 준비했습니다. 화면으로 함께 보시죠.

관련 영상을 함께 봤는데요. 기상청 관측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던 규모 5.8의 경주 지진, 5.4의 포항지진이 다시 생각납니다. 연구원님께서는 지진 분야만 20년이 넘게 연구해오셨을 정도로 관련 분야 전문가이신데, 당시 상황 어떻게 기억하고 계신가요?

[인터뷰]
사실 저를 포함한 많은 지질학자가 역사 지진을 근거로 해서 우리나라에서 언제든지 규모 6.5 정도의 지진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지만 설마설마했지만, 실제 일어나고 보니 저희도 굉장히 당황했습니다.

[앵커]
그러셨을 것 같아요. 지진은 한 번 발생하면 치명적인 피해를 유발하는 큰 재앙인데 도대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해서 정확히 모르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거든요. 지진이란 무엇이고 왜 발생하는지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제가 자를 가지고 쉽게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에 힘을 가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나요?

[앵커]
부러질 것 같은데요.

[인터뷰]
맞습니다. 지진도 이와 똑같이 힘을 가했을 때 휘면서 부러지는 것과 같은 원리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각은 지판의 움직임에 의해서 지각 내 암석에 힘이 쌓이게 됩니다. 그걸 저희는 변형력이라고 하는데요. 변형 에너지, 제가 이렇게 힘을 가했을 때 가한 힘이 어디로 가 있습니까? 현재.

[앵커]
양옆과 가운데가 볼록하게 솟아 있는 걸 보니까…

[인터뷰]
이걸 놓으면 바로 펴지게 돼 있죠. 제자리로 가는 힘이 무엇일까요? 바로 이 안에 쌓였던 변형 에너지입니다. 그렇듯이, 제가 힘을 가하면 자가 궁극적으로 부러지듯이 암석 내에 쌓인 변형 에너지도 그 암석이 가지고 있는 탄성 한계를 초과하게 되면 급격하게 파괴되면서 그때 쌓여있던 에너지가 마치 자가 부러질 때 소리로 우리 귀에 전달되듯이 지각을 통해 지진파의 형태로 지표로 도달하는 현상을 우리는 지진이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저희와 같은 지질학자들은 지표에 도달하는 지진파를 기록해서 이 파괴가 일어날 때 어떤 형태로 파괴가 일어나며 단층이 어떤 형태로 이뤄졌는지, 또 지진파가 지표에 도달할 때까지 어떤 경로를 통해서 전파되어왔는지를 분석함으로써 지구 내부에 대한 정보를 얻습니다.

[앵커]
마치 자를 양옆에서 강한 힘으로 미는 것처럼 암석 내부의 변형 에너지가 강하게 축적되고 이를 통해 파괴되는 것이 지진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자를 대입해서 보니까 훨씬 이해가 쉬운데, 우리나라도 최근 지진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거든요. 실제로 그런지 궁금합니다.

[인터뷰]
1978년도부터 우리나라 기상청이 공식적으로 지진 관측을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관측된 규모 2.0 이상만을 대상으로 보면 1,886회가 발생했습니다. 그중 규모가 가장 큰 2016년에 일어난 경주지진과 포항지진이 일어났던 2017년도에는 많은 여진으로 인해서 예외적으로 252회, 223회 발생했으나 42년 동안 평균적으로 보면 매년 45회 정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상청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자료를 여러분도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바로 확인할 수 있는데요. 98년까지는 매년 19회 정도 발생했는데 99년도부터 현재까지 평균을 내보면 약 71회로 3.6배 정도 증가한 것처럼 보입니다. 이를 근거로 늘어난 게 아니냐, 하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데요.

사실 99년을 기준으로 기상청에서는 장비 현대화 계획에 의해서 그 전에 사용하던 아날로그 지진 관측기를 전부 디지털형으로 바꾸고 관측소를 많이 증설했습니다.

그 결과 지진 관측 범위가 향상되고 관측 능력이 향상됐기 때문에 발생 횟수가 증가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규모 3 이상의 지진만을 대상으로 분석해보면 98년 이전에는 약 9회 정도 발생하던 것이 그 이후에는 11회로 거의 변동이 없습니다. 연평균 10회 정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42년 동안 한반도 주변에서 일어난, 지진은 규모 5.0 이상 정도가 될 때부터 파괴가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즉 지진재해를 일으키기 시작하는데요. 그동안 10회가 관측돼서 연평균 4회 정도 발생했는데 북한에서 발생한 1회와 먼바다에서 일어난 것을 제외하면 남한 내륙에서만 일어난 것은 5회로, 8년에 한 번씩 8년에 한 번 정도 규모 5.0 이상 지진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기술과 시설의 발전으로 지진을 발생하는 확률이 높아졌다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 관측 이후 40년 동안 지진 한번 없던 곳이 지진으로 들썩인 적이 있는데요. 전남 해남에서 지난 4월 26일부터 5월 23일까지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75차례나 지진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요?

