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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연구소] 국가재난 상황, 슬기롭게 극복하는 방법은?

■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앵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사재기 현상보다는 타인을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데요.

오늘 '생각연구소'에서는 '국가재난 상황에서 나타나는 사람들의 심리와 극복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합니다. 교수님 어서 오세요.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지구촌 곳곳에서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화장지 대란이 일어났다고 하는데 도대체 이런 사재기 현상은 왜 일어나는 건가요?

[인터뷰]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화장지 사재기 같은 경우에는 거짓 정보 때문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나는 화장지의 생산 원료하고 마스크의 생산 원료가 같은 것이라는 정보가 퍼져 가지고요.

사실은 두 제품의 생산원료는 전혀 다른 것이거든요. 아시다시피 화장지는 펄프이잖아요. 마스크는 폴리프로필렌, 폴리에서터 라고 하는 합성섬유가 원재료이거든요. 근데 두 개가 같은 재료라고 하니까 화장지를 사들이는 겁니다.

또 하나는 전염병의 심리학이라고 하는 책의 저자인 '스티븐 테일러' 브리티시 콜롬비아대학교 교수가 CNN과 인터뷰를 했는데, 감염병 같은 것은 생소하잖아요. 뭔가 위험한 일이 닥쳤다고 생각했을 때 사람들이 이성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훨씬 더 거기에서 특단적인 조치를 취하게 된다고 해요. 화장지 사재기처럼 뭔가 위기의식,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소비 심리전문가들의 이야기도 재미있는데 이웃 사람들이 다 화장지를 사들인다.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도 그것을 해야 하겠다. 특히 마트 같은 데를 보면 다른 통조림이라든지 손 세정제 같은 경우는 중간에 선반이 비어있어도 그렇게 위기의식을 못 느끼는데 화장지 같은 경우는 선반을 많이 차지하고 있잖아요. 갑자기 싹 빠졌다고 하면 위기의식을 훨씬 더 불러일으켜 진다고 해요.

그리고 또 하나는 마스크 대란을 보면서 뭔가 비슷한 생필품인 화장지 같은 경우에도 곧 품귀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에요. 일종의 한 자극에 대한 반응이 형성되고 나면 그것과 비슷한 자극에 대해서도 유사한 반응이 확산하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심리학에서는 그것을 '자극 일반화'라고 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정말 필요해서 샀다기보다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조금 더 특단적인 대책을 조치하게 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 그런 것 때문에 사재기도 이렇게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인터뷰]
일종의 따라 하기 현상이죠.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동조라고 하는데요. 특히 정보가 정확하지 않고 불확실할 때 사람들은 뭔가 판단 기준이 없잖아요. 이것을 '참조준거', '참조틀'이라고 하는데 그럴 때 다른 사람은 어떻게 행동하나 이거가 하나의 기준이 되는 것이죠.

[앵커]
그런가 하면 영국의 한 간호사가 제발 사재기 현상을 멈춰달라고 호소하는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좀 이기적이라는 사재기를 멈춰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거든요. 이기적인 이라는 비난 어떻게 보시나요?

[인터뷰]
일면 그런 측면이 있을 수 있겠는데, 사실 이게 공포라든지 뭔가 불안함이 극대화한 상태에서는 사람들은 제일 먼저 안전이라고 하는 것이 중요한 욕구이잖아요. 그러니까 안전 욕구 같은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하게 되면 우아하다든지 타인을 배려 한다든지 이런 것을 생각할 만큼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많이 소개되었지만 매슬로우라는 사람이 욕구의 위계 단계를 이야기할 때 안전은 상당히 바탕에서 있는 중요한 욕구이거든요. 이게 이제 확립이 안 되면 다른 자아실현이라든지 다른 사람을 베려 한다든지 그것을 생각할 만큼의 여유가 없는 것이지 단지 '인간이 이기적이다.' 이렇게 몰아붙이기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신체적, 정서적 안정을 추구하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이런 사재기 현상 같은 일이 계속해서 이어질 경우에는 오히려 사회적으로 혼란이 가중될 것 같거든요.

[인터뷰]
사실 그렇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가가 되게 중요한데, 사재기하고 사람들이 우왕좌왕하고 막 이렇게 되면 어떤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되냐면 "여기는 법도 없고 질서도 없다." 일종의 사태가 통제가 안 된다고 생각되니까. 점도 혼란이 가중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이런 것을 가르치는 심리학 현상 중 하나가 '깨진 유리창 이론'이라는 것이 있거든요.