[인터뷰]
네, 굉장히 이례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저희도 이러한 현상이 왜, 어떻게 그곳에서 일어났는지 아직 정확하게 모르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2013년 5월 15일부터 6월 10일 사이에 백령도 남쪽 약 30km 지점에서 지진이 약 16차례 발생했고요. 같은 해 6월 5일부터 8월 7일까지 보령 앞바다 남서쪽 약 45km 지점에서 약 29회의 지진이 발생하였습니다. 보령 앞바다의 경우에는 그 이전에는 전혀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던 곳으로 해남과 유사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최근 이처럼 한반도에서 소규모 지진이 일어나는 상황을 보고 해외에서도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의 경우 '대지진이 곧 한국을 강타할 수 있을까'라는 무시무시한 기사 제목을 내서 사람들의 걱정이 더했는데 해남지진이 대지진의 전조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인터뷰]
명확하게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사실 앞서 말씀드렸듯이 2013년도의 백령도 앞바다라든지 보령 앞바다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5~6년이 지났습니다만 그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잖아요? 아직 지진은 지진학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미지의 자연현상이기 때문에 좀 더 연구를 해봐야겠지만 향후 어떻게 될지는 저도 답변을 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학계에선 해남지역에 재난지 중심으로 정확한 지진관측을 위해 임시관측소를 설치했고 우리 연구원에서도 지질학자, 지구물리학자, 지진학자를 모아 TF팀을 구성해서 정밀 지질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과거 사례와 마찬가지로 명확하게 발생원인을 규명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앵커]
미지의 영역, 앞으로 연구할 숙제가 아주 많이 남아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앞서 지구 내부의 급격한 지각변동에 의한, 변형에너지가 축적돼서 발생하는 것이 '자연지진'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인공지진'이라는 것도 있잖아요. 폭발이라든지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서 인공적으로 발생하는 지진도 있는데 자연지진과 인공지진의 차이에 관해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말씀하신 대로 지진은 발생 원인에 따라 크게 인공지진과 자연지진으로 구분합니다. 인공지진은 문자 그대로 인간의 개입 때문에 일어나는 땅의 급격한 움직임으로 지하 핵실험이나 대규모 댐공사, 광산에서 수행하는 화약 발파에 의한 지진동이 대표적입니다.

인공지진의 가장 큰 특징은 폭발 시 발생한 압력이 모든 방향으로 균일하게 퍼져나가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P파만 발생하고, S파는 발생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폭발지점의 지질이 균질하지 않고, 특히 근처에 단층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S파도 같이 발생하기 때문에 지진기반만으론 이 두 가지를 식별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과거 냉전 시대에도 미국이 지진관측 자료를 이용하여 소련의 핵실험을 감시하였습니다. 냉전 종식 후 많은 경우에 자연지진을 인공지진(핵실험)으로 오인한 것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핵실험은 아무리 깊어 봐야 1km 미만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이런 경우엔 많은 에너지가 지표로 방출되게 됩니다. 이때 '인프라 사운드'가 발생하는데요. 인프라 사운드를 지진파와 함께 동시에 관측하게 되면 저희가 인공지진인지 자연지진인지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핵실험으로 인한 인공지진의 경우 인프라 사운드라는 신호를 발생시킨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인프라 사운드 신호가 정확히 뭔가요?

[인터뷰]
네, 지진 발생 시 수반되는 인프라 사운드에 대한 연구입니다. 일반인들한테는 생소한 연구 분야인데요. 인프라 사운드의 파장은 인간이 들을 수 있는 가장 낮은 파장인 20헤르쯔(Hz)보다 낮은 소리로 파장은 길어 대기권을 따라 멀게는 1만km 이상 전파되기도 합니다. 2013년 2월 15일로 기억하고 있는데요. 러시아의 첼랴빈스크에 대규모 운석이 떨어진 경우가 있습니다.

그때 발생한 인프라 사운드는 지구 두 바퀴 이상 돌아서 약 8만 5천km 떨어진 관측소에 기록된 사례도 있습니다. 이러한 인프라 사운드 신호는 지진파가 지표면에 도달해 대기층에 충격을 가할 때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지진파와 동시에 분석하게 되면 좀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앵커]
땅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눈으로 확인할 수도, 정확한 원인도 알 수 없지만 그런데도 우리가 지진연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점은 무엇일지 짧게 부탁하겠습니다.

[인터뷰]
최종적으로 지구 내부의 정확한 정보를 알아내는 것입니다. 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정확하게 알아내는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지진은 전 세계적으로 태풍, 홍수에 이어 세 번째로 큰 피해를 유발하는 자연재해이지만, 지구과학자들에게는 지구 내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정보원입니다. 그게 없다면 저희는 지구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알 수 없겠죠.

[앵커]
오늘 지진에 대해 이것저것 많이 해소해주셨는데 박사님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이고, 앞으로 지진연구가 어떻게 발전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인터뷰]
저는 인프라 사운드 신호, 즉, 일본 규슈에 있는 화산들이 폭발할 때 나오는 신호를 관측해서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이용하면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백두산 폭발 시에도 현재 개발하고 있는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거로 기대하고 계속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앞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간이 채 2년이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때까진 연구를 마무리하고 싶고요. 시간이 허락한다면 일반인을 위한 교양 과학책도 한 권 써보고 싶은데, 게으른 성격 탓에 희망 사항으로만 남을 것 같습니다.

지진연구는 정말 돈만 쓰는 기초 중에 기초과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연구비를 마련하기가 항상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앵커]
네, 지진연구와 지원이 활발하게 이뤄져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지질자원연구원 이희일 책임연구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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