미국의 범죄학자인 조지 켈링(George Kelling)과 정치학자 제임스 윌슨(James Wilson)이 한 이야기인데, 길거리에 유리창이 박살 난 자동차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 그럼, 사람들한테 어떤 메시지를 주냐면 "이거 봐라. 법과 질서가 완전히 없구나" 이렇게 되면 일탈행동이라든지 비이성적인 행동이 더 증가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죠. 초기에 그것을 잘 조치를 취하지 않게 되면 사람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앵커]
반면 대구의 경우에는요. 우리나라에서 대구 경북지역이 가장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지역에도 불구하고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나눔이나 봉사 같은 따뜻한 시민의식이 빛나서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잖아요. 이런 부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인터뷰]
저는 그게 한국인의 저력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어떻게 보면 정부에서 봉쇄하거나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대구에 계신 분들이 대구에 들어오는 것, 나가는 것 이것을 다 하지 않았잖아요. 소위 말하는 '엑소더스' 현상 탈출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게 특히 알만하고요.

또 지역의 인터넷 카페 같은 데서는 노약자라든지 취약계층을 위해서 자신은 "마스크를 그런 분들에게 먼저 들이자!" 일종의 마스크 드림 운동 같은 것이 일어나기도 하고요. 공적 마스크 같은 경우도 나보다 더 심든 사람 급한 사람한테 양보하자는 입장에서 마스크 안 사기 운동 같은 것도 있었다고 합니다. 또 식당 같은 데에서는 도시락 같은 것을 만들어서 시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분투하고 있는 의료진들에게 그것을 배달하거나 보내는 일들이 있었고.

그리고 또 대구역 인근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한 분 같은 경우는 2개 모텔 중에 하나를 38개 객실을 코로나19 자원봉사자에게 무료로 대여를 해드렸데요. 그래서 사람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준 것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노력이 모여서인지 대구의 신규 확진자 수가 최근에 굉장히 급감한 상황이잖아요. 이런 시민의식이 코로나 19의 확산을 막는 데도 도움을 줬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인터뷰]
제 생각에는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고 또 하나는 아까 말한 '깨진 유리창 이론"이 작동이 안 되는 것이죠. 그러니까 실제 우리가 힘든 상황이지만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는 그런 방향으로 진행되잖아요. 그렇게 되면 혼란스럽고 비이성적인 행동들을 자제하게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현재 할 일에 대해서 집중하는 대처 행동들이 더 확산하었다고 봅니다.

[앵커]
저도 친한 친구가 대구 동산 병원에서 의사로 일을 하고 있거든요. 좀 많이 걱정되는데 이야기 들어보니까 한국인의 정을 이렇게까지 느낀 게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많은 분이 자원봉사를 와 주시고 구호물품이며 맛있는 먹을 것들도 보내주셔서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하는데 이런 노력이 힘입어서 얼른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사태가 조기 종식되기를 바랍니다. 그런가 하면 해외에서는 아시아인들을 겨냥한 혐오적인 모습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해요.

[인터뷰]
사실 이게 하나의 편견이잖아요. 아시아가 모두 동일한 것도 아니고 잘못되면 뭔가 문제가 생기면 남 탓을 하려고 하는 경향성들이 생기는 건데 저는 시정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요. 사람들은 다양한데도 불구하고 한쪽으로 몰아서 일종의 탓을 하는 문화가 있는데 그것을 바람직하지 않죠.

[앵커]
자 앞으로 코로나 19 같은 감염병이 또 나올 수 있는데, 이런 태도 어떤 태도가 재난 상황을 잘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도 한 말씀 부탁합니다.

[인터뷰]
민 관 군 전부 다 정부랑 시민 사회 모두가 다 함께 힘을 합쳐야 하는데 저는 첫 번째로 우리가 재난을 통해서 극복하면서 무엇을 배웠는가를 남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메르스 사태 이후에 남겨졌던 여러 가지 백서들이 이번 대처하는 데 도움 되었다고 하거든요. 재난을 통해서 뭘 배웠는지를 백서를 만들고 그것에 대해서 세부 지침들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요.

또 하나는 코로나19 사태 같은 경우 투명한 정보 공개라든지 또는 질병관리본부, 정부, 지자체 간에 점차 소통이 더 잘 이뤄진 것 같아요. 협력체제와 소통의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고 또 개인적으로는 성숙한 시민 의식 같은 것이 혼란을 막고 주변 사람을 배려하고 우리가 아까 말했던 것처럼 정말 잔잔한 인정 같은 것을 보여준 것이잖아요. 자기가 걸리지 않기 위해서 마스크를 쓰는 것 보다도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않도록 자기가 먼저 솔선수범하는 그런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코로나 19 사태가 길어지면서 국민적인 피로감도 많이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긴 한데 이제는 이런 재난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 자체가 문화로 자리 잡고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지금처럼 높은 시민의식을 잘 유지해서 코로나 19를 잘 극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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